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에서 돈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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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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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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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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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손해만 보고 돌아갈 수는 없지

DUMMY

남궁진명은 고개를 삐딱하게 하고는 눈알을 위아래로 훑었다. 필시, 벌레 보는 듯한 시선이다.


“정말 천금장주가 맞으시오?”

“맞소이다. 감히 남궁세가의 지붕 아래에서 거짓을 고할 천치는 없겠지요. 하하하”


마운은 너털웃음을 지었따.


“···하긴. 그건 그렇고, 대체 어떻게 내공을 늘려준다는 거요?”


남궁진명은 마운이 사기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켠에 접어두고, 무림인 답게 내공에 관심을 보였다. 


“고려인삼, 들어보셨습니까?”

“인삼? 고작? 난 또 별거라고. 산삼도 아니고 인삼을 이야기 하려고 그러셨소. 당장 가문 창고에만 해도 널린게-”


마운은 남궁진명의 말을 끓고 정색을 했다.


“그냥 인삼이 아닙니다. 고려에서 오랜만에 들어오는 물건입니다. 금덩이 보다도 놓게 쳐줍니다. 시황제가 진작에 알았더라면 불로초를 찾아 그리도 헤메지 않았을 겝니다.”


인삼은 분명 몸에 좋다. 하지만 중원의 인삼은 크기만 컸지 약효는 거의 없다. 반면, 고려인삼은 대단했다. 그 중에서도 전라도 지력을 양껏 흡수한 백제삼은 알아주는 영약이다. 비록 크기는 작으나 단단하고 옹골차 약효가 농축되어 있다. 오죽했으면, 어제 오늘 하던 노인이 벌떡 일어나 아들을 얻는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돌 정도이다.


“아직 춘추가 미령하시어 모르시는 모양입니다. 에헴.”

“나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소. 그대가 고려인삼에 대해 잘 아는지 시험해본 것 뿐이요. ”


남궁진명은 얼굴이 벌개져 턱을 치켜 들었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먼저 침묵을 깬건 남궁진명.


“고려인삼이 그리도 비싸오? 금자 백 냥씩이나?”

“하하 당연히 한 뿌리는 아니지요. 다만, 대환단 같은 진귀한 영약은 아니기에 장복을 해야 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많은 재물이 필요할 수 밖에요.”

“그건 몰랐구려.”


남궁진명은 아직 몇가닥 나지 않은 수염을 쓸어 넘겼다.


꽤임에 완전히 빠져든 걸 눈치 챈 마운은 그의 귓가에 바싹 다가가 속삭였다.


“마침 본인에게 조선 조정 몰래 물건을 빼돌려 팔기로 약조한 자가 있습니다.”

“그렇소? 한데, 어찌 돈을 꾸는 것입니까.”


분명 큰 돈이긴 하나, 천금장이 그깟 금자 백 냥이 없을리도 없고···


“저 멍청한 놈이 잊어버렸습니다.”


마운이 장평을 가리켰다. 마침 장평이 탕후루의 단맛에 흠뻑 취해 침을 뚝뚝 흘리고 있었으니 안성맞춤 이었다.


“천금장주께서도 허술한 구석이 있으십니다.”

“사람을 너무 믿은게죠.”

“그래도 듣던 대로 대인배십니다. 저 같으면 그 자리에서 목을 베었을 텐데.”

“하하 그럴 수야 있겠습니까. 죽으나 사나 제 식구인 것을요. 아니 그런가 장 부장.”


장평이 탕후루를 입에 넣다 빼며 헛기침을 했다.


“커, 컥! 네?”

“마져 먹거라.”

“감사합니다. 장주님.”


남궁진명이 근심 어려 말했다.


“좋은 정보는 감사하나, 저에게는 그만한 돈은 없습니다. 내공이 탐이 나지 않는 것은 아니고...”

“그러시겠지요. 애초에 저 또한 이 공자께서 그 큰 돈을 내어주시리라 생각지 않았으니 괘념치 마십시오.”

“그럼요?”

“가주님께 전해 보시지요. 분명 기뻐하실 겁니다.”


마운은 당연히 옳다쿠나 할 줄 알았다. 이 공자의 눈빛, 고려인삼, 정확히는 내공을 갈망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건 어렵겠소이다.”

“어찌?”


남궁진명은 마운에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었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시요.”

“당연하지요. 별호가 자물쇠입니다.”


남궁진명은 한숨을 푹 쉬고는 속삭였다.


“아버님께서는 와병 중에 계십니다. 벌써 삼 일째 열이 펄펄 끓고 토사곽란하여 아무 것도 먹지 못하시고 계십니다. 다행이 물변은 잦아 들었으나 아직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고열과 설사는 매위 위험한 병증이다. 거목들도 한순간에 비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진다는 말이 있듯, 기골 장대한 무인도 장사를 치르는 일이 비일비재 했으니 말이다.


남궁진명은 근심어려 미간을 구겼다.


“저런··· 의원은 다녀갔습니까?”

“그럼요. 하나, 내상을 입은 것이기에 어찌할 방도가 없다더군요. 사득한 기운이 깊이 스몄다고 합니다.”


속삼임이 너무 컸던 것일까? 수완이 불쑥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프시기 전에 무엇을 드셨습니까. 방도가 있을 듯 싶습니다.”


그러자 마운이 갑작스레 수완의 멱살을 쥐어잡고는 주먹을 날릴 듯한 자세를 취했다.


“이, 오만방자한 놈 감히 대화를 옅들었느냐!”


남궁진명이 당황하여 마운을 말렸다.


“제 목소리가 컸나봅니다. 고정하시지요.”

“이 공자를 보아 한번만 용서해주겠다. 다시는 그따위 짓을 하려거든 목숨을 내놓아야 할 것이야!”

“죄송합니다. 이 공자님, 장주님.”


수완은 포권을 취했다. 기분 나쁘냐고? 조금. 하지만 이해할 수 있다. 분명 수완의 행동은 예의에 어긋났으니. 만약 마운이 저리 과격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함은 물론이요 천금장에 대한 안좋은 기억만 남기고 갈게 뻔하다.


“의원이시었소? 방도라는게 뭐요?”

“그 전에 가주님께서 무엇을 드셨습니까.”

“글쎄.. 별다른 건 먹지 않았는데··· 그저, 얼마 전 낚시꾼이 잡아온 농어회를 반주와 함께 드셨소이다.”

“...흠”


증상을 듣는 순간 직감이 빡! 왔다. 전생의 수완도 그랬으니까.


‘식중독이 분명해. 게다가 중원 음식이 죄다 기름에 튀겨내니 민감해진 위장이 버텨낼리 없지.’


몸이 튼튼한 사람일 수록 자신감은 하늘을 찌른다. 웬만큼 먹기 힘들더라도 목구녕 안으로 쑤셔넣는 습성이 있다.


‘안 죽어.’

‘이보다 더한 것도 먹었는데 말짱했어.’


열에 아홉은 문제 없었겟지. 강인한 면역력이 세균 따위는 단숨에 물리쳤을 테니까. 하지만 그런 것들이 차츰 누적되는 어느 날, 불연듯 식중독은 찾아온다.


게다가 중원인들에 위생관념에,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 땀에 날 만큼 무더운 날씨를 더하면 답은 뻔하다.


“아무래도 상한 음식을 드신 듯 싶습니다.”

“그럴리가요. 분명 신선했다고 들었는데. 뭐 어쨋든 좋소이다. 약을 지어 주실 수 있으시겠소.”


수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 의원이 아닙니다. 대신, 보양식은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약도 아니고 보양식으로 되겠소?”

“어차피 밥 한끼입니다. 소는 셈치고 믿어주시지요.”

“···흠”


남궁진명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대로 하시구려.”



8화. 손해만 보고 돌아갈 수는 없지


어떤 음식을 해야 할까. 정석대로라면 미음으로 대응하는게 옳다. 하지만 그런 음식을 내놓았다가는 흠씻 두들겨 맞고 쫒겨날게 뻔하다.


‘그렇다면 결국 고기가 든 음식이여야 할 텐데.’


꼬끼요 꼬꼬꼬꼬~


!!!


너무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씨암닭 한마리를 골랐다. 모가지를 비틀고 털을 모조로 뽑고 내장을 빼났다. 


‘으, 멧돼지 잡을 때도 그랬지만 정말 힘들군.’


지방이 많은 닭날개 끝과 꽁지를 자르고 닭 구석구석을 꾹꾹 눌러 남은 내장을 꼼꼼히 씼어낸다.


‘아픈 사람이니 비위가 약하겠지. 최대한 맑게, 좋은 맛만 내는 게 관건이야.’


황기, 마늘, 파, 대추, 양파, 밤, 생강, 인삼을 넣고 뚜껑을 열고 끓여 잡내를 날린다. 그 뒤 솥뚜껑을 덮어 중불로 두 식경쯤 끓여내면 야들야들한 살결을 자랑하는 삼계탕이 완성된다.


‘후~ 나까지 침 넘어 간다.’


수완은 적당히 오목한 그릇에 닭백숙에 국물을 자박하게 깔고 양기를 복돋아 주는 부추와 인삼을 올려 색감과 식감 그리고 약효를 더했다. 


달큰하고 고소한 냄새가 코 끝을 찌렀다. 마운, 장평, 남궁진명 역시 기웃대었다.


“앞장 서시지요.”


*


가주전.


“아버지, 소자 진명입니다.”

“으... 무슨 일이냐.”


남궁천은 가주의 것이라 생각조차 할 수 없는 힘없는 목소리를 내었다.


세가와 문파의 우두머리의 제 일 소양은 뭐니뭐니해도 무(武)이다. 남궁천은 20여년 전에 초절정에 올랐다. 하나, 아무리 무공이 출중하였다 하더라도 세균과 바이러스에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인 모양이다.


“통 드시지 못하니 소자가 보양식을 가지고 왔습니다.”

“됐다. 입 맛이 없다.”

“그래도 소자의 성의를 보아서 국물만이라도 맛 보시옵소서.”

“···”


잠깐 동안 조용해졌다. 수완과 마운은 일이 수포로 돌아갈까 노심초사했다.


“정 그렇다면 들어 오거라.”


자식의 성의를 무시할 만큼 매몰찬 부모가 얼마나 있겠는가. 검왕 남궁천도 별 수 없다.


“이리 주시게. 내 직접 가지고 들어갈 것이야.”

“뜨거우니 조심하십시오. 그리고 식사가 어느 정도 끝나시려거든, 잠시 나와주십시요.”

“???”


남궁진명은 수완을 한번 바라보고는 냄비를 받아들었다.


끼이익-


*


남궁천은 겨우 몸을 일으켜 앉았다. 


‘허기는 진데··· 먹기가 두렵구나.’


“아버지의 보양식이오니 국물이라도 드셔보시옵소서.”

“고맙구나.”


남궁진명이 냄비 뚜껑을 열었다. 


남궁천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앞에 놓인 건 그저 물에 푹 삼은 흔해 빠진 닭 한마리. 보양식이라고 하기엔 한없이 부족해 보였다.


‘그래도 기특하지. 간난쟁이였던게 엇그제 같은데. 성의를 생각해서 시늉이라도 해야겠지.’


“적당히 간은 해두었으나 부족하시면 소금을 더 넣으십시오.”

“오냐. 고맙구나.”


남궁천은 별 기대 없이 수저를 들었다. 그런데,


‘아니··· 대체!!!’


평범한 닭 한마리에 무슨 짓을 했단 말인가. 고소하면서도 달짝지근하다. 인삼과 약재가 특유의 비릿내를 완전히 잡아주면서도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입안을 알싸한 맛 으로 깔끔히 정리해준다.  


남궁천은 자신도 모르게 닭다리를 손으로 뜯었다.


‘오··· 어쩜이리도 부드럽고 담백한가. 정녕 내가 알던 닭고기가 맞단 말인가.’


“아버지, 가슴살은 조금 퍽퍽하실 수 있으니 부추와 곁들이면 어렵지 않게 넘기실 수 있을 것이옵니다.”

“진명아. 애비가 아직은 쓸만하니 일일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남궁천은 기분좋은 미소를 띄었다.


*


가주전에서 말소리가 조금 나다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필시, 대화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요리에 몰입했다는 증거. 먹지 못했다면 상을 바로 물렸을테니 말이다.


수완은 재빨리 주방으로 향했다. 진정한 마무리를 위해서.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솥뚜껑을 다시 열었다. 닭을 건저내고 넣어둔 쌀알이 푹 퍼져 곤죽이 되고 있었다. 원래라면 찹쌀을 넣어야 하지만, 위장이 상했을 때는 찰기는 독으로 변한다.


‘후후~ 군침이 싹 도는 닭죽이군. ’


수완은 가장 예쁜 그릇을 골라 식사를 담았다. 다시 가주전 앞으로 가니 타이밍 좋게도 남궁진명이 빙긋 웃으며 나오고 있었다.


“잘 드십니까?”

“많이는 아니지만 드시고 계십니다. 다행이야.”

“아직 끝이 아닙니다. 고기를 먹었으면 식사로는 탄수화물로 틈을 메워야 끝이 납니다.”

“탄, 뭐?”

“그러니까 곡식이요. 배운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먹습니다.”

“그런가? 아주 고맙군. 재미있는 문화야. 하하”


남궁진명은 수완에게 들린 닭죽을 건네 받아, 다시 가주전 안으로 들어갔다.


“후~ 이제 할 만큼 했습니다. 별채로 돌아가시죠.”

“고생했다. 그나저나 조금 남았어? 냄새가 장난 아니던데. 쩝...”

“고기는 없으나 닭죽은 충분합니다. 아쉬운 대로 그거라도 드시죠.”

“오!!!”


둘은 입맛을 다시며 아이처럼 손뼉을 쳤다.


*


다음 날, 가주전에서 기별이 왔다.


“아버님께서 차 한잔 하자고 하십니다.”

“감사합니다. 이 공자.”

“별말씀을.. 제가 감사합니다.”


이공자는 포권을 취하며 예를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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