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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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마후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7.2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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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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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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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12화.

DUMMY

백학문고는 도서 전문 기업이다. 책을 만들고 유통한다.


거대한 작가 풀과 많은 출판사 그리고 수천만명의 가입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몇 안되는 거대 도서 유통 기업이다.


엘리티아에서 백학문고와 콜라보한 이유는 명확하다. 상금을 지원함으로써 문화 산업에 이바지하는 건실한 기업이미지를 확고히 한다.


또한 공모전 수상작과 연계해서 엘리 그룹에서 지원하는 2차 콘텐츠로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리티아 마케팅팀 팀회의에서 장대리가 그간 추진경과를 보고 했다.


“일단 심사 결과가 나오면 팀장님 검토하시고 실장님, 대표님 보고 예정입니다. 공모전 대상 시상자는 김철환 대표님이 예정되어 있어 날짜와 시간을 조율 중입니다.”


“고생했어요. 장대리.”


장문식 대리는 나의 지시대로 공모전에 집중하여 일을 하고 있었다.


엘리트스피어 알렉스 대표가 계약 해지를 철회하며 내놓은 요구는 단 한가지.


-장문식을 이번 프로젝트에서 제외하세요.


이전 상황을 알면 납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알렉스 입장에서는 장대리가 자기 사업 안에 없어야 겠지.


“경희씨. 요새 뭐 하고 있어요?”


회의실 구석에 앉아있는 한경희를 보며 말했다.


“네, 네!?”


질문이 급작스러웠는지 어쩔 줄 몰라했다. 곧 더듬거리며 말했다.


“네, 네. 요새 이원호 대리님과 인별 바이럴 업체용 카드 뉴스랑 콘텐츠 계약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조과장이 한 마디 거들었다.


“제가 시키는 엘리트스피어건 도와주고 있어요.”


그녀의 말에 한경희는 고개를 숙이고 자기 앞에 놓인 다이어리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고생이 많네요. 경희씨. 엘리트스피어 건도 잘 부탁합니다. 장대리가 어쩔 수 없이 빠지게 되서.”


내 말에 한경희는 손짓을 하며 다급히 대답했다.


“아, 아니에요. 팀장님. 제가 열심히 해볼게요. 걱정마세요.”


아직도 나를 많이 어려워하는 느낌이 들었다.


“경희씨. 어려운 일 있거나 누가 괴롭히면 꼭 저한테 말하시구요. 제가 혼내줄게요. 하핫.”


웃자고 한 말인데 회의실에 적막이 흘렀다.


“그럼. 오늘 팀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덕분에 회의를 자연스럽게 끝낼 수 있었다.


담배를 피러 옥상으로 올라갔다. 여러 직원들이 보였는데 그 중에 한 명이 내게 다가왔다.


“고팀장님. 안녕하세요. 공공사업팀 최수인 입니다. 저 사인 좀 부탁해도 될까요?”

“네? 사인이요?”


우리 팀도 아닌데 왠 결재 건이 있나 생각했다. 하지만 그 사인이 그 사인이 아니었다.


“다름아니라, 제 딸이 고산 팀장님 팬이어서. 하하.”


헉. 그런거였어?


“해드리는 건 문제없는데. 제가 뭐라고.”


별일이 다있네. 어쨋든 그냥 결재판 서명하듯이···


갑자기 주변 직원들이 어디서 종이와 펜을 구했는지 줄을 서기 시작했다.


‘왜들 이러나. 민망하게.’


기분 나쁘진 않았지만 회사에선 일의 능력이나 성과보다 다른 가치가 올라봐야 오래가지 못한다. 다른 구설수는 거의 독이되어 돌아온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스윽- 스윽-


“여깄습니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기다리는 동료들에게 사인을 다 해주고 담배를 물었다. 그때 옆에서 손이 쓰윽 나타나더니.


“연예인 다 됐네. 이제 사인회도 여는거야?”


홍보팀 박지웅 팀장이 불을 붙여주며 하는 말이다.


“후우. 놀리지 마세요.”


“그 공모전은 역대급이었다며?”


“네. 지원자가 많이 몰려서, 백학에서 고생이 많은가봐요.”


“좋은게 나오면 우리가 잘 활용해볼게.”


“네. 잘 골라서 드릴게요.”


수상작은 포상금을 지급하며 2차 저작물에 대한 권한과 권리를 계약한다. 그에따라 홍보팀은 그 가치를 저울질하여 이미지 제고에 활용하겠지.


“엊그제 영업1팀이라 한 판 했다며?”


회사 로비에서 큰 소리로 화를 냈는데, 사실 우리같은 큰 조직에서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


“죄송합니다. 팀장님. 제가 너무 흥분해서 실수했습니다.”


나의 정중한 사과에 박팀장은 크게 웃었다.


“하하. 괜찮아요. 나한테 사과할 일은 아니지. 벽창호 호대게 당했다고 소문이 자자하던데.”

“그것보다 팀장님 동기인데 제가 너무 무례하게.”


그는 담배 연기를 길게 내뱉었다.


“후우. 문팀장, 걘 과거에도 참 재수없었어. 동기라고 생각하지 않으니 걱정마시게.”


박팀장은 화제를 돌렸다.


“공모전 괜찮은 거 나오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 수도 있어. 그럼 또 고팀장이 주인공 되야하는 거 아냐?”


우스개 소리지만 사실이 될까 두려웠다.


“아이고. 무서운 소리. 그런 얘기하지도 마십쇼. 절대로 안합니다. 안해요. 이번엔 대표님이 시키셔도 안해요.”


나는 손사래를 치며 등을 돌렸다.


“먼저 갑니다. 팀장님.”


***


살면서 난 다정하지 못한 사람이었다.


다정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었으니까. 세월이 흘러 경험이 쌓이고 결혼과 이혼이란 큰 굴곡을 겪고 나니, 다정에 대해 다시 고민하게 되더라.


단순히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고 주어진 상황에 따라 적당하게 말하는 것이 다정함이 아니란걸 왜 몰랐을까.


애정 있게 주시하고,

시간을 공유하며 공감하고,

내 몸 같이 아끼는 것을 통해 다정을 전달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주변 모두에게 그럴 수 있다면 좋겠지만 내 시간과 감정의 그릇은 정해져 있다.

그러므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소수에게만 진실된 다정을 나눠줄 수 있지 않을까.


결혼생활 내내 다정하지 못했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부정하지 않는다고 다정(多情)이 아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다정하지 못했다.


다투던 어느 날,

내 몸은 많이 아팠고 전처는 네 몸은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지. 그런데 그게 우리가 살아온 패턴이더라.


그녀가 아프고 힘들 때 내가 얼마나 챙겨주고 신경 써주었을까?


내가 서운하지 않게 해 줬다는 어떠한 확신도 없다.

그렇기에 막상 나도 손 내밀지 않았다. 그녀 역시 마찬가지였겠지.


그것이 별다른 문제가 되거나 서로에게서 멀어질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짐작하지 못했지.


그녀는 나와 다르게 일상에서 불만이 많았다.


본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의 매너, 가족 친지들의 생활방식 및 요구, 나의 여러 가지 생활 습관들에 대해.


물론 스스로에게 엄격한 사람이라 그 불만들이 제법 타당했다.

하지만 거기에는 다정함이 부족했는데 그것이 나와 멀어진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싶다.


그럼 나는 어땠을까.


오로지 회사 일과 개인 취미에만 집중하며 그녀에게 소홀한 것은 전적으로 내 잘못이다. 반성한다고 돌아갈 것은 아니지만 나 역시 부족하고 미완성인 남자고 남편이었다.


연애 시절처럼 쉽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 것에 대해 부끄럽고 후회가 된다.

좀 더 다정하게, 좀 더 이해하려고 했다면 이 글을 쓰고 있지 않았겠지.


시간을 남에게 준다는 것은 사랑을 준다는 말처럼,


나는 내 시간을 많이 주고 함께 하며 공감해야 했다.


서로 결심하고 배려하고 사랑해야 가능한 일인데 그것을 모른 채 연애 하듯 결혼생활을 했으니 끝이 좋을 리가 없었겠지.


[중략]


정을 많이 준다는 다정(多情)이란 부부 사이에 단순히 아끼고 사랑한다는 의미만은 아닐 것이다.


다정하기 위해서는 배우자 혹은 연인의 눈과 귀와 입이 되고, 또 팔다리가 되어 대신 말하고 듣고 움직이는 것에 더 가까울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었다면, 아니 서로 흉내라도 내보려고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한 겁에 대해 말하기를 '3천 년에 한 번씩 지상에 내려오는 하늘의 선녀가 집채 만한 바위를 옷깃으로 한 번씩 쓸어다 달아 없어지는 시간'이라고 한다.


그리고 부부의 인연을 맺기 위해서는 몇 천겁의 연이 전생에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런 부부의 인연을 가볍게 생각하고 헤어졌으니 난 참 모자라고 부족한 사람이다.


그래서 난 조금 더 다정한 사람이 되고자 한다.


그 다정(多情)이 일반적인 다정함인지 모르겠다. 다만 다정하지 못해 후회하는 일은 만들고 싶지 않다.


흔들림 없이 서 있는 모습으로 언제나 다정하게.


마치 고고한 산처럼.


***


문장을 읽을 때마다 이여울은 눈물이 났다. 글쓴이가 나를 생각하며 보듬어 주는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다정하고 괜찮은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니.


이런 글이 대상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했다.


-제목: 이혼해도 괜찮아.(필명:고고한산)


이여울은 자신이 발견한 보물같은 글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어떻게든 이 작품을 대상으로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백학문고 기획팀 내부에서 치열하게 논의 했다.


110 개의 에세이로 각각 점수표를 만들어 상위 33 개를 골랐다.


<1> 전지적 직장인 시점 (필명: 싱슝)

<2> 가정귀환 (필명: 비와)

<3> 나혼자기분업 (필명:추궁)




<9> 이혼해도 괜찮아 (필명: 고고한산)




<33> 블랙가업조선 (필명: 국빵)


마침내, 2천여개의 공모전 지원작 중 33개가 선정되었다. 이 중 11개 만이 수상이 된다.


같은 팀의 이나영 대리가 소감을 얘기했다.


“[전지적 직장인 시점]이란 작품은 직장인 시점에서 지친 회사생활과 가정생활의 애환을 그린 작품으로서 그 시점에서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참여한 기획팀원들은 동의의 고개를 끄덕였다. 비슷한 생각으로 고득점을 주었다.


가정귀환이란 작품을 최우수로 선정한 김혁 과장이 말했다.


“직장인들의 마음은 언제나 가정에 있지만 몸은 일터에 있을 수 밖에 없지요. 그런 마음을 담담하게 그리며 가정을 지키기 위해 고난을 극복하겠다는 진심···”


어떤 팀원은.


“평생을 을로 사는 직장인이 회사에서 성공이 아닌 인생의 성공을 위해 긍정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그것이 [나혼자기분업]이 주는 메시지이자···”


각자 자기가 생각하는 최우수 작품을 설명했다.


드디어 이여울 차례.


“이혼자 500만 시대입니다. 우리는 직장 내에서 동료가 이혼한 것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왜 우리 주변에는 이혼자가 한 명도 없을까요? 있어요. 있습니다. 알려지지 않을 뿐이죠.”


갑자기 이혼타령을 하는 이여울 과장을 모두 어리둥절하게 쳐다 보았다.


“제가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이혼하면 괜찮아]에서 그런 혼자된 사람들의 아픔과 가정에 대한 그리움, 더 나아가 사회와 개인을 품는 다정함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거라는 확신 때문이에요.”


그녀 앞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마신후 계속 말했다.


“드러났거나 숨기는 혹은 굳이 말하지 않는 이혼 남녀들에게 크게 어필이 될 겁니다. 이런 작품이 부각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여울의 확신에 찬 말에 모두 한가지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이혼했나?’


열띤 회의가 끝나고 기획팀장 이영혜는 순위를 조금 조정했다.


“여러분 말이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제가 조금 조정해서 부사장님과 대표님에게 보고할게요. 수고하셨어요.”


나가려는 이팀장에게 이여울이 말했다.


“팀장님, 잠시만요.”


이영혜가 고개를 돌려 대답했다.


“어. 이과장. 왜?”


이여울은 솔직하게 말했다.


“혹시 팀장님이 어떻게 조정하셨는지 여쭤봐도 돼요?”


이영혜는 약간 망설이다 이여울을 쳐다봤다.


“당신 말대로 [이혼해도 괜찮아]에 힘을 많이 실었어. 2순위로. 근데 이 작품이 뭐 아는 사람이거나 그런건 아니지?”


이여울은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에이. 설마요. 아무튼 제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팀장님.”

“아니야. 이과장 말에 동의하니까 결정한거야. 일단 부사장님과 상의해보고.”


이여울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했다.


지금부터는 운에 맡길 수 밖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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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15화. 24.08.13 304 9 13쪽
14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14화. 24.08.12 293 9 12쪽
13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13화. 24.08.12 299 8 14쪽
»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12화. 24.08.09 317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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