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없으면 죽는 북부공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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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수곰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7.30 19:32
최근연재일 :
2024.09.08 18:56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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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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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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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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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21화. 땜통

DUMMY

21화


“저 계집을 해치워!! 꼬마는 다치지 않게 데려와!!”


발데크 남작이 터질 것처럼 빨개진 얼굴로 길길이 날뛰었다. 하지만 간간히 덤벼드는 용병들은 여지없이 마법에 나가떨어졌다.


마법사로 보이는 자들이 화염구를 만들어 냈지만, 그때마다 널빤지를 든 아셀이 끼어들어 불발시켰다.


“그만하고 아셀씨는 뒤로 물러서세요. 여긴 제가 어떻게든...!”

“남작이 노리는 것은 저에요! 제가 있으면 적어도 마음대로 공격하진 못할 겁니다!”


당돌하지만 합리적인 작전. 하지만 그것을 감당해낼 소년의 작은 몸은, 널빤지 뒤에서 초라하게 떨리고 있었다.


유레하는 전혀 예상치 못한 소년의 분투에 걱정과 초조함을 느꼈다.


“아셀! 아셀!!”


벨티오의 전 부하들과 마을 사람들은 버둥대는 레나를 붙잡으며 이빨을 갈았다.


남작이 꺼내든 명분을 혼자서 뒤집어쓰려는 그녀의 의도를 알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함부로 나섰다간, 그녀의 희생이 빛바래 질 것 분명했다.


스걱-


‘기사가 섞여있어. 게다가 이 몸놀림은 정규 군인...’


허리에 느껴진 고통에 유레하가 비틀 거리자, 여기저기서 날붙이가 날아와 꽂혔다. 하지만 대부분 마력장벽을 꿰뚫지 못하고 튕겨져 나왔다.


일렁이는 주홍빛 살기를 품은 검 끝이, 방심한 기사 중 하나를 꿰뚫은 순간...


“어, 어떤 놈이 쏜거야!!”


쐐애액-!


남작의 비명에 유레하는 쇄도하는 날카로운 얼음 화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북부에서 얼음 마법이라니! 게다가 이 마력은...!’


유레하는 허를 찌른 마법에 이를 악 물었다. 얼음화살은 그 와중에도 주민들에게 날아들고 있었다.


다분히 고의적인 궤도다. 누가 쏜 건진 몰라도, 반드시 막아내도록 인질을 잡을 셈이 분명했다.


푸욱-!


억지로 기사에게서 검을 빼든 유레하가 뒤늦게 얼음 화살들에게 달려들었다.

하나, 둘, 셋... 이윽고 마지막 하나를 향해 불꽃이 깃든 검을 뻗었지만...


쇄애액-!


그녀의 검이 뒤늦게 허공을 갈랐다.

예리한 얼음화살의 끝은 정확히 레나를 향해 속도를 높였다.


“피해요!!”


최악의 상황. 결국 치명상을 면하기 위해, 사기가 쌓일 것을 각오하고 오러와 마력을 억지로 돌리던 그때...


“우와아아!!”


레나의 앞으로 끼어든 것은, 최악의 상황으로부터 일어서는 법을 배운 소년이었다.


콰직-!


얼음화살이 썩은 널빤지를 꿰뚫자, 마력이 남긴 풍압이 싣고 온 피가 레나의 뺨에 튀겼다.

동시에 뒤에서 소녀의 울부짖음이 터져 나왔다.


“아, 아셀!!”


아셀의 작은 몸이 초라하게 눈 위에 내팽개쳐지며 주변으로 붉은 선혈이 낭자했다.


그 비현실적인 광경에 멍하니 있던 주민들에게서, 여태껏 억누르고 있던 노기가 터져 나왔다.


“꼬, 꼬맹아!!”

“야 이 개자식들아!! 니들이 사람 새끼들이냐!!”

“침식이고 뭐고 상관없어! 네놈들 모가지 하나 둘은 꺾고 뒈지겠다!!”


그것을 본 참다못한 벨티오의 부하들과 낡은 농기구를 쥔 사람들이 용병들에게 달려들었다.


“뭐, 뭐야 이 녀석들! 해, 해보겠다는 거냐!”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듯 발데크 남작이 머뭇거렸다.


잘라내기 마을 녀석들이 어떤 놈들인가? 모든 것에 버림받아 희망을 잃고, 군말 하나 없이 착취당하던 녀석들이 아닌가? 그런데 어째서...?


남작은 하나 같이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자, 어디선가부터 꼬였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


“아셀씨!”


사람들과 남작의 병력들이 대치하고 있는 사이, 유레하가 허겁지겁 아셀에게 다가갔다.

팔뚝만한 얼음화살이 박힌 소년의 가슴팍에선 피가 뜨거운 김을 내뿜으며 흐르고 있었다.


“쿨럭! 레, 레나씨는 무사하신가요...?”

“...당신 덕분에요. 하지만...”


유레하의 무감각한 얼굴 위로 감정이 일렁였다.


작은 상체를 관통한 얼음 화살. 아무리 봐도 살아날 가망은 희박했다.


“헉, 헉...”


점점 가빠져오는 숨과 현실로 다가오는 고통. 사람들을 뿌리치고 달려오는 레나와, 용병들과 부딪히기 일보직전인 주민들.


아셀은 피부에 닿는 불안함에 그동안 애써 숨겨왔던 불안감을 피거품과 함께 내뱉었다.


“공녀님이... 우리가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을까요...? 쿨럭!”

“.....”

“그러면... 겨우 희망을 찾은 주민 분들이, 레나씨가... 오늘 아침처럼 계속 웃을 수 있을지도...”


옅어지는 숨소리에 유레하가 입술을 깨물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차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너무나도 큰 혐오감이 들었다.


“흐어엉! 아셀..!!”


어느새 눈물범벅으로 뛰어온 레나가 다급히 아셀을 살폈다.


그 절박한 울음소리가 채찍처럼 몸을 두들기는 것 같아, 유레하는 입술을 깨물며 일어섰다.


‘말려야 해요.’


여기서 주민들이 반기를 들어버리면 발데크 남작이 저들을 몰살시킬 명분을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조금이라도 좋습니다. 보여주려 노력해 보십쇼. 은색늑대수인이 아닌 공녀님이 어떤 사람인지를-


카벨이 했던 말이 마음의 칼을 세운 주민들의 환호성에 뒤섞여 등을 떠미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 그렇게 참고 모멸 당하면서도 숨죽였던 사람들이, 처음으로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키려 하고 있었다.


그들은 은색늑대수인이라는 사실에 짓눌려 있던 자신과 닮아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자신을 둘러싼 것들과 스스로 맞서 싸우기 위해서, 아셀을 위해서 일어섰다.


-전 당신의 삶이 나아가는 길이. 모두를 구할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너무 많이 꺼내봐서 닮아 사라진 마음의 서랍 속 어머니의 말들.

텅 빈 서랍 속에 어느 샌가 들어있던 카벨의 말이 유레하의 무릎을 일으켰다.


그리고 희미하게 빛을 내는 아셀의 눈을 마주보며 자신의 후드를 꼭 움켜쥐었다.


“공녀님도 알고 있을 겁니다. 아니... 알고 있어요.”


전해지지 못할 말을 읊조린 유레하는 부딪히기 일보 직전인 사람들과 용병들 사이로 달려갔다.


“뭐야 유르씨! 말릴 생각이면 비켜!”

“그래! 당신이 우리 대신 뒤집어쓰려는 건 알지만, 아셀을 저렇게 만든 놈들을 두고만 볼 순 없다고!”


흥분한 주민들이 아우성치자 유레하는 여전히 무감정하게 말했다.


“이렇게 부딪히게 되면 여러분만 곤란해질 뿐입니다. 그러니...”


잠시 주민들을 돌아본 유레하는 떨리는 손으로 후드를 잡았다.


스륵-


그녀의 후드가 지붕위에 쌓인 눈이 쏟아지듯 내려 앉았다. 그러자 ‘그럼 그렇지~’라며 비죽이던 남작의 얼굴이 서서히 굳었다.


“어...으어...어...!”


빛나는 머리카락과 쫑긋 솟은 은색의 늑대귀가 드러났다. 그곳에 있는 모두가 움직일 수 없었다.


북부 대공의 하나 뿐인 딸. 전장을 떠도는 불행. 북부의 공녀 유레하 실버리데가 드물게 날선 감정을 얼굴에 담고 그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모두가 굳었다. 희미한 초승달의 빛이 오로지 그녀만을 비추는 듯 했다. 범인을 압도하는 아름다움이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빛났다.


“그러니 저는 이 자리에서 선언하겠습니다.”


공녀의 슬프고 차가운 연하늘색이 검처럼 남작을 겨누었다.


“나 유레하 실버리데는 북부의 대공 브리든 실버리데의 장녀로서, 잘라내기 마을의 주민들을 저의 비호아래 두겠습니다.”

“무, 무슨...!”


주민들이 웅성거렸다. 귀족. 그것도 이 나라의 2번째 권력자의 공식적인 선언. 그것이 가진 무게와 의미는 무거웠다.


그녀의 입으로 주민의 존재를 정식으로 인정한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공녀의 등장에 술렁였던 분위기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또한 이곳을 건드리는 것은 공국의 공녀인 저를 건드리는 것.”

“..,어, 으아...!”

“저는 멋대로 이곳을 침탈한 발데크 남작의 행태를 좌시 하지 않을 것이며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한기가 들 정도로 차가운 눈빛 뒤로 분노가 담긴 주민들의 펄펄 끓는 열기가 전해져 왔다.


유레하는 고고한 예기를 뿜어내며, 아셀의 피가 묻은 검 손잡이를 비틀어 쥐었다.


“아셀 씨를 위하여.”

[우와아아!!!]


유레하가 돌진을 시작하자, 농기구를 쥔 주민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뒤따르기 시작했다.


+


-치료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을 가져올테니, 레나는 여기서 아셀을 돌보고 있거라...!-


레나는 노쇠한 몸에도 잰걸음으로 뛰어간 티아고 촌장을 기다리며, 아셀의 피를 멈춰 세우려 했다.

하지만 소년의 생명은 애꿎게 계속 설원을 적실 뿐이었다.


“내일 유르씨에게 사냥하는 법 배우기로 했잖아...? 그리고 나중에 수도도 구경시켜 준다고...! 흑!”


울컥울컥-!


대답 대신 레나가 막고 있던 상처에서 거세게 피가 솟구쳤다. 아셀의 이름을 계속 해서 불렀지만, 기침과 꺼질 것 같은 숨소리만이 들려왔다.


-마지막까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죽어가던 아셀에게서 마지막까지 함께 있어줬던 기사의 마지막 모습이 비쳐졌다.


모습도 성격도 모두 달랐지만 언제나 아낌없이 자신에게 동일한 형태의 사랑을 쏟아주었던 사람들의 마지막이 차례대로 떠올랐다.


이유도 모르고 매일 도망 다니고, 언제나 자신의 먹을 것을 양보하던 사람들. 그들은 하나씩 레나를 위해 죽어갔었다.


그때 잡은 손에서 온기가 빠져나가듯, 생명을 담은 붉은 피가 자꾸 흘러내렸다.


“멈춰...! 제발...! 제발 멈춰줘...!”


이미 쉰 어린 목소리로 기도하듯 울려 퍼졌다. 호위하던 자들도 다급히 달려들었지만 점점 아셀의 숨소리는 옅어져 갔다.


왜 나와 가까운 이들은 다 이렇게 떠나는 걸까? 도대체 왜...


꺼질듯이 아셀의 눈이 희미하게 빛나던 순간, 소년은 채 단어로 내뱉지 못한 말을 입모양으로 속삭였다.


약속 못 지켜서 미안해요.


“죽으면 싫어..!!”


화아아악-!


“뭐, 뭐야?!”

“저, 저건...!”


삶이 허락되지 않았던 죽은 자들의 마을. 그곳의 사기라는 이름으로 드리운 저주를 걷어내듯, 황금색의 빛이 높게 타올랐다.


작은 소녀에게서 뿜어져 나온 거대한 황금빛은, 따뜻한 태양처럼 주변을 밝혔다. 동시에 그 빛 가운데 있는 아셀의 상처가 빠른 속도로 아물기 시작했다.


“저건...! 금빛 성력...!”


멀리서 달려오던 촌장의 노쇠한의 눈동자가 금빛으로 빛나는 소녀를 담았다.


북부의 심장을 움켜쥐고 인재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사기의 침식.

그것이 숨기고 있던 것 중 하나는, 만물을 치유하고 정화하는 자애로운 서쪽의 빛이었다.


+


쇄애액-


은색늑대는 벨티오를 구하러 갔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쏜살같이 숲길을 내달렸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빨랐다.


“미친! 빨리 가달라고 했더니, 부스터를 쏴 갈기네! 타고 있는 사람도 생각해 인마!!”


은색늑대의 등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종이인형처럼 펄럭이던 카벨이 소리쳤다.


하지만 말과 달리 시선은 은색 털 너머 마을이 있는 어둠을 쏘아보고 있었다.


‘목걸이가 보여준 것 대로라면... 공녀가 위험할 가능성이 높아.’


세계 간 전이부터 시작해 재해의 저울이라는 능력. 처음부터 정체를 종잡을 수 없는 목걸이였지만, 이번에 보여준 것은 카벨에게 무척 큰 충격이었다.


그도 그럴게, 게임으로 따지면 ‘게임 오버’장면을 보여준 거나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그녀의 시신에 있던 상처가 자신의 개입으로 인해 사라졌다는 건 희망이었다.

만약 같은 매커니즘이라면 다른 상처들도 없애 살릴 가능성도 충분했으니까.


하지만 복부의 오래된 흉터가 불길한 색으로 일렁이던 모습은 달랐다. 어쩌면 공녀가 이번에 그 상처를 입는다는 뜻일지도.


‘나서지 말고 정체도 들키지 말라고 그렇게 부탁 했는데! 아니겠지?? 제발 하나만이라도 지켜라!’


그녀의 성정과 행동력에서 기인한 합당한 불안감에, 카벨은 이를 악물고 은색늑대의 등에 매달렸다.


“댕댕이! 조금 만 더 속도내자!”

“컹~!”


녀석은 헥헥 거리면서도 대답하듯 짖었다. 그러면서도 눈에 익은 길로 확실히 전진하고 있었다. 이 방향은 분명히 잘라내기 마을이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가 무엇을 할지 알고 있는 듯 막힘없이 행동하고 있었다. 지능과 이성을 가지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었다.


카벨은 은색 늑대와 같이 있으면 있을수록, 북부에 만연한 은색늑대 혐오에 대해서 위화감이 들었다.


정말 이 녀석만 다른 건가? 아니면 뭔가 오해가 있는 게 아닐까?


“으, 은색 늑대다!!”


그때 앞쪽에서 무언가를 한데 모으던 용병들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들은 용병 복장임에도 불구하고, 정규 병사들처럼 체계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이럴 줄 알았지. 용병은 개뿔. 그런데 저건?’


문제는... 그들이 운반하고 있던 것이 폭약이라는 것이다.


잘라내기 마을과 이 언덕의 위치. 경사면. 카벨은 녀석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챘다.


“눈사태 인가!”


일이 잘 안되었을 경우 마을채로 사람들을 매장시키려 하는 것이 분명했다.


생각 이상으로 영악한 인물이군.


그들은 달려오는 거대한 은색 늑대를 보고 검과 석궁을 뽑아 들었다.


“멋대로 하게 둘 줄 알고!”


카벨은 혀를 차며 검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아직 내상은 남았지만, 오러나 마법을 쓸 수 없는 일반병 몇명 정도는 문제없었다.


게다가 은색늑대의 출현으로 인해 잔뜩 위축되어 있기도 했고.


그때 용병 복장의 병사들 중 한놈이 동요한 병사들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호들갑 떨지마! 어차피 은색 늑대들은 덩치만 컸지 싸우지도 못하는 병신들이니까!”

‘싸우지 못한다고?’


카벨은 방금 전 마족과 싸울 때 보인 모습을 떠올리며 은색늑대를 바라봤다.


그럴 리가 없는데?


녀석은 가라앉은 눈으로 작게 크르릉 거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고개를 홱 돌렸다.


“컹!!”

“야! 그쪽이 아니... 우왁!!”


그대로 돌격해 쳐부술 줄 알았던 은색늑대는 방향을 급격히 바꿔 병사들을 지나쳤다.

커다란 덩치를 향해 볼트들이 쏘아졌지만 대부분 그 속도를 따라잡진 못했다.


쉬이익- 파파팍!


몇발이 맞았지만 은색 늑대는 싸움을 피하려는 것처럼 그들의 사이를 종횡무진 누볐다. 카벨은 간신히 등 위에서 버티며 윽박질렀다.


“뭐하는 거야! 저 녀석들 마을에 눈사태를 일으키려 하는 거라고! 이대로 놔두면 다 뒈져!”

“컹!!”

“아니 그럼 어쩔 건데! 저 폭약ㅇ...”


걱정이 무색하게 은색늑대는 캠프 곳곳의 폭약더미들에 묶인 끈을 모두 물곤 절벽 아래로 던져버렸다.

뒤에서 병사들의 탄식과 길길이 날뛰는 소리가 들려왔다.


과연 그런 방법도 있었군.

카벨은 굳이 감각스킬이 아니어도 은색늑대의 시선이 한심함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녀석 방금 확실하게 싸움을 피했어.’


마족에겐 그렇게 자비 없이 덤벼들었으면서 인간들에겐 왜...?


하지만 갑자기 앞쪽에서 터져나온 빛은, 지금까지 고민하던 것들을 날려버리기 충분했다.


화아아악-!


“저, 저건... 성국 이데시아의 금빛 성력?!”


마을 에서부터 어둠을 밀어내듯 찬란하게 솟아오르는 금빛의 성력.

그 힘이 얼마나 농밀하고 거대한지 빛을 쬔 것만으로 카벨의 고통이 가시기 시작했다.


“몸이... 낫고 있어??”


이 정도 성력이라면 적어도 대사제나 추기경급. 아니, 그보다 더 높은 존재일 것이다.


카벨은 불현듯 레나가 떠올랐다. 왠지 익숙했던 얼굴. 게다가 앞의 성력까지...


“해외로 도피한 성자의 핏줄이 레나였다고?! 찾느라 개고생 했었는데!!”


몇년 전 성국에서 잃어버린 성자의 핏줄을 찾기 위해 성국을 들쑤시고 나닌 것이 함께 떠오르자, 카벨의 인상은 격하게 구겨졌다.


그러곤 은색 늑대의 정수리의 털을 마구 잡아뜯기 시작했다.


“깨갱?!”

“야 더 빨리 뛰어!! 발이 보이지?! 씨발 북부의 최종빌런으로서의 위엄을 보이란 말이야 인마!!”


부욱-!!


“으억?!”


그 때. 불길한 소리와 함께 카벨이 낙마(?)해 바닥에 나뒹굴었다. 은색늑대가 뜀박질을 멈추고 다급하게 다가왔지만....


카벨의 손에 있는 자신의 털 뭉텅이를 본 녀석은 굳어버렸다.


“아야야...! 인마! 천천히, 빨리! 타고 있는 사람도 생각하면서 달리라니까! 응? 이 털은 뭐ㅇ...”


뒤늦게 손에 수북한 은빛 털과 휑하니 빈 은색늑대의 정수리가 카벨의 시야에 들어왔다.


땜빵 정도로 취급하기엔 지나치게 휑한 크기. 얼빠져있던 은색늑대의 표정이 사납게 일그러져 갔다.


“크르르릉!!”

“어, 자, 잠깐! 우, 우리 대화로 해결하자! 잘 듣는 발모제 만들어 줄테니ㄲ...”


턱-!


카벨의 두터운 자캣 뒷덜미를 문 은색 늑대는 잔뜩 성이 난 채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그 스피드가 정점에 다다르자, 땜빵 난 늑대는 몸을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서, 설마 너...! 하지마!! 하지ㅁ...!”

“크릉!!”


쎄한 예감에 카벨의 안면이 새하얗게 질린 순간.

은색 늑대는 입을 벌려 엄청난 속도로 카벨을 마을 쪽으로 날려 버렸다.


턱- 슈우우웅!!


“개시키가아아!!!”


카벨은 녀석에게 유일하게 면역인 욕을 내뱉으며 하늘의 별이 되었다.


“끼잉...”


은색 늑대는 눈 위에 흩어진 자신의 털에 땜통을 비비며 구슬픈 소리를 냈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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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39화. 오랜만이구나 제자아! (이 글은 여기까지 입니다. 감사합니다!) 24.09.08 11 1 16쪽
39 38화. 약속을 지킬 때이니라. 24.09.07 11 1 16쪽
38 37화. 도둑 24.09.06 13 1 13쪽
37 36화. 루팅의 프로 24.09.05 12 1 15쪽
36 35화. 쯧 24.09.04 14 1 12쪽
35 34화. 평생 벗지 말아야지. 24.09.03 16 1 13쪽
34 33화. 쪽 24.09.02 15 1 14쪽
33 32화. 발라내기 24.09.01 16 1 12쪽
32 31화. 샌드백 24.08.31 20 1 14쪽
31 30화.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되나요. 24.08.29 25 2 13쪽
30 29화. 전령 24.08.28 30 1 15쪽
29 28화. 봉이다! 24.08.27 31 1 19쪽
28 27화. 반려후보 결정전의 시작 24.08.26 33 1 18쪽
27 26화. 대공의 호의 24.08.25 31 1 12쪽
26 25화. 건방진 놈 24.08.24 32 1 17쪽
25 24화. 후련할 것 같아서. 24.08.23 42 2 14쪽
24 23화. 선처하겠습니다. 24.08.22 35 2 19쪽
23 22화. 이놈이 먼저 끼어들었어! 24.08.21 33 1 16쪽
» 21화. 땜통 24.08.20 35 1 17쪽
21 20화. 공녀의 불씨 24.08.19 32 1 13쪽
20 19화. 정체가 뭐야? 24.08.18 32 2 17쪽
19 18화. 그냥 쏠 걸. 24.08.17 35 2 18쪽
18 17화. 중급마족 24.08.16 33 2 15쪽
17 16화. 너무 좋은데? 24.08.15 36 2 12쪽
16 15화. 미안해요. 24.08.14 37 2 15쪽
15 14화. 그게 뭔 좆같은 소리냐고!! 24.08.13 37 2 16쪽
14 13화. 빌어먹을 양산형 엘프 놈이...! 24.08.12 45 2 18쪽
13 12화. 그거 아닌데. 24.08.11 43 2 12쪽
12 11화. 물어 24.08.10 47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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