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의 복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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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블몽블
작품등록일 :
2024.08.0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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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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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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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4

DUMMY

"그림자 검의 진짜 모습이요?"


- 그래.


금시초문이었다.

그림자 검에 진짜 모습이 있다고?


- 그림자 검의 다른 이름은 플람베르크, 불타는 검이다.

역시 모르나?


"불로 만들어졌다는 그 플람베르크 말입니까?"


플람베르크, 불타는 검.

최초의 늑대가 불로 벼렸다고 전해지는 신화 속 검이 그림자 검이라고?


"그림자 검은 시벨리안 랑게르나가 썼다는 검 아닙니까?"


- 맞다.


"그럼 시벨리안 랑게르나가 쓴 검이 플람베르크라고요?"


- 그것도 맞다.


······미친······.

까면 깔수록 기막힌 이야기가 튀어나오는 통에 입을 다물 수 없을 지경이었다.


- 정확히는 내가 너희 랑게르나에게 내린 불의 축복을 온전히 다룰 수 있어야 그림자 검에서 플람베르크의 형상을 불러올 수 있다.

시벨리안은 모든 랑게르나 중 그걸 제일 잘했다.


당연히 잘했겠지.

시벨리안 랑게르나는 랑게르나의 시조이니, 누구보다 뛰어난 랑게르나가 아닐까?


- 모든 랑게르나가 그림자 검에서 플람베르크의 모습을 깨우지 못한다.

플람베르크는 단순한 이그니서스보다 훨씬 많은 힘을 필요로 하니까.


"그림자 검에서 플람베르크의 형상을 깨우지 못하면 그림자 검을 평범한 검으로 쓰는 건가요?"


- 평범한 이그니서스처럼 쓸 수 있겠지.


이그니서스를 평범하다고 말하다니.

랑게르나가 아닌 수많은 불꽃술사들이 들으면 기절할 발언이다.


"새로운 사실이네요. 전혀 몰랐아요."


이게 왜 퍼지지 않았을까?


전설 속의 플람베르크는 말 그대로 불타는 검이다.

심연에 떨어진 최초의 늑대가 자신의 불꽃으로 벼린 검.

플람베르크의 불꽃은 지옥의 업화.

희게 빛나는 플람베르크의 불꽃으로 이 세상에서 태울 수 없는 것은 존재치 않으리라.


- 온전한 랑게르나 중에서도 그림자 검에서 플람베르크의 형상을 꺼낸 건 몇 대 전의 일이다.

또한 랑게르나가 아닌 자들이 플람베르크를 목격할 수 있는 것은 보통 전쟁터일 테니, 더더욱 잊을 터.

넌 후계자 교육을 끝까지 받지 않았으니 모를 법도 하다.


후계자 교육.

내가 성년까지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아버지 자신의 입으로 랑게르나의 많은 것에 대해 직접 알려주셨겠지.

그림자 검이 플람베르크라는 이야기를 포함해서.


"숙부는 그림자 검이 플람베르크라는 걸 몰랐던 거죠?"


- 그럴 테지.

그렇지 않고서야 제이베르에게 그림자 검을 넘기지 않았을 테니까.


그래, 그랬을 것이다.

그림자 검이 정말로 플람베르크라면 신물(神物)이나 마찬가지인데.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거래의 대가로 내놓을 리 없지.

나도 몰랐는데 벤야민 랑게르나라고 알았을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제국의 황제라면.


"제이베르의 황제는 그림자 검의 가치를 알았을까요?"


- 알았을 것 같나?


"네, 저는 알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어떻게 알았는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왕가도 아닌 백작가의 보물에 대한 대가로 벤야민 랑게르나는 너무 많은 것을 받았다.

벤야민 랑게르나가 공을 세운 것은 랑게르나의 몰락이지 벨모르 왕가의 몰락이 아니었으니까.

비록 랑게르나의 몰락이 벨모르 몰락의 시발점이 되었을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벤야민 랑게르나가 제이베르 황제에게 갖다 바친 그림자 검이 정말로 플람베르크라면 가능한 얘기다.

아니, 오히려 벤야민 랑게르나가 받은 대가는 너무 적다.


- 알았다고 해도 의미는 없었을 것이다.

플람베르크에는 내가 벼린 검이니 내가 축복한 랑게르나가 쓰는 것이 아니라면 그림자 검은 그저 이그니서스에 불과해.


"그래서, 그림자 검을 두고 떠나라 하셨고요."


그랬구나.

혹시나 했지만 아르다르보의 대답으로 보다 분명해졌다.

그림자 검이 대단한 보물인 것은 오직 랑게르나의 손에서만 그렇다는 것을.


- 놓고 떠나자 한 이유는 그것도 있지만, 내가 그림자 검의 존재를 알 수 있으니 쉽게 다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위치 추적이 된다는 말이에요?"


- 대충은.


"아버지도 아셨어요?"


- 그건 몰랐을 거다.

하지만, 분명 리하르트 레반티스는 내 말이니 믿는다 하지 않았으냐.


그랬지.

아버지는 나와 아르다르보의 몇 마디 대화 만으로도 상황을 짐작하고 이해하고 판단했다.

나는 그럴 수 있었을까?


- 그러니 힘을 기르는 것에나 집중해라.

지금 네게 중요한 것은 불의 힘을 온전히 다루는 것이다.


상념에 빠질 뻔 한 내게 갑자기 아르다르보의 잔소리가 쏟아졌다.

예상치 못한 잔소리였지만 이제는 왜 아르다르보가 그토록 불의 힘을 키우는 데에 성화인지 이해했기 때문에 대거리하지 못했다.


- 어떤 랑게르나가 불을 다루는 힘을 최초의 늑대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을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느냐.

리안, 너는 네게 주어진 조건을 좀 더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알겠다고요."


무척 옳은 소리였다.

아르다르보가 불꽃 그 자체라는 사실까지 듣고 나니 더더욱 옳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가장 급한 건 그게 아니었다.

물론 급하긴 했지만, 당장 급한 건 아니었다.


"이제 마물의 숲 이야기를 좀 해보죠."

아까 갈레아스 사제가 카르세디아 전역에서 마물이 날뛰고 있었다고 했었잖아요."


- 그랬지.


"그게 왜 저랑 아르다르보 때문이에요?"


- 아까 모든 마물은 내게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그게 왜요?"


- ······마물의 숲에서 모든 랑게르나들이 자유로운 것은 내게서 비롯된 마물들이 랑게르나를 나로 착각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이야기 했다.


"그리고요?"


- 네 시간을 되돌리는 데에 나는 내 존재를 희생했다.

존재가 옅어짐은 곧 내가 가진 힘이 옅어짐과 같은 말이다.


"······잠깐. 그렇다는 건······."


아르다르보와의 대화를 차근차근 짚어가며 정리하자 전체적 맥락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달한 결론.


- 그래.

내 존재가 옅어졌기에 힘이 옅어졌고, 내게서 비롯된 마물들은 더이상 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마물의 생태는 본능적이다.

세상의 그 어떤 생물보다 힘에 복종하는 존재들.

그런 마물이 두려워하던 대상의 힘이 쇠락했음을 깨달았다면, 자연히 대상을 향해 가졌던 경외 또한 옅어질 것이다.

그리고 마물이 경외하지 않는 자를 존중할 리 없다.


"그럼 마물의 숲에 있던 마물들이 바깥으로 나왔다는 겁니까?"


- 그럴 확률이 높다.


마물의 숲에 마물이 유독 들끓었던 것은 오랜 세월에 걸쳐 마물의 숲 자체가 마물들의 생태계가 된 이유도 있지만, 최초의 늑대의 명령 때문이기도 했다.

너희는 이 밖으로 나가지 말라, 는 명령.


아르다르보의 힘이 약해졌다면 그 명령 자체가 약해졌을지도.

아니, 작금의 세태를 보자면 그럴 가능성이 크다.


- 마물의 숲에 사로잡혔던 마물들이 숲 밖으로 향하고, 원래 서식지에 있던 마물들은 터전에 쫓겨 이동하겠지.


"이전 생이랑 다른 일들이 일어나는 게 그럼 그 탓입니까?"


- 그럴 것이다.

시간을 되돌리기 전과 후의 내 힘은 꽤 차이가 나니까.


"아르다르보의 힘이 온전했다면, 마물들은 그대로 마물의 숲 안에 있었을 거고요?"


- 그건 아니지만, 조금 더 천천히 움직였을 거다.

마물의 숲을 경계로 한 내 명령은 잿빛 성과 함께 무너졌으니 마물의 숲에 있는 마물이 다른 곳으로 퍼진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이번에는 많이 앞당겨졌을 뿐이고.


"······잠깐만요.

그럼 이전 생에 노르달에 일어났던 대재난은······."


- 잿빛 성이 무너져 마물의 숲에 걸린 억제력이 해제되었기 때문이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이전 생에서 레반티스가 노르달을 지키지 못한 것은 그해의 토벌대의 지휘관이 알브레히드 레반티스였기 때문이다.

루카스는 그 전해인 올해 죽었으니까.


하지만, 애초에 이전 생에서 노르달이 지도에서 지워진 것, 데온이 죽은 것은······.

······잿빛 성이 무너졌기 때문에.


"······이번에 마물의 숲을 꼭 정리해야겠네요."


다 잡아 죽일 것이다.

감히 랑게르나의 영역을 벗어난 마물들이 하얀 산맥을 넘지 못하도록.


- 루카스가 이번 토벌에서 마물의 숲으로 넘어갈 거라 생각하느냐?


"백 퍼센트 그럴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토벌은 의미가 없으니까.

솔직히 루카스도 갈레아스 사제도 하얀 산맥 안에 노크시스 이상의 대형 마물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있어봐야 한두마리겠지.


그리고 갈레아스 사제가 말한 '아에리온이 날 보증하기 위한 공로'란 말을 고려할 때, 그 한두마리로는 턱도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에리온과 레반티스 백작이 이야기한 마물의 숫자는 최소 셋.

그리고 그 셋은 노르달을 포함한 레반티스 백작령과 맞닿은 하얀 산맥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을 법한 대형 마물의 최소 숫자였다.


마물을 사냥한 장소가 꼭 하얀 산맥일 필요는 없다.

공로를 입증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대형 마물의 사체지, 그 사체를 어디서 잡은 것까지는 자세히 따지고 들 필요가 없으니까.


문제는 인원인데.


"아마 소수로 움직이겠죠?"


- 그렇지 않겠느냐.


아직 난 레반티스의 후원을 받는 아이에 불과하니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없었다.

평소 대화 상대는 물론이고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으니까.

정확한 구성은 출발 당일에야 알 수 있겠지.


지금 당장 추측할 수 있는 것은 마물의 숲으로 들어갈 인원이 소수일 것라는 점, 그 인원 중 상당수가 레반티스 백작가의 기사 그리고 갈레아스 사제일 거라는 점이다.

소수일 수밖에 없다.

내가 루카스에게 알려준 그 '방법'은 이만한 숫자가 사용하기엔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 테니까.


그리고 이번에는 그 방법을 나까지 써야할지도 모른다.

착잡한 마음이 들어 입술을 핥았다.


"마물의 숲의 마물들은 더이상 저를 두려워하지 않겠죠?"


-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왜요? 아르다르보의 힘이 옅어져 두려움 또한 옅어졌을 거라면서요."


- 내 힘은 옅어졌으나 네 힘이 짙어졌다.


기대치 않고 한탄처럼 한 말인데 아르다르보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내 힘?


"제 힘이요?"


- 마물이 어떤 힘을 가장 두려워하는 줄 아느냐?


"신성력이요?"


- 신성력도 두려워하지만, 마물의 숲에 있는 마물들은 신성력보다 두려워하는 것이 있지.


나는 답을 알 것 같았다.


"······불의 힘이요?"


- 그래.

지금의 네게선 불꽃이 가진 냄새가 많이 난다.


"불꽃이 가진 냄새······."


그것은 어떤 냄새일까?

적어도 마물들이 그 냄새를 맡고 나를 두려워하기에 충분한 냄새일 것이다.

아르다르보가 그렇게 말했으니.


- 그러니 불의 힘을 더 연습해라.

네게는 재능이 있다.


"······알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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