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에서 전직 용사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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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아
작품등록일 :
2024.08.2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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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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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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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 이벤트 (2)

DUMMY

“꼬꼬마를 납치하는 게 신의 의지라면 신도 참 할 짓이 없나 보군.”

 

거친 말투에 천사의 미간이 약간 꿈틀거렸다.

그럼에도 계속 내게 대화를 거는 것은 처맞아 봤기에 알고 있는 것이다.

 

본신을 드러내도 나와의 전투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을.

최대한 신의 권위를 앞세워 나를 압박하고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고 싶겠지.

 

“신의 의지에는 항상 거대한 목적이 있는 법이다. 필멸자가 어찌 그것을 헤아리려 하는가.”

 

“필멸자? 정말 내가 필멸자라 생각하나?”

 

눈을 크게 뜨고 천사를 향해 얼굴을 들이밀었다.

 

순간 그의 얼굴에 당혹감이 서렸다. 머릿속이 복잡하시겠지.

자기 눈앞의 존재에서는 마력도, 검기도, 신성도, 그 무엇도 느껴지지 않는데, 그런 자가 한순간 자신을 압도했으니.

 

“뭐, 내가 필멸자인가 아닌가는 다음에 따지자고. 그런데 여신님의 그 잘나신 목적이 도대체 뭐지?”

 

진심으로 궁금했다.

 

아무리 그년이 썩어빠진 새끼라 해도 목적을 있을 터인데, 이번 일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왕을 죽여야 하는 것은 여신도 마찬가지인데 도대체 왜 용사 후보생의 심장에 저주를 심는단 말인가.

 

“내가 그것을 네게 왜 말해야 하지?”

 

“말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이 있나? 한판 해보자고?”

 

천사는 얼굴을 한껏 찡그리며 고민했다.

나의 무력을 가늠해 보고 있는 듯했지만, 가늠될 리가 없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일반인 그 이상 이하도 아닐 테니까.

 

따라서 그는 얼마 가지 않아 입을 열었다.

 

“용사의 배신을 미리 막기 위해서 필요한 조치다.”

 

“배신?”

 

“그렇다. 과거 여신님을 배신하고 타락한 용사로 인해 생긴 방법이지. 유망한 용사 후보생에게 성흔을 새겨 끝까지 여신의 의지를 관철하게 하는 것이다. 신성도시 가르티나에 들어가기 전에 새겨야 하기에 다소 과격한 방법을 사용했을 뿐.”

 

나는 얕게 조소했다. 천사의 대답이 생각보다 더 어이가 없었기에.

그 대답은 어이가 없음을 넘어 분노마저 불러일으켰다.

 

“배신.... 배신이라.”

 

배신이란 단어를 한참 동안 곱씹어 봤다.

 

여신과의 마찰은 되도록 피하고 싶었지만, 저런 좆같은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을 정도로 내 성격이 좋지만은 않았다.

 

“궁금해서 그런데 혹시 과거에 배신한 그 용사는 어떻게 됐지?”

 

질문에 비릿한 웃음이 더해진다. 그 웃음을 천사는 눈치챘을까.

 

“당연히 신의 의지에 의해 엄벌을.....”

 

그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사실 그렇게 궁금하지 않았다.

 

이미, 수백 수천 번은 들어왔기에. 그저 저 천사가 대답하느라 방심한 시간을 이용하려던 것뿐이다.

 

눈은 주위를 빠르게 파악하고 온몸의 핏줄이 맥동하기 시작한다.


적은 천사 한 명.

오롯이 그에게만 집중한다.

악마만큼은 아니어도 천사 또한 몇 번이고 죽여 본 적 있으니, 그리 긴장되지는 않았다.


천사 또한 영 얼간이는 아니었는지 바뀐 분위기를 눈치채고 빠르게 전투태세로 들어갔다.

동시에 빛무리로 이루어진 검날이 그의 오른손에 쥐어졌다.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구나!”


그의 주변에 다시금 수많은 구체가 떠올랐다.

흑색의 구체처럼 겉보기에 위협적인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악마로 위장할 필요가 없는 만큼 그 그 안에 담긴 힘은 차원이 달랐다.

 

“의지 집행!”


천사의 손에 쥐어진 검이 나를 향하고 구체들이 지상으로 쏟아지기 시작한다. 한발 한발이 폭격에 가까운 일격이다.


[쾅! 콰쾅! 쾅!]


구체의 폭격이 무차별적으로 땅을 강타하며 굉음이 울려 퍼졌다.

 

땅이 움푹 파이며 격렬하게 진동할 정도의 충격이었지만, 그 어떤 폭격도 나에게 닿지는 못했다.

 

사각지대를 모조리 봉쇄하는 식의 일격이 날아왔다면 모를까, 빈틈이 존재한다면 그곳을 돌파하는 건 내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귀찮게 하는군.”


한 차례의 폭격을 가한 후에서 아무런 상처가 없는 나를 보고 천사가 혀를 찼다.

 

내가 뛰어올라 그를 붙잡았던 것을 의식하는지, 그는 계속해서 높은 곳에서 폭격을 가했다.

그와 동시에 폭격을 가하는 구체 또한 나에게서 멀어졌기에, 폭격을 피하는 난이도 또한 내려갔다.

 

그러나 나 또한 그에게 쉽게 접근하지는 못한다.

뛰어올라 그를 잡으려 하는 순간 공중에서 피할 수 없는 일격이 날아올 테니까.

 

아무래도 날개 달린 족속과 싸울 때는 이 점이 귀찮았다. 공중에서 일방적으로 공격하니.


"그러니 우선 날개부터 뜯어야겠지."


낮게 읊조리고는, 폭격으로 부서진 돌조각을 하나 붙잡았다.

그리고는 구체의 틈을 따라 돌조각을 그대로 내던진다.

 

흔하디흔한 하나의 돌조각은, 압도적인 완력으로 쏘아 올려져 그 자체로 하나의 위협이 되었다.

 

오로지 땅을 향해서만 내려오던 빛의 궤적 사이로 하늘을 향한 하나의 궤적이 솟아오른다.

 

"큭"


의식의 빈틈에서 갑자기 날아온 돌조각은 아쉽게도 정타를 날리진 못했으나, 한순간이나마 그의 비행이 불안정하게 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 시간을 노려 땅을 박차고 뛰어오른다.

 

그럼에도 천사는 전처럼 아무것도 못 하고 붙잡혀 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예상하였다는 듯 불안정한 비행 자세에도 옆으로 살짝 움직여 내 손을 피하더니 그대로 검을 내지른다.

공중에서라면 피하지 못할 것이란 판단인 것 같은데, 정답은 맞았다. 그러나 나 또한 그것을 예측했을 뿐.


불안정한 자세에서 내지른 검은 완전하게 내 몸을 노리지는 못했다.

살짝 빗겨 찔러진 검을 그대로 팔과 몸통 사이로 붙잡았다.

말이 붙잡는다지 사실상 검날에 일부러 찔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것이 급소가 아니었을 뿐.

 

검이 피부를 파고드는 동시에 신성에 살이 지져졌다.

끔찍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얼굴에는 고통 대신 드디어 저 새끼를 붙잡았다는 기쁨이 웃음으로 떠올랐다.

 

당황하는 천사가 검을 놓기 전에 그대로 몸을 비틀어 검 채로 그를 끌어당겼다.

압도적인 완력에 끌려온 천사는 뒤늦게 검을 놓았지만, 이미 늦었다.

공중에서 붙잡힌 천사는 무게 중심을 잃고 나와 함께 땅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 미친놈!"


"하하하!"


언제나 즐겁다. 높은 곳에서 날아다니며, 고결하고 고귀한 척하는 저 천사들이 당황하며 발버둥 치는 꼴은.

 

오랜만에 보는 그 모습이 즐거워 추락하는 와중에도 얼굴에는 희열이 가득하다.


[쾅-!]


엄청난 소리와 함께 천사와 나는 바닥에 부딪혔다.

높이가 높이었던 만큼 추락은 천사에게도, 나에게도 꽤나 큰 피해였다.

그러나 천사가 자랑하는 그 높이가 사라진 순간 천사에게 승산은 없었다.

 

신성이 주위에서 반짝거리며 발버둥 치지만 불안정하게 흩어질 뿐이다.

나는 그대로 쓰러진 천사의 위에 올라타 팔을 꺾어 제압한 후 그의 날개를 붙잡았다.


"그... 그만!"


이어질 행동을 예상했는지 천사의 얼굴에는 당혹감과 절망이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뿌드득'하는 소리와 함께 천사의 흔적은 그대로 뽑혔다.

흰색의 날개에서 튀어나오는 붉은 핏줄과 선혈이 천사 또한 고깃덩어리로 이루어져 있을 뿐임을 증명한다.

 

이걸로 이제 도망은 못 가겠지.


"크아아아아악!"


날개를 뽑힌 천사가 울부짖는다. 고통이 온몸을 지배한 상태에서도 눈에 핏발이 돋은 채 나를 노려보는 그 의지는 존중할 만했다.

 

"도대체.... 도대체 왜 이렇게 까지 하는 거냐!"


"글쎄."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는가. 그 말을 곱씹어 봤다.


"그럼 너희는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했지?"


질문과 동시에 마력과 검기를 불러일으켰다. 아주 미미한 수준이지만 내 몸에 새겨진 저주는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기괴한 언어로 된, 온갖 악의적인 문장과 단어들이 온몸에 떠오르며 힘을 억제하기 시작한다.

그와 함께 모든 핏줄을 바늘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 엄습했다. 그 모습을 본 천사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너, 너는 그 배교자···!"


천사는 떨리는 목소리를 내뱉는 동시에,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심장에서 신성력을 폭발시켰다.

그 위력은 대단했다. 나조차 잠시 그를 놓쳤을 정도니까.

그러나 한 쪽 날개를 잃은 천사가 몸부림 치며 두 다리로 도망치는 모습은 꼴사나울 뿐이었다. 당연하게도 날개를 잃은 천사는 내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신···신이시여···. 제게···.”


천사가 말을 마치기 전에 한 순간 도약했다. 제 딴에는 멀리 도망갔다는 판단이었겠지만, 내게는 그저 한 걸음일 뿐.

천사의 가느다란 목이 내 손에 붙잡힌다. 하늘을 날고 수많은 신도의 우상이 되어 영생을 누릴 이 생명체의 목숨이 내 손 안에 담겨있었다.


“사...살려주···.”

 

천사의 목을 조른 손에 순간적으로 힘을 가했다. 우두둑하는 소리와 함께 천사는 육체는 정지했다.

초점 없는 눈동자로 세상을 바라보는 천사의 시체는, 필멸자의 그것과 별 다를 바 없었다.


그러나 필멸자의 그것과 다르게 천사의 시체는 얼마 지나지 않아 빛무리가 되어 흩어졌다. 아마, 육신이 천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리라.

내가 뜯어버린 날개만이 차갑게 식어 바닥에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이다. 그 모습이 내 흥분감을 서서히 가라 앉혔다.


“조금 성급했나.”


아무리 떨거지라 해도 천사는 천사.

 

죽음이 확인된 순간 여신은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성국의 인원을 이쪽으로 파견할 것이다.

빙빙 돌려서 신탁과 같은 형태로 명령을 내리지 않을까.

‘천사’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은 성국 내에서도 큰 파장이 일만 한 사건이었으니.

 

뭐, 그 이상은 내 알 바 아니었다. 그들이 나를 방해하려 한다면, 나도 그만큼의 대가를 치르게 해 주면 그만이리라.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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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마물 연구부 (1) 24.08.27 18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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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신성도시 가르티나 24.08.21 3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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