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각성자로 회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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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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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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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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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6

DUMMY

“이쪽에 천장을 보고 누우세요.”


엘리나가 정수진에게 말했다.

손으로는 원통형의 검사 장비를 가리키고 있었다.


“천천히 마력을 끌어올리시고요.”


검사 장비에 누운 정수진이 엘리나의 안내에 따라 마력을 천천히 끌어올렸다.


“네, 좋습니다. 그 상태로 유지할게요. 눈은 감으셔도 되는데 잠드시면 안 됩니다.”


그런 상태로 30여 분이 지나갔다.


“수고하셨어요. 결과는 금방 나오니까 잠시만 밖에서 기다려 주세요.”


이윤재가 지넬 길드원들의 소원을 들어주고 며칠 뒤.

길드원들이 비콘의 연구실을 찾았다.

정밀 검사를 받기 위해서였다.

이윤재의 소원이 길드원들의 능력치를 상승시켜 준 것은 분명했다.

코어의 크기도 커진 것 같고 마력량도 예전보다 많아진 것 같았다.

마력 순환 속도도 더 빨라졌고.

무엇보다도 각성 능력이 전에 비해 월등하게 향상되었다.

척서율의 예를 들자면, 비행 속도가 이전 보다 배는 빨라졌고 더 높이까지 날아오를 수 있게 되었다.


“혀누, 소원 들어줘서 고맙다.”


오죽하면 알렉이 고맙다는 소리를 할 정도였다.


“아저씨, 이거 완전 최고예요.”


척서율도 역시 크게 만족했고.


“좋긴 한데, 현우 씨는 못 해서 어쩌죠? 좀 미안한데요.”


정수진은 강현우 걱정을 먼저 걱정했다.


“제 능력은 그리 많이 향상되지 못했을 거예요. 여기서 더 능력이 올라가면 거의 아메바 수준으로 재생할걸요?”

“오호— 그럼 혀누를 짜르면 두 개 되겠구나.”


느낌상으로는 확실하게 상승한 길드원들의 능력이었지만 구체적인 수치로 확인해 보고자 연구소로 온 것이다.

더불어 소원을 들어주는 과정에서 혹시나 무슨 수작질이라도 부렸을지 모르니 확인이 필요했다.

이윤재는 그러고도 남을 놈이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나가 검사 결과를 들고나왔다.


“검사 결과 나왔습니다.”


엘리나가 길드원들에게 결과지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마력량, 마력 순환 속도, 코어 크기, 근섬유 상태, 골밀도 등을 측정했고, 지난번 레이스 참가 전에 하셨던 검사 결과와 비교했어요. 간단한 시뮬레이션도 해봤구요.”


야, 야! 알렉! 서율! 눈 떠! 졸지 마!

조금만 어려운 얘기가 나오면 금세 저런다.


“전체적인 신체 능력이 많이 향상되었네요. 25% 내외로 향상된 것으로 나타납니다.”

“오옷!”

“기본적인 신체 능력의 변화만 살펴봐도 충분히 놀랍다고 보여지네요.”


다들 엘리나의 설명에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좋아졌다는 느낌만 있는 것과 구체적인 수치를 아는 것은 차이가 많이 나게 마련이었다.


“자, 자, 검사 다 끝났으면 이리로 오슈.”


어느새 나타난 오한마가 길드원들을 불렀다.

얼굴에 미소가 한가득이고 텐션도 높아 보였다.

뭔가를 새로 또 만들었나 보다.


“여기 슈트하고 아머 입고 나오슈.”


오한마가 길드원 모두에게 슈트와 아머를 건네주었다.


“이것도 하나씩 받으시고.”


슈트와 아머를 입고 나온 길드원에게 무언가를 하나씩 나눠 주었다.

약간의 신축성이 있는 적당한 두께의 판때기(?)였다.


“가슴 부분에 대면 착! 하면 붙을 거요.”


가만히 보니 아머의 가슴 부분하고 모양과 크기가 비슷했다.


착!


오한마의 말처럼 아머에 가져다 대니 자석처럼 달라붙었다.

심장과 코어를 보호하는 보호대였다.


“이번에 잡은 그 마수, 머시기냐 고고? 그놈 껍데기로 만든 거요.”


고르고를 말하는 것이겠지.

며칠 사이에 이런 걸 만들어 내다니.

오한마의 솜씨에 새삼 감탄이 나왔다.

마수 사냥을 더 열정적으로 해야겠어.


“그리고 여기 중에서 마음에 드는 걸로 착용해보슈.”


오한마가 가리키는 곳에는 각종 보호대가 정렬되어 있었다.

어깨, 팔, 정강이, 허벅지 등 부위 별로 취향에 따라 장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생긴 거하고 다르게 참 세심하셔.


“테스트를 해본 결과, 충격과 열에 매우 강한 재질이에요. 강도는 여러분이 더 잘 아시겠지만요. 무게도 가볍고요. 탄성만 조금 보완했어요.”


엘리나의 설명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한 시간을 두드려서 겨우 잡은 마수인데.

길드원들이 이것저것 마음에 드는 보호구를 골라 착용했다.


“한마 님, 이번에도 엄청 맘에 들어요!”

“솜씨가 좋으시네요.”


길드원들이 오한마에게 한마디씩 칭찬을 건넸다.

오한마는 연신 헛기침만 하고 있었다.

한마 님, 부끄러운가 보네.


“다 고르신 것 같으니 이제 저를 따라오세요.”


엘리나의 말에 따라 길드원들이 연구소를 빠져나갔다.

엘리나는 연구소를 나와 창고 비슷한 공간으로 길드원들을 이끌었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이었다.

장소에 비해 조명이 조금 과하게 설치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때 턱수염을 멋스럽게 기르고 두꺼운 뿔테안경을 쓴 남자가 다가왔다.


“안녕하십니까, 지넬 길드 여러분. 반갑습니다.”

“인사하세요, 오늘 촬영을 맡으신 감독님이세요.”

“네? 촬영이요?”

“여러분은 오늘 화보 촬영을 하실 거예요."


갑자기 화보 촬영이라니?


“비콘에서 이번에 슈트와 아머를 론칭할 예정이거든요. 여러분이 신제품의 모델입니다.”

“모델이라니요. 전문 모델을 놔두고 왜 저희가?”

“다들 모델을 하셔도 충분하십니다. 특히나 강현우 씨는 꼭 하셔야 합니다.”


뿔테안경의 감독이 대답했다.


“그럼 실장님은요? 길드 채널의 최다 조회수 영상이 실장님 vlog인데요?”

“물론 엘리나 실장님도 촬영하실 겁니다. 프리미엄 제품 모델이셔서 별도로 촬영할 예정이시죠.”


아··· 단독 촬영이시구나.


“모델료는 곧 개인 계좌로 입금될 겁니다.”


엘리나가 감독의 말에 덧붙였다.


“빨리 시작하시죠! 뭐부터 할까요?”


갑작스럽게 길드원들이 의욕에 불타올랐다.

입금 전과 입금 후는 명백한 차이를 둬야 하는 법이다.


“수고하셨습니다.”


반나절 가까이 지나서야 간신히 촬영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어후— 힘드러··· 왜 그러냐, 수진? 슬퍼 보인다. 아쉽냐?”

"아니에요, 아쉽기는요.”


대답은 아무렇지 않게 하지만 거울 바라보는 정수진의 표정에 아쉬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오늘 메이크업과 헤어가 아주 맘에 들었나 보다.

강현우와 척서율은 둘의 대화를 전혀 따라오고 있지 못하는 얼굴이었지만.


“실장님, 신제품 출시는 언제예요?”


강현우가 엘리나에게 물었다.


“한 달 뒤에 출시할 예정이에요. 여러분들은 론칭 행사 때도 참석하셔야 되니까 알고 계시고요.”

“네.”


정수진이 냉큼 대답했다.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비콘은 엘리나와 오한마의 주도 아래 마수 부산물과 관련한 많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슈트와 아머가 드디어 첫 번째 상품으로 출시되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전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브랜드 아머였다.

회귀 전에도 비콘은 아머 시장에서 꽤 인기 있는 브랜드였었다.


‘그래도 지금 이거 하고는 성능에서 비교가 안될 거 같은데? 최초도 아니었고.’


이번에 출시하는 상품은 하이 테크놀로지와 장인 능력의 결합으로 1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버린 상품이었다.

더없이 화려한 데뷔가 될 것이었다.

비콘 앞에 펼쳐질 탄탄대로의 시작이었다.


* * *


서울 외곽의 한정식집.

외관에서부터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풍기는 곳이었다.

방 안에는 저녁상이 한상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다.

저녁 상을 앞에 두고 강현우와 윤태호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과 함께하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남자와 강현우가 인사를 나누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강현우입니다.”


남자는 온화한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자연스러운 위엄이 느껴졌다.

이건우.

대한민국의 현직 대통령이었다.


“지난번 탄핵 때는 신세를 많이 졌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건우가 강현우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뿐입니다.”


대통령씩이나 되는 사람이 갑자기 고개를 숙이는 바람에 내심 당황했지만 담백하게 대답했다.

윤태호가 강현우의 대답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하여튼 건방진 녀석이란 말이지···


“듣던 대로 겸손하시군요.”


이건우 역시 강현우의 대답에 가벼운 미소를 띠었다.


‘갑자기 이런 곳으로 끌고 오시고··· 당황스럽네.’


강현우는 화보 촬영을 마치고 윤태호를 찾아갔다.

잠깐 인사만 하고 나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윤태호는 때마침 잘 왔다면서 다짜고짜 강현우를 이곳에 끌고 와버렸다.

오는 길에도 설명 하나 해주지 않았고.

물론 강현우도 무슨 일인지 전혀 물어보지 않았지만.

아무튼 강현우는 지금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탄핵 사건 이후로 이건우와 윤태호는 몇 번 만남을 가졌었다.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강현우와 지넬 길드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갔고.

이건우는 자신을 탄핵의 위기에서 구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강현우라는 사람에 대해서 궁금해지는 것이 당연했다.

물론 강현우에 대한 윤태호의 끝을 모르는 칭찬도 한몫을 했다.

그렇기에 윤태호에게 언제 한 번 자리를 마련해 주기를 부탁했던 것인데.


‘장난기인지 자신감인지··· 이렇게 별안간이라니.’


이건우가 윤태호를 슬며시 보며 생각했다.

윤태호는 마냥 즐거운 듯한 얼굴이었다.

이건우가 강현우에게 다시 시선을 돌렸다.

강현우의 첫인상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현직 대통령을 앞에 두고 굽실거리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건방지다고 생각될 정도로 당당했다.

하지만 젊은 혈기에서 오는 치기 어린 그런 종류의 당당함이 아니었다.

굳건한 신념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나아가는 사람에게서 느낄 수 있는 당당함이었다.


‘이 아저씨도 눈빛이 너무 부담스러운데···’


강현우는 이건우가 윤태호와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윤태호의 프리미엄 버전이라고나 할까?

그러니까 고급스럽게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식사는 무척이나 맛있게 먹었다.

진짜 맛있네 이거···

지연이랑도 한번 와야겠다.


“각성자 협회에 대해서는 말씀해 보셨습니까?”


강현우와 윤태호가 자리를 떠난 후.

비서실장이 들어와 이건우에게 물었다.


“못 했네··· 아니 안 했지.”

“마음에 들지 않으셨습니까? 아니면 협회를 맡기기에는 부족한 사람이었을까요?”


비서실장은 이건우의 답변에 약간은 애가 타고 있었다.

각성자 협회의 설립.

지금 가장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현안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오늘의 자리는 이건우가 강현우를 초대 협회장으로 섭외하기 위한 자리였었다.


“그런 것이 아닐세.”

“그럼···”

“모자라.”

“네? 방금 그런 건 아니시라고···”

“강현우라는 사람을 가둬두기에는 협회장 자리가 모자란다는 말일세.”


비서실장이 이건우의 말이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눈에는 강현우가 그리 대단한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겨우 한 번 만나보고 저런 말씀을 하시다니.

제법 오랫동안 이건우를 보필했지만 단 한 번에 저런 평가를 받은 사람은 없었었다.


“수고스럽겠지만, 다른 사람을 알아봐 주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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