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의 복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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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몽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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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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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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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손님 3

DUMMY

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처절한 비명을 끝으로 노크시스의 신형이 무너졌다.

긴장이 풀린 나는 검을 놓았고, 그대로 떨어졌다.


"읏차!"


완전히 바닥으로 구르기 전 콘라드 경이 날 받아냈다.

분명히 꽤 멀리 있었던 것 같은데.


"노크시스의 급소는 대체 어떻게 알았던 거냐?"


아직 가쁜 숨을 몰아쉬며 콘라드 경이 물었다.

······이건 또 뭐라고 대답한담.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게 많아서요."


결국 이렇게 대꾸한 내게 콘라드 경은 기가 찬 듯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삐딱하게 웃으며 내뱉었다.


"그래, 믿어주마"


······뭔가 석연찮은 반응인데.


- 안 믿는군.


'그런 것 같아요.'


내가 떨떠름하게 쳐다봤지만 콘라드 경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에는 내 검에 대해 물었다.


"그 검은 아르카미스냐?"


"······네."


아르카미스는 노르달의 평민이 가질 법한 무기가 결코 아니었으나, 이것에 대해서 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

콘라드 경의 검이 들지 않는 노크시스의 비늘을 뚫은 검이 평범한 것이라면 그게 더 말이 안되는 거니까.


다행히 콘라드 경은 더이상 묻지 않고 뒤돌았다.

그리고 노크시스와 싸우느라 엉망이 된 주변을 살폈다.


"······엉망이군."


그렇게 중얼거리는 목소리에 씁쓸함이 섞였다.

엉망인 것은 주변 뿐만이 아니었다.


"살아남은 사람은······.

바스톤 뿐이냐."


콘라드 경을 도와 마지막까지 노크시스의 몸통에 매달려 준 병사의 이름이 바스톤인 모양이었다.

바스톤은 피로 얼룩진 얼굴을 대충 문질러 닦으며 말했다.


"시체가 너무 커서 반대편이 보이지 않습니다.

확인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나와 콘라드 경이 첫 공격을 받았던 순간, 내가 기억하는 생존자는 우리 셋을 포함한 6명이었다.

그들 중 남은 사람이 있을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주변에 생존자가 있나 찾아보자."


"······토벤은 제가 숨이 끊어진 걸 제가 봤어요."


꼬리짓 한 번에 온몸의 뼈가 부러져 죽은 토벤의 모습이 떠올랐다.

······다른 사람들도······.


"······토벤도······."


콘라드 경 또한 토벤과 가까운 곳에 있었으니 그의 시체를 봤을 것이다.

콘라드 경에게 마물의 핏자국을 처음 발견해 보고 한 게 바로 토벤이었으니까.


"일단, 리안이 주둔지로 돌아가 지원 병력을 데려와라.

시신이라도 수습하려면 우리 둘로 부족해."


둘이란, 콘라드 경과 바스톤을 지칭했다.

내 몸집으로는 다른 것은 몰라도 시신을 옮기거나 찾는데 역부족일테니까.


"요한 경을 모셔올까요?"


내 물음에 잠시 고민한 콘라드 경은 곧 고개를 가로했다.


"아니. 아까는 급박해서 그런 거고.

요한 경까지 주둔지에서 빠져나오면 루카스 님 곁에 기사가 아무도 남지 않게 돼.

가서 요한 경에게 상황을 보고해라.

다음은 요한 경이 알아서 해줄 거다."




***




콘라드 경의 지시에 따라 나는 주둔지로 내려와 요한 경에게 상황을 보고 했다.

워낙 가까운 곳에서 싸움이 있었던 탓인지, 요한 경은 대충 상황을 알고 있었다.


"노크시스라고?"


다만, 대형 마물이 나타났다는 것은 알았어도 어떤 놈이 튀어나온 건지까지는 알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노크시스와 마주친 공터가 주둔지와 가깝긴 해도 지척이라 할 수 있을 만한 거리는 아니었으니까.


"생존자는?"


요한 경은 노크시스를 '잡았냐'고 묻지 않았다.

대신 생존자의 수를 물었다.

노크시스를 상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요한 경 또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일단 콘라드 경과 병사 한 명이요."


그리고 나까지.

나야 당장 눈앞에 서있었으니 굳이 말로 짚지 않아도 되겠지.

내 대답에 요한 경의 안색이 삽시간에 창백해졌다.


"······분대 하나가 궤멸했나."


하얗게 질린 요한 경을 보며 난 입술을 핥았다.

다음 말을 꺼내야 했기 때문이다.


"······루카스 님은 좀 어떠세요?"


내 질문에 요한 경의 얼굴에 핏기가 조금 돌아왔다.

다행히, 좋은 소식이 있나보다.


"많이 좋아지셨다.

밤새 열도 거의 내리셨고. 약이 효과가 있는 모양이야."


그나마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이 와중에 루카스에게 약이 먹히지 않았다면 그야말로 상황이 첩첩산중인 따로 없을 테니까.

안도의 숨을 내쉬는데, 막사 안쪽에서 데온이 나왔다.


"무슨 일 있었니?"


데온은 날 발견하자마자 딱딱하게 굳었다.

아, 내 꼴이 영 말이 아니겠구나.

자세히 살필 겨를 따위 없었지만, 온몸에 적셔진 질척한 마물의 피만으로도 내 몰골은 영 처참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까.


난 데온에게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요한 경에게 했던 보고보다 훨씬 간결하게.


"······세상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이야기를 듣는 데온의 안색이 실시간으로 하얗게 질려갔다.

그리고 내 이야기를 모두 들은 데온은 정말 할 말이 많아 보였다.

하지만, 곁에 선 요한 경을 의식한 것인지 그저 아찔하다는 듯 양쪽 눈을 질끈 감았을 뿐.


"지원이 필요하겠군."


"예, 아무래도.

······생존자가 있을 것 같진 않은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요."


내가 노크시스의 시체를 넘어 주둔지를 향하는 동안 발견한 시체만도 둘.

그 두 구의 시체에 토벤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4분대의 사망자는 최소한 3명이다.

노크시스가 쓰러진 후 제대로 된 신음소리 하나 나지 않은 것을 생각해보자면, 정말로 나와 콘라드 경, 바스톤 외에는 살아남은 자가 없다는 쪽이 확률이 높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적어도 시체는 건져 와야 했다.


"피곤하겠지만, 한 번만 더 고생하자.

길을 다시 안내해줄 수 있겠니?"


"예. 그러지요."


난 다시 앞장섰다.

이번에는 3분대와 함께.




***




"······얘기를 들었지만······."


나를 따라 노크시스의 사체가 있는 공터에 도착한 3분대는 노크시스의 시체를 발견하자마자 누구라 할 것 없이 모조리 얼어붙었다.

마물 토벌대의 일원인 그들조차 노크시스처럼 거대한 마물을 처음 봤기 때문일 것이다.


"벌써 끝났나요?"


콘라드 경과 바스톤은 내가 주둔지에서 3분대를 데려오는 사이 4분대 사망자의 시체를 모조리 찾아놓은 상태였다.

역시나 생존자는 우리 셋 외에는 없었던 것 같다.

나머지는 모두 바닥에 시체가 되어 누워있었으니까.


"······전멸······."


하얗게 질린 3분대 대장, 하르트가 4분대의 시체들을 바라보았다.

분대는 달랐지만 이번 토벌에서 같은 주둔지에서 먹고 자고 했으니 서로 친분이 있는 자도 꽤 있을 것이다.

몇몇은 어제저녁까지만 해도 함께 어울려 웃고 떠들었던 존재.


그런 이들이 하룻밤만에 시체가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미안하다."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콘라드 경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누구에게 하는 사과였을까?

죽어버린 자들?

그들을 시체로 다시 만난 3분대?


분명한 것은, 여기서 잘못한 이는 아무도 없다는 거였다.


"서두르는 게 좋겠어요.

해는 떴지만, 노크시스의 피 냄새를 맡고 다른 놈이 접근할 수도 있으니까요."


죽은 자들과 그나마 친분이 덜한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서둘러야 했다.

감상에 젖어있을 시간은 많지 않았으니까.


"그래."


"옳은 말이야."


"꼬맹이가 우리보다 판단이 빠른 걸?"


다행히 3분대 병사들은 큰 반발 없이 내 말에 동의해 주었다.

그들은 일사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오래지 않아 시신들의 수습이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이건 어쩌죠?"


콘라드 경은 아까부터 말없이 노크시스의 시체를 살피고 있었다.

내가 묻자, 콘라드 경이 시선이 내게 닿았다가 다시 노크시스의 시선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대로 시선을 고정한 채 콘라드 경이 말했다.


"원래라면 이대로 태워야겠지만······,

좀 아깝단 말이지."


사실 이 부분에선 나도 동감이었다.

마물의 피는 마물을 부른다.

그래서 마물 사냥을 하면, 보통 시체는 태운다.


노크시스가 죽기 전에는 이 근방에서 최상위 포식자였을 것이다.

하지만, 놈은 우리가 죽였고, 노크시스는 이제 거대한 고깃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살아있을 때는 군림하는 자였으나 죽고 나니 먹잇감으로 전락한 것이다.

심지어 파리가 꼬이기에 딱 좋은 미끼로.


쓸데없는 파리가 꼬일 것이 분명했기에 상식적으로 판단한다면 시체는 지금 당장 태워 없애는 게 맞았다.

하지만, 이건 노크시스다.

보는 것도 어렵고, 잡는 건 더 어려운 마물.


- 뭐가 아깝다는 거냐?


'마물의 사체는 돈이 되잖아요.'


- 그럼 해체하면 되잖아?


'누가 해요? 도구가 없는데.'


지금 마물 토벌대에는 노크시스의 사체를 해체할 만한 도구가 없다.

눈앞에 있는 시체가 노크시스가 아닌 일반적인 마물이기만해도 일은 좀 더 쉬웠을 것이다.

마물 토벌대가 평소에 주로 잡는 마물에겐 일반적인 무기가 통하니까.

그정도의 마물은 일반적인 맹수보다 좀 크고, 좀 강한 정도에 그쳤으므로.


하지만, 노크시스는 사정이 좀 달랐다.

노크시스의 비늘은 어지간한 무기를 다 튕겨낸다.

상당히 좋은 검인 콘라드 경의 검도 제대로 들지 않았고, 그나마 타격이 먹힌 것은 놈의 급소였던 하얀 비늘 근처일 뿐.


일반적인 검으로는 해체는 커녕 생채기도 낼 수 없을 테니까.


······그나마 해체 흉내라도 낼 수 있는 건······.

내 검 뿐.


- 네 이그니서스는 안된다.


'그럴 생각 없거든요?'


그냥 이그니서스도 아니고 아버지가 주신 검이다.

남의 손을 타는 것도 불쾌한데 마물 시체 해체하는데 빌려주라고?

싫다.

절대.


"······흠······."


콘라드 경의 고민이 깊어지는 게 보였다.

다른 마물도 아니고 노크시스.

그 사체의 가치는 다른 마물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렇다고 제대로 된 도구를 구해올 때까지 방치하기엔······, 이 공터가 주둔지와 너무 가깝다.

쓸데없이 꼬인 파리가 방향을 틀어 내려올 수 있을 만큼, 주둔지와 가깝다.


- 아까운 게 고기냐?


'아뇨. 고기보단······,

비늘이나, 안에 마석?'


마물 고기를 먹는 건 마물 뿐이다.

때문에 마물 시체에서 부산물을 챙길 때,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게 마물 고기이기도 하다.

마물 피는 가끔 쓸모가 있지 있지만, 대부분의 마물 고기는 못 쓴다.


- 고기를 쓸 게 아니라면, 그냥 태우면 된잖나.


'태우면 다른 게 상하잖아요.'


- 안 상해.


'네?'


- 원하는 게 비늘이라면 그냥 태우면 된다.

일반적인 불로는 노크시스의 비늘을 태울 수 없으니까.


'······제 검은 이그니서스였는데요?'


내가 태운다는 발상을 하지 못한 것은, 노크시스의 비늘을 뚫은 내 검이 이그니서스이 때문이었다.

불을 바탕으로 한 검.

근데, 노크시스의 비늘은 원래 불에 안 탄다고?


- 이그니서스의 불은 엄밀히 말하자면 마법의 불이다. 달라.


새롭게 알게된 사실에 잠시 얼이 빠졌던 나는 곧 알게 된 사실을 콘라드 경에게 말했다.

마치 원래 내가 알고 있던 사실을 내뱉는 것처럼.


"······콘라드 경?"

노크시스의 고기를 원하시는 게 아니라면, 태우시면 될 것 같아요."


"······태우라고?"


갑작스러운 내 주장에 콘라드 경의 얼굴에 의아함이 섞였다.

'너 내가 한 말을 이해한 게 맞느냐' 고 묻는 것처럼.

물론 입밖으로 내뱉진 않았지만 말이다.

난 그 눈빛을 그대로 받으며 웃었다.


"노크시스의 비늘은 불에 타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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