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 후 천마의 스승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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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걸음
작품등록일 :
2024.07.2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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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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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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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파편

DUMMY

전생이 기억났다. 집안은 내가 아프고 나서 천천히 기울었다. 항암 치료가 시작되고 머리가 빠진다고 의사가 말했다. 어머니는 보자기를 둘러주고 어디서 빌려왔는지 바리깡으로 머리를 밀어주셨다. 어머니의 눈물이 새로 밀린 머리에 닿았다.


따뜻했다.


어머니는 손거울을 들고 내 모습을 보여주었다. 환하게 웃으시면서 우리 아들 이제 수영모가 필요 없구나하고 소녀처럼 배시시 웃으셨다.


난 어머니의 눈물이 제 머리에 닿았어요 하고 말하지도 묻지도 않았다.어머니를 따라서 어푸어푸하며 수영하는 척 했다. 열 두살 항암이 시작되고 2년이 지났다.

아버지는 일주일에 한 번 찾아왔고 어머니는 병원에 계셨지만 내 병실에는 잘 계시지 않았다.


"아직도 장난감 가지고 놀 때인가."


달고 달아 색이 빠진 레드 영웅의 팔을 돌리며 혼잣말을 했다. 그 반대편엔 블루 영웅이 있다. 그 역시도 색이 바랬다. 슈우우 두 영웅이 내 손에서 싸웠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자 블루 영웅과 레드 영웅은 추억 상자가 아닌 빚쟁이의 발에 밟혀 쓰레기통에 들어갔다. 아버지는 이제 일 년에 한 번 보기도 힘들었다.


어머니의 화장이 조금씩 짙어졌다.


"어머니 오늘은 꽃무늬 원피스를 입으셨네요."


나는 작게 수줍게 말했다. 어머니는 듣지 못했다.

나는 그래도 좋았다. 어머니가 내가 아프기 전으로 돌아가신 거 같았다.

어느 순간부터 어머니는 나와 함께 한 시간에도 내게 응답하지 않았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나 식탁에 도란도란 마주 앉아 아버지의 든든한 음성과 어머니의 따뜻한 음성이 들리던 그 시절이 생각나서 그래서 좋았다. 암 환자들에게 투여된 마약성 진통제 환각, 멀미, 구토, 무기력증을 일으켰다. 고통을 삼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눈이 조금씩 떠졌고 어머니의 따뜻한 음성이 들렸다. 그것은 나를 향한 건 아니었다. 4인 병실이었고, 나머지는 퇴원하거나, 이제 죽어서 없는 빈자리였다. 다시 주인을 찾고 있던 자리였다. 커텐 사이로 어머니의 꽃 무늬 원피스가 보였다. 낯선 남자의 등이 그 위를 덮쳤다. 병실엔 심전도 소리, 진통제가 링거를 타고 삼 초에 한 번씩 떨어지는 소리 그리고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새벽을 메웠다. 몇 년이 지나고. 아니 사실 몇 년이 지난 지 몇 달이 지난 지 몰랐다. 병실엔 달력도 없었고 시간을 확인하고 싶지도 않았다. 옆 침대에 주인이 찾아왔다.


"애 너는 왜 동태 눈깔을 하고 있니?"


애 답지 않은 얼굴로 나를 옆으로도 보고 위아래 건드려도 봤다. 철 없는 아이라 생각했다. 애가 얼마나 아프고 어떤 사정인지 궁금치도 않았다. 철없는 아이라 생각하며 무시했다.


"똑똑"


여자가 애가 병실에 있는 화장실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얼마 안 가 쾅쾅 하는 소리가 들렸고 의사의 긴박한 목소리가 들렸다. 마스터키로 화장실 문을 열었다. 변기 위에 앉아 있는 나는 소리를 질렀고 여자애는 방실 방실 웃었다. 어떤 날은 침대 아래에서 튀어 나왔고 소독된 밥에서 여자애 몰래 숨겨 둔 하리보가 무더기로 나왔다. 어느 순간 여자애와 나는 소아 병동의 악동이 되어 있었다. 침대의 이불을 바닥으로 쏟아내고 그 아래를 용암 가득한 세상으로 가정했다.

서로 이불에서 상대를 밀쳤다. 그 아이의 주근깨 가득하고 생글생글 웃던 얼굴을 햇빛에 비친 그 아이의 모습을 처음으로 제대로 보았다. 그 아이와 지내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부대끼고 웃고 울고 화내고 생각 없이 살고 싶다. 자고 일어난 사이 침대 위에 아이는 없었다. 진통제에 정신없이 자버린 것이었다. 병실과 병동은 다시 조용해 질거라 병동 사람들은 생각했다. 당직을 서고 있는 간호사 몰래 나와 배달 치킨을 시켜 먹기도 했고 혼자서 용암 놀이, 간호사에게 고백하기 같이, 둘이 있을 때보다 더 병동을 헤치고 다녔다.


****************************

사부에 대한 기억이 났다. 내게 사부가 있었던가. 사부가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사부!"!


사부에게 목검을 뻗었다.


"기분이 너무 좋아요."


"대뜸 미친 소리를 하는구나"


"팔다리가 자유롭잖아요. 이렇게 뻗고 저렇게도 후우웃!"


사부가 고개를 숙였다. 부들부들 머리를 떠는 게 느껴졌다.


"야, 이미친놈, 내가 언제 그런 것을 가르쳤느냐!"


나비처럼 펄럭이는 내 모습에


사부는 기마 자세 세 시진을 시켰다.


"사부 김치찌개를 드셔본 적 있으십니까?"


"뭐 뭑 기무취개? 이상한 이름 다 있구나."


"푸하학 맞습니다. 기무취개"


밭에서 배추를 뽑아 씻기고 소금으로 절였다. 무공을 배워서인가 손은 시리지 않았다. 사부는 처음엔 관심 없는 척하다가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곧 같이 쭈그려 앉아 김치 맛을 봤다.


"크흠..언제 니놈이 화속성의 독공을 배웠눈고."


사부는 먹걸리를 꺼내더니 김치와 함께 먹었다


맵다더니 계속 먹었다.


김치찌개를 끊였다. 파를 썰고 양파도 썰어 넣었다. 이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봤다.


"그래 한번 맛좀 보자."


국자를 후후 불더니 먹고 퉤라고 뱉았다.


"맛이 원래 이런 것이냐!! 사부를 독살하려고 했더냐!"


"왜 그러십니까 사부 맛만 좋구만."


나 역시 먹고 뱉었다. 기억 속에 있던 어머니가 만들어주시던 김치찌개를 따라한 탓에 밍밍하고 맛이 없었다.


"아, 맞아요. 사부!"


기억 난다는 듯이 말을 하고 몸을 움직였다.


항아리에 김치를 넣고 마당 한구석에 그것을 파 묻었다. 사부는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이놈! 그것을 무엇을 하려고."


그후부턴 사부가 물고기와 토끼를 잡아와 굽고 요리를 했다.


닭백숙 다리를 뜯으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사부 조금만 기다립쇼! 김치가 익기만 하면 김치찌개 끊여드리겠습니다!"


"그만 앉거라."


사부가 먼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휴 내 팔자야 말년에 이런 놈을 제자라고


그가 조금 더 작게 말했다.


"물론 그래서 내 놈이라 좋다"


"사부 내일은 된장찌개로.."


"이놈!!"


999번의 전생의 기억과 사부의 기억이 일부 돌아왔다. 조각들이 맞쳐지고 더는 떨어지지않게 단단하게 굳었다.

우왁스럼게 천우진 검이 들어왔다. 사부에게 배운것은 검로였다. 누구에게든 길이있다. 야생 동물에게도 평소 다니는 길이 있고 생존을 위한 방식이 있다. 천우진이 뻗는 검의 검로가 보였다.


‘상대방의 검로를 따라가라 그리고 그 검로 끝에서 그들을 무너뜨리거라.’


다른 무인들이 들었으면 미쳤다고 했을 말이었다. 어떻게 검로를 파악한다는 것인가.


자기 검법을 펼치기도 바쁜데, 그런 것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다고 세상 사람들는 말할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여기에 있다. 세상 사람들이 놀랄 것이, 그의 검로가 보였기에 한치 차이로 피했고 그의 검로를 따라갔다. 그리고 검로의 끝에서 그를 맞이했다.

999번의 검이 천우진의 목젖 끝에 닿았다.

천우진의 검은 바닥에 내팽겨쳐져버렸다.


그는 멍하니 999번울 올려다봤다.


47번은 999번을 걱정했다. 어딘가 다치지 않았나 살폈다. 999번이 자신을 도와준 뒤로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계는 장덕을 뒤로 하고 관객석을 뛰어넘어 내려왔다.

그녀는 분명 외팔이가 천우진의 검을 막는 것을 보았다. 비록 암전이 되고 그후 일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의 마음이 동하기에는 충분했다. 도끼거한 장덕은 그녀를 뒤를 따랐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광대가 나타났다. 얼굴을 하얗게 분칠한 그의 얼굴이 유달리 칙칙해 보였다. 평소처럼 눈은 평온하지만 입은 웃고있다. 아니, 눈은 거침없이 흔들렸다.


"사고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럼 가시는 길 안녕히"


그가 급하게 무대를 마쳤다. 어디선가 누군가 말했다.


"그럼 승부는?"


관중들의 소란스러운 소리에 파묻혔다.


관중을 뚫고 계는 뒤늦게 무대에 도착했다. 광대가 두 사람을 데리고 사라진 후였다.


****************************


"두 사람 중 누가 교주님의 아드님이십니까."


두 사람에게 광대의 말이 멀어지는 듯 들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광대는 무대와 다르게 눈도 입도 웃지 않은 채 말했다. 무대의 불은 그가 의도하고 껐다. 999번이 천우진의 검을 피하고 그를 베려는 순간, 천우진의 패배를 예감 했다. 어둠 속에서 둘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지만 마지막 순간, 검의 끝을 보고 999번이 천우진을 이겼으리라 생각했다. 광대의 손에 조개껍데기를 닮은 옥갑에서 뿌연 연기가가 뿜어져 나왔다.


"누가 교주님의 아드님이신지 시험하도록하겠습니다."


둘 중 한은 교주님의 아들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아들이지만 이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다. 광대는 생각했다 죽어도 어쩔 수 없다고, 교주에겐 약한 자식은 필요 없었다. 그것은 곧 신교에서도 필요 없는 존재였다.


선임 교관이 문을 쾅하고 열었다.


"대뜸 뭐하는 짓이냐. 내까짓 놈이 지금 뭘.."


광대는 가볍게 선임교관의 목을베었다.


"방해됩니다."


선임 교관의 머리가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뒹굴었다. 광대를 향해 험상궂게 달려오던. 그 표정 그대로였다.


도적들이 마을에 불을 지르고 곳간을 약탈했다. 여인들의 긴 머리칼을 잡고 끌고 다니며 강간했고 마루 바닥에 숨어있는 남자아이를 끄집어내서 베었다.

999번은 광대가 만들어 놓은 환상이라고 생각했다. 현실 세계와 다르게 999번의 오른쪽 팔이 붙어있었다. 수많은 정보들이 999번의 머릿속에 파고 들었다. 999번은 이름은 마현이었고 사천에 위치한 시골 마을에서부터 남경으로 상경해 무과 시험을 볼 예정이었다. 시대는 999번이 머물거 있었던 시대보다 뒤인 오백년 전이었다. 마현이 가는 길마다 전란의 흔적과 도적 떼들이 약탈 한 흔적들을 발견했다. 불에 타고 난 집에서 메케한 연기를 뿜었다. 마현의 눈에는 익숙한 전란의 풍경이었지만 999번에게는 토악질 나는 풍경들이었다. 불에 다 타버린 시체를 보고서 벽을 붙잡고 토악질을 했다. 999번은 입을 닦고 다음 마을로 이동했다. 환상 속에서 벗어나야할 터이지만, 일단 마현이 가기로 했던 길을 가기로 했다. 그 방향대로 가면 환상에서 깨어날수 있지 않을까 하고 999번은 생각했다.


시골마을이었기에 객잔도 없었다. 작은 초가집에 며칠 밤을 묵고 가도 되냐 물었다. 여인은 방 하나를 안내했다. 사람의 흔적이 있었다. 가끔 여행객을 받아준거 같았다. 999번은 은자 두 냥을 미리 선불로 지급했다. 여인이 놀란 얼굴로 돈을 받았다. 생각보다 많은 액수네 놀란 눈치였다.


저녁 시간이 되자 초가집 마당 한쪽에 마루가 있어 거기에 앉았다. 여인은 닭고기와 술을 내왔다.


낮에 죽은 시체를 봤기에, 999번은 닭고기 몇점을 먹고 더는 먹지않았다.


달을 보며 술만 마셨다. 안방의 문의 열리더니 여인이 나와 어딜 갈 채비를 하고 고운 단화를 신고 나갔다.

어디서 오셨습니까?


열두 살 되보이는 아이가 마루 위로 올라왔다.


"사천성에서 왔다."


"우와 도시에서 오셨군요?"


"무인이신가요?"


아이가 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999번은 자신이 아닌 마현에 대해서 소개했다.


"무과 시험을 보기 위해 남경에 가는 길이다."


999번은 아이가 묻는 것이 속속히 대답해주었다.


"술이 들어가서인가 귀찮지도 않았다."


마침 말 상대가 필요하던 참이었다.


999번은 마현이 기억하고 있는 무과 시험에 대해 알려주고 아이는 마을에 관한 것을 알려줬다. 마을은 현정리라는 마을이고 가끔 여행객들이 지나가지만 따분한 마을이라고 말했다. 제이름은 천마진이에요. 무사한 별 아래에서 아이가 말했다. 철없는 아이일뿐인데 그의 이름에서 힘이 느껴졌다.


"저 역시 이름을 날리는 무공의 고수가 될거에요!"


당대 무림에서 천씨는 흔한 성은 아니었다. 마교의 교주가 천가의 성을 썼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999번 주변에 천우진 포함하여 환상속의 아이 역시 천씨 성을 쓰는 것을 보며 생각보다 흔한 성일 수 있겠다 생각하고 매듭지었다.


"구룡천파!!"


아이가 목검을 뽑고 허수아비 상대로 무공을 펼쳤다. 말이 무공이지 입에서 화려한 무공명을 외쳤고 허수아비를 베는 것은 무공이 아닌 어린아이의 어설픈 칼질이었다.


999번도 그걸 조금 지켜보더니 검을 뽑았다. 사부와의 기억에서 깨달았던 검로를 펼쳤다. 남들이 보기엔 허공에 이상한 폼으로 허우적 거리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마지막 천우진과 싸움에서 묘리가 스며 있었다.


어찌 검을 그리 휘두릅니까? 황룡참파 까니 외치던 아이가 멀뚱히 쳐다보다 실소를 터뜨렸다.


다른 이들이 보기에 우스꽝스러운일이었다. 가면극의 배우들 같았다.


운기조식을 했다.


검로를 따라갈 때 이미 느꼈다.


내공조차 없으며 기도도 탁했고 몸도 굼떴다. 즉 무도와 거리가 먼 몸이었다.


우선 탁기를 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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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 후 천마의 스승이 되어버렸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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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니들이 방송을 알아?(2) 24.08.14 18 0 7쪽
27 니들이 방송을 알아? 24.08.13 23 0 8쪽
26 심서(7) 24.08.13 20 0 7쪽
25 심서(6) 24.08.12 20 0 6쪽
24 심서(5) 24.08.12 18 0 7쪽
23 심서(4) 24.08.11 51 0 7쪽
22 심서(3) 24.08.11 62 0 7쪽
21 심서(2) 24.08.10 30 0 7쪽
20 심서 24.08.09 52 0 7쪽
19 개방 이결 제자 황기룡 24.08.07 24 0 7쪽
18 모용미(4) 24.08.07 28 0 7쪽
17 모용미(3) 24.08.07 28 0 7쪽
16 모용미(2) 24.08.05 31 0 12쪽
15 모용미 24.08.02 29 0 10쪽
14 계(2) 24.08.02 29 0 10쪽
13 24.08.02 25 0 11쪽
12 다시 현실 속으로 24.08.02 29 0 10쪽
11 철완 24.08.01 39 0 13쪽
10 무현 24.08.01 41 0 12쪽
9 왜인(2) 24.08.01 39 0 12쪽
8 왜인 24.07.31 71 0 11쪽
7 옥갑 속으로(2) 24.07.30 65 0 11쪽
6 옥갑 속으로 24.07.29 81 0 13쪽
» 기억의 파편 24.07.29 100 0 13쪽
4 약에 빠진자들(2) 24.07.28 100 0 13쪽
3 약에 빠진자들 24.07.28 138 0 13쪽
2 마관 24.07.27 193 0 10쪽
1 환생 24.07.26 29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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