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없으면 죽는 북부공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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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수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30 19:32
최근연재일 :
2024.09.0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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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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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9화. 정체가 뭐야?

DUMMY

19화


카가강-!!


쉴새 없이 날아오는 검은 가시들과 틈을 노리는 사기를 품은 발톱. 카벨은 오러를 최대한 몸과 검에 응축시켜 그것들을 받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불리해져만 갔다.


저 가시 때문이다. 근접해서 공격하는 수단 밖에 없는 카벨에게 원거리 공격은 무척 까다로웠다.


‘게다가 이 검은가시... 상처에 비해 고통이 너무 커. 게다가 탈력감과 쓸데없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게...’


카벨은 몸에 꽂힌 가시 뽑아내며 인상을 찌푸렸다.

거기에 공격을 맞거나 오러를 사용할 때마다 쌓여가는 사기도 발목을 잡고 있었다.


=큰소리치더니 꼴이 말이 아니네? 어때? 지금이라도 다른 벌레들을 따라 도망치는 게?=

“놓아줄 생각은 있으시고? 보아하니 드레스를 마족이 줬다는 걸 아는 사람들은 다 죽일 생각 같은데.”


카벨은 검은 가시들을 뽑으며 주변을 돌아봤다.


가시 자체에 뭔가 능력이 있는 건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조직원들은 죽지 못하고 있었다.


다 죽일 생각이 없었다면, 구태여 조직원들과 검은후드를 공격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체를 드러내지도 않았을 테고.


즉 드레스에 담긴 마력이 마족과 관련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부터 입막음은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것이다.


‘북부의 누군가가 마족과 공조하고 있다.’


아마 높은 확률로 발데크 남작일 테지.

문제는 과연 발데크 남작뿐일까?


카벨은 생각이상으로 복잡하게 돌아가는 북부 상황을 애써 밀어 넣었다.


지금은 이놈에게 집중해야 했으니까.


=킥킥킥~ 머리가 돌아가는 녀석이네? 협력자 벌레놈과 우리가 관련 있다는 걸 알면 귀찮아 지는데.=

“친절하기도 하지. 그렇게 다 알려줘도 괜찮겠냐?”

=더 맛있는 감정을 만들려면, 먹이정돈 줘야 하지 않겠어?=


쾅-!!


마력을 잔뜩 불어넣은 발톱이 카벨이 있던 자리를 두들겼다.

황금색 검이 틈을 노리고 공세를 이어갔지만, 채찍처럼 휘둘러진 꼬리 탓에 생채기 정도로 그쳤다.


오러를 응축한 카벨은 공격을 따라 추격을 이어갔다. 도저히 발톱과 검이 부딪히는 공방이라고 생각 되지 않는 소리가 숲속에 울렸다.


하지만 카벨의 공격은 대부분이 빗나가고 있었다. 애꿎게 눈더미를 무너뜨리거나 바닥을 찍었다.


마족이 내뿜는 짙은 사기 속 전투는 처음이라 그런 걸까? 사나운 얼굴엔 피로감이 만연했다.


=하하하! 어떻게 된거야? 아까는 제법 오러가 그럴싸해 보였는데, 사기 때문에 지친 모ㅇ...=


스걱-!!


베르토는 가슴에 느껴진 예기에 퍼뜩 거리를 벌렸다. 솟아나오는 푸른 피 사이로 황금색 검이 비집고 들어와 목을 스쳤다.


갑작스런 유효타에 당혹감이 스쳤다. 갑자기 어떻게 빨라진 거지? 뭔가 숨겨둔 다른 수라도 있던 걸까?


하지만 이내 달라진 건 자신의 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몸에 묘하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정확히는 넘치던 힘이 끊긴 느낌이 들었다.


“한발 뺀 현자타임이 꽤 늦게 왔나봐?”


카벨은 푸른색과 붉은 색 피로 덧칠된 황금색 검을 치켜들었다. 그의 발치엔 목이 베인 조직원이 절명해 있었다.


베르토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카벨이 일으킨 눈의 옅은 연무 사이로 목이 베인 조직원들의 시체가 눈에 들어왔다.


“혼자 즐기는 걸 내버려두기엔, 배알이 꼴려서.”

=.....=


베르토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것을 보고 카벨은 자신이 생각 한 게 정답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저 정도 출혈에도 아직까지 죽지 않는 걸보면, 검은 가시에 권능이 있지?”

=네놈...=

“고통과 부정적인 생각의 극대화. 죽지 않을 정도로. 맞아 보니까 대충 알겠더라고.”


대륙 중부에서 일어난 인마 전쟁 때 중급마족을 상대한 적 있는 카벨은 알고 있었다. 중급으로 올라가면 마족은 자신에게 맞는 권능을 얻는 다는 것을.


마족은 사람의 부정적인 감정에서 힘을 얻는다. 감각스킬로 느껴본 바론, 아마 저 검은 가시는 그것을 극대화 시켜주는 권능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이 녀석을 약화시키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부정적인 감정의 원천을 없애는 것이었다.


=감이 좋네? 너도 뭔가 이능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지? 드레스와 가시에서 마력을 느낀 것을 보면... 감각 계열인가?=


‘너도’라... 이능, 바꿔 말하면 스킬을 사용하는 자를 또 알고 있다는 건가? 혹시 다른 마족이 숨어있을지도?


하지만 느긋하게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중급 마족이 눈에 보일 정도의 붉은 사기를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동시에 천천히 몸이 변화했다. 적당했던 몸이 갑자기 부풀며 근육들을 만들어내며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쉬워서 어쩌나? 반만 맞췄어. 가시로 얻은 힘을 어떻게 활용하는 진 궁금하지 않아?=

“지금부터 보여줄 것 같아서 말이야.”

=하! 죽기 직전에도 입은 살아있네!=


쿠웅-!!


거대하진 녀석의 몸이 질량도 무시하고 빠르게 쏘아졌다. 내리는 눈도 그 압력에 밀려 땅에 닿지 못하고 흩날렸다.


카벨의 황금색 검이 움직였지만 베르토에겐 너무나도 느리게 보였다. 지금까지 보았던 오러의 양과 힘. 어느 것 하나 자신이 이기지 못할 건 없어보였다.


‘처음 오러 양을 보고 긴장했는데, 수준 자체는 별거 아니군?’


베르토가 긴 혀를 날름대며 입꼬리를 귀까지 찢은 순간이었다.


뿌드득-!


뭔가 위험하다.


좀 전에 들어본 이질적인 소리에, 베르토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하고 속도를 늦췄다.


스핏-!


하지만 순식간에 황금색 빛이 가속하며 가슴팍에 궤적을 남겼다. 베르토는 동시에 옆구리부터 어깨까지 이물이 지나간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푸슈슉-!


=어...?=


분수처럼 상흔을 따라 뿜어지는 푸른 색 피. 재빨리 뒤로 뺀 베르토는 사선으로 길게 베인 자신의 몸을 허망하게 바라봤다.


“망할. 되다만 기술에 목숨을 걸어야 하다니...”


목소리를 따라가자 서서히 사그라지는 오러를 배경으로 날선 시선을 보내는 카벨이 보였다.

성한 곳 없는 몸 상태에도 그 검은 눈은 흉흉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방금 그건 순간적이었지만 상급 이상의 오러...!=


아까까지만 해도 중급 정도의 오러만 쓰던 녀석이 어떻게?


서벅- 서벅-


눈 밟는 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베르토의 고개도 천천히 올라갔다.


새어나온 피로 만들어진 붉은 눈의 길을 사납게 웃고 있는 카벨이 걸어오고 있었다.


+


통제와 효율. 카벨이 검을 대하는 방식이고, 오러를 불어넣는 방식이었다. 그 기원은 삶의 방식에서 비롯되었다.


망나니 아버지가 집안을 거덜 내고 죽은 뒤, 그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게이트의 독기로 쓰러진 어머니와, 아직 다 크지 못한 동생들. 카벨은 사회에 나오자마자 어른으로 살아야 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몸에 흐르는 아버지의 피가 흐른다는 것을 거부하기 위해 그는 아버지와 반대로 살아왔다. 모든 고난과 어려움을 참았고 속으로 삭였다. 가족을 위해 감정을 ‘통제’했다.


이세계로 전이 된 뒤엔 정체도 알 수 없는 여자를 구해야 한다는 스트레스 속에서 살았다.

판타지 세계에 꿈꾸었던 모든 로망, 행복을 철저히 배제하고 ‘효율’만을 추구했다.


그렇게 참고 버티고 자신을 통제하며 효율만을 추구해온 인생.


그때 마주본 대공의 검은 충격이었다.


자신을 가로 막은 모든 것을 베어버리는 검. 카벨은 거기서 희열감을 느꼈다.


앞선 효율과 통제라는 기원에 비해 거칠지만 강력한 경험에서 비롯한 검을 대하는 세번째 기원.


그것은 ‘해방’이었다.


콰지직-!!


=크윽!!=


베르토는 양손으로 겨우 막아낸 묵직한 검압을 겨우 흘려내고 거리를 벌렸다.


벌써 몇 번째일까? 무언가 어긋나있다는 느낌을 받은 게?


별거 아니었던 휘두르기가 갑자기 가속하고,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검의 압력이 갑자기 배가 된다.


비록 중급마족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베르토는 사기로 강화된 자신이 중급 오러 정도에게 쓰러질리 없다고 자신했다.


그런데 지금 꼴이 뭔가? 처음 보는 기사도 아닌 일반인에게 상처를 입고 있다니...


“가시 날리기, 손톱공격. 육체강화. 그걸로 끝?”

=뭐...?=

“밑천 다 드러낸 거냐고. 숨기고 있는 재미있는 거 있으면 해봐봐. 형 리액션 잘해.”


울컥-


=벌레 주제에 가소롭게!!=


캉- 카캉!


카벨은 무수히 쏟아지는 검은 가시들을 쳐내고 빗겨내며 옆으로 내달렸다. 오러로 강화된 그의 몸은 물수제비처럼 눈밭 위를 가로질렀다.


녀석의 공격을 받아내느라 엉망인 몸이, 움직일 때마다 붉은 피를 설원에 남겼다.


하지만 더 큰 고통으로 인해, 대부분 느껴지지 않았다.


뿌득- 뿌드득


‘이거 존나 아프네!’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었지만, 오러를 급격히 해방할 때마다 몸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대공의 검을 받아냈을 때처럼 썼다간 뻗을 게 분명해서, 필요한 부위에만 해방을 했지만 고통은 여전했다.


‘망할. 쎈 척하긴 했지만, 이대로 가다간...!’


상대는 일반 적인 마족이 아닌 사기를 두른 중급마족. 북부에 온 이상 언젠가 마족과 부딪힐 일이 생길 거라곤 예상했다.


하지만 정작 싸워보니 중부에서 마주쳤던 마족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급조한 부분 해방을 하거나, 제대로 된 유효타가 아니면 검이 튕겨나가기 부지기수였다.


서걱-!!


=크아아악! 개 같은 새끼!!=


뼈가 근육에서 어긋나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왼팔이 잘려나갔다. 그나마 수확이었다.


녀석이 당황한 사이 참격이 몸 여기저기를 베었다.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베르토는 멈추지 않고 가시와 발톱으로 공격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불규칙한 속도와 힘에 점차 상처만 늘어갈 뿐이었다.


“크흑...!!”


카벨 역시 만만치 않게 피를 튀기고 있었지만,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몸 상태로 보아 앞으로 싸울 수 있는 건 수십 초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그 증거로 검을 잡은 그의 팔에서 이질적인 뼛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계속 흘러내리는 피 때문에, 해방을 조정하는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있었다.


‘더 이상은 안 돼...!’


격통과 흐트러지는 집중력에 낭패한 그때였다.


아우우-!!


숲을 울리는 고독한 하울링. 카벨은 흠칫 놀라며 베르토와 동시에 서로 거리를 벌렸다. 그러자 흘러내린 피로 좁아졌던 시야에 불청객이 보였다.


“크르르릉!!”


온몸을 뒤덮은 은색 털에 서리 내린 것 같은 푸른 색 눈동자. 성인 남자 이상은 될법한 거대한 몸.


은색늑대였다. 녀석은 고고하게 서서 카벨과 베르토를 향해 천천히, 그리고 조금씩 가속하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카벨은 그동안 은색늑대에 대해, 보고 들은 것이 떠올랐다. 공국의 시초신화에 나오는 적. 불행을 가져오는 은색늑대.


“망할 하필 지금...!”

“컹-!!”


사람 머리통 하나쯤은 쉽게 깨부술 것 같은 쩍 벌어진 입이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질끈 감기려는 눈을 부릅뜨고 일격을 준비하려던 순간...


=크아아악?!=


비명은 베르토라는 마족에게서 들렸다.


녀석은 목을 물고 늘어진 은색늑대의 머리통을 연신 두들겨 댔다. 하지만 늑대는 피투성이가 되면서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뭐가 어떻게...”

“크르르릉!!”


그때 은색늑대의 눈이 마주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본능에 잠식된 짐승의 것이 아니었다. 뚜렷하게 의지를 가진 눈이었다.


어서 해치우지 않고 뭐해!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카벨은 움직이지 않는 오른손을 억지로 들어 검을 꽉 쥐었다.


부분 해방은 앞으로 한번. 엉망이 된 몸이 그렇게 말해 오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해방만으론 모자랐다. 놈의 사기의 갑옷을 어떻게든 뚫기 위해선...


“...좋아 까짓 거 해보자고.”


카벨의 황금색 검에 잘 압축되어 있던 오러가 외부로 스며 나오기 시작했다.

마력과 같은 무형의 오러는 이내 주민들의 침식을 풀던 때처럼 생물같이 일렁였다.


쿵-!!


그나마 멀쩡한 오른 다리를 통한 부분 해방. 카벨의 신형은 쏜살같이 쏘아졌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집중력을 끌어 모아, 아직 정돈되지 않은 두개의 기술을 검에 담았다.


“사기를 관통할 정도의 찌르기!”


콰직-!


=쿨럭...!=


순식간에 사기를 뚫고 가슴에 틀어박힌 황금색 검이 지면까지 파고들었다.

베르토는 저항하려 했지만 온몸에 난 자상과 출혈량은 움직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젠장. 익숙하지 않은 기술에 목숨을 거는 건 이게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네.’


카벨은 검끝에 온 체중을 싣고 숨을 헐떡거렸다. 그럴 때마다 베르토의 상처위로 붉은 피가 떨어져 내렸다.


=어, 어떻게 네놈이 사기를 벨 수 있는 거지...!=

“헉, 헉... 그거 꼭 지금 설명해야 돼?”


귀찮음이 팍팍 느껴지는 대답에 베르토는 이를 갈았다. 하지만 곧 가슴에 꽂힌 검에 시선이 갔다.


일반적으로 들고 다닐 것 같지 않은 투박한 황금색의 검. 겉보기엔 그저 장식용 검처럼 보였지만, 다른 용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설마... 그 검 때문인가...!=


어 뭐... 그런 걸로. 착각은 자유니까.


콰득-!


=끄아악?!=


그때 은색늑대가 순식간에 녀석의 머리를 물고 부술 듯이 이리저리 털어댔다. 잠시 후 불길한 소리와 함께 놈의 목이 끊어졌다.


그 순간...


콰직-!


“쉬이익-!”


잘린 머리를 뚫고 길쭉한 생긴 것이 튀어나와, 빠른 속도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은색 늑대는 그것을 물어뜯으려 했지만, 아쉽게도 도망치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저건... 마족들이 쓰는 기생생물?’


대륙 중부에서 마족들과 싸웠던 카벨은 저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상위 마족들이 지배하에 둔 대상에게 쓰는 일종의 통제생물이다.


지배당한 생물이 보고 들은 것을 주인에게 전해주거나, 정보가 드러나기 전 죽이기 위한 용도로 사용 되곤 했었다.


‘설마 발데크 남작에게 붙어있는 마족이 저 녀석 말고 더 있는 건가?’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앞에서 은색 늑대가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마 아직 정신 잃으면 안돼...!’


카벨은 이를 악물고 베르토의 가슴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해방과 사기를 푸는 기술. 둘 다 고도의 집중력을 요했던 터라, 의식이 끊길 듯 피로가 몰려왔다. 하지만 은색늑대를 향한 경계를 거두지 않았다.


그렇게 자신이 저 늑대를 쓰러뜨릴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기이잉-!


“뭐, 뭐야?!”


은색 늑대가 다가온 순간. 갑자기 ‘재해의 저울’의 목걸이가 눈부신 빛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당황한 카벨이 목걸이를 집은 순간, 은색 늑대는 은색으로 변모하는 빛을 보며 높은 하울링을 토해냈다.


그리고... 카벨의 머릿속으로 어둠과 함께 알 수 없는 공간이 펼쳐졌다. 한 구의 시체와 함께.


‘저건... 공녀?!’


온몸에 상흔이 가득한 채, 자신의 피에 파묻혀 절명한 공녀의 시신.


얼마나 악착같이 싸워왔는지, 그 아름다운 얼굴은 반쯤 화상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어느 것이 결정적 사인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처절하고 치명적인 상처도 가득했다.


잠시 후, 그녀의 허벅지에 길게 난 자상에게서 공녀와 처음 만난 날이 파편처럼 흘러나왔다.


-...당신은.-

-당신이 살길 바라는 사람이야.-


기이잉-


잠시 후 기억의 파편들이 모두 흘러나오자 시신의 허벅지에 난 오래된 상처가 없던 것처럼 지워졌다.


‘설마 내가 개입한 결과인건가...? 그런데 저건?’


공녀의 복부에 난 관통흔. 그것이 불길하게 일렁이는 것을 확인 한 순간...


“컹-!!”


은색 늑대의 짖는 소리에 카벨은 거세게 숨을 헐떡이며 깨어났다.


“쿨럭! 쿨럭! 뭐, 뭐야 방금!”


목걸이를 보았지만 은색 빛은 완전히 모습을 감춘 뒤였다.

방금 본 장면이 너무 충격적이었던 지라 멍하니 목걸이를 보던 카벨은, 커다란 그림자에 위로 드리우자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끼이잉~”


그곳엔 마족의 목을 문 문 은색 늑대가 있었다. 녀석은 아까의 사나운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순한 표정으로 꼬리를 훼훼쳤다.


카벨이 얼빠져 있자 녀석은 재촉하듯 커다란 코로 놈의 머리통을 굴렸다.


나는 너를 해칠 생각이 없어. 이거 너 가져.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몇 번이고 목숨을 구해준 감각스킬이었기에 믿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너 정체가 뭐야?”

“컹-!”


북부 시초신화의 악역. 모두가 불행을 가져온다고 믿는 짐승.

그런 존재와의 첫 만남은 여러모로 카벨의 예상과 달랐다. 그리고...


“이건?”


마족의 귀걸이에 새겨진 발데크 남작의 문장. 그것에 나있는 검은 균열에 카벨은 집중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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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39화. 오랜만이구나 제자아! (이 글은 여기까지 입니다. 감사합니다!) 24.09.08 10 1 16쪽
39 38화. 약속을 지킬 때이니라. 24.09.07 11 1 16쪽
38 37화. 도둑 24.09.06 12 1 13쪽
37 36화. 루팅의 프로 24.09.05 11 1 15쪽
36 35화. 쯧 24.09.04 14 1 12쪽
35 34화. 평생 벗지 말아야지. 24.09.03 15 1 13쪽
34 33화. 쪽 24.09.02 15 1 14쪽
33 32화. 발라내기 24.09.01 15 1 12쪽
32 31화. 샌드백 24.08.31 19 1 14쪽
31 30화.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되나요. 24.08.29 24 2 13쪽
30 29화. 전령 24.08.28 30 1 15쪽
29 28화. 봉이다! 24.08.27 30 1 19쪽
28 27화. 반려후보 결정전의 시작 24.08.26 32 1 18쪽
27 26화. 대공의 호의 24.08.25 30 1 12쪽
26 25화. 건방진 놈 24.08.24 31 1 17쪽
25 24화. 후련할 것 같아서. 24.08.23 41 2 14쪽
24 23화. 선처하겠습니다. 24.08.22 34 2 19쪽
23 22화. 이놈이 먼저 끼어들었어! 24.08.21 32 1 16쪽
22 21화. 땜통 24.08.20 34 1 17쪽
21 20화. 공녀의 불씨 24.08.19 31 1 13쪽
» 19화. 정체가 뭐야? 24.08.18 32 2 17쪽
19 18화. 그냥 쏠 걸. 24.08.17 35 2 18쪽
18 17화. 중급마족 24.08.16 32 2 15쪽
17 16화. 너무 좋은데? 24.08.15 35 2 12쪽
16 15화. 미안해요. 24.08.14 36 2 15쪽
15 14화. 그게 뭔 좆같은 소리냐고!! 24.08.13 36 2 16쪽
14 13화. 빌어먹을 양산형 엘프 놈이...! 24.08.12 45 2 18쪽
13 12화. 그거 아닌데. 24.08.11 42 2 12쪽
12 11화. 물어 24.08.10 46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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