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없으면 죽는 북부공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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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수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30 19:32
최근연재일 :
2024.09.08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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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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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화. 너무 좋은데?

DUMMY

16화


휘이익-!


잘라내기 마을 북쪽의 숲속. 빈틈없이 채워진 눈보라를 해치며 두명의 인영이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마법과 오러. 두가지 상반된 개념을 모두 다루는 유레하는 무척 유능했다. 그녀가 걸어준 경량화 마법만 봐도 그랬다.


쓸데없는 영창은 최대한 줄이고, 빠른 발동과 효율적인 마력분배를 우선시 하는 스타일로 보였다.


비록 그녀의 오러는 하급이라 체력 강화 밖에 안됐지만, 오러를 사용하는 방법도 능숙했다.


덕분에 족히 2시간은 내달려야 했던 거리가, 반절 이상으로 줄어들 수 있었다.


카벨은 경량화 된 몸을 오러로 강화해, 숲을 가로지르며 유레하를 흘낏 거렸다.


오러의 수준은 자신이 높았지만, 적으로 그녀를 만났을 때 이길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하기 힘들었다.


그런 시선에 유레하는 무감각한 시선을 맞춰왔다.


망할 진짜 더럽게 예쁘네.


“전보다 느셨군요.”

“뭐, 뭐가 말입니까?”


카벨은 숫된 중딩처럼 당황하며 되물었다.


“사기를 푸는 것 말입니다. 전보다 훨씬 많은 양이 한 번에 풀렸습니다.”

“뭐... 마을 사람들의 사기를 풀다보니 자연스레...”

“그랬군요.”


유레하가 작게 미소지었다. 명장이 평생을 바쳐 그린 여신화가 생명을 얻어 웃어준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턱-

“으억?!”


카벨은 돌뿌리에 걸려 가속도와 함께 바닥을 굴렀다. 빠르게 자세를 바로잡았지만, 온몸은 생채기와 흙으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또 기행을 일삼는 그에게서, 유레하는 조금 거리를 두었다.


“의외로 자주 웃으시는 군요...”

“그렇습니까? 오히려 잘 웃지 않는 편입니다만... 당신이 오고나선 자주 그런 것 같군요.”


제발 그런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은 그만둬... 심장에 안 좋다고.


“...반려후보자들 앞에선 웃지 말아주십쇼. 광폭화 된 사람들과 싸우고 싶지 않으니까.”

“공무상 미소는 필수입니다.”

“지키는 입장을 좀 더 배려해달라는 겁니다...”


카벨이 혀를 차며 앞으로 치고 나갔다. 그때 그의 감각스킬에 무언가 잡혔다. 유레하도 뒤늦게 무언가 느꼈는지, 차가운 눈에 진지함이 깃들었다.


“제가 왼쪽. 공녀님이 오른쪽입니다.”


촤악-!


[크헉?!]


처음부터 합을 맞춘 것처럼 두 사람의 검이 나무 뒤에 숨어있던 셋을 베고 지나갔다.


무너지는 자들의 손에 쇠뇌가 들려 있는 것을 보아, 처음부터 암습할 생각으로 있던 자들 같았다.


“무척이나 단련된 감각을 가지고 계시는 군요.”

“삶이 고달파서 말입니다. 그보다 작전대로 이제 슬슬 숨으시죠. 거의 다 온 것 같으니까.”

“벨티오씨를 구하고 저는 먼저 마을로 돌아가면 되는 거였죠?”

“네. 남은 놈들은 제 선에서 끝내고 곧 따라가죠.”

“혼자서 괜찮으시겠습니까?”


대답대신 카벨은 서리의 검의 증표를 들어 보였다.


나 대공의 검 받아낸 사람이야. 이거 왜이래?


“알겠습니다. 건승을 빌겠어요.”

“맡기시죠. 그런데, 출발하기 전 했던 말은 도대체 뭡니ㄲ...”

“슬슬 도착할 것 같으니 저는 이만.”


유레하는 그녀답지 않게 당황하며 공기 속으로 녹아들듯 사라졌다.


사라지기전 날린 의외의 면모에 또 스텝이 꼬일 뻔 했지만, 학습으로 인해 비틀 거리는 선에서 멈췄다.


‘어떤 새낀지 모르겠지만 공녀와 결혼하는 놈은 제 명에 못살겠네.’


얼굴도 모르는 그녀의 미래 남편에게 애도를 마치고, 카벨은 앞에 보이는 오두막을 향해 속도를 높였다.


그를 향해 나무 위 검은 로브 차림의 사람들이 암기를 들고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의 명을 재촉하듯이.


+


소드마스터.


사람의 범주를 초월해 하나의 현상이 된 자를 일컫는 단어다.


평범한 도검과 마법은 그 몸에 닿지도 못하고, 범부들이 세월을 바쳐 쌓은 단단한 성벽은 그 존재에게 문을 여닫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끄으윽...!”


하지만 대공은 너무나 무력하게 침대에 앓아 누워있었다.


그를 쓰러뜨린 것은 독도 세월도 아니었다. 아버지로서, 딸을 둔 아비로서 마주한 딸의 최악의 일탈 이었다.


대공의 침대 주변엔, 수많은 치료사들이 둘러싸고 있었지만, 하나 같이 진땀만 흘릴 뿐이었다.


병이 있어야 치료할게 아닌가?


“뭐하는가!! 대공께서 괴로워하시는데 어서 손을 쓰지 않고!!”

“성국 이데시아에 전갈을 보내라! 교황이든 성녀든 불러와!”


라셀과 레오닐이 그들을 닦달했지만, 어떤 약과 마법을 써도 대공은 앓는 소리는 여전했다.


이제껏 잔병치례 하나 없이 꿋꿋하게 북부를 떠받치고 있던 남자가 아니던가?


그렇기에 이리 무력한 모습은 그들의 불안감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동시에 곧 있을 반려후보 선발에서 공녀를 떠나보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려웠다.


“레, 레오닐...!”

“전하! 정신이 드십니까!”


대공의 신음에 레오닐이 황금색 갈기를 휘날리며 침상으로 다가갔다.


핏발선 눈의 대공은 중후해야할 나이에 걸맞지 않게 분노에 차 말했다.


“지금 당장 군을 준비시켜라...! 큭! 그리고 그놈을 잡아와...!”

“군을 말입니까...? 그리고 그놈이라니 누구...”

“개발인지 카벨인지 하는 그 개새끼 말이다!! 내 그놈의 생살을 씹고, 심장을 파먹어야 일어날 것 같으니 당ㅈ... 억!”


덜썩-


[대, 대공전하!!]


또 다시 뒷목을 잡고 쓰러진 대공 주변으로 치료사들이 몰려들었다.


라셀과 레오닐은 서로를 마주보며 이 명령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해 했다.


+


잘라내기 마을 북쪽 숲의 폐가.


사람의 발자취가 끊긴 오두막은 그 형태조차 간신히 유지한 채 서 있었다. 그 앞엔 다양한 전투복장을 한 자들이 모여 있었다.


선두에 선 검은 후드의 여성은 소형 손 쇠뇌가 장착된 손이 떨리는 걸 겨우 진정시키고 있었다.


“내가 좀 늦었지? 교통체증이 있어서 말이야.”


의미 모를 말을 태평스레 하는 피투성이의 남자. 그가 늘어뜨린 황금색 검에서, 아직 따뜻함을 잃지 않은 동료의 피가 김을 뿜고 있었다.


평생을 ‘마녀의 자비’조직에서 더러운 일을 하며 살아왔던 여성의 감이 외치고 있었다.


지금 저자를 모든 힘을 동원해 없애야 한다고.

그러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거라고.


하지만 그녀는 프로였다.


“크큭. 숲은 낮에도 위험하거든? 혼자 다니는 사람에겐 더더욱. 친구들이라도 데려올 줄 알았는데...”

“여자랑 만날 것 같아서. 친구 데려가면 모양 빠지잖아?”


푸슉-


그가 던진 오러를 품은 협박편지가 뒤에 있던 사내의 뺨을 깊게 갈랐다. 하지만 그들은 미동도 없이 사냥개처럼 카벨을 주시했다.


‘대충 긁어모은 용병들은 아닌가보군.’


상황 판단을 마친 카벨이 검을 가볍게 고쳐 쥐었다. 여성은 검은 후드 아래로 식은땀을 닦아냈다.


“그래서. 데려간 놈은... 어디에 있지?”

“후후. 걱정 마. 안전하게 잘 모시고 있으니까.”

“칫.”


카벨은 험악한 인상으로 혀를 찼다.


안전하게 잘 데리고 있다는데 왜...?


검은 후드 여성은 혼란스러웠다. 무슨 일이라도 일어났길 바란 건가?


“정말 안전하냐? 예를 들어 고문으로 반병신이 되었다던가, 팔 하나쯤 잘렸다고 해도 괜찮다고?”

“멍청하긴. 너를 끌어들일 소중한 인질이야. 그렇게 대할 리가 없잖아?”


망할. 진짜 조금의 가능성도 없는 건가. 전혀 가망 없는 전개에 그는 의욕이 크게 꺾였다.


무능한 주제에 개고생시킨 만큼 고통 받길 원했는데...


그럴수록 검은 후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인질이 무사하다는 것에 보통 저런 반응을 보이나?


그래도 뿜어지던 기세가 줄어든 것을 호재였다.


잘 단련된 조직원들을 상처하나 없이 모두 베고 온 실력자. 심경의 변화라도 일으킬 수 있다면 일은 더 쉬워 질 터.


“야. 데리고 나와.”


검은후드의 명령에 조직원 둘이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상황이 좀 납득되지 않았지만, 인질을 보여줘서 쐐기를 박을 생각이었다.


잠시 후 두 녀석은 재갈로 입을 막은 벨티오를 데리고 나왔다. 그는 분노에 실핏줄이 터진 눈을 한 채 부들거리고 있었다.


“...어?”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카벨은 바보 같은 소리를 냈다. 벨티오의 모습 때문이었다.


뒤로 묶고 있던 잿빛머리카락은 길게 풀어진 채 기름을 먹여 찰랑찰랑 빛났다. 화장이라도 시켰는지 그의 얼굴엔 알록달록 분과 연지가 칠해져있었다.


게다가 귀부인이나 영애 정도만 입는 핑크색의 드레스와 각종 장신구...


묘하게 어울리는 복장을 입은 벨티오는 치욕에 부들부들 떨었다.


“이제 인질도 보여줬으니 감이 오...”

“크하하핳ㅎ하하!! 아하학라항캌!!”


꺽꺽 숨까지 막혀가는 커다란 웃음소리가 숲에 울려 퍼졌다.


카벨은 벨티오의 꼴에 삿대질을 하며 배를 잡고 웃었다. 얼마나 긴 폭소인지 사례까지 들려 콜록댔다.


“흡...”


뒤쪽 허공에서 필사적으로 숨 참는 소리가 들렸다. 유레하였다. 투명화로 카벨의 뒤쪽에 숨어있던 그녀 역시 터진 듯 했다.


“읍!! 으으읍!!”


벨티오는 부들부들 떨며, 붉게 칠해진 입술로 재갈을 자근자근 씹었다. 여과되지 못한 분노가 그의 주변으로 퍼졌다.


‘뭐지? 왜 웃는...’


검은 후드는 자꾸 예상을 벗어나는 상황에 당황했다. 하지만 여기서 페이스를 잡지 못하면 일을 그르칠 터.


“후, 후후! 재회해서 기쁜가 보네. 다행이야.”

“아 미친... 다행이고 뭐고 저 꼴은 뭐냐?”

“꼴이라니. 이래 뵈도 어렵게 구한 저주의 드레스라고? 잘 어울리지 않아?”


심상치 않은 단어에 카벨의 육감이 벨티오가 입은 드레스를 향했다. 확실히 무언가 불미스러운 기척이 느껴졌다.


뭔가 익숙한 마력이었다.

과거에 이런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었는데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단 말이지...


“나를 죽이거나 드레스를 강제로 벗기려고 하면, 이 녀석 뒤져. 그러니 얌전히 구는 게 좋을 걸?”

“저주는 알겠고. 왜 내가 네 말을 들어야 하는데?”


근원적인 질문에 여성은 당황했다.


“왜냐니! 이 녀석은 네 연인 아니야? 안 그래? ‘대공을 꼬신 자’.”


울컥-


카벨의 웃음이 뚝 멈췄다. 그러곤 아까 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위압감이 그를 중심으로 퍼져 나왔다.


단련된 조직원들이 저도 모르게 무기를 꺼내들 정도였다.


“...방금 뭐라고 그랬지?”


서슬 퍼런 목소리. 그녀는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네, 네가 남색을 밝힌다는 정보는 이미 파악했어! 저 기사가 네 잠자리 상대라는 것도 알고 있...”


쿠궁-


아까보다 묵직한 위압감과 살기어린 흉악한 표정이 조직원들에게 지어졌다. 그 면면에 몇몇 녀석들의 무기 끝이 덜덜 거렸다.


카벨은 뒤쪽에서 유레하의 가라앉은 시선이 느껴지자, 더욱 이를 갈았다.


스릉-


검은 후드는 베일 듯 불어온 살기에 재빨리 벨티오의 목에 단검을 댔다. 남자답지 않은 하얀 목에서 가는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거, 거기까지야! 얌전히 검을 버려! 안 그러면 네 애인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니까!”


그 순간. 거짓말처럼 살기가 멈췄다.


카벨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잠시 후 조울증처럼 웃다 분노하던 자의 들뜬 목소리가 고요 속에 퍼졌다.


“정리하자면, 내가 가만히 협조하고 있으면 인질이 안전하게 돌아온다는 거지?”

“그, 그래!”

“내가 검을 버리지 않으면 그 녀석에게 뭔가 못된 짓을 할 거고? 사지를 찢거나 막 산채로 뼈를 발라내고 응?”

“으으읍!! 으읍!! 브븝!!”


기대감 섞인 과격한 표현에 벨티오가 날뛰었다.


페이스를 잡은 건 이쪽일 텐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자 검은후드는 갸웃했다.


“그, 그렇지?”

“그거 참...”


카벨은 흉악하게 입꼬리를 들어 올리며 살기를 피워댔다. 황금색 검이 묘한 기백을 품고 날을 세웠다.


“...너무 좋은데?”

“뭐...?”

“기다려 자기! 내가 구해줄게!”

“으으읍!!! 으븝?!!”


격렬히 고개를 흔드는 벨티오에게 아랑곳 하지 않고, 카벨의 신형이 조직원들을 향해 쏘아졌다.


빠르게 다가오는 농도 짙은 악마의 미소. 동료가 죽어도 자리를 지키던 조직원들은 저도 모르게 본능 적으로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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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39화. 오랜만이구나 제자아! (이 글은 여기까지 입니다. 감사합니다!) 24.09.08 10 1 16쪽
39 38화. 약속을 지킬 때이니라. 24.09.07 11 1 16쪽
38 37화. 도둑 24.09.06 12 1 13쪽
37 36화. 루팅의 프로 24.09.05 12 1 15쪽
36 35화. 쯧 24.09.04 14 1 12쪽
35 34화. 평생 벗지 말아야지. 24.09.03 16 1 13쪽
34 33화. 쪽 24.09.02 15 1 14쪽
33 32화. 발라내기 24.09.01 16 1 12쪽
32 31화. 샌드백 24.08.31 19 1 14쪽
31 30화.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되나요. 24.08.29 24 2 13쪽
30 29화. 전령 24.08.28 30 1 15쪽
29 28화. 봉이다! 24.08.27 30 1 19쪽
28 27화. 반려후보 결정전의 시작 24.08.26 32 1 18쪽
27 26화. 대공의 호의 24.08.25 30 1 12쪽
26 25화. 건방진 놈 24.08.24 32 1 17쪽
25 24화. 후련할 것 같아서. 24.08.23 41 2 14쪽
24 23화. 선처하겠습니다. 24.08.22 34 2 19쪽
23 22화. 이놈이 먼저 끼어들었어! 24.08.21 33 1 16쪽
22 21화. 땜통 24.08.20 34 1 17쪽
21 20화. 공녀의 불씨 24.08.19 31 1 13쪽
20 19화. 정체가 뭐야? 24.08.18 32 2 17쪽
19 18화. 그냥 쏠 걸. 24.08.17 35 2 18쪽
18 17화. 중급마족 24.08.16 32 2 15쪽
» 16화. 너무 좋은데? 24.08.15 36 2 12쪽
16 15화. 미안해요. 24.08.14 36 2 15쪽
15 14화. 그게 뭔 좆같은 소리냐고!! 24.08.13 37 2 16쪽
14 13화. 빌어먹을 양산형 엘프 놈이...! 24.08.12 45 2 18쪽
13 12화. 그거 아닌데. 24.08.11 42 2 12쪽
12 11화. 물어 24.08.10 46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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