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없으면 죽는 북부공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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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수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30 19:32
최근연재일 :
2024.09.0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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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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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쯧

DUMMY

35화


웅성웅성-


첫번째 과제의 시작일. 리카소 마을은 다양한 외지인들과 짐을 실은 수레들로 들썩이고 있었다.


반려후보들과 그들이 선발한 종자들. 그리고 지원을 위해 가져온 개인물품 들이었다.


시험 장소가 전장으로 옮겨진 이후 겁먹은 많은 이들이 포기했다. 또한 종자 수를 제한한다는 말에 남은 자들의 반이 포기했다.


바꿔 말하면 지금 남은 반려후보들은 적어도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는 실력자들 이라는 것이다.


“이런 투박한 방법으로 성벽을... 에잉! 왕국에서 알아주는 직공가문의 힘을 보여줘야겠군!”

“성벽이 튼튼해 봤자 지키는 자들이 떨어지면 무용지물! 남부 비전의 체술로 단련시켜주마!”

“마을 운용자금이 부족하다고? 어... 돈이 부족할 수도 있는 건가? 이봐 가져와라.”

“마물과 몬스터 퇴치는 내게 맡겨라! 성국의 저력을 보여주지!!”


공녀의 눈에 들기 위해 날뛰는 반려후보들 덕에 리카소 마을은 갑작스런 호황이 찾아왔다.


이 모든 게 그들이 도착하고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허허... 허허허... 허허흐흐흫...”


다크서클이 턱 밑까지 내려온 촌장은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비틀 대며 웃음을 토했다.


이틀 동안 밤잠을 아껴가며 반려후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느라 수명이 깎일 것 같았지만 무슨 상관이랴.


눈앞에 천국이 도래해 있어 죽어도 이곳에 머무를 것 같은데.


“촌장님~? 그래도 마을의 장인데 그렇게 풀어진 표정 짓고 계시면 안 된답니다~”

“자네 거울이나 보고 말하게나. 흐흐흐흫...”

“어머~ 어머어머 참~ 싫다~ 흐흐흐흫...”


마찬가지로 턱밑까지 다크서클이 내려온 마야가 촌장과 함께 실실 거렸다.


그럴 수밖에. 요 며칠 의뢰에 미친 승냥이 떼 덕분에 쌓여있던 의뢰는 순식간에 소모되고, 반려후보들이 발작하듯 남은 의뢰를 가져갔다.


그 뿐인가? 마을의 부족한 부분들을 고급 정보랍시고 등급을 붙여 팔아재낀 덕분에, 가져온 금고는 돈으로 넘쳐나고 있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돈 많은 남자들은 어떻게든 고급 정보를 손에 쥐려고 주머니를 열었으니까.


물론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끄아아악?!”

“아오 씨! 덤빌 거면 말 짧게 하고 덤벼! 뭔 놈들이 자기소개하고 멋대로 열폭한 시간의 반도 못 버티냐아!!”

“괴, 괴물...! 생긴 건 잡도적 같이 생겼는데...!”

“뭐?! 잡도적? 잡도저어억?! 오냐! 내가 주인 잘못 만난 니 새끼 이빨을 싹 다 도적질 해주마아!!”

“아아악!! 아악!!”

[이빨 수집가!! 이빨 수집가!!]


마을 한가운데 마련된 조약한 연무장에서 카벨이 비명과 함께 날 뛰었다.


모여든 사람들은 열광하며 누가 이길지 도박했고, 주변에 차린 노점들에선 싸구려 음식이 불티나게 팔렸다.


물론 모두 마야가 모험가 길드 이름으로 출자하고, 촌장이 인력을 지원한 판이었다.


“다음! 뭐야? 이 증표 가지고 싶지 않냐? 다음 없어? 윽! 아야야, 무리했나? 허리가 좀...”

“저, 저놈이 드디어 지쳤다!! 다음은 나다아!!”


서리의 검 증표를 든 카벨의 천연덕스러운 연기에 다시 반려후보들이 날뛰었다.


연전연승에도, 반려후보들은 끝도 없이 몰려들었다. 증표가 탐났으니까.


당연하지 않은가? 가지기만 해도 과제에 높은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공녀님 피셜 꼴지가 되더라도 합격점을 받을 정도로.


게다가 공녀와 독대할 기회! 그것은 지위와 강하고 약하고를 떠나 게거품을 물고 달려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잘그락-


흐뭇하게 그 광경을 보던 마야가 말없이 두툼한 돈 자루를 촌장에게 건넸다.

게 눈 감추듯 로브 안쪽에 자루를 넣은 촌장의 웃음이 더욱 진해졌다.


“허허... 순조롭구먼 그래. 설마 저 놈이 계획했던 게 이렇게 잘 맞아 떨어질 줄이야.”

“으흐흐흐~ 그러게 말이에요~ 이게 앞으로 일주일 동안 계속 된다는 거죠? 일주일이 뭐야~ 1년 쯤 했으면 좋겠네.”

“끌끌끌~ 일주일이든 1년이든 어떤가... 우리는 그보다 더 오래갈 수 있을 것 같구만...”

“어머머~ 촌장님도 참~ 당연히 그래야죠! 북부 모험가 길드 부 마스터 마야의 이름을 걸고~”


굳게 손을 잡은 두 사람의 입가의 음흉함이 비명소리와 함께 더욱 진해졌다.


그때였다.


“고, 공녀님이시다!!”

“뭐?! 유레하 공녀님이?!”

“지, 진짜야...!! 진짜로 오셨어!!”


물살처럼 사람들이 빠지며 유레하 공녀가 벨티오, 엔야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북부의 한기에 하늘 거리는 은색 늑대귀와 은발. 몸 전체를 가린 두터운 진청색의 로브에도 움직일 때마다 드러나는 태.


카벨과 싸우던 반려후보들도 홀린 듯이 그곳을 주목했다.


그것을 본 카벨은 드디어 이빨을 드러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히죽 거렸다.


“다들 마을을 위해 노고가 많으시군요. 일국의 공녀로써 과제와 상관없이 여러분의 노력을 잊지 않겠습니다.”


보일 듯 말 듯 한 유레하의 공무용 미소에 반려후보들은 홀린 것처럼 앓는 소리를 냈다.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 어떻게 저리 티 없이 완벽할 수 있는가.


하지만 벙쪄있는 반려후보들과 달리 마을 사람들과 옆에 있던 엔야는 서로의 눈치를 보았다.


괜찮겠어?? 반려후보들이 모인자리에서?? 진짜?? 안말려도 돼??


여러 의문들이 시선으로 교환 되고 있을 때, 반려후보 하나가 더듬더듬 손을 들었다.


“그, 그런데 공녀님께선 여기엔 무슨 일로...”


유레하의 미소에 의뭉스러움이 끼어들었다.


“북부인들은 손님이 일하고 있는데 모른 척 할 정도로 경우 없지 않습니다. 하물며 일국의 공녀가 그래서는 안 되는 법이죠.”

“고, 공녀님...”


이 얼마나 올곧은 말인가. 그리고 얼마나 부끄럽게 만드는 말인가.


반려후보들은 감격에 몸서리쳤다. 그리고 서로를 견제하듯 살폈다.


공녀님이 일손을 도와준 다는 것은 그만큼 공녀와 말 한마디라도 섞고, 잘 보일 수 있는 기회라는 뜻. 그 기회를 놓칠 순 없었으니까.


‘어떻게든 공녀님이 내 이름을 기억하게 해야!’

‘스킨십! 의도치 않은 스킨십!’

‘꼭 내가 진행하는 작업현장으로 안내를!’


반려후보들이 불타올랐다.


어차피 그녀가 일손을 돕는 다고 해봤자 일국의 공녀다. 작업현장 시찰이나 사기를 북돋는 말 정도겠지.


그걸 구색으로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다면!


‘과연 니들 생각대로 될까?’


카벨은 노골적인 반려후보들의 기세를 보며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그에 화답하듯 공녀는 엔야에게 손을 내밀었다.


“엔야. 가져오세요.”

“네, 네?! 하, 하지만 공녀니임...”

“가져오세요. 부탁할게요.”

“...후우. 공녀님이 명이다. 건네드려라.”

“으으... 으으으으!!”


벨티오의 앓는 듯한 말에 반려후보들과 공녀를 바쁘게 번갈아 보던 엔야의 어깨가 축 쳐졌다.


그리고 잠시 후 뒤쪽에서 길쭉한 무언가를 가져왔다.


그 순간. 반려후보들의 동공이 동시에 흔들렸다.


“곡, 곡괭...이?”


곡괭이. 얼마나 사용했는지 닳고 닳은 곡괭이라니. 게다가 웬 기괴한 뼈 장식들이...?


하지만 주위의 시선에도 공녀는 마치 검을 뽑아들듯 가볍게 그립감을 확인했다.


펄럭-


그러곤 걸치고 있던 로브를 풀어냈다. 그 아래로 드러난 복장은 다시 한 번 반려후보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도 그럴게 평민 아낙네들이나 입을 작업복이었으니까. 그것도 얼룩 가득한.


“좋군요.”


공녀는 비로소 해방된 것처럼, 속바지와 소매를 접어 올리고 능숙하게 성벽 작업현장으로 갔다.


그 아름다운 여성이 팔과 다리를 드러내는데 왜 이리도 두근거리지 않을까...


마을 사람들은 한숨을 쉬면서도, 그녀의 합류를 익숙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더니...


쾅- 쾅!!


너무나도 능숙한 곡질이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행사가 끝날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 혼란이 반려후보들의 면면에 깃들었다.


카벨은 그 마음을 백분 이해하며 긴 한숨을 쉬었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짜식들아. 겪어 보고도 공녀에게 반할 수 있는지 보자고.”


잠시 후 익숙하게 유레하가 시작한 노동요가 침묵한 반려후보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 +


“흐흥~ 흥~”


레나의 하루는 산행으로 시작된다.


성력을 발현한 이후 마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는 레나였지만, 몸에 밴 수집 습관은 성력과 상관없이 불타올랐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그물망을 메고 마을 인근 숲에 들어가 잡동사니와 약초를 주웠다.


이런 모습 때문에 사람들은 장난스레 레나를 ‘잡동사니의 성녀’라고 부르곤 했다.


달라진 것이라면 촌장의 지시로 그녀를 몰래 지켜주는 사람들의 존재와, 매일 아침마다 따라 다니는 아셀이었다.


“헉, 헉...! 레나씨는 보기와 달리 튼튼하시군요!”


아셀은 다리를 후들대며 꼴사납게 말했다.


매일 카벨에게 훈련 받은 직후, 몸을 추스를 새도 없이 따라오니 지쳐있을 수밖에.


“아셀... 훈련 때문에 힘들지 않아...? 매일 나오지 않아도 되는데...”

“괜찮습니다! 이 정도면 가뿐... 가뿐...”


덜썩-


첫사랑 앞에서 센척하던 아셀이었지만, 주인의 마음을 몰라주는 다리는 그를 바닥에 꿇어앉혔다.


레나는 가볍게 웃으며 그의 발에 하급치유를 불어넣었다. 아셀은 잠시 그녀의 웃음에 넋이 나가있었지만, 다급히 손을 저었다.


“레나씨! 밖에서 함부로 성력을 쓰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반려후보 분 중엔 성국에서 오신 분들도 계신데...!”

“그래도 친구가 아픈데 그럴 수 없어...”

“친구... 그, 그렇군요.”


친구... 아셀은 납득하면서도 묘하게 가슴을 찌르는 단어를 속으로 되뇌며 치료를 받았다.


‘고귀해...’

‘아침부터 이렇게 일용할 양식을...’

‘방금 속상한 얼굴 봤어?! 잘 먹었습니다...!’


숨어서 둘을 지키고 있던 자들은, 어린 순애가 자라는 걸 지켜보며 입을 틀어막고 있았다.


능숙한 솜씨로 아셀의 상태를 보던 레나가 성력을 거두고 일어섰다.


“다리가 많이 피로해보여... 아셀은 천천히 와... 레나는 조금만 앞서 갈게...”

“예?! 그럴 순 없어요! 숲엔 위험한 것들이...!”

“괜찮아...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


스륵-


자애로운 웃음과 머리를 쓰는 부드러운 감촉에, 아셀은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였다. 뒤에 있던 호위들의 직업 만족도가 200%상승한 순간이었다.


‘이 근처도 이제 약초랑 좋은 돌맹이들이 없어...’


레나는 마치 야생동물 같이 능숙히 산을 누볐다. 최근 제대로 먹어 근력이 붙은 것도 있지만, 오랜 시간 산과 곳곳을 누빈 숙련도로 인한 결과였다.


아셀이 작은 속셈으로 따라오지 않았다면 산에서 채집 정도야 순식간에 끝내버렸을지도...


“.....?”


하지만 오늘 레나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평상시와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었다.


잠시 후 숨이 턱까지 넘어간 아셀이 겨우겨우 그녀의 뒷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헉, 헉... 겨, 겨우 따라잡았...”

“아셀~ 아셀~”

“네? 왜 그러ㅅ...”


깜빡임 없이 치고 들어온 광경에 아셀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그곳엔 눈 속에 반쯤 파묻힌 갈색 피부의 엘프여성이 있었다. 한쪽 다리가 괴상하게 꺾여 있는 것이 실족한 듯 보였다.


문제는 레나가 커다란 그물망 안으로 엘프의 귀를 손잡이처럼 잡고 쑤셔 넣고 있다는 것이었다.


수집 혼에 불이 붙은 레나는 해맑게 눈을 빛냈다.


“이거 봐. 엘프 주웠어. 넣게 도와줘.”

“넣어...? 왜요?!”

“죽었잖아? 좋은 거 많이 가졌어... 시체는 나중에 엘프들에게 주면 먹을 거 줘.”


꼬르르륵-


지느러미가 낀 물고기처럼, 그물망에 귀가 낀 엘프가 우렁찬 뱃고동으로 생존신고를 대신했다.


“...쯧.”


아셀은 옆에서 들린 혀 차는 소리가 눈보라나 산짐승이 낸 것이길 간절히 바랬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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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39화. 오랜만이구나 제자아! (이 글은 여기까지 입니다. 감사합니다!) 24.09.08 11 1 16쪽
39 38화. 약속을 지킬 때이니라. 24.09.07 12 1 16쪽
38 37화. 도둑 24.09.06 13 1 13쪽
37 36화. 루팅의 프로 24.09.05 12 1 15쪽
» 35화. 쯧 24.09.04 15 1 12쪽
35 34화. 평생 벗지 말아야지. 24.09.03 16 1 13쪽
34 33화. 쪽 24.09.02 15 1 14쪽
33 32화. 발라내기 24.09.01 16 1 12쪽
32 31화. 샌드백 24.08.31 20 1 14쪽
31 30화.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되나요. 24.08.29 25 2 13쪽
30 29화. 전령 24.08.28 30 1 15쪽
29 28화. 봉이다! 24.08.27 31 1 19쪽
28 27화. 반려후보 결정전의 시작 24.08.26 33 1 18쪽
27 26화. 대공의 호의 24.08.25 31 1 12쪽
26 25화. 건방진 놈 24.08.24 32 1 17쪽
25 24화. 후련할 것 같아서. 24.08.23 42 2 14쪽
24 23화. 선처하겠습니다. 24.08.22 35 2 19쪽
23 22화. 이놈이 먼저 끼어들었어! 24.08.21 33 1 16쪽
22 21화. 땜통 24.08.20 35 1 17쪽
21 20화. 공녀의 불씨 24.08.19 32 1 13쪽
20 19화. 정체가 뭐야? 24.08.18 32 2 17쪽
19 18화. 그냥 쏠 걸. 24.08.17 35 2 18쪽
18 17화. 중급마족 24.08.16 33 2 15쪽
17 16화. 너무 좋은데? 24.08.15 36 2 12쪽
16 15화. 미안해요. 24.08.14 37 2 15쪽
15 14화. 그게 뭔 좆같은 소리냐고!! 24.08.13 37 2 16쪽
14 13화. 빌어먹을 양산형 엘프 놈이...! 24.08.12 45 2 18쪽
13 12화. 그거 아닌데. 24.08.11 43 2 12쪽
12 11화. 물어 24.08.10 47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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