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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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마후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7.24 16:17
최근연재일 :
2024.09.14 00:58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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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35
글자수 :
199,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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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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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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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26화.

DUMMY


넷플릭스 시리즈 [프로젝트 디보스] 제작발표회 날, 대형 행사장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곳은 시리즈의 첫 선을 보이는 자리로, 주연 배우들과 조연 배우들, 그리고 감독과 제작진이 모두 모여 있었다. 그들의 눈빛은 기대와 설렘으로 반짝였고, 주변에는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덕분에 여기까지 왔네요. 고마워요. 고팀장님.”


JS 엔터테인먼트 홍수진 대표가 내게 말했다. 그녀의 우아한 드레스는 몸매를 감싸며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돋보이게 했다.


“모두 홍대표님 덕분이죠.”


나는 그녀에게 공을 돌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수 많은 기자들이 도열해 있고 진행자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유명 방송인 박공림 이었다.


그녀는 개그맨에서 진행자로 성공적인 변신을 했고 전문성을 인정 받아 국내 큰 무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진행 스크립트를 끊임없이 확인하며 오늘 발표회를 체크했다.


무대 위에는 커다란 스크린이 설치되어, [프로젝트 디보스]가 곧 세상에 공개될 순간을 기념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수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일찍부터 자리를 잡고 카메라와 노트북을 꺼내 실시간으로 기사를 전송하려 했다.


플래시가 연신 터졌고, 취재 열기로 행사장은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들 사이에서는 이번 시리즈에 대한 다양한 추측과 기대가 오갔으며, 누가 주목할 만한 신예인지, 또 어떤 배우가 다시 한 번 연기력을 증명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끊임없이 이어졌다.


박공림은 마이크를 든 채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풀어갔다.


"여러분, 오늘 정말 대단한 날입니다! 이렇게 뜨거운 열기, 마치 제가 주연인 줄 알았어요!"


그녀의 말에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졌고, 그녀도 만족스러운지 입꼬리를 올렸다.


“자, 이제부터 프로젝트 디보스 제작발표회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녀의 개시 선언에 모두 집중했다.


“주인공들을 소개하기에 앞서 티저 영상을 시청하겠습니다!”


장내가 어두워지고 커다란 스크린으로 유튜브 넷플릭스 채널에 공개되었던 티저 영상이 나왔다.


“와아아아아-”


고고한산 역의 한경희가 스포츠카를 타고 달리는 모습에 열광하던 관객들은 나레이션이 나오자 곧장 숙연해졌다.


사람들의 몰입이 절정에 다다를때 쯤 누가 내 어깨를 툭 쳤다.


그를 보자 나도 모르게 허리가 90도로 꺽였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김철환 대표는 스크린을 주시하며 말했다.


“고팀장 목소리는 정말 예술이야. 설득력이 있어요. 저 사람들을 좀 봐봐요.”


그의 말에 나는 장내를 다시 둘러봤다. 어떤 기자는 넋놓고 보면서 타자 치는 것을 잊은 듯 했다.


“과찬이십니다.”


김철환 대표는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처제 좀 잘 부탁합니다. 워낙 천방지축인데 고팀장 말은 잘 듣는 것 같더라고.”


나는 황송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언제 내 말을 잘 들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김철환 대표가 몇 마디 더 격려하고 수행 비서들과 자리를 떠났다.


영상이 끝나자 박공림이 말을 했다.


“와우. 대단한 영상이죠, 여러분? 근데 제가 제작진에게 제보를 하나 받았습니다.”


관객들은 그녀의 말에 집중했다.


“방금 보신 그 멋진 영상의 나레이션 당사자가 이 자리에 계시다고 하더라고요!! 한번 모셔 볼까요?”


설마, 나!?


“네에에에에.”

“와아아아.”


박공림은 내 얼굴도 모를텐데.


“여기 혹시 고산 팀장님 어디 계세요?”


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나는 얼굴이 화끈거려 도망갈까 생각했지만 홍수진 대표가 나를 주시하며 웃는 것이 보였다.


아오. 저 불여시 같은 양반.


나는 손을 살짝 들었다 내리고 무대로 걸어나갔다. 사람들은 웅성대며 박수를 쳤다.


짝짝짝짝짝.


무대에 서니 눈부신 조명과 플래시만 보이며 관객들은 보이지 않았다. 박공림은 내게 마이크를 넘기며 나레이션의 한 부분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안, 안녕하세요. 고산이라고 합니다.”


나는 먼저 정중히 인사를 했다. 하지만 직전 영상의 효과인지 사람들은 감탄사를 내며 웅성거렸다.


“와아아아.”

“맞네. 저 목소리네. 진짜 멋지다.”

“남자인 나도 반할 거 같은데.”

“오빠아아아아.”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레이션의 한 부분을 생각하며 심호흡을 먼저 했다.


흡- 후우-


그리고 실제 이혼의 심경을 떠올리며 눈을 감았다.


“모든 미움과 갈등은 그곳에 남겨두고 떠나야 한다. 결국 나는 홀로 살아가야 하고 그 뒤끝이 길수록 나의 삶은 황폐해지기 때문이다.”


나레이션이 끝났는데 관객석의 반응이 없었다. 살짝 눈을 뜨니 느껴지는 긴장감.


한계에 다다른 고요한 침묵. 그리고 숨을 고른 탄성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최고다.”


박수와 함께 터지는 환호성에 겸언쩍었지만 기분은 상쾌했다. 그리고 관객석으로 다시 돌아가니 많은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며 수근거렸다.


알 수 없는 우쭐함과 뿌듯함이 온 몸을 지배했지만 이를 악물고 터지는 웃음을 참았다.


크으. 기분이 좋구나.


박공림이 다시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럼 이제부터 이 시리즈의 주인공들을 모시겠습니다.”


그녀는 무대 뒷편에서 신호를 주는 스태프의 수신호를 확인하고 마이크에 입을 가까이 가져갔다.


“먼저 박철 감독님부터 모시겠습니다.”


박공림의 말에 박철 감독이 구석에서 나왔다. 그가 계단 위 단상을 올라가는 중에도 소개가 계속 이어졌다.


“항상 영화계를 놀라게 했던 박철 감독님. 이번에는 넷플릭스 시리즈로 돌아오셨습니다.”


박철 감독은 항상 빵모자에 덥수룩한 수염으로 일관된 컨셉이었다. 그가 단상 중앙에 도착하자,


“자, 감독님 왼쪽부터, 네, 끝쪽까지 봐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정말 많은 기자님들께서 함께 해 주셨습니다.”


입을 쉬지 않는 박공림은 본인이 왜 영화판 진행의 일인자인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네, 정면-”

“그리고 왼쪽 끝쪽을 좀 봐주시고요. 네.”

“감독님. 손 인사도 좀 부탁 드릴까요? 네.”


박철 감독은 박공림을 못마땅하게 쳐다봤다. 마치 적당히 좀 하라는 듯.


하지만 금새 카메라를 의식하며 자본주의 웃음을 꽃피웠다.


“네. 감독님 감사합니다. 다음으로 배우 조석훈 씨를 모시겠습니다.”


박공림의 멘트에 수트 차림의 조석훈이 멋진 걸음걸이로 단상 위로 올라왔다. 박철 감독과 마찬가지로 포토 타임을 한 차례 갖고 마련된 자리에 착석했다.


조석훈을 시작으로 조민희, 장미지, 리딩에서 빠졌던 김훈 역의 김명인 그리고 조연 2 명이 더 무대 위로 올라왔다.


오늘 제작발표회로 올라온 배우들은 한껏 차려 입고 풀메이크업을 한 채 자신의 가치를 뽐냈다. 그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조민희와 장미지였다.


조민희는 깔끔하고 단정하지만 품위 있는 투피스로 차려 입은 반면, 장미지는 화려하고 붉은 원피스로 대조를 이뤘다.


저런게 다 역할에 대한 컨셉을 잡고 의상을 맞춘거겠지.


무대 위에 올라와야 할 사람들이 다 모이자 박공림은 질문을 시작했다.


“조석훈 배우님. 고무산은 어떤 인물인가요?”


조석훈은 마이크를 입에 가져가며 만면에 웃음을 지었다.


“고무산은 우리 주변에 흔한, 우연히 한 여자를 사랑해서 결혼 평범한 가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결혼이 지속되는 동안 점점 변해가는 아내의 혼란을 옆에서 겪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그런 중년 남성입니다.”


박공림은 감탄하며 말했다.


“와우. 그럼 남주의 심리 묘사가 정말 치열할텐데요. 너무 기대가 됩니다. 그럼 여주를 모셔볼까요?”


마이크를 건네 받은 조민희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네에. 헤헤.”

“여주 강이정은 또 어떤 사람인지 설명해 주실까요?”


조민희는 고개를 돌리며 어리숙한 흉내를 내며 경쾌하게 대답했다.


“이 친구는 본능에 충실하고, 본성에 충실한 그런 캐릭터예요. 삶의 만족보다는 재미와 스릴을 즐긴다고 할까···”


사람들은 조민희의 즉각적인 연기에 박수를 보냈다.


“정말 몰입하고 계신 거 같아요. 더욱 기대가 됩니다. 그럼 이수희 역에 장미지 배우님.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시죠?”


박공림의 질문에 장미지는 조용히 마이크를 들었다.


“네. 너무 떨리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저도 응원 열심히 할게요. 작중 연기를 잠시 부탁드려도 될까요? 이수희로.”


장미지는 심호흡을 하더니 갑자기 표정이 무섭게 변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조민희를 향해 소리쳤다.


“야. 확실하게 행동해. 어설프게 굴지 말고.”


조민희는 장미지의 갑작스런 행동에도 침착하게 반응을 하지 않았다. 아니, 극 중 강이정처럼.


장미지는 더욱 심하게 조민희를 몰아쳤다.


“내 말이 말 같지 않니? 귀가 막혔어!! 이제 내 남자야! 내 남자라고!”


갑자기 일어나는 장미지. 그녀는 조민희의 자리로 가서 얼굴에 대고 외쳤다.


“네가 이제와서 구걸 해봐야 너한테 돌아가는건 참혹한 후회 뿐이야! 알았냐. 이.년.아.”


마지막 말에 조민희는 안색이 붉어지며 장미지를 쳐다봤다. 그리고 작게 말하는 조민희.


“마지막 말은 대본에 없는···”


하지만 장미지는 조민희가 쳐다보든 말든 다른 곳을 째려본다? 근데 그게···


이런 제길. 내가 왜에에에에.


한차례 열기가 지나가고 박공림은 서둘러 장내를 정리했다.


“우리 배우님이 연기에 몰입하셔서··· 하하. 여러분 너-무 재밌겠죠? 애드립이 장난 없네요. 하하하하.”


웅성거리던 관객들도 박수를 치며 분위기는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박공림이 말했다.


“자, 이제 배우분들과 관계자분들 단체 촬영 진행하겠습니다.”


그 광경을 쳐다보고 있는데 홍수진 대표가 나에게 손짓했다.


나? 나도?


배우들과 제작진, 그리고 홍수진 대표와 내가 단상에 올라갔다. 나는 제일 끝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때였다. 조민희가 두리번 거리며 누구를 찾았다.


중앙에 있던 그녀가 내 손을 잡고 가운데로 끌고 가는데···


왜, 왜 이러는데. 나는 배우도, 제작진도 아니라고.


그렇게 어정쩡하게 서 있는데 내 왼쪽으로 누가 끼어들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반대편에 있던 장미지가 어느새 내 옆으로 와 코웃음을 치며 서 있었다.


“흥. 정신 팔려가지고.”


한쪽에서 박공림이 말했다.


“자, 여러분 정면을 보고 웃어주세요.”


하나, 두울, 팡-


나는 이 상황이 어질어질 하고 플래시가 눈 앞에 터져 어쩔 줄 몰랐다.


“이상으로 [프로젝트 디보스] 제작발표회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날 기사에 대문짝만하게 나온 사진이 다른 주제로 화제를 끌었다.


그 사진은 배우들보다 나 때문에 주목을 받았고, 나는 민망하게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내 오른쪽 팔은 조민희가, 왼쪽 팔은 장미지가 점령하며 가까이 붙어 있었기 때문에. 그것도 매우 밀착해서.


그래서 나는 한동안 인터넷에서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저 새끼 누구냐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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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27화. 24.08.29 152 4 11쪽
»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26화. 24.08.28 159 4 11쪽
25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25화. 24.08.27 178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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