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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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마후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7.24 16:17
최근연재일 :
2024.09.18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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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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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4화.

DUMMY

장 대리는 꾸미는 것을 좋아했다.


퇴근 직전 화장실에서 뭔 짓을 하는지 화장한 얼굴로 나왔고, 머리숱이 별로 많지 않은 머리를 바쁘게 손질했다.


“장 대리. 그렇게 꾸미고 어디가? 여자라도 만나러 가는 거야?”


한번은 너무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었다.


“에이. 여자에게 관심 없어요. 클럽 가요. 클럽. 후훗”


이태원의 어느 단골 클럽을 간다고 했는데, 이제 생각해보니 거긴 게이 클럽인 것이었나.


여성용 파운데이션을 가부키 화장처럼 두껍게 바르고, 이질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뒷모습은 언제나 우스꽝스러웠다.


당시 몇몇 직원들은 뒤에서 손가락질 했지만 이런 성향인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그런 장 대리가 다시 침대에 올라오는 장면은 거의 영화 ‘부산행’의 좀비가 달리는 기차로 올라오는 연출이었다.


“잠, 잠깐.”


사력을 다해 장 대리의 두꺼운 면상을 밀어내며 버티고 또 버텼다.


헉. 헉.


“알았으니까. 올라오지 말고 거기서 말해.”


나는 첫 경험을 앞둔 소녀의 심정으로 이불을 끌어 가슴을 가리며 말했다. 장 대리는 술이 좀 깼는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고는 방 안쪽 테이블에 앉아 사연을 털어놨다.


“미안해요. 팀장님. 제가 흥분해서···”


잠시 안정된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


“어릴 때부터 이런 성향은 아니었고···”


나를 쳐다보지 못하고 허공에 말을 이었다.


“20살 쯤, 술을 적당히 먹고 구로역 근처 사우나를 간 적이 있어요. 근데 그 사우나가 알고 보니 그런 사람들만 오는 곳이더라구요.”


헉쓰.


나도 모르게 손으로 입을 막았다.


“...씻고 사람들 사이에 끼여서 잠시 눈을 감았어요. 술을 먹고 따뜻하니까 금방 취기가 오르고 잠이 들었죠.”


꿀꺽.


침 넘어가는 내 울대의 움직임이 크게 느껴졌다.


“한참 자고 있는데 꿈인지 현실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누군가 제가 덮은 담요 밑으로 들어 오더라구요. 그리고···”


나의 동공은 커질대로 커지고.


“... 그런데 좋았어요. 젠장, 좋더라구요!”


그 말을 한 장 대리는 갑자기 나를 쳐다보았다. 나도 모르게 뒤로 갈 곳이 없는 침대머리로 몸을 바짝 밀착했다.


“팀장님! 제가 장담하는데 팀장님도 좋을 거에요. 처음이 힘들지.”


그리고 몸을 일으키는 장 대리. 나를 향해 야수의 모습으로 덮치려는 찰나.


“꺼져. 이 개 새야!”


슈욱!


육두문자와 함께 내 손을 떠난 볼펜이 정확하게 장 대리의 눈을 가격했다.


턱-


“악!”


짧은 비명소리와 함께 고개를 숙인 장 대리.

잠시 후 ‘미워’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방 문을 뛰쳐 나갔다.


다음 날 아침.


장 대리 때문에 잠을 설쳤지만 조식 시간이 되어 1층 로비 옆 뷔페 룸으로 갔다. 먼저 나와 자리에 앉아 있는 조 과장이 보였다.


“좋은 아침이에요. 근데 장 대리는요?”


조 과장의 물음에 어떻게 설명을 할까 고민하다 적당하게 대답했다.


“새벽에 잠깐 바람 쐬러 나간 것 같은데, 잠들어서 확인을 못했어요. 설마 밖에서 잤나?”


“아. 그래요?”


의심이 잔뜩 있는 표정이었지만, 나는 짐짓 모르는 척 음식에 집중했다.


30분 쯤 후.


저 멀리서 까치집 머리를 한 장 대리가 걸어왔다.


“팀···팀장님. 조 과장님 안녕하세요.”


나는 고개만 까딱거리며 인사를 받았고 조 과장이 자리로 손짓했다.


“장 대리. 여기에요. 어딜 갔다 이제 와요?”


“어제 잠이 안 와서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 했는데 로비에서 잠 들었나 봅니다.”


우리 셋은 어제의 일을 더 이상 묻지 않고 조용히 식사를 마쳤다.


***


엘리트스피어는 우리 회사인 엘리티아의 미국 자매 회사였다. 서로 전략적으로 엔지니어를 공유하는 관계였는데, AI분야 설계에 대한 파견 및 IT 개발에 관한 비용 및 일정을 결정해야 했다.


한국 쪽에서 대표가 참석하지 않아 미팅에 참여한 상대 최고 직급은 수석 엔지니어인 리처드 황이었다. 리처드 황은 중국계 미국인으로 서글서글한 인상이 호감형이었다.


“반가워요. 멀리서 오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어제 호텔은 괜찮으셨나요?”


“네. 덕분에 잘 쉬었습니다.”


적당한 아이스브레이킹을 마치고 본론에 들어갔다. 전문적이고 긴 업무에 대한 설명 및 이해, 그리고 정확한 의사전달을 위해 조 과장이 통역을 했다.


우리는 약 10개월의 프로젝트에 대한 투입 인력 및 비용을 산정해서 전달했고 엘리트스피어에서 다 수용함으로써 회의는 마무리 되었다.


“고 팀장님. 당신을 보니 참 믿을 만 합니다. 앞으로 우리 잘해봅시다.”


리처드 황은 호의적인 웃음을 지으며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감사합니다. 성공적인 프로젝트 완료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우리 셋은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비행기는 내일 아침이라 하루를 더 호텔에서 보내야 했다. 그때 조 과장은 자기 방으로 돌아가고 쭈삣대는 장 대리가 보였다.


장 대리는 우물쭈물하다가 나에게 다가왔다.


“팀, 팀장님. 저기···”


뭐라고 말을 해야 하나.


고개를 숙이며 손을 모은 모습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았지만 진정성이 느껴졌다.


“괜찮아. 근데 나 일반인이야.”


앞으로 얼굴을 봐야 하니 별일이 아닌 것처럼 넘겨야 했다. 하지만 성적 취향은 단호하게.


몇 초간 숨 막힐 듯 한 정막이 이어지다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가 들렸다.


“팀···장님이 좋았어요. 그래서 숨기느라 힘들었어요. 이제 포기하려고요. 이 정도지만 그래도 잘 지내고 싶어요. “


물을 마시고 있었다면 뿜을뻔 했다.


한 소리 하고 싶었지만 너무 진지한 장 대리의 표정을 보고 그만 두었다.


그날 우리 셋은 자유 시간을 갖기로 했다. 조 과장은 쇼핑을 하러 나갔고, 장 대리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는 그냥 호텔에 남아 낮잠을 잤다.


띠링-


몇 번 본 파란 화면이 호출되었다.


[애정의 인과율에 따라 각성 항목이 늘어나거나 진화합니다.]

[당신의 피부에 건강함이 깃듭니다.]

[매끈하고 윤기 나는 피부로 개선됩니다.]


잠에서 깬 나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헉. 피부에서 광이 나네.


컨디션이 좋아 보인다. 부티나 보인다. 오늘 따라 잘 생겨 보인다 등의 말이 적합한 모습으로 큰 거울 앞에 내 피부가 많이 바뀌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달고 살았던 분화구처럼 푹푹 패인 여드름 자국은 온데간데 없고, 잡티 없는 매끈한 피부로 탈바꿈했다.


파리가 앉다가 미끄러지겠네.


옷을 차려 입고 로비로 내려갔다. 잠시 후, 조 과장은 쇼핑백을 잔뜩 안고 나타났다.


“호호, 살 것이 왜 이리 많은지. 근데 팀장님 잘 쉬셨나 보네요. 컨디션 좋아 보이세요. 이따 저녁 때 봬요.”


쇼핑 때문인지 신난 모습으로 자기 방에 올라갔다. 그리고 장 대리는 바쁜 일정으로 늦을 거라며 저녁 식사는 따로 하겠다고 전해왔다.


저녁은 조 과장과 단둘이 먹게 되어 호텔 밖으로 나갔다.


“팀장님. 제가 잘 아는 곳이 있는데. 그곳으로 갈까요?”

“좋아요. 조 과장과 단둘이라니 두근거리네요. 하하.”


왠지 모를 야릇한 말이 오고 갔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워낙 조 과장은 오래보았고 그 선이라는 것을 너무 잘 알았다.


조 과장이 날 데리고 간 곳은 한적한 로컬 식당이었다. 그 곳은 의외로 한식당이었는데 이민 1세대가 운영하는 삼겹살 집이었다.


“팀장님. 어때요? 미국에서 삼겹살. “

“좋습니다. 제가 잘 구워 볼게요.”


치이이익.


우리는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며 오손도손 분위기를 즐겼다. 소주 빈 병이 세 병이 될 때쯤.


“팀장···뉨. 요새 왜 이리 멋져지셨나요?”


약간 발음이 세는 조 과장은 살짝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조 과장이 술 취해서 그래요. 똑같아요.”


그녀의 접시에 익은 고기를 올려주며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말을 했다.


“이거봐. 이거봐. 달라졌어. 뭔가 변했어!”


뭔가 어수선해진 조 과장은 혼잣말을 계속 했다.


“팀장님. 뭔가 숨기는 거 있죠? 빨리 말해줘요. 빠알리!”


뭔가 계속 되는 압박에 조 과장 정도는 알아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얼마 전에 이혼했어요.”

“!!”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결국 모두 알게 될 사실인데. 뭐, 조 과장은 알아야죠. 팀 넘버 투인데.”

“대···박!”


조 과장은 연신 입을 막으며 종말의 비밀을 들은 것처럼 흥분했다. 그리고 계속 대는 질문 공세.


“언제요? 팀장님이 왜? 엄청 다정해 보이셨는데? 혹시 바람 피셨어요?”


나는 쓴 웃음을 지으며 대부분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냥 그러려니 해요. 하하···”


이런 저런 얘기로 시간을 보낼 때 전화가 한 통 왔다.


띠리리리링-


조 과장의 핸드폰이었다. 그녀는 전화를 받자마자 안색이 변했다.


“진짜요?”


한참을 통화하던 조 과장은 나를 보며 말했다.


“팀장님. 큰일난거 같아요.”


심각한 표정을 짓던 그녀는.


“장 대리가 사고를 쳤나봐요. 한국대사관에서 연락이 왔는데 장 대리가 클럽에서 흑인들과 싸움이 나서 지금 구치소라네요.”


몸 속 알코올이 다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숙소로 들어가 여권 등을 챙겨 택시를 탔다.


***


“팀장니임···”


파견 나온 영사와 구치소에 갔다.


장 대리는 구치소의 철장 안에서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고 담당 경찰관은 우리에게 경위를 설명했다.


“저 한국 남성은 게이 클럽에서···”


게이 클럽이라는 말에 조 과장을 쳐다봤다. 조 과장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경찰관과 장 대리를 번갈아 봤다. 미리 알고 있던 나도 충격인데 조 과장은 어떤 기분일지.


“...백인 남성 한 명을 두고 흑인 남성과 싸움이 났습니다. 흑인 남성은 전치 4주의 중상을 입고···”


다행히 맞은 건 아니구나.


일단 지정된 보석금을 지불하고 장 대리를 가석방시켰다.


“장 대리. 미친거야?”


“죄송합니다···”


“장 대리. 제 정신이야?”


“죄송합니다···”


***


법적, 물질적 합의를 끝내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도착하자마자 대표 비서실에 전화해 출장 보고를 위한 시간을 잡아 달라고 했다.


“네. 고 팀장님. 오늘 대표님 일정이 없으셔서 들어오시자마자 대표실로 오시면 됩니다. 제가 미리 말해 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과장님.”


비서실의 이연희 과장은 똑부러지는 업무처리와 누구에게나 친절한 모습으로 많은 총각 직원들이 흠모하는 여성이었다.


회사에 도착해서 대표실이 있는 10층으로 향했다.


“어서오세요. 지금 손님이 오셔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네.”


‘그사이 손님이 왔나.’


이런 생각으로 잠시 기다리던 중.


“고 팀장님. 들어가시면 됩니다.”


손님이 나가는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일단 대표가 부르니 들어갔다.


끼익.


“어서와요. 고 팀장. 미국에서 수고 많았어요.”

“네. 대표님.”


정중하게 90도로 인사를 마친 후, 맞은 편에 앉아있는 여성을 보았다.


“여기는 JS엔터의 홍수진 대표님.”


평범하게 소개 받았지만 JS엔터테인먼트는 업계에서 유명했다. 자세히 보니 저 홍수진 대표의 얼굴은 TV에서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마이다스의 손. 흥행제조기 JS엔터테인먼트의 홍수진 대표. 그녀가 기획하고 투자하는 모든 엔터 사업이 대박을 치고 최신 유행이 되는···’


“안녕하십니까. 고산 입니다.”


왠지 모르게 우리 대표만큼 허리를 수그렸다. 이 망할 을의 본능.


인사를 받은 그녀는 화사한 미소로 대답했다.


“네- 안녕하세요. 그 고 팀장님이시군요? 홍수진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합니다.”


유명한 사람이 아는 척을 하니 왠지 어깨가 들썩거렸다.


“그럼 미국 출장 얘기를 짧게 해보세요.”


김철환 대표가 말했다. 손님이 있어 조금 망설였지만 곧 내용을 설명했다.


“네. 대표님. 우선 엘리트스피어의 리처드 황 수석 엔지니어가 책임자로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10개월간 100 멤머스의 인력 자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고···”


미국 미팅에서 확정된 주요 의사결정에 대해서 설명했다.


잠시 후,


“... 이상입니다.”


“어때요? 홍대표”


턱에 손을 괜 채 진지하게 듣고 있던 홍 대표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했다.


“대표님이 말씀하신 것보다 훨씬 훌륭한대요? 일회성 홍보로 하기엔 너무 아까워요.”

“허허 거봐요. 제가 말했죠. 굳이 연예인 섭외할 필요가 없다니까. 이렇게 목소리가 좋은데.”


“목소리만 좋은게 아니에요. 이 정도 비쥬얼이면 영상으로 나가도 충분히 승산이 있겠어요.”


둘이 뭐가 좋은지 주거니 받거니 했다.


“...저기. 지금 프로젝트에 대해 지시하실 일은 없으신지?”

“프로젝트는 알아서 하시고, 여기 홍 대표랑 회사 홍보 CF 좀 찍어요. 그게 고 팀장이 새로 할 일이에요.”


“네?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내 말에 대표는 호탕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하. 저번에 들으니 고 팀장 목소리가 보통 매력적이어야지. 그래서 이번 회사 홍보CF 컨셉이 직원이 출연하는 거라 고 팀장을 추천했어요. 보통 대역을 쓴다고 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린지. 이제 TV까지 나가야 하냐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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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23화. 24.08.23 213 5 13쪽
22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22화. 24.08.22 213 6 12쪽
21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21화. +1 24.08.21 219 4 14쪽
20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20화. 24.08.20 241 7 12쪽
19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19화. 24.08.20 255 7 12쪽
18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18화. (수정) 24.08.16 268 7 14쪽
17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17화. +1 24.08.15 265 7 12쪽
16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16화. 24.08.14 285 8 14쪽
15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15화. 24.08.13 314 9 13쪽
14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14화. 24.08.12 304 9 12쪽
13 이혼했는데 인기가 많아짐. 13화. 24.08.12 311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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