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각성자로 회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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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띠
작품등록일 :
2024.08.0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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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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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8

DUMMY

“대표님이 보시기에는 어때요?”


강현우가 황제우를 배웅하고 돌아온 박진우에게 물었다.


“뭐가 어때? 날씨는 좋지. 구내식당은 맛있고. 카페테리아도 훌륭해.”

“대표님이 돈 쓴 거 말고요. 황제우 말이에요. 방금 나간 사람.”

“음··· 공짜로 차 선물해 주시는 좋은 회장님?”

“맞네. 정확하네요.”


강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고마워할 줄을 알고 살아야지.


“아들 체면 밟은 놈한테 뭐 얼마나 좋은 의도가 있겠냐. 공짜니까 받는 거지.”

“그것도 맞고. 우리 대표님 예리하시네.”


박진우도 황제우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강현우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것 같았다.


“차 오면 대표님이랑 실장님 쓰세요. 아마 좋은 거 오겠죠?”

“그렇겠지? 회장님이 보내주시는데. 아무튼 감사.”

“아, 그리고 실장님한테 혹시나 차에서 이상한 거 나와도 그냥 놔두시라고 전해주세요.”

“이상한 거? 설마 중고를 주시려나?”


박진우가 약간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거 아니구요. 위치 추적이나 도청 장치 같은 게 나올 수도 있잖아요?”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왜 그냥 놔둬? 찝찝하게.”

“손대면 나중에 A/S 안돼요.”

“맞네. 그렇지. 똑똑해.”


구내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은 강현우가 길드를 나섰다.


“나 왔다.”


강현우가 향한 곳은 각성자 협회였다.


“응. 가라.”


김민철이 강현우를 격하게 환영해 주었다.


“하여튼 부려 먹을 때만 달콤한 말로 살살 꼬드기지. 이제 일 다 끝났다 이거냐? 인성 봐라, 인성···”

“인성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너 새끼가 날 꼬드겨서 여기 밀어 넣은 건 생각 안 하지.”

“아··· 미안. 그건 계속 미안할 예정이다.”


강현우가 김민철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암튼 볼일 없으면 꺼지세요. 나 바빠.”


살갑게 대꾸하는 김민철의 등 뒤로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다.


“수진 씨? 왜 여기 있어요?”


정수진이 홍차를 마시며 쿠키를 오물오물 먹고 있었다.


“협회장님이 이번에 수고했다고 밥 사준다고 하셔서요.”

“엥? 수고? 밥이요?”

“네. 얼마 전에 맛있는 식당을 찾으셨데요.”


강현우가 한껏 인상을 쓰며 김민철을 봤다.


“나는?”

“니 밥은 니 돈으로 사 먹어. 이번에 포상금 많이 나갔잖아. 역대급으로 나간 걸로 아는데?”

“그건 목숨을 걸고 싸운 신성한 노동의 대가구요. 넌 나한테 밥을 사야 할 심정적인 채무가 있지 않을까?”

“제가 아까 물어봤어요. 나중에 감자탕에 소주 사신데요.”


정수진이 김민철 대신 대답했다.

강현우의 표정이 급격히 일그러진다.


“감자타아앙? 쏘오주? A급 마수 토벌을 떠넘겨 놓고! 사람이 죽을 고생을 하고 왔는데! 겨우 그 딴 걸로 넘어간다고? 수진 씨는 뭐 먹는데요?”

“전 오마카세 사주신다고 했어요. 완전 기대하고 있어요. 대박 맛집이래요.”

“오··· 그래··· 수진 씨는 오마카세, 나는 감자탕이라 이거지. 그렇지, 수진 씨는 입은 입이고 내 입은 주둥이지. 맞어.”


내가 저 새끼한테 괜히 부탁을 했지···

김민철이 강현우의 땡깡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흠흠··· 곱창에 소주, 아니 꽃등심에 와인으로 산다!”

“저두요!”


김민철의 제안에 정수진이 손을 들어 대답했다.

강현우가 메뉴가 마음에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수진 씨도 그래요. 어떻게 혼자 옵니까? 의리가 있지.”


강현우가 이번에는 정수진에게 따진다.

김민철이 눈을 부릅뜨고 강현우를 노려본다.


“전 어릴 적부터 어렵게 자라서 누가 맛있는 거 사준다고 하면 잘 넘어갔어요.”

“아··· 네···”


하지만 정수진에 대답에 더 이상의 할 말을 잃었다.


“협회장님이 나쁜 사람도 아니잖아요. 밥 사준다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죠.”

“그렇죠. 잘 하셨네.”


정수진도 가만 보면 약간 도른 구석이 있는 것 같다.

덕분에 김민철은 좋은 정보를 얻게 되었다.

수진 씨는 먹을 거에 약함.

머릿속에 단단히 새겨 두었다.


“갑자기 왜 왔어?”

“나도 오마카세 사줘.”

“콱! 씨! 꽃등심 사준다고 했냐 안 했냐! 나가!”


새끼가 마음에 여유가 없네··· 개그야 임마.


“너네 자료 있지?”

“무슨 자료?”

“게이트, 마수, 각성자 관련 자료들.”


강현우가 이제서야 겨우 진지한 얼굴이 되어 말했다.


“당연히 있지. 여기가 협회인데 그게 없겠냐. 우리가 무슨 축구나 배드민턴 협회인 줄 아나. 그거 왜 필요한데?”

“확인해 볼게 좀 있어서.”

“이리 와 봐.”


김민철이 강현우에게 노트북을 하나 건네주었다.


“여기 각성자 협회 데이터 베이스에 접속해서 찾아보면 나올 거야.”

“고맙다.”

“고마우면 여기서 꺼지고 가급적 저쪽 구석에서 찾아봐 줄래?”

“알았다.”


강현우는 데이터 베이스를 뒤적거리며 이런저런 자료들을 살펴보았다.

그 사이 김민철은 정수진에게 다과와 케이크, 음료를 끊임없이 가져다주었다.

마치 어미 새가 아기 새에게 먹이 주는 것 같았다.

정수진을 그걸 잘도 받아먹었다.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탁—


한참을 뚫어져라 노트북을 쳐다보던 강현우가 노트북을 덮었다.


‘생각보다 많이 틀어졌는데···’


로컬 게이트 발생 수 2배 증가

각성자 발생 수 2배 증가

마수 출현 수 4배 증가


강현우의 기억과 현재 데이터를 비교해 본 수치이다.

회귀 전에는 마수 관련 협회 데이터가 일부 일반인에게 공개되고 있었다.

연구와 교육 목적의 공개인 탓에 범위가 넓지는 않았지만 지금 살펴본 자료 정도는 공개 대상이었다.

오로지 방구석에서 마수 관련 자료만 뒤적이던 강현우에게는 필수 전공 자료였고.


‘회귀 전에 비해 게이트 발생 속도가 두 배는 빠르다.’


게이트 발생 수가 많으니 다른 수치도 모두 회귀 전을 뛰어넘었다.

현재로서 원인은 알 수 없었다.

강현우가 원인일 수도 있고, 다른 원인이 있을 수도 있고 회귀 후의 생은 회귀 전과 다르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게이트와 마수가 강현우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크게 늘었다는 것이었다.


‘회귀 전과 다른 점도 있다.’


오리진 게이트의 마수 존 범위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회귀 전에는 없었던 일이었다.

마력 측정기의 수치 상으로 아주 미미하기 때문에 보고서에는 측정 오차 정도로 취급하고 있지만.

회귀 전에는 이런 일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물론 아주 작은 수치이기 때문에 실제로 마수 존이 커졌다고 해도 걱정할 일은 아닐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강현우는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점점 커져가는 회귀 전과의 간극.

그리고 경험하지 못했던 현상의 발생.

좋지 않은 상상이 자꾸 머릿속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강현우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야! 강현우!”


김민철의 부름에 강현우가 상념에서 빠져나왔다.


“몇 번을 부르게 만들어. 못 알아보겠으면 그만 봐. 인상 쓰지 말고. 뚝배기 깨지겠다.”


내가 너랑 같냐? 내가 지금은 육체노동 분야로 이직했지만 예전에는 사무직이었어!


“시끄러. 못 알아보기는 누가 못 알아봐.”

“다 봤냐? 이제 나갈 건데.”

“나도 그만 갈란다. 데이트 재밌게 해라. 수진 씨도 재밌게 보내세요.”

“데이트 아니에요. 저녁 먹는 거예요."


그게 데이트라고 하는 겁니다.

정수진의 대답에 김민철이 잠깐 의기소침한 얼굴이 되었다.

이내 다시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고 있었다.

저건 이미 미쳤어···


“네네. 맛있게 많이 드세요.”


길드로 돌아온 강현우가 숙소 침대가 몸을 던졌다.

눈을 감아 보았지만 머릿속은 협회에서 확인한 내용만 가득 차 있었다.

다시 카페테리아로 내려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음··· 고민이 있으시군요.”


척하진이 강현우를 발견하고 앞에 앉았다.


“예··· 사부님. 마음이 조금 심란합니다.”

“무슨 고민입니까?”


척하진이 강현우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더 커지고 복잡해질 것 같은 문제가 있는데 푸는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강현우는 척하진에게 두서없이 이야기했다.

사실 그대로 말할 수는 없었지만 누군가에게 털어놓고는 싶었다.


“강현우 씨. 쫄았군요.”

“네? 쫄아요?”


척하진이 의외의 대답을 했다.


“지금 많이 쫄아 있네요. 알고 보니 쫄보였습니다. 하하.”

“사부님,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갑자기 쫄보라니.

남의 속도 모르고.

내가 지금 얼마나 고민이 많은데.


“강현우 씨. 우울, 불안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은 끊임없이 우리를 찾는 법입니다.”


척하진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강현우가 척하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어떨 때는 원인이 있고 어떤 때는 이유 없이 찾아오지요.”


강현우의 고민은 사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고민이었다.

알 수 없는 원인은 원인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휘둘릴 필요는 없습니다. 담대하게 맞이해야 합니다.”

“어떻게 하면 담대할 수 있을까요?”


말처럼 쉽다면 지금 이 고민을 하고 있지는 않겠지요.


“강현우 씨의 고민으로 돌아가 보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방법을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그렇죠.”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문제를 작게 만들거나 없애는 것 아니겠습니까?”

“네. 맞습니다.”

“만약 문제를 작게 할 수 없다면, 대신 나를 더 크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척하진이 뭔가를 알고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지금 이 순간 강현우에게 필요한 말을 척하진이 해주었다.

강현우는 머릿속이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초심을 잃었다.

강해지면 될 일이라고 분명 마음먹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잊고 있었다.

역시 우리 사부님, 수련 미친놈.


“맞습니다, 사부님!”


딱!


“악! 왜 때리십니까?”

“눈이 불손합니다.”

“예··· 감사합니다, 사부님. 덕분에 길을 찾은 것 같습니다.”

“별말씀을요.”


척하진이 강현우를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그 웃음을 보니 왠지 소름이 돋았다.

요양 기간이 끝나면 수련 강도가 더 올라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알렉, 미안하다.


* * *


요양 기간이 끝나고 강현우는 길드원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모두들 푹 쉬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혀누. 그럴 리가. 너무 성급하다.”

“시끄럽습니다. 알렉.”


알렉의 주장을 일축한 강현우가 지도를 한 장 띄웠다.

세계 지도였다.


“이번 히드라 토벌을 통해서 각자 많은 것을 느끼셨을 겁니다.”


정수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렉은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하고 이었고 척서율은 별 관심이 없었다.

정수진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거두절미하고 지넬 길드는 특훈에 들어갑니다.”

“우우우—”


알렉과 척서율이 한패가 되어 야유를 날렸다.

저노무새끼들을···


“딱 마수 두 마리만 잡고 옵니다. 길지 않아요.”


마수라는 말에 척서율의 눈이 반짝거렸다.


“최소 A급 마수입니다.”

“흥!”


척서율이 콧김을 뿜어내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정수진의 얼굴은 조금 어두워졌다.

자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보시다시피 해외입니다.”


강현우가 지도에서 반짝이는 곳을 가리켰다.


“한 곳은 이탈리아, 다른 한 곳은 미국입니다.”


정수진이 약간 흥미를 보였다.


“갈 때 올 때 비즈니스 클래스로 끊어드리고, 면세점 이용 보너스 드립니다.”


정수진이 살짝 들썩거린다.


“특훈 완료 후 이탈리아 체류 및 휴가비 지원까지!”

“언제 가요? 지금 가요?”


정수진이 손을 번쩍 들고 일어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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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034 24.09.06 15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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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031 +1 24.09.03 18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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