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없으면 죽는 북부공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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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수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30 19:32
최근연재일 :
2024.09.08 18:56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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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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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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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25화. 건방진 놈

DUMMY

25화


카스토르 성 지하감옥의 면회실. 돌고 돌아 결국 이곳에 수감된 카벨은 온몸을 붕대로 감싼 채 이를 갈았다.


마법으로 강화된 철장 너머에서 벨티오와 유레하가 어색하게 기침했다.


특히 유레하는 카벨이 갇힌 원인을 제공한 터라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그런 주제에 때때로 눈을 마주칠 때면 묘한 냉기를 뿜어냈다.


한참 눈치 보던 그녀는 최대한 따뜻하게 말했다.


“그곳은 어떻습니까? 밖은 이제 초겨울이랍니다.”


쿠당탕-!!


“저게!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된 건데!!”

“죄, 죄수 철장에서 떨어져! 공녀님을 보호해라!!”


장기수한테나 할법한 아련한 대사에 폭주한 카벨이 철장을 들이받았다.


간수들이 공녀를 철장에서 떨어뜨려놓았지만, 카벨은 대공과 비슷한 시선으로 공녀를 노려봤다.


벨티오는 속 시원한 면면을 한 채, 둘의 아이컨텍 사이로 끼어들었다.


지금까지 계속 당하기만 했던 터라, 카벨의 이런 모습을 보니 체증이 쑥 내려간 모양이다.


“진정해라. 나쁜 의도가 있으셨던 건 아니셨다. 공녀님도 나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는 건 알아둬라.”

“너. 손 치우고 말해봐.”

“크흠! 마을은 걱정마라. 병사들이 지키고 있고 나도 신경 써 살피고 있으니.”

“하... 레나랑 아셀은 어떻게 됐습니까?”

“무사히 깨어났다.”


레나와 아셀의 안부를 듣자, 승냥이 같던 카벨의 인상이 조금 누그러졌다.


계속 신경 쓰였다. 현대에 두고 온 동생들처럼 따르던 아이들이 희생 되었을까봐.


두 아이들이 무사하다는 말은 카벨에게 안도감과 죄스러움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유레하는 그 기분이 이해되는지 철장으로 한걸음 다가왔다.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제가 조금 더 일찍 나섰더라면...”

“이제 와서 잘잘못 따지는 건 그만 둡시다. 그래서 전 언제 나갈 수 있는 겁니까?”

“아버님께 사정을 설명했으니 오늘 저녁이나 내일이면 나갈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카벨은 그녀가 머뭇댈수록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잠시 후 그 낌새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 되었다.


“아버님께서 당신을 부르셨어요.”

“...역시 이렇게 되나.”

“걱정 마세요. 제가 같이 들어가 변호 할 테니까. 제 말이라면 들어 주실 겁니다.”

“지금 절 이 꼴로 만든 재앙도 공녀님의 입에서 나왔죠.”

“......”


괜스레 서늘해진 뒷덜미에 카벨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정도로 일을 벌였으니, 분명 사정청취를 들을 셈이겠지.


솔직히 여기까진 예상한 바였으나 문제는 공녀가 벌인 사건이다.


사랑의 도피. 카벨을 죽일 생각 이었다면, 즉석에서 생각한 임기응변으론 100점짜리다.

저 주제 한방에 어떤 대단한 업적도 묻혀 버릴 정도로 말이다.


‘이렇게 된 이상 뭔가 묘수가 필요한데...’


낑낑대며 머리를 굴리고 있을때 벨티오가 철장 너머로 어깨를 두들겼다.


“걱정마라! 대공께선 의외로 따뜻하신 분이다! 귀족용 독방을 내준 것도 그분의 배려지!”

“뭔 소리래요? 독방 받은 적 없거든요?”

“음? 그럴 리가.”


곰곰이 기억을 더듬던 벨티오가 손뼉을 마주쳤다. 그리곤 어깨를 들썩이며 웃음을 삼켰다.


“크흡! 아무래도 잡범들과 착각해서 넣어버린 모양이군. 그럴게 네놈 쌍판이 좀 더럽...”


콱-!


“끄어어억!!! 코코!! 코오!! 아아아악!!!”

“베, 벨티오경!”


코를 물고 늘어진 카벨과 비명을 지르는 벨티오를 간수들과 공녀가 때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영양가 없는 줄다리기는 쉽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


카스토르 성의 접견실은 성 내부에서도 특히 소박한 곳이었다.


창문하나 없는 하얀 대리석으로 된 방에 장식도 없는 순백의 의자와 테이블.


특이한 건 곳곳에 보안을 위한 마법이 걸린 커다란 마석이 박혀있다는 것이다.


도청이나 염탐이 일어나는 사태를 최대한 방지하기 위함으로 보였다. 장식물이 없는 것도 이상함을 바로 눈치 채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곳의 상석에 중후한 느낌을 주는 대공이 앉아있었다. 그가 울화를 머금은 숨을 내쉴 때마다 주변의 공기가 떨리고 있었다.


곁에 앉은 유레하의 고고한 아름다움만이 이 살기 넘치는 공간의 유일한 도피처로 보였다.


“사기와 침식을 풀 수 있다는 게 사실인가.”


테이블 위로 조사보고서를 떨어뜨린 대공이 그르렁 거렸다.


공녀 건을 먼저 들먹일 줄 알았는데? 부복한 카벨이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왜 진즉에 내게 말하지 않았지.”

“그랬다간 여기저기서 제 능력을 탐해 날파리가 꼬였을 테니까요.”


처음 끌려왔을 때가 북부에 도착한 첫날이라고 들었는데, 그 사이 거기까까지 파악했다는 건가?


납득 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공이 들고 있던 보고서로 눈을 돌렸다.


“마을의 침식을 풀고, 남작이 마족과 결탁한 사실을 밝혀냈군. 게다가 잃어버린 성자의 핏줄 건 까지... 감히 내게 인정받겠다 호언장담할 만 해.”

“그럼 반려후보로 인정 해 주시는 겁니까?”

“나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예...?”

“약속은 내가 소리를 낼 정도의 공적이라고 했을텐데? 흐흐흐”


말도 안되는 주장에 카벨이 입을 떡 벌렸다. 그럴수록 대공의 졸렬한 미소는 짙어졌다.


“아버님...!”


채근 하는 것처럼 유레하의 하얀 손이 투박한 대공의 손에 얹어졌다.

치트키까지 나섰지만 대공은 조금도 물러설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공은 공. 네놈의 꼴사나운 발버둥이 북부에 도움이 되었으니, 바라는 것 정도는 들어주지.”


그렇단 말이지? 어디 두고 보자고.


카벨은 주저 없이 생각해 오던 것을 내질렀다. 공녀가 쥔 목줄이 튼튼하기를 바라면서.


“잘라내기 마을을 공녀 직할령으로 해주시고, 유레하 공녀저하를 상주케 해주십시오.”


고오오-!!


대공의 오러가 폭발하는 것처럼 터져 나왔다.

검을 맞대지 않아도 명확히 전해지는 의도에, 카벨은 다잡고 온 각오가 박살나는 것을 느꼈다.


덜컹-


난장판이 되기 일보 직전, 조용히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나타났다. 허가되지 않은 방문에 대공의 면면이 험악하게 구겨졌다.


“내가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하지 않았...!!”


하지만 이후 드러난 얼굴에 대공은 드물게 놀라며 입을 벌렸다.


뒤로 짧게 묶은 금발에 평민 같은 꾀죄죄한 복색. 하지만 그 와중에도 영민하게 빛나는 푸른색 눈동자의 소년.


“너, 너는...”


그는 생기 있고 당당하게 몸에 익은 궁중예법을 선보였다. 도저히 사기에 고통 받는 자로 보이지 않은 힘찬 목소리가 이어졌다.


“대공전하. 이후는 감히 이 못난 자가 말씀을 올려는 걸 허해주십시오.”


아셀 글리포드. 자신이 아끼는 심복의 아들이 너무나도 건강한 모습으로 서있었다.


+


아셀이 카벨을 대신해 요청한 것은 크게 세가지였다.


첫째로 잘라내기 마을을 공녀 직할지로 선언하고 공녀를 상주시킬 것,

둘째로 마을을 공녀를 위한 전선기지화 시키기 위해 물자를 줄 것.

셋째로 ‘죽은 자’들을 ‘이방인’으로서 대우할 것 이었다.


아셀은 긴장하면서도 카벨이 이야기 했던 내용을 조리 있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공녀에게 미리 말해두길 잘했군.’


카벨은 어제 감옥에서 공녀와 헤어지기 전 급하게 생각난 한 수에 감사하며 한숨을 돌렸다.


첫 만남 부터 카벨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가진 대공이다. 이대로 계속 이야기 했다면 사적인 감정으로 트러블이 생길 가능성이 컸다.


그런 상황에서 아셀을 등장시키는 것은 일종의 와일드카드였다.

침식을 풀 수 있다는 반증과 함께, 마을에 유능한 자들이 묻혀있다는 간접적 메시지인 것이다.


카벨의 생각대로 그의 등장을 통해 설명하고 납득시켜야 하는 부분이 크게 줄어들 수 있었다.


다행히 대공에게도 아셀이 나타난 건 큰 의미 인 듯 했다. 처음 만나자마자 의자에서 일어나 직접 그의 안부를 물어볼 정도였으니 말이다.


“침식과 사기를 풀 수 있다면, 사기가 강한 전방에 전선기지를 만드는 것도 무리도 아니군.”

“예 전하. 그렇게 되면, 병사들의 피로도도 덜 수 있고, 빠르게 전장으로 순환시킬 수도 있습니다.”

“으음...”

“직할령이 되면 정식으로 공국의 소유가 됩니다. 침식이 풀린 자들을 징병을 할 명분도 생깁니다.”


유레하가 아셀과 함께 적극적으로 이점을 피력했다. 역시 호감도가 높은 둘이 말하자 대공도 순수하게 사안에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곳곳에서 여전히 예리함을 잃지 않고 있음을 반증했다.


“굳이 직할지로 하여 세금을 상납하는 이유는, 그곳을 내가 정식 영지로 인정하고 주민을 보호하게 하려는 속셈인가?”

“송구하게도 그러하옵니다. 전하께서도 충분히 이익이 되는 일일 것입니다.”


계획의 골조를 대공은 빠르게 파악했다. 특히 어린 나이에도 아비를 닮아 논리정연하고 간단명료하게 이야기하는 아셀을 보고 더더욱.


북부에는 인재가 부족하다. 사기와 침식이 이곳이 강성하지 못하도록 만들기 때문이었다.


죽을 날만을 기다리는 아까운 인재들이 모인 잘라내기 마을. 그곳의 침식이 풀렸다는 것은, 대공에겐 거부할 수 없는 카드였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대공은 빠르게 속단하지 않았다.


“왜 이들을 복권시키는 게 아니라 ‘이방인’으로써 대하길 원하는 것이지?”

“전하 그건...”

“나는 저 건방진 놈에게 물은 거다.”


아셀을 제지한 대공은 이제껏 공기취급하고 있던 카벨에게 물었다. 다행히 아까와 같은 적대감은 없었지만 묘한 압력이 풍겨왔다.


이건 분명히 시험하는 거군... 그렇다면 받아주지. 9년 동안 갖은 일에 엮어온 내 짬밥을 우습게보지 말라고.


“복권시켜 주실 수 있으십니까?”

“.....”


정곡을 찔린 듯 대공의 눈주름이 깊어졌다.


“마을사람들은 요직 출신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들을 본래 자리로 다시 복귀 시키면, 불만을 불러올 것 입니다.”

“나는 대공이다. 내가 하고자 하면 할 수 있다.”

“공녀저하로 인한 귀족들의 불만을 무시하고 말입니까?”


침음이 뒤를 이었다. 이 물음에 한해선 대공이니 좆대로 하겠다고 말할 수 없겠지.


카벨은 이미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은색늑대와 은색늑대수인인 공녀에 대한 불만을 보았다.


문제는 불만을 토로하는 자들 사이엔, 귀족들로 보이는 자들도 심심치 않게 보였다는 것이다.

그들은 하나 같이 불행이 무서워, 공녀를 다시 전장을 내몰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대공은 딸을 무척이나 아끼는 사람이다. 그런데 공녀는 전장에서 살다시피 한다.

그렇게 아끼는 딸을 죽음의 한복판에 보낸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이것은 외압이 있다는 뜻이고, 그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했다는 뜻도 된다. 그 외압의 정체가 귀족들이라는 것은 일목요연했다.


“이 상황에서 그런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한다면, 반드시 빈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이들에게서 불만이 나올 겁니다.”

“음...”

“그럴 일은 없길 바라지만, 자칫하면 그들끼리 규합해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을 겁니다.”


북부는 모든 것에서 내몰린 자들이 마지막에 도착하는 곳. 모두가 뭉쳐야 살아남는 이곳에서 균열이 발생하면 그 결과는 더욱 참담할 것이었다.


카벨은 그 점을 놓치지 않았다. 물론 불안한 외줄 위에 서있는 대공이라면 절대 놓치지 않을 당근도.


“그러느니 차라리 공녀저하를 따르는 세력 만들기 위한 몇 안 되는 기회로 삼는 게 낫습니다.”

“...?!”


처음 듣는 말에. 대공의 낡은 눈에 흥미가 떠올랐다.


“대공께서 공녀저하가 전장에 있는 것을 허하신 이유는 그런 귀족들의 암수와 등쌀에서 보호하기 위험이 아닙니까?”

“...계속해라.”

“만약 공녀님에게 세력과 힘이 생긴다면, 그들도 낡은 옛날이야기를 계속 명분으로 삼을 순 없을 겁니다.”


대공이 턱을 쓰다듬었다. 확실히 이치에 맞는 이야기였다.


매일 사랑하는 딸이 전장에 나가 있는 것을 불안해하던 대공이었다.


오죽하면 전장에서 가장 가까운 발데크 남작령에 머물게 하는 것도 생각 했다. 그자의 행실과 공녀에 대한 반감을 알면서도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전장에 더 가까운 잘라내기 마을이 요새화 된다면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


게다가 그곳의 수많은 인재를 공녀의 편으로 만들 수 있다?

은색늑대수인이라는 공녀의 특성 때문에 인선을 찾지 못했던 문제가 바로 해결되는 것이었다.


게다가 보고에 따르면 마을 사람은 침식을 푼 카벨과, 자신들을 위해 목숨을 걸어준 공녀에게 큰 은혜를 느끼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카벨이 공녀의 편이 되어준다면, 공녀에 대한 선입견과 상관없이 세력이 될 기회가 생길 가능성이 컸다.


‘슬슬 때인가.’


카벨은 그 고민을 꿰뚫어 본 것처럼,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강한 수를 꺼내들었다.


“이상의 요청을 들어 주신다면, 북부에 머무르는 동안 저는 공녀저하만의 사람이 되겠습니다. 또한 저하의 사기를 풀 것 역시 맹세하겠습니다.”

“으음...”


영악한 놈. 가장 아픈 순간에 가장 날카로운 패를 꺼내드는 군.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수에, 대공은 약한 곳을 찔린 것처럼 신음했다.


매번 목숨이 위태로운 전장에 있느라, 사기가 쌓여 괴로워하는 공녀. 그것을 보아온 대공이 선택 할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었다.


애초에 카벨이 사기를 풀 수 있다는 것이, 아셀로 인해 증명되며 승부는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북부에 있는 동안이라는 한정적인 조건이지만, 공녀의 사람이 되겠다는 것. 그 말은 카벨이 하는 일 역시 그녀의 업적이 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딸이 걸린 문제였다. 대공으로써의 고집은 꺾였을지언정 아비로써의 고집은 아직 꺾이진 않았다.


“네 말대로 다 된다 쳐도, 단순히 공녀에게 힘과 세력이 생긴 것으론 부족하다. 많은 실적이 있어야 한다.”

“......”

“게다가 어떻게 그 많은 ‘이방인’들을 다시 등록시킬 셈이지? 확실한 방법이 있는가.”


카벨의 묘하게 날카로운 치아가 만개해 보였다.


“모험가 길드입니다.”

“...하!!!”


대공은 저도 모르게 소리 내어 탄성을 내질렀다. 여기까지 들었으면서, 이제까지 생각하지 못했나 싶을 정도로 명쾌한 답이었다.


대부분의 싸울 수 있는 인재들을 병사로 고용하는 공국이다. 봉급, 대우 모든 것이 월등하기에, 모험가 길드는 거의 명맥만 존재하는 곳이었다.


있는 모험가라고 해봤자, 범법자나 전투 능력이 미달된 자, 사연이 있는 떠돌이 뿐이다.


병사들이 주민들의 의뢰를 받아주고 있긴 하지만, 모든 수요를 맞출 수는 없었다.


결국 의뢰자들은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모험가 길드에 의뢰를 보내곤 했다. 즉 그곳엔 할거리가 쌓여 있었다.


‘모험가 길드에 가입조건은 따로 없으니, 그야 말로 준비된 먹잇감이군!’


잘라내기 마을의 재능 있는 자들이 나서서 의뢰를 해결하는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마을의 주 수입도 될 것이고 그들이 다시 등록될 수 있는 방법으로 충분했다.


게다가 결과적으로 북부가 더욱 안전해 지고, 마을을 관리하는 공녀의 명성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잘하면 공녀에게 드리운 불쾌한 소문도 잠재울 수 있을 지도...


“대공 전하~”


카벨의 능글맞은 목소리에 계획에 심취해있던 대공이 고개를 들었다.


그곳엔 즐거워 죽겠다는 듯 한껏 입꼬리를 올린 놈이 히죽대고 있었다.


“분명. 소리 내셨습니다?”

“.....!!”


두툼한 손으로 뒤늦게 입을 가렸지만, 지켜보던 유레하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딸의 입가에 맺힌 웃음기를 본 대공이 홀린 듯이 손을 내렸다.


“큭...크흑... 크하하하!!!!”


대공의 괄괄한 웃음에 방안이 진동했다.


오랜만에 딸의 미소를 목도하고, 막혀있던 문제들이 해결되자 저항 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놈...’


카벨을 굴러들어온 돌 정도로 보던 대공의 시선이 변했다.


이곳에 온지 고작 열흘하고도 조금. 그가 해낸 일들은 1년, 아니 몇 십 년을 해도 해결할 수 없었던 일들이 다수 있었다.


인재가 부족한 북부에서 짧은 시간 이 정도로 능력을 보여준 자. 그 자가 자진해서 머무는 동안 공녀의 편이 되어주겠다고 했다.


대공은 부복한 카벨의 품에서 살짝 삐져나온 서리의 검 표식을 잠시 말없이 직시했다.


“자신은?”

“또 소리 내도록 해드려야 믿으시겠습니까?”

“건방진 놈...”


그렇게 말하면서도 대공은 카벨과 똑같이 사나운 웃음을 짓고 있었다.


유레하는 바들바들 떨고 있는 아셀을 진정시키며 묘한 느낌을 받았다.


왠지, 대공과 카벨이 무척 닮은 같다고.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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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38화. 약속을 지킬 때이니라. 24.09.07 11 1 16쪽
38 37화. 도둑 24.09.06 12 1 13쪽
37 36화. 루팅의 프로 24.09.05 12 1 15쪽
36 35화. 쯧 24.09.04 14 1 12쪽
35 34화. 평생 벗지 말아야지. 24.09.03 15 1 13쪽
34 33화. 쪽 24.09.02 15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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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1화. 샌드백 24.08.31 19 1 14쪽
31 30화.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되나요. 24.08.29 24 2 13쪽
30 29화. 전령 24.08.28 30 1 15쪽
29 28화. 봉이다! 24.08.27 30 1 19쪽
28 27화. 반려후보 결정전의 시작 24.08.26 32 1 18쪽
27 26화. 대공의 호의 24.08.25 30 1 12쪽
» 25화. 건방진 놈 24.08.24 32 1 17쪽
25 24화. 후련할 것 같아서. 24.08.23 41 2 14쪽
24 23화. 선처하겠습니다. 24.08.22 34 2 19쪽
23 22화. 이놈이 먼저 끼어들었어! 24.08.21 33 1 16쪽
22 21화. 땜통 24.08.20 34 1 17쪽
21 20화. 공녀의 불씨 24.08.19 31 1 13쪽
20 19화. 정체가 뭐야? 24.08.18 32 2 17쪽
19 18화. 그냥 쏠 걸. 24.08.17 35 2 18쪽
18 17화. 중급마족 24.08.16 32 2 15쪽
17 16화. 너무 좋은데? 24.08.15 35 2 12쪽
16 15화. 미안해요. 24.08.14 36 2 15쪽
15 14화. 그게 뭔 좆같은 소리냐고!! 24.08.13 37 2 16쪽
14 13화. 빌어먹을 양산형 엘프 놈이...! 24.08.12 45 2 18쪽
13 12화. 그거 아닌데. 24.08.11 42 2 12쪽
12 11화. 물어 24.08.10 46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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