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없으면 죽는 북부공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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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수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30 19:32
최근연재일 :
2024.09.0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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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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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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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0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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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11화. 물어

DUMMY

11화


“...정말인가요?”

“네에! 제가 똑똑히 듣고 봤어요!”


공녀의 처소. 들뜬 엔야의 말에 유레하의 꼬리가 치마 속에서 부풀었다.


수도에서 골치를 썩이던 세 범죄집단의 구성원들이 일망타진 시킨 것도 모자라, 잘라내기 마을 사람들의 침식을 풀어 주겠다고 약속까지...


카벨이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기 위해 엔야를 붙인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마력의 계약을 맺은 공녀였지만 유레하는 내심 불안했었다.


아무리 대공의 검을 받아냈어도 북부에 온 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 자. 북부에 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조건을 걸었지만 믿어도 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성을 나간 지 하루 만에 유레하의 고민과 망설임은 깨끗하게 사라졌다. 정말 말이 되나 싶을 정도의 빠른 일 처리였다.


‘마을 사람들의 침식을 풀어주시기로 약속하실 줄이야...’


설원 같은 새하얀 얼굴 위로 드물게 미소가 깃들었다. 능력을 밝히길 꺼리는 것 같아, 부탁을 망설이고 있던 일을 자진해서 해준 것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겸사겸사 이름 좀 들먹이게 해주시고요.-


자신의 이름을 거기서 사용할 줄은 몰랐지만.


기껏해야 상황을 모면하려 사용할 줄 알았더니, 사건의 숨은 수괴급으로 부상시켜 버릴 줄이야...


공녀는 그 후 폭풍에 대한 불안과 큰 일이 해결되었다는 안도를 함께 느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오랜만에 흥분에 가슴이 뛰는 것 같았다.


엔야는 그런 공녀와 방구석에 놓인 상자를 흘낏대며 배시시 웃었다.


“이제 공녀님이 자주 마을에 찾아가지 않으셔도 되겠어요~!”


매번 마을을 살피러 내려가는 공녀 때문에 걱정하던 나날이 하루 이틀이던가?


종종 공녀를 대신해 그녀가 건 형상 변환 마법으로 침소를 지키던 엔야는, 비로소 사라질 야근에 마음이 부풀었다.


하지만 유레하는 야박하게 기대를 부수며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순 없습니다. 직접 가서 살펴봐야겠어요.”

“그럴 수가아~! 공녀니임~!”


야간 근무를 직감한 엔야의 울먹임에도 불구하고, 유레하는 이미 상자를 열고 있었다.


의복을 꺼내며 손가락을 튕기자, 은색 머리카락이 갈색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당신이 살길 바라는 사람이야.-


유레하는 인식저해가 걸린 후드와 안경을 쓰며 첫날 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악의와 환경에 짓눌려 마음이 부서지기 직전, 손을 잡아 끌어올려 준 말. 또한 가장 목말라했던 이야기.


아직 그 사람이 무엇을 하려는지 모르겠지만, 카벨이 움직일 때마다 바뀌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바뀌었다.


유레하는 조금 더 카벨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리고 기대하기로 했다.


공녀의 입가에 오랜만에 희미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


“촌장님께서 뵙길 원하십니다.”


사기를 풀고 난 직후, 카벨과 벨티오는 안내를 받아 마을 외곽에 있는 집에 도착했다.


‘설마 이 마을에도 촌장이 있는 줄 몰랐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단순히 이곳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사람이 직함을 맡는 식이라나?


하지만 방에 들어가자 두 사람을 반기는 건, 촌장이 아니라 언성을 높이는 사람들의 드잡이였다.


“발데크 남작님의 사병을 죽인 것은 잘못된 일이다! 저번에 날뛰어 놓은 것도 모자라 일을 키운 자를 놔둘 셈인가!”

“돌았어?! 우리를 두 번이나 구해줬다고! 귀족 출신 놈들은 은혜도 모르냐!”


신분이고 이름이고 다 없어진 죽은 자들에게도, 고질적인 계층 간의 마찰은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귀찮은 상황 사이에 끼어 발톱 갈이 신세 되고 싶진 않은데... 성격대로 콱 한 번씩 껐다 켜줄까?


그때 기침에 섞인 노쇠한 목소리가 공기를 갈랐다.


“그만들 하게...! 은인 앞에서까지 추태를 보일 셈인가...! 쿨럭, 쿨럭!”


촌장으로 보이는 집시 같은 복색의 노파는 빠르게 교통 정리를 끝내고 두 사람을 맞이했다.


자리에 앉자, 양옆의 세력들에게서 극명하게 갈린 호의와 살의가 카벨을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음? 뭐지?’


카벨은 날 선 감각에 느껴진 위화감에 귀족 출신 집단을 바라봤다.


여기 죽은 자들의 마을이지?

그런데 왜 쟤들 같은 놈들이 여기 있어?


카벨은 벨티오에게 소리죽여 속삭였다.


‘죽은 자들이 ‘사기가 침식된 자’를 뜻하는 거 맞습니까?‘

‘그럼 미쳤다고 일반인이 이런 곳에 오겠는가? 침식이 전염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데?’


묘한 의문에 빠져들기 직전, 촌장이 인사를 건넸다.


“못난 꼴을 보여서 미안하네... 내가 잘라내기 마을의 장을 맡고 있는 티아고일세.”

“카벨입니다. 이쪽은... 바프?”

“벨티오다! 헷갈리지 않게 네놈 머리통에 바프를 꽂아줄까!”


씨발 이마에 이름표 이름 쓰고 다니던가. 지도 헷갈려서 물약에 이름표 붙이고 다니더만.


티아고라고 소개한 노파는 잔기침하며 말했다.


“먼저 마을을 대표해 사기를 풀어 주기로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겠네...”

“감사는 괜찮습니다. 목적이 있었으니까요.”


흐려졌던 티아고의 눈빛이 일순 예리해졌다.


“목적이라... 공녀님이 지시하신겐가?”

“비슷합니다. 먼저 묻겠습니다. 사기를 풀어도, 죽은 자라는 낙인은 떨어지지 않는 것이 맞죠?”

“그렇네. 북부 법으로 그렇게 정해져 있으니까. 애초에 침식을 못 푼다는 것을 기반으로 만든 법이니...”


예상대로의 상황에 카벨은 몰래 주먹을 쥐었다.


“그걸 해결할 방법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공녀님을 따라주신다고 약속하면 그렇게 만들어 드리죠.”


파문이 주변에 일었다.


사기가 풀린다고 해도 죽은 자라는 낙인은 변하지 않는다. 인재를 소중하게 여기는 북부와 맞지 않는 법이었지만, 이걸 북부를 탓할 수는 없었다.


티아고가 말한 것처럼 사기의 침식을 푸는 방법을 못 찾은 결과 만들어진 것이니까.


법이 이상한 게 아니라 그만큼 카벨의 능력이 이질적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공녀를 따르라니...’


다만 문제는 북부에서 불운의 상징인 공녀와 손을 잡는 것이었다.

사기에 침식된 죽은 자 중엔 은색늑대수인을 원망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자들도 많기 때문이다.


그 고심을 꿰뚫어 본 것처럼 카벨이 말했다.


“어차피 이대로 있으면 침식된 자들은 죽지 않습니까? 내려온 동아줄이 어떤 진 나중에 판단하시죠.”

“......”


맞는 말이었다. 어차피 침식된 자들의 말로는 ‘죽은 자’라는 이명 그대로 고통스러운 죽음뿐이니까.


하지만 마을 사람들을 이끄는 입장의 티아고는 술렁이는 마음을 다잡고 고개를 저었다.


“파격적인 제안이긴 하지만, 그 말을 덥석 받을 순 없다네. 이쪽도 사정이 있으니...”

“그건 그렇죠~ 공녀님에 대한 괴소문이 한, 두 개 입니까? 어쩌면 사기 침식의 원흉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테니까요.”


정곡을 찔린 것처럼 여기저기서 헛기침이 터졌다. 광장에서 공녀를 연호하는 소리가 작았던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다.


사기꾼 데릭에게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은색늑대는 북부인들의 욕이나 부정적인 말에 모두 대응 할 수 있을 정도로 공공재나 다름없었으니까.


북부에서도 불행의 끝자락에 있는 이 마을에선 아예 대놓고 원망하는 자들도 적지 않겠지.


“이해합니다. 공녀님이라는 썩은 동아줄보단 저쪽 귀족분들이 말한 대로 ‘발데크 남작’이라는 차선책도 있는 것 같으니.”


또다시 생각을 꿰뚫린 티아고는, 병색이 완연함에도 금세 한 무리를 이끄는 자의 얼굴을 했다.


아무리 오래 살아남은 순으로 맡는 얼탱이 없는 촌장직 함이라고 해도, 노파는 리더였다. 따르는 자들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의무가 있다.


아무리 발데크 남작이 장삿속을 채우기 위해 자신들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외부의 침입을 막아주고 있던 건 확실했으니까.


‘좋은 리더네. 이런 형편 좋은 말만 내놓는 사람을 덜컥 믿으면 오히려 실망했을 거야.’


대충 티아고가 생각하는 것을 눈치챈 카벨은 불편한 기색으로 주변을 훑었다.


사기에 침식되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병색이 깃든 사람들. 말은 안 했지만 그 모습에서 카벨은 어머니를 떠올렸다.


솔직히 침식을 풀 수 있다는 강력한 무기로 밀어붙여도 충분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 고통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의 입장에선 더더욱.


“좋은 이야기니 생각해 보십쇼. 아. 사기는 대답이 무엇이든 전부 풀어드릴 생각이니 걱정 마시고.”

“...저, 정말인가?”

“갱단이나 남작의 병사들처럼, 약점 잡고 여러분을 이용할 생각이 없다는 최소한의 증명입니다.”


그것 하나가 걱정이었는지 어두웠던 사람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뒤에 있던 벨티오도 어깨를 치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긍지 높은 생각이다. 네 생긴 것만 보고 판단하려 한 게 부끄러워지는군.”

“칭찬을하든지 시비를 걸던지 하나만 하지?”


그때 아까 발데크 남작 편을 들던 귀족 출신 남자가 언성을 높여왔다.


“감히 발데크 남작님을 욕보이는 거냐! 지금까지 남작께서 이 마을을 불쌍하게 여겨 얼마나 호의를 베풀었는데!”

“지금 호의라고 말했는가?!”


발작스위치가 눌린 벨티오가 이를 갈며 일어섰다. 뭔가 말하려던 티아고는 입을 다물고 상황을 잠자코 지켜봤다.


오래 버틴 순으로 촌장 직함 단다고 하더니, 꼭 그런 건 아닌 것 같네.

우리가 어떻게 하려는지 보려는 건가?


카벨은 얕보일 여지라도 보일까 싶어 그를 말리려 했지만, 이미 들끓는 노호성은 터진 후였다.


“경은 갱단을 이용해 주민들에게 노역을 강제하고, 병사들을 보내 돌본다는 명분으로 장사를 하는 것을 호의라고 하는가!”

“하! 남작님이 규칙을 강제하지 않았다면, 이곳은 무법천지가 되었을 거다! 모르겠는가!”

“그런 말 같지도 않은...!”


턱-


참지 못하고 벨티오가 검자루를 쥔 순간, 재빨리 카벨이 검을 밀어 넣었다.


“급발진 좀 적당히 하십쇼. 여기서 검 뽑으면 저 쪽한테 힘만 실어주는 꼴이라는 거 모릅니까?”

“큭...”

“생각이 있으니까 맡기십쇼. 제가 알고 있는 게 맞다면, 날뛸 판 만들어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벨티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끔벅였다.


“정말인가?”

“속고만 사셨나. 내가 말했죠? 판 까는 건 특기라고. 직접 봤잖아요?”

“좋다. 만약 해낸다면 통 크게 바프와 인사시켜...”

“금속 덩어리랑 친구 먹을 생각 없으니까. 그쪽부터 들이받기 전에 1절만 하지?”


그제야 손에 들어간 힘이 풀리는 게 느껴졌다.


왜 대공이 얘한테 내 감시를 맡겼는지 알겠네. 울컥해서 실수로라도 베어주길 바랐군. 실제로 아까 그럴 뻔했고.


카벨은 한숨을 쉬며 의기양양한 귀족 출신들에게 몸을 돌렸다. 자기들끼리 낄낄거리는 것이 카벨에게도 영 거슬렸다.


“제 동료가 철이 없어서 말이죠~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죠.”


카벨이 능글맞게 녀석의 어깨에 손을 올리자, 귀족출신 남성은 코웃음을 치며 털어냈다. 그러곤 촌장을 향해 돌아섰다.


“촌장 보았지? 무해하다고 주장하면서, 수틀리자 검부터 뽑으려는 작자들이다! 이런 자들의 제안을 따르면 자기 멋대로 우릴 부려 먹겠지!”


싸고도는 놈 이야기를 제 입으로 하고 있네.


“...그래서 어떻게 하길 바라는 게냐.”

“뻔하지 않나!”


오페라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처럼 놈이 유려한 삿대질을 선보였다.


“남작님의 심기를 거스르기 전에, 이 녀석들을 바쳐 우리와 상관없다는 걸 증명하는 거다! 그러면 남작님께서도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주실 거다!”

“그렇게 하면 사기는 못 푸는데, 괜찮습니까?”


사내가 박장대소를 했다. 뒤에 있던 다른 녀석도 비위를 맞추듯 낄낄 거리며 조소하기 시작했다.


잘 길들인 앵무새 같은 녀석들이네. 연습 같은 거 시키나?


“하하! 눈속임은 그만둬라! 누구도 사기를 풀 순 없다! 네놈이 하는 것도 눈속임이겠지! 우민들은 속여도 귀족 출신인 나를 속일 순 없...!”

“그럼 그쪽의 사기를 풀면 진짜라고 믿겠네요?”

“어...?”

“왜요? 기쁘지 않습니까? 그쪽도 사기 안 풀면 죽잖아요? 아. 그러네~”


카벨은 귀에 닿을 것처럼 사나운 미소를 만개한 얼굴을, 귀족의 바로 앞까지 가져다 댔다.


“애초에 사기에 침식되지 않았으니, 기쁠 리 없겠지 십쌔야.”

[....!!]


그 말에 티아고와 벨티오, 그리고 평민 출신 죽은 자들의 몸이 크게 흔들렸다.


+


쿠당탕-!!


낡은 나무 벽이 깨지며 귀족 출신 놈들이 흙바닥을 뒹굴었다. 바깥에서 기웃대던 사람들이 웅성대며 녀석들 중심으로 동그란 원을 만들었다.


카벨과 벨티오를 비롯해, 촌장을 부축해 나온 평민 출신 죽은 자 대표들이 그 뒤를 따랐다.


귀족 출신 놈들은 저마다 얼굴 어딘가에 피멍이 든 채 비척거리며 흙바닥을 기었다.


카벨은 팔을 붕붕 돌리며 상쾌하게 웃었다.


“내 앞에서 침식되지 않은 걸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냐? 썩은 동아줄.”


카벨은 이 방에 들어온 직후 그들의 반절 이상이 사기에 침식되어 있지 않다는 걸 직감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날 선 감각. 현대에서 어머니의 사기를 풀기 위해 극한으로 단련한 스킬 덕분이었다.


곧 카벨의 충격적인 말에 주변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사기에 침식되지 않았다니... 무슨 소리야?”

“저 귀족 출신 대표들 말하는 거야??”

“침식도 안 됐는데 마을엔 왜...”


시선들이 귀족 출신 녀석들에게 꽂혀들었다. 놈들은 어찌할 줄 몰라 하며 눈치를 살폈다.


“모, 모함이다!! 사기에 침식되지 않았는데 왜 이곳에 있단 말이냐! 죽은 자들의 곁에 있으면 침식이 옮는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무슨 이유로...!”

“이유야 많지. 가장 의심되는 건, 발데크인가 도마뱀 남작이 편의를 봐주는 대신 이곳에 분탕질하러 보낸 스파이라던가.”

“그, 그건...!”


스릉-


카벨의 황금색 검이 남성을 겨누었다. 놈들은 아연실색 하며 뒤로 물러섰다.


다만 검 때문은 아니었다. 검을 쥐고 있는 카벨의 표정이 너무나도 흉악해 보여서였다.


“티아고씨. 혹시나 해서 묻는데, 사기에 침식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까?”

“...마법사들이 확인할 수 있네. 마을에도 몇 있지. 사기에 침식된 상태지만.”


티아고는 노쇠한 몸임에도 여과되지 않은 분노를 뿜어냈다. 그동안 곁에 두었던 자들이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는 배신감 때문이었다.


“불러주시죠. 이 기회에 지금까지 어떤 동아줄을 잡고 있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으, 으...!”


사면초가에 몰린 귀족 출신 놈들이 시뻘게진 얼굴로 소리쳤다.


“초, 촌장! 속고 있는 거다! 잘 생각해라! 정말 이 외부인이 공녀님의 부탁을 받고 왔다고 생각하나?!”

“음...”

“하!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신분도 확실하지 않은 놈이 하는 말 따윈 거짓말일게 분명...”

“신분? 이거면 되지?”


카벨은 품에서 증표를 꺼내 들었다. 최상급 마석을 깎아 만든 투명한 푸른 검이 각인된 호패였다.


게다가 호패에 달린 은색 머리카락의 매듭. 그곳을 본 모두는 어찌할 줄 몰랐다.


특히 벨티오는 카벨이 공녀의 부탁받았다는 걸 반신반의 하고 있던 지라, 더욱 당황했다.


“저, 저건!”


그 증표와 은색 머리카락 매듭이 뭔지 아는 촌장을 비롯한 이들이 다급히 무릎을 꿇었다.


‘대공의 증표니 쓸모가 있을거라 생각하긴 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효과가 너무 좋은데?’


카벨은 호패와 사람들을 번갈아 보며 괜히 난감해했다.


그때 머리카락에 깃든 마력을 확인하고 멍해 있던 벨티오가, 허둥지둥 흉갑 위에 손을 얹었다.


“북부의 기사인 이 벨티오 칼리그로가 보증하지. 저건 대공전하의 검을 받아낸 자에게만 주어지는 ‘서리의 검’의 증표다! 또한...”

[......?]

“저 머리카락에 깃들어 있는 마력은... 공녀님의 것이 맞다.”


명확한 공증이 뒤따르자 웅성임이 여기저기로 퍼졌다.


“그, 그런! 대공전하와 공녀님의?!”

“벨티오라면... 재색의 촉이잖아!”


귀족 출신 놈들도 이 호패의 가치를 깨닫고 서서히 새하얗게 질려갔다. 확실히 대공의 이름값이 북부에선 꽤 먹히는 모양이었다.


재색의 촉이라... 그러고 보니 그 사기꾼 놈도 그랬지? 그냥 답답한 참견빌런은 아니었던 건가?


뚜둑- 뚝-


대기 중이었던 벨티오가 뼈마디를 꺾고 있었다. 바프의 때로 묻히기엔 놈들이 너무 더러운 모양이었다.


마침 딱 패기 좋게 다져졌으니 괜찮겠지.


“자 이제.”

“으르릉...”

“물어.”

[끼야아악!!!]

[아아악!!]


북부의 기사는 음산한 달빛에 기괴하게 뒤틀린 그림자를 놈들에게 드리우며 날아올랐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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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8화. 약속을 지킬 때이니라. 24.09.07 11 1 16쪽
38 37화. 도둑 24.09.06 13 1 13쪽
37 36화. 루팅의 프로 24.09.05 12 1 15쪽
36 35화. 쯧 24.09.04 14 1 12쪽
35 34화. 평생 벗지 말아야지. 24.09.03 16 1 13쪽
34 33화. 쪽 24.09.02 15 1 14쪽
33 32화. 발라내기 24.09.01 1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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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0화.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되나요. 24.08.29 2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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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화. 대공의 호의 24.08.25 31 1 12쪽
26 25화. 건방진 놈 24.08.24 32 1 17쪽
25 24화. 후련할 것 같아서. 24.08.23 42 2 14쪽
24 23화. 선처하겠습니다. 24.08.22 35 2 19쪽
23 22화. 이놈이 먼저 끼어들었어! 24.08.21 33 1 16쪽
22 21화. 땜통 24.08.20 34 1 17쪽
21 20화. 공녀의 불씨 24.08.19 31 1 13쪽
20 19화. 정체가 뭐야? 24.08.18 32 2 17쪽
19 18화. 그냥 쏠 걸. 24.08.17 35 2 18쪽
18 17화. 중급마족 24.08.16 32 2 15쪽
17 16화. 너무 좋은데? 24.08.15 36 2 12쪽
16 15화. 미안해요. 24.08.14 36 2 15쪽
15 14화. 그게 뭔 좆같은 소리냐고!! 24.08.13 37 2 16쪽
14 13화. 빌어먹을 양산형 엘프 놈이...! 24.08.12 45 2 18쪽
13 12화. 그거 아닌데. 24.08.11 43 2 12쪽
» 11화. 물어 24.08.10 46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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