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의 복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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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몽블
작품등록일 :
2024.08.0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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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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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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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밤손님 2

DUMMY

놈의 머리는 분명 반대편에 있는데, 어느새 다가온 놈의 꼬리가 내 뒤를 후려쳤다.


콰앙!


나무와 바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부서졌다.

내가 즉사하지 않은 것은 순전히 콘라드 경의 검이 나와 노크시스의 꼬리를 가로막아 주었기 때문이었다.


"······큭!"


그레이트 소드를 한 손으로 다루는 콘라드 경에게도 버거운 힘.

꼬리에 불과한데도 날 후려친 노크시스의 힘은 어마어마했다.

한 번의 꼬리짓만으로 나와 콘라드 경이 있던 자리가 반파되었으니까.


'······!

잠깐, 토벤은······!"


나는 바닥을 굴렀지만 콘라드 경이 중간에 막아준 덕분에 크게 다친 곳은 없었다.

하지만, 토벤은?


불안해진 마음으로 빠르게 주변을 훑자 멀지 않은 곳에서 우리 두 사람과 달리 노크시스의 공격을 미처 피하지 못한 토벤이 널브러져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이상한 각도로 꺽인 몸뚱이와 온몸의 구멍에서 쏟아진 피.


- 저만하면 즉사다.


토벤의 시체를 발견한 내가 그대로 얼어붙는 순간, 다시 한번 노크시스의 웃음소리가 귀를 찔렀다.


꺄하하하하하하하하!


괴기한 웃음소리.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은 종류의 불쾌함이 솟는다.

마물의 숲을 통과하면서 만났던 숲의 유령의 웃음소리보다 배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

난 놈의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에 압도되지 않으려 애쓰며 입술을 짓씹었다.


얼마나 거대한 거지?


여전히 노크시스의 머리는 나와 콘라드 경이 서있는 곳에서 반대편에 있었다.

횃불의 밝기에 익숙해진 탓인지 노크시스의 몸통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내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면······.


'아르다르보.'


- 그래.


'얼마나 큰 놈인 것 같아요?'


- 지금 공터 전체를 둘러싸고 있을 만큼, 큰 놈.


"······젠장."


입에서 욕지기가 절로 튀어나왔다.

공터를 둘러쌌다고?

그러니 꼬리가 뒤에서 치고 들어오지!


- 적어도 100년은 묵은 놈 같군.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나와 콘라드 경이 있는 곳과 노크시스의 몸통 사이에는 수많은 장애물이 있다는 점이었다.

놈의 덩치는 너무 커서, 공터를 제외한 주변부는 오히려 놈이 움직임의 방해가 되었다.


까하하하하하하······.


웃음소리가 조금 잦아들었지만, 소름 끼치는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빼곡한 이빨을 드러낸 미소를 지으며 노크시스가 천천히 움직였다.

거대한 구렁이를 연상케하는 몸통이 아주 천천히, 천천히 움직였다.


우드드득.


보이지 않았지만, 소리로 알 수 있었다.

사방에서 조여오는 노크시스의 몸통에 나무들이 짓눌려 부러지는 소리가 난다.

붙잡히면 죽는 건 물론이고 스치기만 해도 몸이 으스러질 것 같은데.


나는 깊은 절망을 느끼며 주변을 빠르게 훑었다.

얼핏 보기에도 10명 남짓한 인원이 절반도 남지 않았다.

노크시스가 잠깐 몸부림 친 사이에 휘말려 죽은 것처럼 보이는 시체가 넷.

둘은 아예 보이지 않는다.


남은 여섯 중 나와 콘라드 경을 제외하면 움직일 수 있는 병사는 고작 넷.

그마저도 공포에 질려 제정신인 자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 그래도 하나.'


처음 비명이 솟았던 방향에 덩치가 큰 병사 하나가 버티고 서있었다.

무기를 든 팔이 피투성이였지만, 공포에 질린 것 같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저건, ㅡ투지.


- 그래도 걔 중 쓸만한 자가 있나 보구나.


병사는 양손에 든 도끼를 단단히 움켜쥐었다.

그때 콘라드 경이 나직이 속삭였다.


"리안."


"······네."


"내가 시선을 끌 테니, 주둔지로 가서 요한 경을 모셔와라."


"······그건······!"


나도 모르게 튀어나온 대꾸였으나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안된다고 하지 못한 것은 당장 판단을 내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방법이 있나?

내가 남으면 도움이 될까?

요한 경은, 요한 경을 데리고 와서 콘라드 경에게 합세한다면 노크시스를 잡을 수 있나?


"숙여!"


"······!"


빠르게 머리를 숙이자, 콘라드 경의 그레이트 소드와 노크시스의 거대한 꼬리가 내 머리 바로 위에서 부딪혔다.

그리고 이어진 굉음.


콰아아아앙!


'뭔, 쇳소리가······!'


- 노크시스의 비늘은 어지간한 쇠보다 단단하니까.

좋은 검이군. 저런 식으로 휘둘러도 날이 나가지 않다니.


캉! 깡! 깡!


"큭!"


과연 아르다르보의 말대로, 순식간에 몇 번의 공방이 오가는데도 콘라드 경의 검은 멀쩡했다.

절망적인 것은 노크시스의 비늘 또한 멀쩡하다는 것.


- 하지만, 저런 식이라면 승부가 나지 않아.

아니, 콘라드 경의 체력이 먼저 떨어지겠군.


콘라드 경은 나와 다시 산에 오르기 직전에 이미 마물 사냥을 한 번 겪었다.

이미 체력이 소모된 상태란 뜻이다.

그런 상태로 노크시스를 상대한다고? 혼자?


······아니, 되나?


카앙! 깡! 깡!


요란한 쇳소리를 내며 콘라드 경의 그레이트 소드와 노크시스의 비늘이 연이어 부딪혔다.

콘라드 경은 걱정과 다르게 꽤 선전하고 있었다.


- 호오, 대단한데.


'감탄할 때예요?!'


- 아, 미안하군.


'미안하면, 좀······!'


내가 울컥해 외치는데 머리 위에서 콘라드 경의 재촉이 쏟아졌다.


"빨리!"


나는 몸을 낮추고 빠르게 자리에서 벗어났다.

중간중간 콘라드 경이 노크시스의 공격을 막아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나는 주둔지로 내려가려다가 마음을 바꿔 아르다르보에게 물었다.


'노크시스는 어떻게 잡아요?'


나는 노크시스를 잡아본 적이 없다.

아르다르보라면 노크시스에 대해 뭔가 알고 있을지도.

내가 묻자 잠시 뒤, 역시 기대대로 아르다르보의 대답이 떨어졌다.


- 놈의 턱 아래로, 흰 비늘이 보이나?


'어디요?'


- 턱 아래.


콘라드 경과 노크시스의 싸움을 피하는 동시에 놈의 턱 아래를 살피는 것은 어려웠다.

어두운 밤이라 제대로 보이지 않기도 하고.

한참을 살핀 후에야 아르다르보가 말하는 '흰 비늘'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었다.


'저거요?'


- 그래, 저거.


노크시스의 거대한 얼굴에서 내 키만큼 아래쪽, 그 아래에 고작 내 손바닥만 한 면적의 흰 비늘.

아니, 저건 너무 작지 않나?


- 저기가 급소다.


'······아니, 저걸 어떻게······!'


기가 막혀하는 사이 순간적으로 발걸음을 멈췄던 모양이다.

갑자기 콘라드 경과 아르다르보의 불호령이 동시에 떨어졌다.


"리안!"


- 리안!


나를 구한 것은 좀 전에 봤던 병사였다.


"······!"


도망치던 와중에 위치가 가까워졌던 모양이다.

도끼를 든 병사는 한 손으로 내 허리를 끌어안은 채 뒤로 뛰었다.

눈앞으로 쏟아진 노크시스의 공격을 피한 직후, 병사가 물었다.


"괜찮아?"


"······네, 감사합니다."


병사는 내가 무사한 것을 확인한 직후, 비교적 트여있는 방향으로 날 밀었다.

움직이는 것을 보고 내가 주둔지로 향하려던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요한 경을 모시러 가는 거지?"


나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콘라드 경이 노크시스의 시선을 끌며 싸우고 있었다.

병사와 이렇게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도 그 덕분이다.


'······하지만, 요한 경을 데리고 온다고 해도······.'


요한 경이 콘라드 경보다 압도적으로 강할까? 비슷할까?


- 요한 경의 검이 아르카미스(Arcamis)라면 가능하겠지.


노크시스의 비늘은 지나치게 단단했고, 저 비늘을 뚫고 치명상을 입히려면 적어도 아르카미스(Arcamis)가 필요했다.

아르카미스는 마법이 부여된 무기의 총칭.

이그니서스인 내 검 또한 아르카미스의 한 종류니까.


난 아까부터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 손에 쥐고 있었다.

하지만, 노크시스의 몸집이 워낙 커서 내 공격은 큰 의미가 없다.


눈에 띄는 거구인 콘라드 경의 공격도 지지부진한 마당에 내 공격이 제대로 먹힐 것 같지 않았다.

공격하려다가 그대로 튕겨나가거나 덤비려다 깔려죽지 않으면 다행이다.


콘라드 경의 검은 충분히 좋은 검이었지만, 이그니서스 같은 종류의 검은 아니었다.

별다른 능력이 부여되지 않은, 그저 평범하게 좋은 검.

그런 검으로 이제까지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콘라드 경의 실력은 충분히 뛰어났다.


- 아쉽군.

가진 것이 아르카미스(Arcamis)였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을.


아르다르보의 말처럼 콘라드 경의 그레이트 소드가 아르카미스(Arcamis)였다면 진장 상황은 종료되었을 것이다.


'하다못해 강화 마법이라도 인챈트(Enchant) 된 검이었다면, 진작 끝났겠죠.'


치명타가 되었어야 할 공격이 어려번 반복되었지만, 날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나크시스의 비늘이 너무 단단한 까닭이다.

콘라드 경의 그레이트 소드는 충분히 좋은 검이었지만, 아쉽게도 평범한 검 중 좋은 검이었다.


반면, 내 검은 이그니서스였지만, 단검이었다.

검신이 너무 짧아 노크시스 같은 거대한 마물에겐 생채기를 내는 것이 고작인.


난 입술을 짓씹었다.

빨리 결정해야 했다.


"콘라드 경!"


결국 결심한 내가 목청껏 외치자 콘라드 경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콘라드 경의 미간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너 여태 안 갔느냐, 고 말하는 것처럼.


나는 서둘러 외쳤다.


"턱 아래! 흰 비늘이요!"


내 외침을 단번에 알아들은 콘라드 경의 검이 노크시스의 약점을 향했다.

그레이트 소드가 큰 궤를 그리며 휘둘러졌고, 관성력이 실린 검날이 노크시스의 턱 아래 있는 흰 비늘에 정확히 닿았다.


······됐······!


- 아니, 얕았다.


콰아아아앙!


캬아아아아아앗!


"······!"


캬아아아아아아아!


"큭!"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비명.

저만한 굉음, 반응이 터졌는데, 얕았다고?


캬아아아앗!

캬악!


급소를 공격당한 탓인지 노크시스의 반응이 이제까지와는 달랐다.

여태까진 무언가 여유가 보였다면, 이젠 독이 바싹 오른 뱀처럼 보인다.


'콘라드 경 혼자선 무리다.'


콘라드 경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역시 저 그레이트 소드로는 노크시스를 죽이기 버겁다.

필요한 것은 콘라드 경의 두 배에 이르는 실력자 혹은 아르카미스.

······그렇다면.


"콘라드 경!"


나는 콘라드 경을 믿고 앞으로 달렸다.

그를 본 콘라드 경은 순간적으로 놀란 듯했으나 내가 노크시스의 약점을 알아챈 것, 그리고 내 손의 검을 보고 콘라드 경은 의도한 바를 깨달은 것 같았다.

내가 노크시스의 몸통을 타고 오를 수 있도록, 그대로 노크시스에게 달려들어 붙잡았으니까.


"뛰어!"


콘라드 경이 정면으로 노크시스의 몸통에 달려들어 매달리자, 날 구해줬던 병사가 동시에 같은 행동을 했다.

그 자리에서 병사 또한 노크시스의 몸통에 매달린 것이다.

두 사람이 노크시스에게 매달려 놈을 붙잡는 동안, 난 이그니서스로 찍어가며 노크시스의 몸통을 기어올랐다.

노크시스의 비늘이 무척 단단하고 미끄러워 몇 번이나 고꾸라질 뻔했지만 말이다.


끼에에에에엑!


놈이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몸통을 뒤틀었지만, 다행히 떨어지지 않았다.

콘라드 경과 이름 모를 병사가 필사적으로 노크시스에게 매달려있던 덕분에.

이윽고 내 손바닥 만한 흰 비늘에 닿았을 때, 난 그 비늘에 이그니서스를 박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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