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없으면 죽는 북부공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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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수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30 19:32
최근연재일 :
2024.09.08 18:56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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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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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글자수 :
281,637

작성
24.09.07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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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38화. 약속을 지킬 때이니라.

DUMMY

38화


기분 나쁘다.


실마가 인도하는 지름길을 따라 마을에 도착한 카벨의 솔직한 감상이었다.


주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새하얀 눈밭과 빽빽하게 서있는 마른 나무들. 그리고 고목과 같은 커다란 나무 아래 있는 평범한 북부식 마을.


하지만 실마를 따라 오며 느낀 것은 누구도 손대지 않은 비경에 대한 경이로움 따위가 아니었다.


곳곳에 물안개처럼 짙게 깔린 사기였다.


아. 추가로 분노도 느꼈다.


“야. 딱 한번 기회를 줄거야. 솔직하게 말해.”

“으, 응...”

“누가 사주한거냐? 오늘 식탁에서 여기 있는 놈들 밥그릇 치우고 싶으면 구라 쳐 보든가.”[끄윽...! 윽...!]


실마는 두들겨 맞아 널브러진 엘프들을 보며 진땀을 흘렸다.


순식간이었다. 감각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엘프인 실마가 경고하기도 전, 카벨은 수풀에서 막 튀어나오려던 녀석의 안면에 니킥을 꽂았다.


이후 잠복해 있던 엘프들이 연이어 모습을 드러냈지만, 모두 엘프가 인간을 봤을 때 할법한 단어들을 내뱉기도 전에 아작이 나버렸다.


아무리 선제필승이라지만 너무하잖아...


“그런 거 아냐! 다들 마을 입구를 지키는 가디언 들이라고! 그걸 두들겨 패면 어떻게 해애!!”

“먼저 살기 비친 건 쟤내잖아 인마!”

“당연하지! 소식이 끊긴 동족이 웬 몰상식하게 생긴 인간이랑 같이 온다면 당연히 납치 당한ㅈ...”

“누구의 뭐가 어쩌고 저째...? 이 새끼가!!”

“우와아악!! 차, 참으세요 카벨씨!”

“참아! 아저씨 잘생겼어! 레나는 알아...!”


카벨의 발작 스위치가 눌린 것을 눈치 챈 레나와 아셀이 냅다 그의 양 발을 붙잡고 늘어졌다.


카벨과 북부에서 가장 오래 지냈던 둘이었기 때문에, 알 수 있던 위기였다.


실마는 눈치 챌 새도 없이 코앞을 스치고 지나간 황금 검에, 덜썩 주저앉아 오들오들 떨었다.


분이 안 풀리는지 한참을 허공에 검을 휘두르던 카벨은 두 아이가 필사적으로 어르고 달래고 나서야 얌전해 졌다.


아. 어버이 나무께서 이것 때문에 저 아이들을 데려 오라고 한거구나... 인간 무서워...


“쿨럭 쿨럭! 무, 무슨 일이냐!”


레나가 폭 안겨서 카벨이 잘생긴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는 사이, 소란을 눈치 챈 한 무리의 엘프들이 다가왔다.


얼굴은 엘프지만 북부의 추위가 그들의 자연주의 생활을 용인 해줄 정도로 덜 매섭진 않았는지, 엘프들은 두터운 털가죽을 겹겹이 두르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족인 카벨과 아이들을 발견한 그들의 표정에서, 그들이 확실히 엘프라는 것을 카벨은 느꼈다.


실마는 겪은 일이 있어서 인지, 카벨이 으르렁 대기도 전에 재빨리 엘프들에게 다가갔다.


“엘티드 장로님! 저 자는 마을을 돕기 위해 남부 연합장께서 보내신 사신이에요!”“남부 연합장께서? 말도 안된다! 인간 따위를 연합장께서 보낼 리가...!”

“증거로 신목의 가지와 정령수의 씨앗입니다!”

“뭣...!!”


다급히 주머니를 받아 내용물을 확인한 장로에게 얼떨떨함과 놀람이 번갈아 스쳤다.


카벨이라는 환경에 재빨리 적응한 실마 덕에 레나와 아셀은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뒤이어진 장로의 표정은 깊은 수심으로 어두워져 갔다.


“저... 장로님?”

“...안다 의심 할 것 없이 에아린님의 힘이 느껴지는 군.”

“그럼 얼른 신목을...!”

“이미 늦었다.”


희망에 들떠있던 실마의 동공에서 빛을 앗아가듯,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엘티드 장로님... 그게 무슨...”

“신목의 꽃이 모두 졌다. 잎은 모두 떨어지고, 이제 더 이상 마력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구나... 게다가 나를 포함해 모두 침식에...”

“그런... 말도 안... 자, 잠깐! 인간! 뭐하는...!!”

“칼 맞기 싫으면 비켜라!”


쿵-!!


그 순간. 순식간에 다가와 엘티드 장로를 쓰러뜨린 카벨이 황금검을 쳐들었다.


챙-!!


실마를 포함한 주변의 모든 엘프들의 안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뒤이어 여기저기서 병장기를 꺼내드는 소리가 났다.


격분한 엘프들이 달려들려는 순간, 레나와 아셀이 그 작은 몸으로 그들의 앞을 막아섰다.


인간족이지만 어린 아이들의 모습에 모두가 멈칫 거리자, 레나가 소리쳤다.


“잠깐만... 잠깐 만이면 돼! 조금만 지켜봐줘...!”

“침식을 풀려는 거예요!”


침식을 푼다? 그게 가능 하던가??


수많은 시도를 해봤고, 수많은 세월을 사기와 싸워온 엘프들은 서로를 둘러보았다.


그때...


투확-!!


황금검이 허공에서 비틀어지는 순간, 농도 짙은 사기가 깃든 바람이 주변의 엘프들을 밀어냈다.


“우왁?! 뭐, 뭐야 방금?!”

“인간놈!! 장로님에게 무슨 짓을 한거...!”

“다들... 다들 기다려라!! 장로의 명이다!”


이전과 달리 힘이 담긴 일갈에, 엘프들이 주춤주춤 물러섰다. 이윽고 몸을 일으킨 장로가 부릅뜬 눈으로 몸을 살폈다.


“침식이 풀렸... 인간... 아니 자네 어떻게?”

“정말 침식이 풀리셨어요?? 진짜??”


십년 감수 한 표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린 아이들의 시선이 주섬주섬 일어서는 카벨에게 꽂혔다.


“역시 말보단 보여주는게 빠르다니까~”

“아무리 빨라도 그렇지... 아저씨는 너무 과격해! 그 점은 레나도 싫어...!”

“동감이에요... 뭘 하려는 진 알겠지만 차근차근 이야기해도 됐잖아요!”

“그렇게 생각해? 보자마자 무기부터 꺼내든 성격 급한 작자들이? 대화로? 정말??”

[......]


레나와 아셀이 떨떠름 하게 무기를 치켜든 엘프들을 훑어보자, 그들은 당황하며 무기들을 등 뒤로 숨겼다.


확실히... 대화로 끌었다간 해결되기는커녕, 옥에 갇혀 낮선 천장을 보는 것부터 시작했겠지.


잘라내기 마을에서 처음 사기를 풀었을 때도, 믿어주기 까지 새벽 내내 걸렸는데...


카벨은 뚱하게 볼을 부풀린 레나의 뺨을 누르곤 앞으로 나섰다.


순식간에 높아진 카벨의 가치에 엘프들의 시선이 그를 뒤따랐다.


스릉-


황금 검을 치켜든 카벨이 자신을 보고 있는 자들을 하나씩 가리키기 시작했다.


“당신. 그리고 당신들도. 보아하니 침식까진 안갔죠? 가서 침식에 걸린 자들 모두 데려오세요.”

“어. 뭐, 뭐하려고...”

“뭐하긴. 일단 침식부터 풀자고요. 그러고 나서.”


카벨의 검은 눈동자가 야수처럼 신목을 훑었다.


“내 울타리에 민폐 끼치기 일보직전인, 성가신 이웃 동네 문젯거리를 살펴봅시다.”


외부에서 온 인간족 남자의 말에, 죽어가던 엘프들의 갈색 면면에서 뜨거운 감정이 떠올랐다.


순식간에 장로의 침식을 해소한 남자. 그 자가 모두가 포기한 신목을 언급하자 메말랐던 희망이 가슴 속에서 솟아올랐다.


[오오오!!]


쥐어짜진 목소리들이 망가진 신목 아래서 사기를 밀어 낼 것처럼 터져 나왔다.


+ +


“아셀! 고기! 빵! 끄읍...! 무울!!”

“넵!! 여기!”


투확-!!


“쿨럭! 좋아! 다음!”

“다음 오래. 풀린 언니는 레나랑 꼬옥~ 하고 가.”

“어...? 으, 으응...”


침식이 막 풀린 엘프 여성이 떨떠름하게 레나의 포옹을 받으며 밀려드는 성력에 몸을 떨었다.


마을에서 꽤 떨어진 임시로 세운 천막에 모인 엘프들은 이게 맞나 싶었다.


계속 요리해 오는 음식들을 카벨의 입으로 날라주는 아셀이나, 침식이 풀린 자들을 한번 씩 꼬옥 안아주고 보내는 레나나...


가장 떨떠름한 점은 누구도 해결하지 못했던 침식을, 저 남자가 믿기지 않는 속도로 풀고 있다는 점이었다.


침식이 풀린 자들이 울면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걸 보니 풀리긴 풀린 것 같은데, 이렇게 쉽게 해도 되는 건가??


묘한 분위기를 눈치 챈 아셀은 커다란 고기를 쑤셔 박아주며 카벨에게 속삭였다.


“카벨씨... 너무 대충 대충 하는 거 아니에요?”

“뭔 소리야! 내가 마을에서 반백명 침식 풀면서 도가 튼 사람이야! 그리고 더듬더듬 하다 중간중간 기절하느니, 몰아하고 기절하는 게 낫잖냐!”

“그건 그런데, 음식은 왜...”

“경험상 침식을 풀다보면 정신력이 딸려서 맛있는 걸로 기분이라도 업 시켜줘야 돼! 다으으음!!!”

“언니 꼬옥. 꼬오옥~”

[......]


개판인데 기쁘네... 이런 꼴을 보고 좋아하면 안되는데...


마침내 20명 정도 되는 엘프들의 침식을 전부 푼 카벨이 숨을 헐떡이며 드러누웠다.


빵빵해진 배와 달리 그의 얼굴은 며칠 가위라도 눌린 것처럼 초췌하기 그지없었다.


침식이 풀린 자들이 계속 고개를 숙이며 물러나자, 천막 안으로 실마와 엘티드 장로가 들어섰다.


둘은 처음과 달리 무척이나 우호적인 시선으로 카벨과 두 아이들에게 보냈다.


“정말, 정말 고맙네! 첫 만남에 실례한 걸 용서하게나... 에아린 연합장의 사신을 의심하다니...”

“헉, 헉... 돼, 됐으니까 일단 그거부터 시작 합시다... 나 기절하기 전에.”

“그, 그거? 인간. 뭘 말하는 거야?”

“아씨! 도와달라매!! 당연히 신목 문제지!! 왜 저꼴 났는지 말하라고!! 아윽... 현기증...”

“고기! 고기입니다!”

“꼭! 꼬오옥!”


중간이 없구나 이 인간은... 템포 너무 빨라서 체할 것 같은데...


엘티드 장로는 두 아이가 들러붙은 카벨을 보며 헛기침으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100년 전에...”

“아아악!! 미쳤나봐! 100년 전이래!! 다 듣고 나면 레나 결혼할 나이 되겠네! 누가 실시간 런타임으로 듣고 싶대요?! 짧고! 간결하게! 핵심만!”

“...노력하지.”


분명 마을을 구해준 은인인데 왜 밉지... 그냥 빨리 기절했으면 좋겠는데.


그런 마음을 백분 이해하는 실마의 위로담긴 시선을 받으며, 엘티드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야기는 이러했다.


북부 엘프들의 신목은 외부와 이곳을 단절시키기 위한 결계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이상한 마물 몇 마리가 결계를 뚫었다고 한다.


가끔 외부에서 운 좋게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서, 평소처럼 처리하려 했지만 임부는 실패했다.

정확히는 토벌을 갔던 엘프들이 실종 되었다고.


그중에 유일하게 생존해 돌아온 엘프가 있었는데, 큰 이상은 없어 다시 일상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제가 일어났다.


동료 경비를 죽인 돌아온 엘프가 심부로 들어가 신목의 핵을 껴안고 난 뒤 갑자기 죽었다고.


이후 신목의 핵부터 검은 기운이 퍼지더니 이 사단이 일어났다고 했다.


“그렇게 된 걸세...”

“으음...”


레나 테라피로 은은히 성력을 받던 카벨이 미간을 찌푸렸다.


“혹시 그 핵에 뛰어든 병사 시체는 어땠습니까?”

“그게, 어버이 나무도 눈물을 흘릴 참혹한...”

“아아. 비유법은 됐고. 껍질만 남고 속은 다 비어있지 않았어요? 허물처럼.”

“그, 그걸 어떻게!”

“카벨씨. 혹시 뭔지 알고 계세요??”


이어지는 채근에 카벨이 허리를 두드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곤 품에 안긴 레나의 깨끗한 정수리 냄새를 한껏 들이마시곤 말했다.


“실리게이터네요.”

“실리...?”


카벨은 9년 전 인마대전이 막 시작된 대륙 중부 왕국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설명하자면 길고. 생명체에게 기생해 속을 파먹는 마물입니다. 그러다 질 좋은 에너지를 발견하면, 숙주를 조종해 그곳으로 뛰어들게 만들죠.”

“소, 속을 파먹는 다고?! 인간! 그럼 어떤 생물도 버티지 못하잖아!”

“강한 마약 같은걸 몸에서 뿜어 눈치 못 채게 하거든.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라는 거지...”

“왜? 아저씨는 쎄니까 해치울 수 있잖아?”


앓는 소리를 내는 카벨의 품에 안겨 있던 레나가 커다란 연녹색 눈망울을 깜빡였다.


하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그는 한숨으로 답했다.


“1차든 2차든 숙주를 죽이면 끝나지만, 이번에는 아저씨도 좀 힘드네~”

“왜애애! 너 침식도 풀고 사기도 푼다며! 뭐가 안되는데에!”

“야씨! 자신 있으면 신목에다 도끼질 해보던가!! 말했잖아 숙주를 없애야 한다고!!”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실마에게 절망한 기색이 스며들었다.


“크흠! 호, 혹시 다른 방법은 없는 건가?”

“있죠. 지금 기생한 숙주보다 더 질좋은 에너지를 보여주면 뛰어들거든요. 그때 없애면 끝~”

“오오! 그렇구만! 그렇다면 질좋은 에너지를 당장... 질 좋은... 질...”


말할수록 엘티드의 안색이 파리해졌다.


세상에 신목의 기운 보다 질 좋은 에너지라니... 당장 손에 꼽더라도 한 손의 손가락이 다 접히지 않는데!


카벨은 어수선해지기 시작한 장내를 보다 드러누워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무형의 오러와 함께 먹색의 힘이 빗금쳤다.


‘내 성질을 제대로 다룰 수만 있다면, 어쩌면...’


카벨은 오러를 거두며 찌푸린 이마를 툭툭 쳤다.


9년 전, 이곳에 처음 전이된 이후 얼마 되지 않아 발현된 카벨의 ‘성질’.


하지만 전이와 함께 어려진 터라 기존 오러도 제대로 제어 못해, 성질을 활용하진 못했었다.


이후 성국에서 위기를 모면하려 성질을 사용했다 폭주. 이후 호염의 소드마스터에게 잡철 검으로 오러를 다루는 수련을 제의 받은 것이 떠올랐다.


‘할망구라도 있었으면 물어봤을텐데.’


성국에서 여기까지 거리가 얼만큼인데, 그게 가능 할리가 없지.


카벨은 천막의 틈새로 보이는 신목을 바라보며 손을 쥐었다.


만에 하나지만, 불완전하더라도 대공의 오러 운용법을 익힌 지금이라면, 어쩌면 성질을 다루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성질을.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 +


휘오오-!!


서부와 성국과 북부 공국의 경계를 가르는 윈터노스 산맥.

다양한 전설과 소문이 도는 이 비경은, 철통같은 북부에서도 유일하게 결계가 닿지 못한 지역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결계를 칠 수 없다고 보는 게 옳다. 이곳에 내리는 괴이한 눈 때문이다.


산맥에 들어선 자가 이곳의 눈을 맞게 되면 방향감각을 잃고 헤매게 된다.


문제는 눈을 맞을수록 효과가 강해지기 때문에, 이곳에 들어선 자는 필연적으로 조난을 당한다.


하지만... 예외는 있었다.


치이익-!!


온몸에서 수증기를 뿜으며 몸에 닿는 모든 눈을 녹이며 전진하는 존재.


붉게 달아오른 풀 플레이트 갑옷 위엔 성국의 문장이 커다랗게 새겨져 있었다.


그자는 오래된 마법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 듯, 정확히 북부를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호염의 소드마스터. 1황자와 함께 출발 했던 그자가 별안간 이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텅-


잠시 후 목이 마른지 눈밭에 얼굴을 박은 기사는, 투구를 내팽개치고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냈다.


“크하하! 드디어 만날 때가 무르익었구나!”


불타는 것처럼 붉은 머리에 붉은 눈동자. 시원스런 이목구비가 갈색의 피부에 미색이란 이름으로 펼쳐진 여성이었다.


그녀는 보통 사람은 몇 분도 못 버티는 추위 속에서, 연신 얼음을 씹어 먹으며 검을 뽑아들었다.


화르륵-!!


단 일검. 붉은 선이 그어지는 순간, 마치 드래곤의 브레스처럼 거대한 불꽃이 허공에 일렁였다.


순식간에 눈앞을 가리던 눈의 장막들이 증발 되자, 저 멀리 북부의 모습이 나타났다.


잘그락-


그녀는 불타는 검자루에 매달린 부서진 황금색 쇳조각을 보며 짐승 같은 송곳니를 드러냈다.


“약속을 지킬 때이니라! 카벨! 제자여!”


휘오오-!


그때. 빈 공간이 다시 거세진 눈보라로 채워지며, 그 너머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존재는 눈 속을 유양하며 압력이 담긴 거대한 푸른 안광을 호염의 소드마스터에게 쏘아냈다.


호염의 소드마스터는 다 알고 있었다는 듯이 입꼬리를 들어올렸다. 마찰하는 이빨사이로 불꽃이 일렁거렸다.


“재촉 할 것 없느니라. 폴라리스. 나처럼 맹약에 구속된 옛 친구여.”


얼음을 입안에 퍼 넣은 호염의 소드마스터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권능이 담긴 시선을 받아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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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비축분인 39화까지만 연재하고 중단하도록 하겠습니다.+피드백 있으시면 댓글로 부탁드려요! 24.08.31 37 0 -
40 39화. 오랜만이구나 제자아! (이 글은 여기까지 입니다. 감사합니다!) 24.09.08 11 1 16쪽
» 38화. 약속을 지킬 때이니라. 24.09.07 12 1 16쪽
38 37화. 도둑 24.09.06 13 1 13쪽
37 36화. 루팅의 프로 24.09.05 12 1 15쪽
36 35화. 쯧 24.09.04 14 1 12쪽
35 34화. 평생 벗지 말아야지. 24.09.03 16 1 13쪽
34 33화. 쪽 24.09.02 15 1 14쪽
33 32화. 발라내기 24.09.01 16 1 12쪽
32 31화. 샌드백 24.08.31 20 1 14쪽
31 30화.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되나요. 24.08.29 25 2 13쪽
30 29화. 전령 24.08.28 30 1 15쪽
29 28화. 봉이다! 24.08.27 31 1 19쪽
28 27화. 반려후보 결정전의 시작 24.08.26 33 1 18쪽
27 26화. 대공의 호의 24.08.25 31 1 12쪽
26 25화. 건방진 놈 24.08.24 32 1 17쪽
25 24화. 후련할 것 같아서. 24.08.23 42 2 14쪽
24 23화. 선처하겠습니다. 24.08.22 35 2 19쪽
23 22화. 이놈이 먼저 끼어들었어! 24.08.21 33 1 16쪽
22 21화. 땜통 24.08.20 35 1 17쪽
21 20화. 공녀의 불씨 24.08.19 32 1 13쪽
20 19화. 정체가 뭐야? 24.08.18 32 2 17쪽
19 18화. 그냥 쏠 걸. 24.08.17 35 2 18쪽
18 17화. 중급마족 24.08.16 33 2 15쪽
17 16화. 너무 좋은데? 24.08.15 36 2 12쪽
16 15화. 미안해요. 24.08.14 37 2 15쪽
15 14화. 그게 뭔 좆같은 소리냐고!! 24.08.13 37 2 16쪽
14 13화. 빌어먹을 양산형 엘프 놈이...! 24.08.12 45 2 18쪽
13 12화. 그거 아닌데. 24.08.11 43 2 12쪽
12 11화. 물어 24.08.10 47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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