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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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마후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7.24 16:17
최근연재일 :
2024.09.14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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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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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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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22화.

DUMMY


모인 사람들은 대본 리딩 현장에서 웃고 감탄하는 소리를 여과 없이 표출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연기자들의 긴장을 풀어 주고, 때로는 용기를 내라는 의도겠지.


곧, 조민희가 돌아오고 대본 리딩이 무난하게 진행됐다.


연기자는 열연을, 지켜보는 제작진과 관계자들은 탄성을 연발했다.


긴장이 풀린 연기자들이 애드립을 칠 때면,


“푸하하하.”


슬픈 연기로 감성을 자극할 때면 조용한 탄식이,


“아···”


연기에 호응해주는 것 만으로도 배우들은 신나 열연을 펼쳤다.


대본의 마지막 장을 넘겼다.


박철 감독은 빵모자를 만지작 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모두 고생했어요. 우리 대박 날 듯!”


박감독의 말에 모두 함성을 질렀다.


“우와아아아아.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제작발표회에서 뵙겠습니다.”


자리한 사람들이 하나 둘 인사를 하며 떠났다.


나는 긴장이 풀린 나머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늘어져 있었다. JS엔터 홍수진 대표가 내 쪽으로 걸어왔다.


“고팀장님. 고생 많았어요. 호호호.”


아, 이제서야 홍수진의 진면목이 보인다. 여우도 이런 상여우가 없다.


홍수진 대표의 문자로 김훈 역할의 구멍을 매꾸긴 했지만 전문 연기자들 사이에서 수명이 10년은 줄어든 것 같았다.


그나마, 내 목소리가 시스템의 축복을 받아 연기력을 어느 정도 커버할 것을 믿었다. 결과는 대성공.


“홍대표님도 고생하셨습니다. 오늘 보니 최소 망하진 않겠어요. 하하.”


각자 맡은 배역이 어찌나 찰떡 같이 어울리는지.


역시 박철 감독과 홍수진 대표는 실력뿐 아니라 사람보는 눈도 탁월했다.


홍대표는 눈웃음으로 인사를 하고 다음 일정으로 바쁘다며 자리를 떠났다.


박철 감독은 제작진들과 인사를 주고 받다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터벅터벅 걸어와 내 어깨를 툭 쳤다.


“여어. 고팀장. 항상 고마워.”


아우. 뻔뻔한 노인네.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하게 말했다.


“저는 박철 감독님만 믿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속으로는 얄미웠지만 박철 감독의 능력은 인정해야 했다. 이 많은 제작진을 일사분란하게 지휘하고, 지시를 받는 이들은 그를 향해 존경을 담아 일하고 있었다.


박철 감독은 다시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고팀장.”


불길한 느낌이 엄습한다.


“네?”

“아까보니, 장면에 조금 출연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고팀장 정도면 인물도 훌륭하고···”


그의 말이 끝나기 전에 잽싸게 말을 잘랐다.


“제가 회사일이 너무 바쁩니다. 아시다시피 제가 하는 일 중 제일 중요한게 자금이 돌게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하.”


자금이 투입돼야 촬영에 지장이 없다는 건 너도 알고 나도 아는, 모두가 아는 얘기지.


박철 감독도 돈 얘기에 한 발짝 물러섰다.


“에이. 아쉽구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지. 알았어요.”


자금을 총괄한다는 것은 꽤 매력적인 자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박철 감독을 물리치고 밖으로 걸어가는데 누군가 쭈뼛 대며 말을 걸었다.


“저기, 안녕하세요. 오디션때 뵙고 오랜만이에요. 조민희에요”


알지. 네 얼굴 모르면 그게 한국 남자니?


하지만 지금은 팬이 아니라 관리자의 입장으로 말해야 했다.


“네. 오늘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리 작품이 성공하는 것은 조배우님 역할이 크겠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나는 의도적으로 조민희에게 주연 배우로서의 자부심과 의무를 동시에 전달했다. 그녀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프로젝트 디보스]가 성공할 확률이 높아질테니.


조민희를 실물로 이렇게 가까이 본 것은 처음이었다.


조막만한 얼굴에 눈, 코, 입이 다 들어가 있구나.


감탄이 절로 나왔다. 바비 인형이 돌아 다닌다면 이런 느낌일 거라고 생각됐다. 20대 후반의 나이라고 알고 있는데,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판이다.


‘이혼녀라고 하기엔 너무 얼굴이 동안인데··· 분장팀이 알아서 조절하겠지만.’


그녀의 얼굴을 보며 이런 걱정을 하고 있는데, 조민희의 얼굴이 점점 붉어진다.


“앗. 죄송합니다. 너무 제가 빤히 쳐다 봤네요.”


그녀는 다급하게 손짓했다.


“아,아니에요. 팀장님.”


조민희는 짝사랑하는 선생님 앞에 있는 여고생 마냥 어쩔 줄 몰라 했다.


으이구. 귀여운 것.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며 미소가 지어졌다. 세상의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다 받는 그녀에게 순진한 구석이 보이는 것도 신기했다.


“저, 저기. 팀장님, 제가 엘리티아에 갈 일이 있는데 혹시 괜찮으시면 만나 뵐 수 있을까요?”


광고 계약을 할 일이 있나?


“네. 당연히 오시면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혹시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아마 오면 홍보팀이랑 연결이 되나 싶었다. 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아, 그건 나중에 말씀 드릴게요. 명함 있으면 한 장 주시겠어요?”


나는 안 주머니에서 명함집을 찾았다. 그리고 명함을 꺼내 건네주고 있는데.


툭.


누가 어깨빵을 치면서 지나갔다.


아씨. 떨어뜨릴뻔 했잖아.


고개를 돌려보니 마기가 철철 흐르는 장미지가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며 지나가고 있었다.


뜨아.


빨리 이 자리를 피해야 한다는 직감이 온 몸에 경고했다.


“여깄습니다. 방문하실 때 미리 연락 주세요.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네에.”


내 명함을 소중한 보물인냥 건네 받은 조민희는 기뻐하며 기다리는 매니저에게 달려갔다.


회의실 문을 나오니 장미지가 문 옆에서 등을 기댄 채 팔짱끼고 있었다.


무표정인 얼굴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


“아주 신나나 보네. 여기 저기 씨 뿌리고 다니고.”


무슨 씨를 뿌리고 다녀. 농부냐고.


나는 쓴 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무슨 소린지··· 하하. 미지씨도 오늘 고생 많았어요.”


그녀는 대답하지 않고 나를 따라 걸었다.


“오빠. 이쁜 여자들이 많으니까, 신나요? 응? 신나?”


나도 대꾸하지 않고 복도를 계속 걸었다. 괜히 말을 잘못했다간 깊은 늪으로 빠질 수 있으니.


장미지는 한술 더 뜨며 말했다.


“도대체 고자야 뭐야. 이렇게 이쁜 여자가 알 몸으로 잠들었는데. 어떻게 그냥 놔두고···”


나는 말이 끝나기 전에 그녀의 입을 손으로 막으며 주변을 살폈다.


“미, 미쳤어요?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악!”


그녀는 내 손을 물었다.


헉. 개야. 사람 손을 물게.


“그 대본 연습 같이 해준다는 거 잊지 마세요. 난 이만.”


그녀는 유유히 밖으로 나가 준비된 차량을 타고 사라졌다.


***


대본 리딩 후 며칠이 지났다.


회사는 촬영 일정과 관계없이 항상 바쁘게 돌아가고.


[프로젝트 디보스]는 일정상 제작발표회까지 약 한달 간의 여유가 있었다.


그 사이 박철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은 바쁘게 세트장 및 소품 등 많은 준비가 필요하겠지만, 나는 계획된 비용만 차질없이 지급하면 되었다.


아침부터 우리 팀은 사소한 투닥거림이 있었다.


공모전 이후 장문식 대리와 한경희는 여러 차례 신경전이 있었는데.


“경희씨. 혹시 이것 좀 봐줄 수 있어?”


한경희는 이상하게 장대리에게 신경질적으로 변해 있었다.


“그런 건 좀 알아서 하세요. 장대리님.”

“그게, 그게 아니라 경희씨가 고고한산이니까. 이런 칼럼은 좀, 손 봐줄 수 있잖아.”


아마도 공모 당선작에 대한 여러 마케팅 콘텐츠를 제작하고 게시하는 후속 작업을 하는 모양이다.


“장대리님. 그건 대리님 업무잖아요. 제가 여기에서 고고한산은 더더욱 아니고.”

“이런 애정 선이 이해가 안되서 그래...그래도 경희씨가 좀 설명해 주면. ”


한경희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래서 저번에 이혼한 사람을 공격하셨어요?”


아직도 그 얘기다.


백학문고에서 공모전 임시 순위를 보냈을 때, [이혼해도 괜찮아]에 대한 장대리의 사담을 마음에 담아 두고 있나보다.


“미, 미안해요. 경희씨. 그때는 고고한산이 경희씨 인줄 모르기도 했고···”


장대리가 불쌍했지만 대화를 하면 할수록 자기 무덤을 파고 있었다.


“만약 우리 중에 이혼한 사람이 있으면 어쩌려구욧!”


얘들아. 다 들린다.


하지만 장대리는 당당하게 얘기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우리 중에 결혼한 사람은 팀장님 밖에 없는데 무슨 주변에 이혼한 사람이 있다고···”


보다 못한 조과장이 나섰다.


“자, 우리 커피 한 잔 마시러 갑시다. 사적인 얘기는 사무실 밖에서 하시고.”


조과장은 상황을 정리하고 내게 다가왔다.


“팀장님. 우리 커피 한 잔 하고 올게요.”


나는 조과장 없이 어떻게 사나 몰라.


“네. 다녀와요. 저는 바쁜 일이 있어서 다음에.”

“넵.”


모니터를 보고 무언가 열심히 타이핑 하던 이원호 대리가 말했다.


“저는 전화 받을 일이 있어서. 아아 테이크 아웃 부탁합니다. 과장님.”


조과장은 이대리의 말을 듣고 티격태격 대는 둘을 데리고 나갔다.


“접수.”

“캄사합니다아-”


사무실이 좀 조용해지자 파티션 너머로 홍보팀 박지웅 팀장의 얼굴이 보였다.


그의 눈빛이 말한다. 담배타임 이라고.


담배를 챙겨 자리에서 슬쩍 일어나며 옥상을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방정맞게 오케이 싸인을 보내는 박팀장.


크크, 귀여운 양반.


옥상에서 오붓하게 담배를 나눠 피며 잡담을 나누던 중.


“고팀장. 그거 들었어?”

“무슨 얘기를요?”


박지웅 팀장은 주위를 둘러보며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후 조용히 말했다.


“우리 대표 말이야. 어린 애인이 있다는데?”


그 말에 큰 반감이나 의혹을 품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애시당초 그러거나 말거나 하는 마음이기도 했고.


“그정도 위치와 부를 갖고, 세컨드 없기가··· 더 힘들겠죠.”


영화나 드라마의 얘기가 아니라 현실이 그랬다.


“근데 정말 잘나가는 연예인이라는 소문이 있거든.”

“혹시 누구래요?”


“근데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박팀장은 숨을 한번 고르고 우리 주변을 다시 둘러 봤다.


“이번 고팀장이 맡고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 있잖아.”

“프로젝트 디보스···”


“그래. 그거. 거기에 꽂았다는 소문이 있어.”


헉.


충격도 이런 충격이 없다. 불과 며칠 전에 그 배우들과 대본 리딩을 함께 했는데.


“진짜요? 저도 모르는 사이, 어떻게?”


나는 스스로 [프로젝트 디보스]를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착각에 불과했다.


“자기 병원에 입원 했었잖아. 그 사이겠지 뭐.”


그게 사실이라면 누굴까 생각했다. 참여한 여배우만 해도 10명은 됐는데···


“누군지는 아시구요?”

“그것까진 모르고. 하여간 거기 꽂았다고 했으니 여배우들 중 한 명이겠지.”


그럼 남자배우 겠냐고. 이 양반아.


확실히 장미지는 아니다. 그건 내가 확신할 수 있었다. 그 외는 여배우가 많아서 누가 누군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일단 생각나는 얼굴을 떠올려 봤다.


만약 나라면 그 중에 누구랑 연애하고 싶을까···


나라면 아마도···


에이. 설마. 그렇게 잘나가는데, 뭐가 아쉬워서. 아니겠지.


예상이 맞으면 진짜 골치 아픈 문제다. 이거 재수없으면 상사의 정부 뒤치닥거리 할 수도 있겠는데.


박지웅 팀장과 한참 수다를 떨다가 자리로 돌아왔다. 아직 팀원들이 돌아오지 않아 조용했다.


띠링-


문자메시지였다.


-안녕하세요. 저번에 인사드린 조민희입니다. 내일 엘리티아 방문 예정인데···


아,


갑자기 소싯 적 노래방에서 부른 [한사람을 위한 마음]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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