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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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마후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7.24 16:17
최근연재일 :
2024.09.14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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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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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17화.

DUMMY


“마지막 10번. 황예슬님 들어갑니다.”


황예슬은 이름 자체로 빛나는 섹시의 대명사인 여배우였다. 30대 초반의 그녀는 성숙한 아름다움을 지닌 외모와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스크린에서 찬사를 받고 있었다.


박철 감독이 시작을 지시하자 황예슬은 곧장 연기했다.


“달링.”


그녀는 눈을 내리 깔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순식간에 분위기는 살짝 달아오르는 듯 했다.


“왜 이렇게 나를 외롭게 해. 나 밖에 없다고 속삭인 말은 다 거짓이었어?”


그녀는 갑자기 옷을 찢는 연기를 했다. 그리고 뿜어져 나오는 광기어린 눈빛.


“말해. 말하라고. 내가 질렸으면 제발 말해달라고.”


높은 톤은 달콤한 보이스는 창을 깨는 귀신같은 소음이 되어 울려퍼졌다.


그녀의 음성과 표정 그리고 행동은 순식간에 반전되며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나는 그녀의 연기를 넋놓고 볼 수 밖에 없었다.


박감독도 감탄하며 연기를 칭찬했다.


“홍예슬씨. 진짜 명불허전이네요. 수고하셨어요.”


홍수진 대표도 만족스러운 웃음으로 황예슬을 격려했다.


“굿이에요. 예슬씨. 언제나 프로다운 모습이에요. 잘 봤습니다.”


황예슬은 웃으면 나를 쳐다봤다.


무슨 얘기라도 해줘야 하나.


“처음 시작은 애달펐는데 갈수록 조금 무서워지는 감정을 느꼈어요. 소름끼치는 연기 잘 봤습니다. 황예슬 씨.”


황예슬은 다시 귀여운 표정으로 돌아와 인사를 하고 걸어나갔다. 귀여움과 섹시함을 같이 가진 사람을 찾는다면 많은 사람이 그녀를 지목할 것 같다.


[프로젝트 디보스]의 여주인공을 뽑는 오디션이 마무리되었다.


열 명의 여자 배우들은 하나 같이 혼신의 연기를 펼쳤고 대단했다. 그 중 탑 배우도 몇 명 있었는데 그녀들의 이름값처럼 대단한 연기력이었다.


“고생했어요. 고팀장.”

“수고하셨어요. 고팀장님. 좀 힘드셨겠어요. 호호.”


사실 내가 한 건 별로 없었다. 그냥 구경했을 뿐. 심지어 심사점수표 조차 백지로 홍대표에게 넘겨줬다. 서명만 한 채.


“두 분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앉아만 있어도 힘드네요. 진짜.”


진심으로 기가 빨리는 느낌이었다. 심사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남자 주인공 및 다른 오디션은 일정상 며칠 후에 예정되어 있었다.


지이잉.


자리를 정리하는데 문자가 하나 왔다.


-끝나면 연락주세요.


장미지였다. 그녀는 아마 이번 오디션에 욕심이 있을 것이다. 그녀의 최근 커리어에서는 이렇다할 대작이 없었으니.


‘박감독, 홍대표랑 나름 친하니 기대해 볼만하지 않을까 싶은데.’


비록 장미자가 잘되길 바라지만 총괄 제작자의 대행으로서 프로젝트가 먼저였다. 여주 오디션에 눈에 띄는 사람은 총 세 명이었다.


‘조민희가 대단하던데.’


그 중 조민희란 여배우가 단연 압도적이었다. 그녀는 한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탑스타다. 얼마 전에 개봉한 영화 [너를 사랑하는 이유]는 한국 남성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은 청순가련의 끝판왕이었다.


또 한 명은 황예슬. 그녀는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교포 여배우였는데 이미 탑스타 자리에서 10년 째 군림하며 섹시한 이미지로 자리매김한 배우였다. 다만, 사생활에 대한 이슈가 조금 있었는데 연기력으로 모든 것을 덮는 스타중에 스타였다.


마지막 한 명은 장미지고.


이 세 명 중 누가 선택될지는 박철 감독의 의중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지.


스탭들에게 인사를 하고 오디션 건물을 나왔다.


장미지하고 근처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카페 들어가니 그녀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가볍게 손을 들어 인사를 하고 음료를 주문했다.


“저는 괜찮아요. 오빠만 드세요.”


아직 긴장감이 남아있었는지 그녀는 물만 조금 마셨다.


“아깐 정말 대단했어요. 너무 잘해서 나는 정말 현실인줄 알았네요.”


그녀를 칭찬하며 말문을 열었다.


장미지는 말 없이 나를 쳐다보다가 피식 웃었다.


“훗. 그랬어요? 이여울이 그랬나보죠?”


장미지의 입에서 이여울이란 이름이 나올 줄 몰랐다. 전부터 장미지가 나의 이혼을 알고 있는 줄은 알았다. 하지만 엑스와이프의 이름까지 알고 있을 줄은.


그녀는 나의 놀람에 다시 말했다.


“아, 오빠 엑스 이름을 어떻게 알았냐고요? 어쩌다보니.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고.”


그녀는 태연하게 물을 한 모금 마시며 다시 물었다.


“그래서, 여주는 누가 될 것 같은가요? 심사위원님.”


제일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 벌써 나오네.


나는 솔직하게 말했다.


“미지씨가 되길 바라지만, 제가 어찌할 수 없어요. 전문 영역도 아니고. 저는 자리만 지키고 나온거니까.”


나의 대답에 그녀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창 밖을 봤다.


“사실 안돼도 상관없어요. 나는 그저···”


짧은 순간, 그녀의 옆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캬아. 배우는 배우네.


다시 나를 쳐다보는 장미지. 그녀의 눈빛에 진심과 열망이 동시에 보인다.


“오빠가 하는 일을 같이 하고 싶을 뿐.”


아. 완전 꼬리가 아홉개 달린 구미호구나. 홀린다. 홀려.


나는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앞에 있는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연신 들이켰다.


“흠,흠. 아무튼 오늘 너무 고생 많았어요. 아마 다른 배역들 오디션 다 끝나면 개별 통보한다는 거 같던데.”


나의 말에 그녀는 관심없다는 듯 손으로 턱을 괴며,


“대부분 그렇게 해요. 다 끝나면 개별 통보. 홍대표님이 미리 알려주겠지만.”


그녀는 오디션 얘긴 관심없는 듯 화제를 돌려 말했다.


사소한 잡담을 하고 있을 때 였다.


딸랑-


카페 문에 달린 방울소리가 울렸다. 문이 열리며 큰 키의 늘씬한 서구적 외모의 여인이 들어왔다.


그녀는 우리를 발견하고는 살짝 놀란 얼굴을 짓고 웃으며 다가왔다.


‘황예슬.’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가 귀를 간지럽혔다.


“어멋. 심사위원님이시네. 또 만나서 너무 반가워요.”


그녀는 내게 다가와 배꼽인사를 하고 내 앞에 앉아있는 장미지를 힐끗 쳐다봤다.


“언니도 안녕하세요. 호홋. ”


장미지는 그녀의 인사를 듣는 둥 마는 둥 살짝 고개를 숙일 뿐 아무 말이 없었다.


뭔가 분위기가 싸한데.


“네,네.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황배우님.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랍니다.”


상투적으로 대답하고, 고개를 돌려 장미지를 봤다.


아랫입술을 씹고 있는 표정에서 그녀의 기분을 추측할 수 있었다.


인지도는 황예슬이 장미지보다 위였다.


뭔가 쎈캐 대 쎈캐 인가.


‘장미지 성격상 다른 배우들이랑 친하게 지낸다는게 좀 안어울리긴 하지.’


황예슬은 카운터에서 주문을 한 후 시간이 조금 남았네 어쩌네 호들갑을 떨더니.


태연히 걸어와 내 옆에 앉았다.


“제가 잠시 약속 시간이 남아서 여기 앉았다가 가도 되죠? 헤헤.”


이미 앉았자나. 이미.


“네. 상관 없···”


내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장미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야. 너는 눈도 없냐. 우리 얘기 하고 있는거 안보여?”


장미지의 서릿발 같은 음성에 깜짝 놀라 황예슬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익숙한듯 얼굴에 미소를 유지한 채 대답했다.


“에이. 언니. 오늘만 봐주세요. 오디션 심사위원과 단 둘이 계시는건 남들 눈에도 안좋잖아요. 안그래요?”


무서운 여자다. 없는 구설수도 만들거 같은.


황예슬 대답에 장미지도 할 말을 잊었는지 더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다만 나를 쳐다보는 눈빛이 조금 따가웠다.


설마 나보고 알아서 처리하라는 신호는 아니겠지?


등 뒤에서 식은 땀이 났다.


“저,저기 두 분이 좀 친하신가 봐요. 하하.”


헛웃음으로 어영부영 넘기는 와중에 황예슬이 약간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언니하고 작품을 한···”


그녀는 기억을 더듬는지 아랫 입술에 긴 검지를 대고 눈동자를 위로 살짝 올렸다. 입술에 손가락을 대는 행동 자체가 이렇게 섹시한지 처음 알았다.


“세 번 정도 같이 했어요. 자매 역할도 했었고. 헤헤.”


장미지는 그녀의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같이 작품을 한 것은 사실인가보다.


다만 장미지가 한 마디 내뱉었다.


“친하긴 개뿔.”


이렇게 싫은 티를 내는 장미지도 이상했지만, 장미지의 반응에 전혀 굴하지 않는 황예슬도 정상은 아니었다.


“근데. 두 분이 애인 사이거나 그런건 아니죠? 설마 제가 눈치없이···”


황예슬의 말에 나는 손을 내저었다.


“그런 사이 아닙니다. 장배우님은 전에 저희 회사 CF영상 찍으면서 연을 맺었고요.”


그녀는 더욱 활짝 웃으며 가까이 다가왔다.


“당연한 얘길 제가 물어봤네요. 심사위원하고 지원 배우가 연인이면 내일 아침 신문에 날 일이죠. 호호홋.”


황예슬이 말을 하면 할수록 장미지의 이마 핏줄이 굵어졌다.


“이런, 미친···”


장미지의 신경을 있는대로 긁었는지 황예슬이 빠지려고 했다.


“저 이제 가볼게요. 혹시 명함 한 장 주실 수 있어요?”

“아,네.”


나는 순진하게 명함을 꺼내려고 하는데.


“야. 무슨 꼬리를 칠려고 명함을 달래.”


장미지가 폭발했다.


“빨리 안꺼져!”


장미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에 양 손을 올리며 내려다 봤다. 그 모습은 마치 말 안들으면 끌어내겠다는 무언의 기세였다.


황예슬은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이- 키는 제가 더 크거든요. 아, 시간됐네. 그럼 다음에 봐요. 심사위원니임. 언니두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장미지는 황예슬이 나가자 자리에 털썩 앉으며 짜증냈다.


“지는 하이힐 쳐신고 나보다 키 크다고 지랄이네.”


한동안 계속 혼자말로 저주를 내뱉는 장미지를 보며 끝나기를 기다렸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빨대로 쪽쪽 빨면서.


***


장미지를 한참 달래고 헤어졌다.


여러 사람과 시끌 벅적한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는 길은 왠지 허전했다.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없기 때문인지 발걸음도 서둘러지지 않고.


‘인생 참 무상하구만. 이혼하면 좀 한가해질 줄 알았는데.’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해는 이미 떨어지고 어둠이 가득한 저녁이었다.


지금 사는 집은 이여울과 함께 살았던 그 집이다. 그녀의 짐이 빠지고 허전한 감이 있었지만 이제는 익숙해져 특별히 다른 가구나 집기를 채우지 않았다.


역에서 약 10분을 걸어야 하는 거리였는데, 그 사이 인적이 드문 골목 몇 군데를 지나야 했다.


큰 길로 다니지 않고 골목을 찾아 집으로 향하는 이유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인적이 드문 곳에서 피는 담배가 꽤 맛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길빵 할 정도로 뻔뻔하지 않았고.


지금도 담배를 하나 물고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골목길을 지나고 있다.


후우-

담배맛 조오타-


평범했던 나의 삶에서 뭔가 큰 변화가 일어난 건 뜻하지 않은 신기한 힘 때문이었다. 그 수술로 영향 받은 내 육체는 각성이란 신비한 능력을 하나씩 깨우며 점점 별난 사람이 되가고 있는 중이다.


이러다 괴물이 되는건 아닐까?


언제 없어져도 모를 내가 얻은 각성의 힘을 곰곰히 생각하고 있을 때 였다.


골목 맞은 편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급하게 담배를 끄고 꽁초를 손에 쥐었다.


‘아쉽네. 아직 장초인데.’


피다 만 담배를 아쉬워하며 그를 지나쳤다.


푹-


허리 근처가 뜨거웠다.


담배 불을 잘못꺼서 담배똥이 튀였나 생각했다. 그런 생각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 파랗게 질려 날 쳐다봤다.


“박희봉 과장···?”


얼마 전, 우리 팀의 장대리를 비하하여 내가 화를 낸 영업1팀 박희봉 과장이었다. 박과장은 당시 큰 충격으로 병가 휴직을 신청했다고 들었다.


박과장은 손을 덜덜 떨며 중얼거렸다.


“네,네가 먼저 한거야. 고산. 네가 먼저 날···”


그는 뒷걸음치며 미친 사람마냥 중얼거렸다. 나는 그에게 손짓하며 걸음을 떼려고 했는데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았다.


“지금 무슨 소리를···.윽!”


허리가 뜨겁다 못해 타는 것 같았다. 손을 허리쪽으로 내리니 무언가 잡혔다.


손잡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손잡이 주변으로 붉은 피가 흐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줄줄 쏟아지고 있었다.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아 잠시 앉았다.


머리가 핑 돈다.


손잡이를 바라보니 어른의 손아귀에 딱 들어맞는 크기였다. 그리고 손잡이 앞에 분명히 있어야할 날은 내 몸 안으로 사라져있었다.


씨바. 나 칼침 맞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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