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로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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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영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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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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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DUMMY

얼마 후 로건은 뱅가드 상단을 나왔다.

그리고 폭풍 쇼핑을 했다.

그동안 돈이 궁해서 참고 참았다.

가장 먼저 고른 것은 침대.

내심 여관의 침대가 그리워서 좋은 놈으로 하나 샀다.

그리고 다양한 생활용품과, 커피 즉 회복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겠다 싶은 것들도 샀다.

커피를 내리고 회복제를 만들어서, 그 효과를 검증하는 실험을 해야 하니까.

두 사람은 늦은 오후가 되어서야 성을 나왔다.

로건은 영주 성이 저 멀리 보이고 주변에 사람이 없자 군터에게 말했다.

“저 먼저 갈 테니까 천천히 오세요.”

“예?”

“제집으로 오지 마시고 바로 쉬세요. 오늘 수고하셨어요.”

로건은 레비테이션 마법을 실행하여 발을 공중에 띄웠다.

“아!”

“그럼.”

그의 몸이 미끄러지듯 앞으로 쭉쭉 나아갔다.

말이 달리는 속도보다 2배는 빠르고.

화살처럼 곧게 쏘아지듯 뻗어나간다.

마나를 다루는 기사가 달려도 따라갈 수 없는 속도였다.

군터는 입을 쩍 벌렸다.

‘마법사! 마법사였어!’


로건은 고의로 마법을 보여주었다.

군터는 뱅가드 상단에서 고가의 물건을 판 것을 안다.

마법사임을 밝혀서, 혹시나 부릴지 모르는 욕심을 미리 차단한 것이다.

로건은 누구도 쉽게 믿지 않는다.

사업을 하며 많은 일을 겪었고.

차미희에게 걸려서 10년 이상 마음고생을 하다가 죽기 직전에야 마무리를 지었다.

이 정도의 경계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로건은 오랫동안 더 나아간 후에야 땅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은팔찌를 꺼내어 팔목에 찼다.

유리의 실버 뱅글.

하루 3회, 시야가 보이는 곳까지 단번에 이동할 수 있는 마법 아이템이다.

“이건 처음 해보네?”

저 멀리 마을이 보였다.

밤이라 시야가 흐릿했지만 안 보이는 건 아니다.

로건은 팔찌에 마나를 밀어 넣으며 시야 끝에 있는 마을의 목책으로 이동하겠다고 강하게 생각했다.

순간 그의 몸이 사라졌다.

‘성공이야! 역시!’

그는 목책을 지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베스는 식탁에 앉아서 로건을 기다리다가 바깥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얼른 마중을 나갔다.

“어서 오세요!”

“네, 하하.”

“음? 군터 형은 안 보이네요?”

“군터씨는 곧 올 거예요. 전 피곤하니까 먼저 쉴게요. 베스씨는 그만 돌아가세요.”

“저녁은요?”

“생각 없습니다. 그럼 내일 아침에 뵙죠.”

로건은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는 베스가 집을 나가는 기척을 느끼고 나서야 탁자에 앉았다.

“후······.”

블링크 마법.

흥분한 마음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 * *


마을에 정착한 지 한 달이 되었다.

로건은 아침마다 군터에게 체술을 배웠고, 며칠 뒤에는 검술로 넘어간다.

“상태 창? ······그래, 벌써 서버를 다시 열어줄 리가 있나.’

시스템 창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겨우 1달.

현대에서도 3달밖에 안 되었다.

게임을 종료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서비스 서버를 열어주겠는가.

적어도 5, 6년은 기다려야 하겠지.

어쩌면 영영 안 열어줄지도 몰랐다.

‘하, 가끔 확인하기로 했는데 매일 상태 창이나 외치고 뭐 하는 짓이람? 앞으로는 진짜 한두 달에 한 번만 부르자. 정신 건강에 안 좋아.’

로건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가진 아이템들을 생각해 보았다.

다른 마법사들은 무엇을, 얼마만큼 가지고 다니는지 모른다.

그러나 자신도 그들 못지않다고 생각했다.

‘엄청 좋은 걸로 쓰겠지? 하지만 나도 만만하지는 않아.’

게임에서 최상급의 아이템들이니만큼,

이곳에서도 최소 중급 이상의 가치는 넘어간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신경 안 쓴다.

더 좋은 걸 구해도 갈색 스태프만 쓸 것이다.

그래야 할 것 같고.

그러고 싶었다.

“녀석, 정말 어떻게 이걸 만들었지?”

화려한 옵션에, 강화를 12번이나 했다.

천수는 게임에 돈을 안 쓰는 자린고비.

얼마나 많은 고생과 실패가 있었을지 상상조차 안 된다.

‘표시는 S+급이지만, 사실상 전설급. 영혼까지 갈아 넣어서 만들었겠지. 나 주려고······.’

로건은 스태프를 쓰다듬었다.

스태프는 아직 더 발전할 수 있다.

3개의 옵션 추가가 비어있으니까.

‘고마워, 무덤에도 가지고 들어갈게. 최고가 아니면 절대로 옵션 추가 안 해. 차라리 비워 두고 말아.’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2달이 더 지나고.

겨울은 끝물, 추위가 거의 꺾어졌다.

로건은 검술.

그중에서도 단검술에 집중했다.

군터는 검 종류를 모두 다루었는데, 특별한 검법 같은 건 없고 모두 실전 검술이었다.

그의 말로는 무슨 가문의 검술, 무슨 왕국의 검술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마나’ 때문이라고 한다.

일정 경지에 오르면 검술은 거기서 거기.

검에 마나를 언제 어느 때, 어떻게 담는 방법들을 비전이라고 한다.

그 비전에 따라 절삭력, 위력, 효과 등이 변화하고.

거기에서 검술의 특색이 나오고 이름이 지어지는 것이라고.

그래서 모든 검술은 마나를 느끼는 것이 핵심이다.

로건의 생각으로도 그런 것 같았다.

‘군터씨도 참 속이 타겠어. 높은 실력을 갖추고도 C급이라니.’

로건은 이미 검에 마나를 담을 수 있다.

심장의 마나 홀에서 순도 높은 마나가 샘솟기에.

이래서 마법사가 무섭다.

마음먹고 검술에 몰두하면 검만으로도 기사를 상대할 수 있으니까.

물론 대부분 마법사는 마법에만 집중하지만, 로건은 생각이 달랐다.

‘기본은 해놔야지. 마법사 할아비라도 칼에 찔리면 죽거든? 그리고 내 재능이 아깝잖아.’

로건은 단검들을 빠르게 던졌다.

파악!

파악!

파악!

군터의 입이 점점 벌어졌다.

로건의 단검 투척은 점점 예술에 가까워진다.

단검이 같은 지점에 꽃 모양으로 꽂히기 시작했다.

겨울이 끝나려면 대략 40일 정도 남았다.

군터는 이미 가르칠 것이 없어서, 옆에서 훈수를 들거나 대련을 하는 쪽으로 수련 방법을 바꾸었다.

‘로건님은 몇 살일까?’

야영지에서 만났을 때의 로건과 지금의 로건은 다르다.

좀 더 침착해졌달까?

성숙해졌달까?.

‘마법사들은 겉모습으로 나이를 알 수 없잖아. 한 번씩 연륜이 느껴지는데······ 적어도 얼굴 나이보다는 훨씬 많을 거야.’

귀족인 줄 알았는데 마법사라니.

그렇다면 행동거지를 더욱 조심해야 한다.

베스와 핸서는 아예 겁을 집어먹었다.

저주를 걸까 봐.

노예로 만들까 봐.

마법사들은 괴팍하다. 언제 어느 때 사람이 돌변할지 몰랐다.

그런 생각으로 몇 달이나 몸을 사리다가 최근에야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

로건은 야영지에서 처음 만났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좋은 사람이었다.

“갑니다!”

“오세요!”

로건은 단검 투척을 끝내고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 군터와 검을 나누었다.

챙.

챙챙!

대등한 싸움.

서로 한 치의 양보가 없다.

로건의 단검은 뱀처럼 매끄럽게 움직이며 군터의 급소 곳곳을 노렸다.

군터는 풍부한 경험으로 그것을 막고.

팔꿈치, 발, 무릎 심지어는 머리로 들이받기까지 하면서 로건을 위협했다.

철저한 실전 검술.

군터는 양손 검인 바스타드 소드를 휘두르다가 옆으로 던지고는, 허리춤에서 한 손 검을 뽑아 공격했다.

힘은 줄었지만 그만큼 공격 속도가 빨라진다.

몇 번을 공격하다가 또 한 손 검을 버리고.

이번에는 양손에 단검을 하나씩 들었다.

챙!

챙, 챙!

순간 군터의 팔이 여러 개로 보였다.

번갯불에 콩이 튀는 것 같은 공격.

‘이, 이런!’

무수한 부딪힘에 로건은 완전히 밀렸다.

군터의 검술은 모르는 게 없는데 뒷걸음질만 치다니.

로건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는 C급이라고 절대 우습게 볼 수 없다.

특히 군터는.

그의 검술은 틀림없이 어떤 경지에 올랐다.

여기서 마나만 사용할 수 있다면.

로건은 군터가 마나를 느끼기를 진실로 바라고 기원했다.

“로건님,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로건은 자세를 흩트리지 않고 서서 고개를 숙였다.

하루도 빠짐없고.

하루도 소홀하지 않은 깍듯한 인사.

군터는 미소 지었다.

‘스승이란 게, 가르친다는 게 이런 기분이었군요. 나도 모르게 내가 가진 걸 모두 가르쳤지만······ 하나도 아깝지 않습니다. 저도 고맙습니다, 정말로요.’


로건은 군터와 함께 식사한 후, 방으로 들어가서 복장을 점검했다.

오늘은 혼자 돌아다닐 예정.

고깔모자를 쓰고 실버 뱅글을 팔목에 찼다.

‘어디 좋은 단검 없나?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마법 주머니를 열고.

흠집이 난 단검 10자루를 거기에 넣었다.

매일 치열한 수련을 해서 단검이 배겨내질 못한다.

사나흘에 한 번은 대장간을 찾는 지경.

로건은 마을 대장간에 들러서 단검 10자루를 꺼내었다.

“부탁해요.”

“어서 오십쇼! 예이!”

그가 마법사인 건 마을 사람들도 알고 있다.

베스가 술을 마시고 입을 잘못 놀리는 바람에 그렇게 되었다.

그때부터 로건은 마법사라고 표가 딱 나는 고깔모자를 자주 썼고, 가끔은 스태프도 들고 다녔다.

일종의 시위.

귀찮게 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점점 성가시게 군다.

물론 한편으로는 겁을 내고, 공손하기도 하면서.

“앉으십쇼.”

대장장이는 굽신거리며 두 손으로 빈 의자를 가리켰다.

로건은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단검, 언제까지 고칠 수 있어요?”

“예. 내일 아침에 갖다 드립죠.”

“네.”

로건은 벽에 걸린 무기들을 훑어보았다.

자신이 단검을 자주 사고 또 수리를 맡기니, 아예 단검들을 진열해 놓았다.

“이번에는 쓸만한 게 없네요?”

로건은 명품 단검을 찾는 게 아니다. 그저 며칠이라도 더 오래 가는 튼튼한 단검이면 된다.

이미 하라신의 마법 단검이 있었으니까.


공격력 10% 증가, 마법 위력 10% 증가.

마나를 소모하여 내구력을 복구한다.

옵션 추가, 마법이나 아이템을 영구히 합칠 수 있다. (0/1)


A급이어도 이 얼마나 쏠쏠한 옵션인가.

귀속되는 기능은 없지만, 어딜 가도 빠지지 않는 물건.

패시브에도 하라신의 단검술이 있다.

스킬과 아이템의 이름이 같으니 한 세트.

그래서 하라신의 단검을 잡으면, 약간이지만 움직임이 빨라지고 단검의 위력이 증가했다.

1.5배? 그 정도쯤 되는 것 같다.

“진열된 거 말고 다른 단검은 없어요?”

대장장이는 머리를 긁적였다.

“마법사님이 다 가져가셨습지요. 이번에 들어온 철의 질이 나빠서 좋은 검을 못 만들었어요. 다음에는 괜찮은 놈으로다가 만들어 놓습지요.”

“그래요.”


* * *


로건은 대장간을 나와 영주 성으로 가려고 했다.

강력 체력 회복제 때문이다.

예전에 성의 잡화 상점에서 거름종이를 잔뜩 사 왔다.

거름종이의 용도?

이곳에서는 콩이나 호두 같은 것들의 진액을 얻으려고 원료를 거르는 데 쓴다.

진액으로 각종 음료를 만들고, 음식에도 첨가하고.

그러나 로건은 드립 커피를 만들려고 거름종이를 쓴다.

체력 회복제의 원료는 원두 가루와 물.

이 드립 커피에 마나만 쏘아주면 바로 회복제가 된다.

레시피가 그랬다.

거름종이를 제외한 나머지 도구는 대장간에 주문해서 금방 만들었다.

‘맛? 먹던 그 맛 그대로였어. 자동 회복되는 원두 가루 주머니가 아주 효자야, 효자.’

로건은 마을을 나와 영주 성으로 걸어가면서 실실 웃었다.

그는 커피광이다.

슬기로운 당뇨 생활 12년.

아메리카노는 혈당을 거의 올리지 않으니 하루 한두 잔은 무조건 마셨다.

유일한 현대 문명.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신 첫날, 로건의 감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체력 회복제가 문제가 아닐 정도로.

물론 먹으면 피로가 확 풀리고 즉시 몸에서 힘이 난다.

체력이 오르면 당연히 면역력도 올라가지.

이 회복제를 하루 3개 이상 먹으면 상처 회복 속도가 평소보다 2배는 빠른 것 같았다.

‘면역력, 자연 치유 속도. 절대 무시할 수 없지.’

커피 원액 40㎖.

농도는 에스프레소와 아메리카노의 중간쯤.

여기에 뭘 타서 먹든, 이 정량만 다 마시면 효과가 나타난다.

물을 타든, 우유를 타든.

그리고 다시 효과를 보려면 1시간 후에 마셔야 체력이 또 회복되었다.


딸랑.

로건은 영주 성에 있는 어느 한 마법 상점의 문을 밀었다.

“아이고! 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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