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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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마후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7.24 16:17
최근연재일 :
2024.09.14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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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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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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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25화.

DUMMY


내 시선은 얇고 긴 발목을 따라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시선이 얼굴에 다다랐을 때.


‘황예슬···?’


그녀는 나를 알아보며 살짝 윙크를 했지만 아는 척을 하진 않았다. 그 뒤로 여성 두 명이 더 들어오고 입구에 잠시 섰다.


그 모습을 본 이종규 실장은 그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황예슬을 김명환 부회장 옆으로 안내했다.


“여기 부회장님 옆으로.”


황예슬은 김명환 부회장 옆에 조용히 앉아 자리를 정리했다. 그 뒤를 따라온 여성 중 한 명은 내 자리 옆에 앉아 가볍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앉아도 되죠?”


능숙하고 훈련된 미소로 나에게 인사한 여성은 방송에서 언젠가 본 적이 있는 낯익은 얼굴이었다. 여성 세 명이 각자 자리를 찾아 인사를 하고 착석을 했다.


이종규 실장이 말했다.


“남자들끼리 술자리하긴 적적할 것 같아 준비했어요. 고팀장.”


이종규 실장에 말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상황을 이해했다. 이 여성들은 접대를 나온 것이다. 여성들의 신원이 정확히 연예인인지 지망생인지 알길이 없었다.


상황으로 보아 은밀한 술집의 그것은 아닐지라도, 자리에 같이 있는 것만으로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김명환 부회장은 이미 얼큰하게 취했는지 처음 보았던 총기가 많이 사라져 있었다.


“크. 고팀장님. 옆에 앉은 미인 분이 마음에 드십니까? 이혼했으니 마음 편히 놀아요. 하하핫.”


그 옆에 자리한 황예슬은 이미 구면인지 흔들리는 김명환 부회장의 팔짱을 끼며 중심을 잡아주었다.


“아홍. 우리 부회장님 술 좀 드셨네? 이제 시작인데 벌써 이렇게 취하시면 어떻게요?”


높은 보이스로 분위기를 유지하는 그녀에게 존경심이 들 정도였다.


‘술자리 처세가 나보다 낫군.’


내 옆에 살짝 떨어져 있는 이종규 실장을 곁눈질로 보니, 이 노인네는 여기가 술집인지 밥집인지 헷갈리는 모양이다.


옆에 앉은 여성에게 냄새날 것 같은 얼굴을 들이 밀고 밀담을 주고 받고 있었다. 억지 웃음을 지으며 교묘하게 몸을 비트는 그녀가 안쓰러워 보였다.


에효.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


어쩌면 이종규 실장도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했을지 모르겠다. 면전의 보스가 민망하지 않도록 자기가 더 민망한 제스처로 분위기를 이완시키는··· 내가 너무 나갔나?


아무튼 각자 스타일대로 여성과 합을 맞추고 있을 때, 내 옆자리의 여성이 말을 걸었다.


“저, 저···기.”


나는 가볍게 술 한 모금을 목으로 넘기며 말을 받았다.


“네. 편하게 말씀하세요.”


그녀는 살짝 긴장한 목소리로 내게 잔을 내밀었다.


“저도 한 잔 따라주세요.”


술을 따라주며 처음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쳐다봤다. 얼굴에서 복잡한 감정이 보인다. 배우로서 무너진 자존심과 이곳에 온 목적에 충실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교차하는.


그녀의 이름도 나이도 일부러 물어보지 않았다.


그냥 그것이 그녀의 자존심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 그녀에게 술잔을 따라주며 말했다.


“편하게 계셔도 됩니다.”


그녀는 술잔을 입에 한 번에 털어 놓고 조용히 다시 내밀었다. 다시 따라주니 다시 한번 입으로 가져갔다.


“천천히 드세요.”


쓸데없는 걱정일지 몰라도 스스로를 자책하며 먹는 술이 뒤끝이 좋을리 없다.


내가 말리는 모습이 신기했는지 피식 웃으며 너도 먹으라는 눈빛과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녀의 의도대로 같이 술잔을 부딪치며 몇 잔을 나누어 마셨다.


적당히 취기가 올라 주변을 살펴보니 김명환 부회장은 엎드려 뻗어 있었고, 황예슬은 혼자 자작하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이종규 실장은 여전히 파트너 여성과 실랑이 중이고.


김명환 부회장을 어떻게 해야할지. 집이든 호텔이든 어디로 데려갈지는 이종규 실장이 알아서 하겠거니 했지만, 일단 동석 중이니 절차를 좀 알아야 했다.


“저, 저기 실장님···?”


한창 실랑이 중인 이종규 실장은 내 말이 잘 안들리나 보다.


“실장님!!”


살짝 큰소리에 이종규 실장은 깜짝 놀라며 옷매무새를 고치며 대답했다.


“아, 왜, 왜요. 고팀장.”

“부회장님이 술이 많이 취하셨는데 어떻게 할까요?”


그는 별일 아니라는듯 고개를 다시 파트너에게 돌리며 말했다.


“아, 걱정말아요. 밖에서 비서들이 대기하고 있으니까. 이따 집으로 잘 모실 거예요.”


왠지 술이 취하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에 취기를 섣불리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게 분위기를 살피는데 내 발목 근처를 누가 건드리는 느낌이 들었다. 김명환 부회장이 취해서 발을 잘못 뻗었나 하는 생각으로 다리를 살짝 피하는데.


발바닥?


분명 보지 않아도 여자 발바닥이 내 정강이를 비빈다.


설마, 미쳤냐. 황예슬.


나는 고개를 돌려 황예슬을 쳐다보았다. 황예슬은 턱을 괴고 술잔을 기울이며 나를 보며 웃는다.


당황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 잠시 화장실 좀 갔다 올게요.”


내 옆 자리 여성은 아무말 없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방을 나가 외부로 나오니 흡연실 공간이 별도로 구성되어 있었다.


후우.


험난한 만남이 될 줄 알았지만 이런 식으로 시간이 이어질 줄은 몰랐지.


높으신 양반들과의 자리가 썩 유쾌하진 않다고 생각했다. 노는 취향도 적응 못하겠고.


담배를 피며 시간을 떼우는데 황예슬이 들어왔다.


“저도 한 대만 주세요.”


그녀도 말없이 한모금 피더니 내게 말했다.


“고팀장님. 이혼하셨었네요. 애인은 있어요?”


살짝 똘끼가 보이는 그녀에게 대꾸하지 않았다.


“설마, 장미지는 아니죠?”


나도 모르게 대답이 튀어나왔다.


“아니요.”

“오홍.”


황예슬은 눈을 가늘게 뜨며 내 얼굴을 주시하더니.


“여배우들한테 인기가 많으시네요. 조민희도 고팀장님 괜찮은 사람이라고 떠들고 다니던데.”


처음 듣는 소리에 그녀를 돌아봤지만 그녀의 눈빛을 감당하기 어려워 시선을 피했다.


“아, 그렇게 이상하게 쳐다보지 마요. 엘리물산하고 광고 계약이 크게 물려있어, 나름 비즈니스 하는 거니까.”


담배를 재털이에 비비며 하는 말.


“그리고 몸은 안팔아요.”


나는 대답없이 등을 돌리며 손을 들어 오케이 싸인을 주고 방으로 들어왔다. 황예슬이 뒷통수에 대고 한마디 했다.


“칫. 잘난척은.”


들어와보니 김명환 부회장은 사라지고 없었다. 이종규 실장이 옷가지를 챙기며 말했다.


“부회장님은 비서들이 모시고 갔어요. 여기는 계산됐으니까, 저 분하고 좋은 시간보내요, 고팀장. 회사에서 봅시다.”


이종규 실장도 파트너를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내 파트너로 지정된 여자는 계속 혼자 술을 들이켰다.


나는 겉옷을 입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고생하셨어요. 이제 그만 갑시다.”


그녀는 내 말에도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좀, 좀 더 마셔요. 아직 안 취해서···”


알콜 중독인가. 왜 이리 술에 집착을.


나는 자리에 잠시 앉아 그녀를 바라봤다. 아무도 없으니 말을 편하게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고생하셨어요. 원하지도 않는 자리에 왔을텐데.”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아니에요. 제가 원한 자리에요.”


조금 밝아진 얼굴로 내게 대답했다. 그리고 결심한듯 말을 이었다.


“고산 팀장님이죠? 오늘 끝까지 모시라는 말을 듣고 왔어요. 그것도 제가 원한 것이고.”


헉. 끝까지라니. 무슨 룸싸롱 2차냐고.


“그건 괜찮아요. 제가 원하지 않아요.”


그녀는 갑자기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제가 싫으세요? 제가 너무 못생겼나요?”

“그,그게 아니라···”


나는 그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단언컨대 댓가성 행동이라는 것도.


“설마 누가 그렇게 하라고 시켰나요? 소속사에서? 아니면 이종규 실장이?”


내 말에 한숨을 쉬며 다시 술 잔을 채우며 말했다.


“우리는 엘리 그룹에 잘 보여야해요. 이런 인연이라도 없으면 평생 어디 엑스트라나 전전하다···”


그녀의 간절함을 전부 이해할 순 없었다. 다만 지금 그녀가 속한 세계에서 어떤 목표를 위해 자의든 타의든 강요받고 있다는걸 짐작 할 수 있었다.


나는 내 명함을 건네주며 말했다.


“나랑 같이 있었다고 하세요. 나도 누가 물어보면 그럴테니.”


그녀는 내 명함과 얼굴을 번갈아보며 왜 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갈게요. 천천히 나오세요.”


나는 건물을 빠져나오며 생각했다.


존나 카리스마 있어.


***


오랜만에 팀 회의를 소집했다.


“다들 아시겠지만, 우리가 자회사를 만들기로 결정했고 조민희 배우가 1호 아티스트가 됩니다. 당분간 계속 그런 기조로 운영될 거에요.”


팀원들에게 ‘민티아’를 운영하는 개략적인 설명을 했다.


“아무튼 제가 그 자회사에 실장으로 내정되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마케팅팀 팀장직과 겸임을 할 예정이에요.”


내 말에 팀원들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반응을 보였다.


“헐. 그럼 출근은 어떻게 하시나요?”

“진짜요? 그럼 팀장님이라고 불러요, 실장님이라고 불러요?”

“팀장님. 우리 버리시는 거예요?”


어미 잃은 병아리 마냥 다들 아우성이었다.


“제가 원한건 아니에요. 휴우. 아무튼 제가 인력 구성을 해야하는데 혹시 ‘민티아’에서 저랑 같이 일해보실 분 있어요?”


내 말에 모두 조용해졌다. 나는 한 템포 쉬었다가 말을 이었다.


“우리 마케팅팀 일도 있고 해서, 두 분 정도만 겸임으로 배정하려고 합니다. ‘민티아’쪽은 경력 사원 채용 예정이긴 한데 어떻게 될지 몰라서···”


말이 끝나자마자,


손을 번쩍드는 막내.


“팀, 팀장님. 제가 꼭 해보고 싶습니다.”


소심한 한경희가 왠일로 회의실이 울리도록 외쳤다. 그리고 조소영 과장이 말했다.


“저도 한 번 해볼게요.”


장대리는 안절부절하는 얼굴이었다가 급하게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팀장님!! 저, 저도요!!”


장대리의 폭주에 한경희는 인상을 찌푸리며 반대했다.


“장대리님은 빠지시죠? 여자 배우는 여자가 케어해야 해요. 남자는 불편해 할 거에요.”


그녀의 말에 장대리가 발끈했다.


“경희씨. 그건 자기가 몰라서 하는 얘기야. 내가 얼마나 여성스러운데···”

“여성스러운거랑 여자랑 다른 거 몰라요? 여성스럽다고 여자 화장실에 들어올 수 있어요? 말이 되는 소릴해야지.”


한경희의 반박에 장대리는 얼굴에 새빨게 지며 씩씩 거렸다.


“내가 얼마나 메이크업과 패션에 조예가 있는데. 경희씨 같은 선머슴이 연예인을 어떻게 커버할려고!”


서로 인신 공격하고 아주 난리부르스다.


팀원들이 서로 자기가 적임자라며 난리칠 때 이원호 대리가 나섰다.


“근데, 혹시 겸임 수당이 나오나요?”


그 말에 모두 내 입을 집중했다.


“당연히 나옵니다. 겸직 수당 별도, 성과급 별도.”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난리법석이었다. 지금 이 순간은 위 아래도, 남녀 구분도 없었다.


“모두 조용.”


다들 언제 그랬냐는듯 자리에 얌전히 앉아 내 얘기에 집중했다.


“흠, 제가 고민 좀 더 해볼게요. 아무튼 알고만 계시고 지금 하고 있는 업무에 집중해 주세요.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회의실을 나와 모두 자리로 돌아갔다.


오늘 아침 김철환 대표가 몰래 나를 호출했다.


“고팀장. 이번 진행은 나와 단 둘이 하는 걸로 합시다. 내 주변에 워낙 형님들 하수인이 많아요. 그래서 뭘 할 수가 없으니 저한테 직보고 하세요.”


‘민티아’ 설립과 운영에 관한 업무는 이종규 실장과 논의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종규 실장이 김명환 부회장 꼬봉이란 걸 눈치 챘나? 이종규 실장이 그렇게 허술할 리가 없을텐데.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김철환 대표는 어제 내가 김명환 부회장과 만났다는 사실도 알지 모른다. 물론 내 입장에선 그걸 거부할 수 없는 위치란 것도.


아무튼 ‘민티아’ 설립을 추진하기 위해 다음 약속 장소로 향했다.


다음 약속지는 회사 건물 내 카페였다. 카페에 도착하니 누군가 나를 발견하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실장님-”


아직 회사도 없고 발령도 안났는데 실장님은.


활짝 웃는 조민희가 나를 반겼다. 그녀가 일어나 손을 흔드니 주변 사람들이 나를 쳐다봤다.


나는 민망해서 걸음을 빨리했다.


“아우. 그 실장 소리 좀 하지 마세요.”

“왜요. 전 실장님 입에 잘 붙고 좋아요. 히힛. 아니면 그냥 오빠라고 할까요? 오빠앙!”


나는 오빠소리에 얼굴이 빨개지는 것을 넘어 벽돌색으로 변했다.


“제, 제발 좀···”

“농담이에요. 실장님. 히힛.”


조민희는 뭐가 그리 신나는지 한참을 즐거워했다. 나는 그녀와 농담따먹기나 하려고 만난 것이 아니므로 얼른 화제를 돌렸다.


“조배우님. 그때 우리 팀원들 얼굴 기억나요?”


“아, 흠··· 네. 대부분 기억나는 거 같아요. 이름은 잊어 버렸지만.”


“그 중 두 명을 새로 만드는 회사 전담 인력으로 배정하려는데 누가 마음에 들어요?”


“아, 그래요?”


잠시 그녀는 머리를 눌러가며 고민했다. 그리고 신중하게 대답했다.


“저는 그 고고한산님, 하고 덩치 큰 산적 같은 분. 그 두 분이 같이하면 좋겠네요.”


“한경희씨 하고 장대리요?”


하필 사이 나쁜 그 두 명을 골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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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26화. 24.08.28 158 4 11쪽
»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25화. 24.08.27 178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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