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의 복수법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몽블몽블
작품등록일 :
2024.08.05 20:07
최근연재일 :
2024.09.14 22:20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2,412
추천수 :
116
글자수 :
208,719

작성
24.09.11 22:20
조회
20
추천
2
글자
12쪽

2차 토벌 1

DUMMY

2차 토벌대의 인원이 확정됐다.

이번 인원은 총 삼 백.

이는 기사 열 명과 마법사, 갈레아스 사제와 일행까지 포함한 숫자였다.

지휘관은 역시나 루카스였다.


레반티스에서 매년 치러지는 마물 토벌이 2차까지 이어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늘 토벌이 필요할 정도의 숫자의 하얀 산맥에서 근처 마을로 내려오긴 하지만, 그렇다고 두 번이나 필요할 정도로 많은 수의 마물이 내려오지도 않으니까.


올해 하얀 산맥에서 내려온 마물이 예년보다 많기는 했지만, 1차 토벌 때 홍화열이 돌지 않았다면 좀 더 긴 시간을 두고 마을 주변에 내려오는 마물을 정리했을 것이다.

2차 토벌을 하는 게 아니라.


'저쪽이 마법사인가봐요.'


- 사제만큼이나 눈에 띄는 자군.


아르다르보의 말처럼 마법사는 그 차림이 화려했다.

마법사들은 자의식이 강하다는 편견을 강화시켜주는 옷차림이랄까.

오죽하면 백색 일색의 갈레아스 사제나 토벌대의 지휘관인 루카스보다 화려한 차림이었다.


'저렇게까지 보석으로 치장한 사람 처음 봐요.'


하나로 질끈 묶은 머리카락을 장식한 머리장식, 귀에 걸린 귀걸이와 두터운 소재의 로브를 장식한 수십개의 장식까지

여느 귀부인의 차림이라고 해도 놀랄 만큼 겹겹이 쌓인 장신구들.

마법사는 놀랍게도 남자였다.


- 단순히 보석은 아니다.


'······설마 저거 다 마석······.'


마석은 마력을 담은 돌을 뜻한다.

담겨있는 마력이 많을수록 마석은 자체적인 광채를 내뿜으며, 그런 마석을 잘 가공하면 일반적인 보석과 잘 구별가지 않는다.


즉, 마법사의 장식품에 있는 보석처럼 보이는 마석이 모조리 그런 종류의 고급 마석이라는 뜻이다.

아니, 그냥 보석이어도 놀라운데 저게 다 마석이라고?


- 전부는 아니고.


'······아, 그래요?'


그럼 그렇지.

두르고 있는 장식구의 돌이 모조리 마석이라면 저 마법사는 이런 변경이 아니라 왕실에 있어야 하는 마법사다.

저 마석이 개인적으로 구입한 것이든 만든 것이든 마법사의 실력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전자라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실력이란 뜻이고, 후자라면 저 많은 마석을 직접 만들었다는 뜻이니까.


- 꽤 많은 숫자긴 하다.

어설픈 마법사는 아닌가보군.


아에리온의 고위 사제와 더불어 저정도 마법사라.

덕분에 나는 다시 한번 이번 토벌에 막대한 기대가 걸려있음을 상기할 수 있었다.


- 이쪽을 본다.


······그리고 눈을 찡긋거리는데.


나는 애써 고개를 돌렸다.

친해지면 안될 것 같다.


- 무시할 거냐?


'백작도 루카스도 아니잖아요.

······아는 척 하면 귀찮아질 것 같아요.'


나는 마법사를 무시하고 기사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번 토벌에 함께 하는 기사는 모두 열 명.

요한 경과 콘라드 경은 당연히 함께 가고 나머지 기사의 대부분은 내가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었다.


그 중 의외인 인물은······.


'라이너 발덴?'


- 의외로군.


'그러게요. 분명 두고 갈 거라 생각했는데.'


한 달 전 노르달에서 라이너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줬을 때, 루카스와 요한 경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던 것을 보면 내가 정보를 주기 전에 이미 무언가 경계를 사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레반티스에 오고 나서 코빼기도 안 보이기에 당연히 처분이 되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아니면······.'


- 아니면?


'마물 토벌은 사람 하나가 그럴 듯하게 실종되기 좋은 환경이죠.'


- 이번 토벌에서 루카스가 라이너를 처리할 거라 생각하느냐?


'그렇지 않을까요? 좋은 기회인데.'


한 달 동안 훑어본 분위기로 미루어 볼 때 루카스의 적은 알브레히드가 분명해 보였다.

정확히는 알브레히드보다 그 친모인 카밀라 레반티스의 입김이 훨씬 커 보이긴 했지만.

즉, 내가 모르는 또다른 이야기가 있는 게 아니라면 라이너는 알브레히드와 카밀라 레반티스 쪽 사람이라는 거다.

그걸 루카스도 알고 있을 거고.


게다가 라이너는 어쨌든 기사다.

요한 경이나 콘라드 경에 비해 하찮은 취급을 받고 있는 게 보이긴 했지만 어줍잖은 이유로 치워버릴 상대는 아니라는 의미다.


'뭐, 알아서 하겠죠.

어차피 저랑은 붙어있을 일 없을 것 같고요.'


그리고.

머릿 속으로 아르다르보와 이야기 하는 사이 누군가 내게 가까이 왔다.

아는 얼굴도 아니었고 마법사처럼 신분을 딱 알아차릴 정도로 옷이 화려하지도 않았다.


딱 알텐 영감의 나이 또래.

영감 나잇대에 마법사, 사제, 기사도 아니라면······.


"반갑다. 네가 리안이냐?

난 프리크라고 한다. 이번 토벌대에 함께 가는 의사지."


역시 이번에 알텐 영감 대신 가는 의사구나.

프리크는 알텐 영감과 나이는 비슷해보였지만 인상이 훨씬 좋았다.

알텐 영감은 첫인상부터 꼬장꼬장했는데 말이다.


"안녕하세요."


"얘기는 많이 들었다.

듣자하니 재주가 좋다던데."


"뭘요. 변변찮은 것들 입니다."


프리크는 알텐처럼 고압적이거나 쓸데없는 자존심을 세우는 타입은 아닌 것 같았다.

다행이다.

이번에도 알텐 영감이 함께 가거나 비슷한 성정이면 꽤 귀찮을 뻔 했는데.


"노르달에서 약제사를 많이 도왔다고.

그쪽 약제사 님도 실력이 좋다던데."


"자잘한 심부름 뿐이었는데요.

데온은 노르달에서 의사를 겸하고 계시구요."


"나는 아그렌에서 나고 자라서 견식이 부족한 편이거든.

배울 게 많겠어."


백작가의 수석 의사가 견식이 부족할 리가 없지.

빈 말이 아니라면 굉장히 겸손한 성격인 것 같았다.

어조를 보아하니 후자일 가능성이 높아보이고.

그리고 프리크의 말이 빈 말이 아니라는 것은, 노르달에 도착한 후 알 수 있게 되었다.




***




"잘 지냈느냐?"


나는 빙그레 웃었다.


"물론이죠. 백작 가에서 거둬주셨는데요."


빌어먹더라도 노르달처럼 작은 마을에서 빌어먹는 것과 백작 가에서 빌어먹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길 것이다.

게다가 나는 후원받는 입장으로 루카스를 따라 갔었으니까.


"그런 것 같구나.

한 달만에 키도 꽤 자란 것 같고."


"진짜요?"


키가 자랐나?


데온의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고작 한 달 이었지만, 그 한달 동안 나는 꽤 규칙적이고 활동적으로 보냈다.

하루가 멀다하고 콘라드 경에게 얻어맞고 남는 시간에는 개인 훈련을 했으니까.

먹는 것도 노르달에서보다 훨씬 잘 먹었고.


······배를 곯기 일쑤였던 이전 생의 이맘때 나보다는 훨씬 환경이 좋긴 했는데······.

나는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가 데온의 책상을 발견했다.


'······묘하게 낮아진 것 같기도.'


정말이라면 분명 반가운 이야기였다.

바로 사흘 전에도 콘라드 경이 내 덩치가 너무 작다며 좀 더 먹어야 한다고 잔소리를 했으니까.

이대로 계속 자란다면 몇 달 안에 평균에는 닿지 않을까?


"정말로 다시 볼 줄은 몰랐는데."


나를 다시 만나자마자 튀어나온 데온의 첫마디었다.

꽤 서운할 수도 있을 그 말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꾸 입매가 움찔대는 걸 주체할 수가 없었다.


"다시 볼 수 있을 거라고 했잖아요."


"빨라야 내년일 줄 알았다."


그건 저도 그래요.

루카스가 이정도로 추전력이 좋을 줄이야.

마물의 숲이 아무리 가치가 높아도 날이 풀린 후에나 다시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이번에도 의사 보조를 하시는 거죠?"


"그래, 그렇게 부탁 받았다."


1차 토벌에서 홍화열을 치료하는 데에 활약한 덕분인지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데온이 의사 보조로 고용되었다.

이번 토벌대에 포함된 의료 인원은 충분한 편이었지만, 노르달에서만 나는 약초를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프리크가 데온을 추천했다고 한다.


레반티스를 떠나기 전에 했던 말이 정말 빈 말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루카스는 흔쾌히 허락했고.


"제가 자주 들리긴 어려울 거예요."


"어쩔 수 없지. 이번에는 수색조라면서?"


"네. 계속 밖으로 돌아야 할 것 같아서요."


난 데온과 함께 의료 막사에 죽치고 있었던 1차 토벌 때와는 달리, 이번 토벌에서는 최전선의 수색조에 배치되었다.

1차 토벌 때와는 달리 의료 인원은 충분하고 나는 루카스와 할 일이 있었으니까.


심지어 수색조는 루카스가 직접 지휘했다.

수색조는 루카스와 기사 둘, 견습 기사 하나와 나까지 총 다섯.


정찰조가 주변을 간단하게 훑으면 내가 넘겼던 지도를 토대로 우리 다섯이 꼼꼼하게 주변을 살핀다.

마물을 발견하면 사살하기도 했지만, 가장 큰 목적은 내가 건넨 지도를 보완하는 것.


"오히려 나는 안 보고 싶다.

의료 막사에는 다쳐야 오는 거 아니냐."


"안 다치고 들리는 정도는 할 수 있죠."


난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주둔지에 돌아갈 때마다 데온의 얼굴을 보는 것 정도야 할 수 있다.

이번 토벌에는 그 주둔지에 자주 못 돌아갈 것 같아서 그렇지.




***




"솔직히 기대 이상이군."


루카스가 흘러내린 땀을 닦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직접적으로 하는 말은 아니었지만, 혼잣말치고는 목소리가 꽤 컸다.


"네가 알려준 방법이 이렇게 효과적일 줄은."


이번에는 확실히 시선이 나를 향했다.

나는 슬쩍 웃으며 대꾸했다.


"비용이 많이 드는 게 흠이죠.

조건도 있고요."


내가 알려준 방법.

그것은 숙부가 제이베르의 황제에게 알려준 방법과 같았다.

방법 자체는 간단했다.

마물의 숲에 들어가기 전에 각자가 화정석(火睛石)을 지참하는 것.


이 방법은 랑게르나의 식솔들이 쓰는 방법이었다.

이는 화정석이 마물들에게 랑게르나와 비슷한 인상을 준다는 걸 이용한 방법으로 무척 간단하지만 몇 년 후 숙부가 공개하기 전까지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방법이기도 했다.


사실 화정석은 마법사들이나 관심을 가질 법한 광물이다.

다른 마석에 비해 불의 기운을 품은 것 외에는 큰 가치가 없어 마법사들은 화정석에 큰 관심이 없다.

마법사가 아닌 이들에게 화정석은 귀한 것에 비해 크게 쓸모가 없는 돌.

가공도 어려워 장식으로도 잘 쓰지 않으니 용도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뭐, 방법이 알려진 이후에도 이건 귀족들이나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화정석의 값은 같은 크기의 보석과 맞먹으니 평민이나 용병들은 화정석을 활용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백작가의 장자인 루카스마저도 급하게 구하느라 화정석을 고작 10개 구했을 정도니까.

······거기까지 생각이 닿았을 때 갑자기 궁금증이 떠올랐다.


'······제이베르 군은 몇 명이었을까요?'


- 제이베르 군? 잿빛 성을 습격했을 때 말이냐?


'네. 많진 않을 테니까요.'


벤야민 랑게르나와 제이베르 제국이 얼마나 긴 시간 동안 잿빛 성을 습격할 준비를 했는지는 모른다.

아무리 황제의 직접적인 지지를 받았다고 한들 군대 전체에 화정석을 지급할 수 있을 리 없다.


아마 전원 기사나 마법사로 이뤄졌을 소수 정예.

그들이 마물의 숲을 가로질러 성벽을 무너뜨리고 잿빛 성의 문을 열었을 것이다.


- 많아야 스물 정도였을 거다.


스물이라.

더 적을 것도 같았지만 터무니 없이 많은 숫자도 아니었다.

출발은 스물이어도 잿빛 성에 다다른 것이 제이베르의 불꽃술사이기만 하면 됐을 테니까.


"화정석이 조금만 더 저렴했으면 토벌대 전체에 제공했을텐데, 아쉬워."


"저렴했다면 보다 많이 제공할 수 있겠지만, 그 희귀성 때문에 이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알려지지 않은 덕분에 숲을 선점할 기회도 생겼고요."


내 대꾸에 루카스가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대답이 마음에 든 듯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로.

그리고 뒤따라온 요한 경을 향해 말했다.


"오늘은 이쯤하는 게 좋겠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자의 복수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안내 24.09.15 6 0 -
39 2차 토벌 3 24.09.14 12 1 11쪽
38 2차 토벌 2 24.09.13 12 1 12쪽
» 2차 토벌 1 24.09.11 21 2 12쪽
36 대화 4 24.09.10 16 3 11쪽
35 대화 3 24.09.09 26 4 12쪽
34 대화 2 24.09.08 26 3 12쪽
33 대화 1 24.09.07 26 3 12쪽
32 사제, 갈레아스 2 24.09.06 24 3 12쪽
31 사제, 갈레아스 1 24.09.05 32 3 12쪽
30 도시, 아그렌 3 24.09.04 33 3 13쪽
29 도시, 아그렌 2 24.09.03 42 3 12쪽
28 도시, 아그렌 1 24.09.02 51 4 12쪽
27 거래 2 24.09.01 44 3 12쪽
26 거래 1 24.08.31 49 4 12쪽
25 밤손님 4 24.08.30 51 3 12쪽
24 밤손님 3 24.08.29 49 3 12쪽
23 밤손님 2 24.08.28 52 3 12쪽
22 밤손님 1 24.08.27 49 2 11쪽
21 루카스 레반티스 4 24.08.26 56 3 12쪽
20 루카스 레반티스 3 24.08.25 52 3 12쪽
19 루카스 레반티스 2 24.08.24 54 3 12쪽
18 루카스 레반티스 1 24.08.23 56 3 12쪽
17 홍화열 3 24.08.22 57 3 12쪽
16 홍화열 2 24.08.21 56 3 13쪽
15 홍화열 1 24.08.20 54 3 13쪽
14 길 잃은 기사 4 24.08.19 63 3 12쪽
13 길 잃은 기사 3 24.08.17 59 3 12쪽
12 길 잃은 기사 2 24.08.16 64 3 12쪽
11 길 잃은 기사 1 24.08.15 75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