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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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마후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7.24 16:17
최근연재일 :
2024.09.14 00:5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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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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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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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20화.

DUMMY


한시간 전.


고산 팀장이 나가고 회의실에는 이여울과 한경희 단 둘이 남았다. 이여울은 자신이 그토록 보고싶었던 한경희가 조금 시크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한경희 작가님. 공식적으로 수상자 인터뷰를 해야 해요. 그러니 이해해 주시길요.”


이여울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의도를 전했다. 한경희는 표정의 변화없이 대답했다.


“네. 좀 빨리 끝내주시면 좋겠어요. 업무가 바쁘거든요. 그리고 저 작가아니니까 편하게 불러주세요.”


이여울은 변하지 않는 그녀의 태도에 작게 한숨이 나왔다.


“후, 경희씨. 먼저, 나이도 많지 않으신데, 어떻게 그런 경험과 사유를 담으셨는지가 궁금해요.”


이여울은 답변을 기다리며 준비된 수첩에 필기할 자세를 잡았다.


한경희는 그녀를 똑바로 쳐다보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그건···”


잠시 뜸들이던 한경희는 편한 표정이 되어 이야기했다.


“누군가를 대신해서 그의 마음이 되어보면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제가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그의 마음에 동화되어 느낀대로 썼을 뿐이니까.”


이여울은 대답없이 경청했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근본적인 선함. 작은 행동에서 나오는 다정함. 그리고 듣고 경험한 그의 철학을 담고 싶었어요. 그리고 이혼의 심경까지.”


이여울은 한경희의 글에 왜 공감했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무언가 자신이 경험했던 것과 알 수 없는 밀접함이 문장 문장마다 담겨 있었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되요.”


그리고 이여울은 다음 말을 속으로 삼켰다.


‘경희씨. 어쩜 그렇게 제 마음과 같은 부분이 많은지···’


이여울은 말을 하면서도 글에서 느낀 심경에 울컥되는 것을 느꼈다.


그녀가 보기에 한경희는 앳된 소녀같았다. 귀여운 얼굴에 두꺼운 뿔테 안경. 꾸밈 없이 입은 옷차림도.


자신처럼 젊은 나날을 다 보내지도, 결혼과 이혼의 혼란을 겪지 않은 순수한 영혼 같은.


한경희에게 느끼는 사소한 질투와 부러움이 그녀에 대한 추앙과 지켜보고 싶은 마음으로 커져갔다.


“경희씨. 우리 연락하고 지낼래요?”


이여울의 뜬금없는 말에 한경희는 질색했다.


“무,무슨 소리에요. 저는 고산 팀장님이 업무라고 하셔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거에요.”


뿔테 안경을 고쳐쓰며 단호하게 말했다.


“이 시간 이후, 다시는 당신과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한경희의 말에 이여울은 큰 벽을 느꼈다. 만나기 전부터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적대감의 실체를 알고 싶었다.


“저를 이렇게··· 거리두는 이유가 뭐죠?”


한경희의 표정은 더욱 냉담하게 변했다.


“굳이 그런 것 까진 말할 필요가 없어 보이네요. 인터뷰 끝나셨나요?”


이여울은 간절했다. 눈 앞의 여자와 대면하는 걸 얼마나 설레이며 기다렸는데.


“겨, 경희씨. 저에게 큰 반감이 있으신 것 같은데···제발. 제 마음을 알아주세요.”


한경희는 이여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독백하듯 말을 시작했다.


“저는 당신이 고산 팀장님과 이혼한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어요.”


이여울은 큰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그, 그걸 어떻게···”


이여울의 반응은 무시하며 말을 이었다.


“오래전부터 고산 팀장님을 관찰했죠. 왜냐하면 제 친구가 그 분을 짝사랑했거든요.”


한경희는 퇴사한 세희를 생각하니 좋으면서 미안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계속 지켜보며 스토커 짓을 좀 했어요. 그분의 말투, 행동, 습관을 주시하며. 그러다가 우연히 직장 동료에게 그분의 자세한 이혼스토리를 들었죠.”


이여울은 묵묵히 듣고 있었다. 자신도 모르는 전 남편의 이야기를.


“이혼 당하셨더라고요? 그리고 몸도 너무 아팠고. 저는 그 당시에 팀장님이 지었던 표정과 행동, 말투가 다 기억나요. 아, 그래서 그런 눈빛이었구나 하는.”


한경희는 감정이 점점 격해졌다.


“그래도 엄청 다정했어요. 몸과 마음이 다 아팠을텐데. 티를 내지 않았고 그 누구에게도 싫은 표정이 없었어요. 저는 의문이 들었죠. 왜 저런 분이 이혼당했지? 물론 제가 모르는 무언가 있을 수 있죠.”


이여울이 한마디 했다.


“부부 사이의 관계는 남들이 알 수 없어요. 휴우. 그냥 그뿐이에요.”


한경희는 상관없다는 듯 말했다.


“팀장님이 말하지 않았지만 저는 알 수 있어요. 얼마나 극복하려고 노력했는지. 그래서 제가 관찰한 1년을 그 에세이에 담았어요.”


그리고 한경희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마지막이라는 듯.


“그냥 그뿐이에요.”


이여울과 똑같은 문장으로 끝내며 등을 돌렸다. 이여울은 그런 그녀를 붙잡았다.


“잠시만요!”


한경희가 다시 고개를 돌리자 이여울이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제,제가 미쳤나봐요. 이런 말 이상하지만, 한경희씨가 좋아요.”


한경희가 멈칫 하자 이여울은 계속 가슴에서 나오는 감정을 토해냈다.


“당신 글을 계속, 계속 몇 번이고 읽었어요. 경희씨 글이 저를 치유해요. 그러니···”


한경희는 회의실 손잡이를 돌리며 말을 잘랐다.


“그거. 착각이에요. 이과장님. 왜냐하면 저는 팀장님이 되어서 그 글을 쓴거니까요. 아마 이과장님은 제가 담은 고팀장님의 마음을 이제서야 알았을지도요.”


한경희는 잠시 정지한듯 문을 보고 서 있었다.


“아, 이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한경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행복한 표정이었다.


“나, 우리 팀장님 좋아해요. 죽도록.”


그리고 한경희는 회의실 문을 열고 나갔다.


***


“예에? 조민희요?”


[프로젝트 디보스]의 여주인공이 결정되었다. JS엔터의 홍수진 대표는 나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설명했다.


“네. 그렇게 됐어요. 아무래도 조민희가 갖고 있는 역량이나 티켓 파워가 흥행에 큰 영향을 줄 거 같다는 판단이에요.”


그녀의 말은 당연한 것이다. 조민희라는 이름 석자는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통하니까.


“그럼, 남자 주인공은 어떻게 됐어요?”


홍대표가 내 물음에 대답했다.


“남주는 조석훈으로 결정됐어요. 아무래도 조민희랑 케미를 고려해서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유강호는 배제했어요. 아쉽지만.”


둘 다 같은 조씨네. 설마 조지는 건 아니겠지.


작년 멜로 영화로 초대박을 친 [너를 사랑하는 이유]의 여주인공은 조민희였다. 그녀는 이후, 청순함의 대명사가 되어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성장했다.


조석훈은 이천년대 초 인기 남성 그룹 T.O.P. 멤버로 30대에 들어서며 연기자로 변신하였다. 그 후 승승장구 하여 탑배우의 반열에 올라선 보기드문 가수 출신이었다.


둘의 그림은 좋아보이네. 근데 장미지는 어쩌나. 홍수진 대표가 알아서 케어하겠지만.


나는 관심없는 척하며 그녀의 근황을 물었다.


“아, 맞다. 그···장미지 배우님은···”


홍대표도 방법이 없는지 한숨을 쉬었다.


“휴우. 그러게 말이에요. 많이 삐졌는지 제 연락도 안받네요.”


그 정도에 침울할 성격으로 안보였는데.


“제가 시간을 많이 뺏었네요. 바쁘실텐데. 그럼 대본 리딩할 때 봬요. 고팀장님.”


홍대표와 전화를 끊고 위로를 위해 장미지에게 연락했다.


뚜우- 뚜우-


“여보세요···”


분명 목소리는 그녀인데 왠지 힘이 없었다.


“저. 고산입니다.”

“알아요.”


“저··· 홍대표님한테 연락 받았어요. 잘 안됐다고···”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까 하다가 그녀의 반응을 먼저 살폈다. 예전처럼 화를 내는 게 차라리 속 편한데.


“별 수 없죠. 제가 모자란 탓인데.”


진짜 아픈 거 같은데.


“아니에요. 미지씨. 운이 없었던 거죠. 다음에 더 좋은 기회가···”

“됐구요. 저 기운 없으니까 이만 끊어요.”


뚜-


마음의 상처가 정말 심한 것 같았다. 받은 도움이 많으니 어떻게든 위로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 놔두는 것이 낫다고 생각됐다.


그리고 며칠이 바쁘게 지나갔다.


업무 일정을 마치고 퇴근할 무렵이었다.


띠링-


JS엔터 홍수진 대표의 문자였다.


-고팀장님. 미지 집 아시죠? 연락도 안받고 걱정되는데 혹시 방문해 주실 수 있을까요?


왜 내가 가야하는지 묻지 않았다. 어차피 한번은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으니.


조금 이른 퇴근을 한 후 장미지의 집 현관에 도착했다.


띵동- 띵동-


인기척이 없었다.


그녀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현관문에 서있는데 안에서 전화벨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었다.


‘집 안에서 쓰러진건 아니겠지?’


별에별 상상이 들며 마음이 점점 조급해졌다. 급기야.


쾅- 쾅-


“미지씨! 안에 있어요? 미지씨!”


크게 외치며 문을 두드렸다. 한참을 두드리고 있는데.


끼익-


“남의 집문 부시려고요?”


헝크러진 머리와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로 장미지가 문을 열었다. 뻘쭘 해진 나는 그녀에게 사과했다.


“아, 죄송합니다. 전화를 안받아서 혹시나 하고···”

“크크큭.”


웃는 그녀를 보니 안심이 되었다.


그녀가 문을 열어 줘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기억하고 있는 집 내부가 아니었다.


찌그러진 맥주캔과 먹다만 과자 봉지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배달 음식으로 남은 플라스틱이 산처럼 쌓여있었다.


그래. 뭐. 상심이 클 테지.


도대체 며칠이나 이러고 살았는지 짐작이 되지 않았다.


“얼마동안 집 밖으로 안나갔어요?”


장미지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포니테일 형태로 묶으며 말했다.


“한··· 일주일?”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지만 그녀의 음성에는 상심이 묻어 있었다.


“뭐라도 먹으러 나갈래요?”


그녀는 잠시 생각하는듯 하더니 거절했다.


“아니에요. 그냥 집에 있고 싶어요. 배고프시죠?”


“아, 아닙니다. 저보다는 미지씨가 먹어야죠.”


“그것보다 저 좀 씻고 올게요. 하루종일 안씻어서 몸에서 냄새나요. 부끄럽게.”


“네,네.”


그녀는 대담하게 화장실 앞에서서 겉옷을 풀렀는데, 극장의 천막처럼 후두둑 아래로 떨어졌다.


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딴 곳으로 돌렸지만 모든 시야를 차단 하진 못했다.


꿀꺽.


침 넘기는 소리가 저기까지 들리겠네.


장미지가 화장실로 들어가고 나서 겉옷을 벗고 소파에 편하게 기대앉았다.


뭔가 위험한데. 나의 직감이 경고한다. 위기라고.


이런 저런 망상으로 앉아있다가 잠이 들었다.


그리고.


헉-


나도 모르게 헉 소리를 내며 깼다.


소파 근처에서 장미지가 앉아 나를 물끄러미 쳐다 보고 있었다. 창 밖을 보니 이미 한 밤이었고 시간은 저녁 11시를 지나고 있었다.


“아, 정말 미안해요. 제가 깜빡 잠들었는데···”


그녀는 조용히 웃으며 소파에 기대어 나를 쳐다봤다.


아, 진짜 위험한데.


꼬르륵-


정직한 내 배는 묘한 분위기를 깨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호홋. 오빠. 배고프죠?. 저야 워낙 1일 1식에 단련 되서 괜찮은데. 라면 하나 끓여 드릴게요. 조금만 기다려요.”


그녀가 소파를 집고 일어나며 입고 있던 가운이 살짝 들쳐줬다. 그녀는 가운이 몸에 걸친 유일한 옷임을 드러내며 주방으로 걸어갔다.


나무아미타불. 할렐루야. 아싸라비아 콜롬비아.


세상의 온갖 주문을 외우며 심마(心魔) 떨치려 노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솟아올라오는 마귀놈은 어쩔 수 없지만.


“드세요.”


장미지가 차려준 라면을 먹으며 주린 배를 채웠다. 역시나 먹는 걸 쳐다만 보는 그녀.


“근데 너무 안드시는거 아니에요?”


내가 잘 때 혼자 먹었는지. 아니면 배우들 세상은 다 저런 건지.


그녀는 웃으며 딴소리를 했다.


“오빠. 오늘이 소원 카드 쓸 타이밍이네요.”


무슨 말인지 몰라 의문스런 표정으로 국물을 마시고 있었다.


“오늘 오빠는 집에 못간다는 소원을.”


나는 마시던 국물을 장미지 얼굴에 대차게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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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22화. 24.08.22 203 6 12쪽
21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21화. +1 24.08.21 209 4 14쪽
»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20화. 24.08.20 233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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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17화. +1 24.08.15 257 7 12쪽
16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16화. 24.08.14 274 8 14쪽
15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15화. 24.08.13 304 9 13쪽
14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14화. 24.08.12 294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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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12화. 24.08.09 317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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