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각성자로 회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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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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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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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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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

DUMMY

“최근에 입수한 정보가 하나 있습니다. 지넬 길드가 당분간 해외에 체류한다고 합니다.”

“빈 집을 털자는 말씀이신 듯한데··· 무슨 소용입니까?”


기껏해야 길드 사무실 부수는 정도일 텐데 그게 무슨 타격이 되겠는가?


“엘리나.”


황제우가 엘리나의 이름을 꺼냈다.


“비콘의 핵심 기술이 이 여자한테서 나오고 있는 것을 아십니까? 잘하면 양쪽 모두에 상당한 타격이 될 것입니다.”


이태석이 아무 말 없이 황제우를 바라보았다.


“일단 회유를 해보겠지만 안되면 제거해야겠지요.”


황제우가 이태석의 시선에 답했다.

엘리나라는 여자가 지넬 길드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고 비콘의 기술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은 이태석도 알고 있다.

어디서 정보를 얻었는지 모르지만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제아무리 각성자라고 해도 해외에 있을 때 일어난 일을 어떻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결과 기다리겠습니다.”

“좋은 소식으로 다시 찾아뵙지요.”


황제우가 회의실을 나갔다.

까마귀는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 * *


“왜 또 불렀냐?”


강현우가 소파에 앉으며 김민철에게 물었다.


“당분간 해외 나간다며? 얼마나 가는데?”

“소문 빠르네. 특훈 간다. 두 달 정도?”

“나쁜 새끼.”


김민철이 도끼눈을 뜨고 강현우를 노려봤다.


“왜 갑자기 급발진인데?”

“수진 씨 못 보게 하려는 개수작이지!”

“미친노미가 돌았나. 정신 차려 새끼야. 용건이나 말해.”


생각해 보니 그런 효과도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일 하나만 도와주고 가라.”

“시러.”


김민철의 말을 듣지도 않고 거절부터 했다.


“왜!”

“이번에는 얼마나 더러운 걸 시키려고! 안 해!”

“이번에는 쉬운 일이야. 맹세한다. B급 마수 하나만 잡으면 돼.”


B급 마수라는 말에 잠시 흔들렸다.

김민철이 일을 드러운 것만 골라서 시켜서 그렇지 협회 의뢰건은 보수가 짭짤했다.

이번 특훈 경비 정도는 뽑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날 왜 시켜? 쉬운 건 다른 애들 많이 있잖아.”

“근처에 B급 마수 잡을만한 길드가 없기도 하고. 또···”

“또? 빨리 말해. 현장 가서 말 안 한 거 나오면 나 그냥 돌아온다.”


강현우 저건 그러고도 남을 놈이다.


“경찰 합동 작전이다.”


그간에는 군에서 마수 존 바깥 지역의 통제를 맡아왔다.

하지만 게이트의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바람에 군 병력으로는 인력 부족인 상태가 되었다.

그렇다고 통제 인력을 줄이자니 최근에 마수 존으로 몰래 들어가는 민간인들까지 종종 발견되고 있었다.

혹시나 돈이 될 것이 있을까, 친구들과의 내기에 져서 객기로 혹은 자살을 하기 위해 한강 대신 마수 존을 찾기도 했다.

인력은 줄일 수 없는 상황이고 통제는 필요하기 때문에 경찰도 투입하게 된 것이었다.


“경찰? 나 안 해.”


자세한 내용을 듣지도 않고 거절했다.

공무원이라면 알러지 반응을 격하게 일으키는 강현우였다.

심지어 경찰이라니.

오리진 게이트가 처음 생겼을 때가 떠올랐다.

그 당시 야간 경비 꼬라지를 생각하니 다시 빡침이 올라온다.


“야! 너 말고 할 사람 없다고! 부탁한다.”

“희망 길드 있잖아, 제국 길드도 있고.”

“첫 합동작전이라서 경찰총장이 온다는데 길드장이 나가야 할 거 아니냐.”

“나가면 되지. 무슨 일이라도 있대?”

“둘 다 요양 중이란다.”

“크크크크. 손절 당하셨구만.”


김민철에게 비웃음을 날려 주었다.


“알어 임마! 희망 길드는 그렇다 치고 제국 길드가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냐? 지들이 끼워달라고 했지 내가 불렀었냐고!”

“진정하시고요. 경찰 총장이 온다고? 아··· 나 사고 칠 거 같은데···”

“부탁한다. 요것만 딱하고 출국하면 되겠네.”

“알았어. 어디야?”


조금 고민하던 강현우가 결국 의뢰를 수락했다.

B급 마수면 거의 날로 먹는 건데···.

거절하기에는 포상금이 아쉬웠다.


며칠 후 강원도 삼척시 인근의 마을.


“이쪽입니다.”

“감사합니다.”


출입 통제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이 지넬 길드를 임시 지휘부로 안내했다.


“지휘관님은 오고 계신 중입니다. 곧 도착하실 겁니다.”

“아··· 예···”


강현우가 어정쩡하게 대답했다.

시작부터 신경을 긁는다.

지휘관이라는 새끼가 제일 늦게 온다고?

어디 누군지 쌍판때기나 보자.


“에이씨, 내가 이런 촌구석까지 와야 되나? 짜증 나서.”


투덜거리며 막사로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기름이 잔뜩 낀 얼굴과 몸매.

목이 없어서 쉽사리 얼굴과 몸을 구분하기는 어려웠다.

속이 빈 머리를 곱게 덮은 옆머리.

심술과 욕심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인상의 중년 남자였다.


“어이쿠, 먼저 오셨네?”


남자가 앞에 선 강현우를 향해 손을 들며 아는 체했다.

땅딸만한 체구인 탓에 강현우에게 가려져 보이지도 않았다.

다른 길드원들은 남자가 들어온 줄도 모르는 듯했다.


“김상식 일세. 내가 연배가 높은 것 같으니 편하게 말하는 게 좋겠지? 그래야 자네들도 편할 것 아닌가. 잘 부탁함세.”

“그래.”


강현우가 김상식에게 대강 대답했다.


“자네 지금 뭐라고 했나?”

“그렇다고.”

“그건 반말인데?”

“편하게 하자며.”


김상식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열탄 불고기 색깔이었다.


“이 새끼가 내가 누군지 알고 버릇없이! 사람이 너그러워 보인다고 기어오르면 안 돼! 내가 지금은 여기서 이러고 있지만 광화문 일대를 책임졌던 사람이야! 오리진 게이트를 처음부터 맡아서 사고 한 번 없이 지켰던 사람이라고!”


랩을 하듯이 으르렁거리며 쏟아내는 김상식의 말을 흘려듣던 강현우가 마지막 말에 반응했다.

응? 광화문 일대? 오리진 게이트를 지켜?

너였구나. 이 새끼 잘 걸렸다.

출국 전에 재미 좀 보자.


“뭘 쳐 웃어? 이제 와서 그런다고 내가 봐줄 거 같아? 무릎 꿇고 빌어도 소용없어.”


김상식의 호통과 으름장으로 막사가 쩌렁쩌렁 울렸다.

그제서야 길드원들이 무슨 소리인지 기웃거렸다.


‘햇병아리 같은 자식들. 지금 오금이 저리고 손발이 떨리지? 각성 좀 했다고 다가 아니란다, 애송이들아.’


거드름을 피우며 비웃고 있는 표정이 한대 치고 싶게 생겼다.


쫘악—


그래서 싸대기를 한 대 날려 주었다.


핑그르— 쿠당탕—


“혀누!”

“현우 씨!”

“아저씨!”


모두가 눈이 동그랗게 되어 강현우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


막사로 경찰이 들어와 물었다.


“지휘관님이 오시느라 피곤하셨는지 쓰러지셨네요. 군의관 같은 분이 있으실까요?”

“아! 곧 보내드리겠습니다.”


무슨 일인지 이해가 안 가는 얼굴이었지만 경찰은 별말 없이 막사 밖으로 나갔다.


“어떡하려고 그래요? 좀 재수 없기는 해도 민간인을 때리면 안 되는 거예요."

“혀누, 수련하다가 드디어 미친 거야?”

“돌아가면 아빠한테 수련 좀 줄여달라고 할게요. 큰일 나겠어요.”


길드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대자로 뻗어있는 김상식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호들갑을 떠는 길드원들의 반응이 정상적이기는 한데 어디까지나 지금 기준으로 정상적일 뿐이다.

게이트가 많이 생겨나고 마수와 각성자가 더 이상 신기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민간인에게 아직은 마주할 일이 없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회귀 전의 사회에서는 각성자가 곧 법이었다.

국가 공권력조차도 각성자에게는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각성자가 민간인 하나를 어떻게 한다고 해서 처벌을 받거나 하지 않았다.


‘방법이 없거든.’


국가는 각성자를 힘으로 제압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같은 각성자끼리는 좀처럼 서로를 제재하지 않았다.

강현우가 그런 현상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럴 때는 힘의 논리가 참 편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서율아, 광화문 게이트 처음 생겼을 때 기억나?”

“기억나죠.”

“여기 누워계신 분이 그때 광화문 지역 책임자라는데?”

“어이쿠··· 맞아도 싸네요.”


니 생각에도 그렇지?

이렇게 된 거 오늘의 미션은 정신 교육이다.

모든 경찰이 다 저 모양은 아니겠지만 최초 합동 작전의 지휘관으로 발탁되었다는 건 앞으로도 중용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사실 서류상 저만한 인물도 없을 것이기도 하고.

그러니 이번 기회에 정신 교육을 제대로 시켜서 마수 존 통제가 일생의 사명인 것으로 만들어 줘야겠다.


“혀누, 눈깔 돌았다.”


한 시간 정도를 기다리자 김상식이 깨어났다.


“으응? 내가 왜? 피곤했나···”

“일어났냐? 이거 마셔라.”


김상식에게 물 한 잔을 건넸다.


“어떤 버르장머리 없는 새끼가 어른한테···!”

“마셔.”


강현우와 눈이 마주친 김상식이 입을 다물었다.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기절하기 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지금은 맞설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 * *


“작전 시작하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출입 통제를 맡고 있는 경찰관이 마수 존으로 들어가는 지넬 길드에게 인사했다.


“지넬 길드 출정합니다.”

“가즈아!”


마수 존으로 들어서는 지넬 길드 뒤를 김상식이 잔뜩 움츠린 상태로 따라가고 있었다.

경찰이 안쓰러운 얼굴로 김상식을 바라보았다.


“저기··· 저 정말 괜찮은 거죠? 여기 민간인 통제 구역인데··· 저 나가면 안 될까요?”

"걱정 말아, 안 죽어. 그리고 니가 왜 민간인이야. 경찰이지.”

“그게 아니구요, 저는 각성자가 아니라는 말인데요.”

“시끄러. 마수 나온다. 할 말 있으면 이따가 해.”


강현우가 마수를 향해 돌진했다.


“흐히이익! 살려줘! 사람 살려!”


김상식이 강현우 뒤를 날아가듯 따라갔다.

가만 보니 강현우의 허리와 김상식의 허리를 끈으로 묶어 둔 것이었다.

사방 팔방으로 움직이며 소태도를 휘두르는 강현우와 뒤에 묶여 펄럭대는 김상식의 모습이 볼만했다.

한바탕 마수와 전투를 치른 후.


“허억— 허억— 저 이거 끈이라도 풀어 주시면 안 될까요?”

“한 마디만 더 하면 그냥 놓고 간다?”

“흐흐흐흑—”


김상식은 그 뒤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강현우 뒤에 매달려 마수 무리 속을 거침없이 뛰어들었다.

손톱에 긁히기도 하고 머리통이 마수 입속에 반쯤 들어갔다 나오기도 하고.

불에도 그을리고 땅에 뒹굴고 바닥에 내쳐지고.

물론 강현우가 일부러 그런 것이기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혀누는 무서운 노미야. 개롭히는데는 타고났어.”


지켜보던 알렉이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 반나절.

지넬 길드가 메인 마수를 토벌하고 임시 캠프로 돌아왔다.

김상식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넝마가 되어 뒤를 따르고 있었다.


“지넬 길드 복귀합니다. 토벌 완료하였습니다.”

“멋지구만! 수고했네! 하하하!”


임시 캠프에서 지넬 길드를 기다리고 있던 경찰 총장이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역시! 김총경! 손수 마수 토벌에 참가를 다 하고. 역시 오리진 게이트를 경험한 사람답구만!”


경찰 총장이 어깨를 두드리며 김상식을 칭찬했다.

김상식은 멍하니 넋이 나가 있을 뿐이었다.


“힘드셨을 겁니다. 워낙에 격전인 탓에··· 저희가 충분히 신경 쓰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닐세. 무슨 말인가. 모두 무사히 복귀했으니 성공적인 작전이었네.”


지넬 길드원들이 서로 눈길을 주고받았다.

혀누, 연기가 보통이 아니다··· 지가 저렇게 만들어 놓고는.


“전원 경례!”


경찰 총장의 환대를 받으며 지넬 길드가 임시 캠프를 떠났다.

그 와중에 김상식에게 따스한 눈길을 한 번 더 주고 떠나는 강현우였다.

지켜보고 있다.

상쾌한 마음으로 출국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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