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에서 전직 용사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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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아
작품등록일 :
2024.08.20 22:56
최근연재일 :
2024.09.0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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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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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처리 (1)

DUMMY

낯선 천장... 은 아니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평범한 아카데미의 천장. 아마, 아카데미 안의 병원에 누워있는 게 아닐까.


“윽....”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몸이 제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분명, 침대에 누워있음에도, 온몸이 부유하는 감각이다.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는 건 생각보다 이상한 느낌이었다. 아무리 힘을 줘도 머리조차 들기 어렵다.


“요... 용사님!”


내가 한창 낑낑거리고 있자, 누군가가 목소리가 들렸다. 분명 데오니겠지.

아니나 다를까, 시야의 밖에서 눈물범벅인 데오니가 튀어나와 나를 껴안았다.


“요... 용사님... 다행이에요... 진짜...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데요....”


“놔라... 숨 막힌다....”


내 얼굴이 눈물로 더러워지는 건 그렇다 쳐도, 몸이 고정된 상태에서 껴안기를 당하니 도저히 숨을 쉴 수 없었다.


“아, 맞다 근육을 마비시켜놨었지....”


데오니는 태연하게 섬뜩한 소리를 내뱉었다. 분명 빨리 치료되라고 한 조치일 테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건 생각보다 더 짜증 났다.


“지금은 못 푸나? 너무 답답한데.”


“풀어드릴게요. 조금씩은 움직이셔도 될 거예요. 그래도 여전히 못 움직이거나, 감각이 없는 부분이 있을 테니까. 조금 어색하더라도 참아요.”


아마, 나를 치료하는 방법을 응용해서 근육을 마비시켜 놓은 듯 했다. 데오니가 마력을 회수하자, 몸의 감각이 돌아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여전히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둔감하고, 더딘 느낌이 들었다. 한창 다친 몸에 적응하려고 온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지만, 영 적응이 되지 않는다.


“신기한 마법이군. 직접적인 치료를 하는 게 아니라 마력으로 초소형 기계장치를 만들어, 신체를 수복한다는 건가.”


누군가 문을 열고 병실로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온 이는, 데오니가 시전하는 치료마법을 흥미롭다는 듯이 바라봤다.


“하지만, 이게 마력이나, 신성으로 직접적인 치료를 하는 것보다 나은 점이 뭐지?”


그녀는 앳된 외모와 어울리지 않는 고풍스러운 안경을 끼고 있어, 기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아르테 교수님.”


“오 그래, 로벤토군. 이제 잘 기억하는군.”


“여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이곳에 들어온 건 아르테 교수였다. 그녀는 내 질문에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하는 듯했다.


“우선, 사과부터 하려고 하네.”


“네?”


“자네가 휩쓸린 그 재앙은, 본녀가 데오니 교수에게 무리하게 부탁한 실험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네. 따라서, 본녀의 잘못이 크다고 할 수 있지.”


그녀가 내게 머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정말 미안하네.”


“아... 아닙니다....”


정말, 귀한 광경이었다. 저 여자가 내게 사과하는 광경을 보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네. 심각한 부상자가 몇몇 있긴 하지만, 본녀가 치료비를 전액 지원하고, 치료 자원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로 했지.”


“다행이군요. 사망자가 없다니.”


아무리 가르티나의 보호 방벽이 뛰어났다 하더라도, 그건 기적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아르테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했다.


“자네가 머무는, 가르티나 거주구는 귀족이 아닌 서민들을 위한 곳이라네. 그리고 가르티나에서 서민으로 살아가려면, 상상 이상의 돈을 가져야 하지. 이게 무슨 뜻인 줄 아나?”


“아니요.”


돈 많은 사람은 목숨줄이 질기다는 뜻인가.


“귀족이 아니면서, 가르티나에 살 정도로 돈이 많은 사람들. 그런 이들은 보통 은퇴한 베테랑 모험가 또는 베테랑 용병이지. 대부분이 전장에서 구르던 이들이야. 아마, 위협적인 느낌이 나자마자, 일사불란하게 방벽으로 대피했을 걸세. 그 방벽 안에서 기절해 버렸으니, 안전할 수밖에.”


그런 것은 처음 알았다. 그럼 우리 여관의 주인장도 과거에는 그런 출신이었을까? 어쩐지, 여관의 여주인치고는 덩치가 상당하다 했더니.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다른 궁금한 건 있나?”


아르테는 교수직을 오래 해서 그런지, 예전이면 상상도 하지 못할 친절한 태도로 내게 많은 걸 설명해주었다.


그러고 보니, 근처에 레비가 보이지 않았다. 레비는 다른 곳에서 치료받고 있는 건가.


“혹시 저와 같이 있던 레이비니아 노아라는 학생은 어떻게 됐습니까.”


“아, 그 학생은 깨어나긴 했지만, 정신이 아주 혼란스러워 보여 요양 중이라네.”


“많이 심각합니까?”


이상권역에 동화되었다가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걸까.

나의 경우, 거의 동화되고 나서 악마에게 억지로 끌어올려졌지만, 별다른 정신적 문제점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그리 큰 문제는 아니네. 다만 조금 이상할 뿐이지.”


“이상하다니요?”


“자세히 설명하자면... 그래, 자네의 기억이 소녀에게 흘러 들어갔다고 설명할 수 있겠군.”


“네?”


“말 그대로라네. 자네가 들어간 이상권역은 동화된 모든 인간을 하나의 의식체로 만들어버리는 곳. 그곳에서 오로지 자네랑 그 레이비니아라는 학생만 동화되었다 빠져나왔기에, 서로의 기억이 흘러 들어간 거지. 물론 추측일 뿐이지만.”


내가 레비의 기억을 경험한 것처럼, 동일하게 레비도 내 기억을 경험했다는 건가.


그 사실을 떠올리자, 머릿속이 어지러워졌다. 내 기억이라 함은 어디까지일까. 10년? 20년? 아니면 내가 이 세계 떨어진 후부터?

그것도 아니라 만약, 지구에서의 기억조차 경험했다면....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게.”


아르테가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그냥, 서로 잘 아는 친구를 얻었다고 생각하는 게 좋겠지. 기억을 공유한다는 건 서로가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이 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겠나?”


서로에게 가장 가깝다. 나는 그 말을 다시 되새겨 봤다. 아마, 레비가 바란 게 그것이었을까.


모두의 의식이 하나가 되는 이상권역. 모두가 서로를 이해하고, 온기를 나누는 이상세계.

비록, 불안정한 정신 때문에 기괴한 형태로 구현되긴 했지만, 궁극적으로 레비가 원했던 이상은 그런 세계였을까.

진실은 레비만이 알 것이다.


“그런데 자네는 별로 기억이 어지럽지는 않은가 보군. 그 소녀는 기억 때문에 정체성 혼란이 오고 있는 것처럼 보이던데.”


“네, 뭐....”


애초에 살아온 세월이 달랐다. 100년을 넘어가는 기억에 20년도 안 되는 기억이 섞이는 것과 그 반대는 다를 수밖에 없었다.

만약 레비가 100년이 넘어가는 내 기억을 전부 체험했다면, 그 혼란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


“그럼 자네는 정신이 멀쩡하니, 몸만 괜찮으면 되겠군. 혹시 지금 상태는 어떤가?”


아르테의 질문에 몸 이곳저곳을 조금 움직여 봤지만, 아무래도 정상적이지 않았다. 특히 왼팔은 아예 움직이지 않았다.


“그다지, 좋지는 않은 것 같네요.”


“흠... 외견은 멀쩡하게 보이네만... 데오니? 정확히 이 학생의 상태가 어떻지?”


데오니는 조금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이걸 말해도 되나 싶은 눈치다.


“담당 교수로서 학생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할 의무가 있네. 혹시 말 못 할 사정이라도 있나?”


“아... 그게 아니라....”


계속되는 아르테의 추궁에 데오니는 결국 내 상태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선, 마력 회로가 전부 타버렸습니다. 그리고 곳곳의 말초신경과 주요 내장 기관들이 기능을 상실해,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에 다소 제약이 있을 겁니다.”


안 좋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안 좋았다.

하긴, 그만한 반동을 직격으로 맞았으니, 어찌 보면 이 정도라도 움직이는 게 행운이었다.


“그러면, 내가 제안한 엘릭서를 먹이거나, 신관에게 찾아가 치료받아야 하지 않나?”


“제 동생의 경우 선천적으로 마력과 신성력이 안 받는 몸이라, 제가 특수 설계한 마법으로밖에 치료하지 못합니다. 엘릭서나 신성 마법은 독일 가능성이 높아요.”


사실, 가능성이 높은 게 아니라 그냥 독이다. 지금 내가 강한 신성 마법에 노출되거나 엘릭서를 먹으면 그대로 죽어버릴 터였다.


“아, 그래서 이런 특이한 방식으로 치료를 하는 거였군.”


“네, 맞습니다. 마력으로 만들어낸 초소형 기계장치로 물리적 수복을 하는 거죠.”


일종의 나노 머신에 가까웠다. 데오니는 짝퉁 중세에서, 오로지 나를 위해 그런 오버 테크놀로지 마법을 개발한 것이다. 이쪽도 여러모로 천재라는 말이 어울렸다.


“동생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군. 오로지 동생을 위해, 이런 마법을 개발하다니. 우리 데오니 교수가 방학 때마다, 랩실 말고 본가에 가는 것도 동생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하하....”


데오니는 머리를 긁적이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녀가 아무리 천재라도, 거짓말에는 영 재능이 없었다.


“그래서, 이 학생의 상태는 영구적으로 수복이 불가능하나?”


“아, 그건 아닙니다. 제 치료 방법을 시행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완치가 될 겁니다. 그전까지는 움직이는 데 좀 제약이 있겠지만요.”


“다행이군.”


데오니의 마법이 대단한 것도 있지만, 원래 내 신체는 엄청난 재생력을 가졌다. 저번처럼 천사의 신성력에 당한 경우는 제외하면 웬만해서는 빠르게 기능을 회복했다.

물론 그 재생능력으로도 아직 회복이 안 됐다는 건, 내 몸 상태가 거의 죽음에 가까웠다는 걸 의미했다.


“아, 혹시 따로 궁금한 건 있나?.”


오늘따라 그녀는 내게 과도한 친절을 베풀었다. 하지만, 더 이상 궁금한 건 없었다.


“딱히 없습니다. 배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인가?”


나로서는 최대한 그녀를 밖으로 보내고 싶었지만, 어쩐지 아르테는 그 대답이 마음에 안 드는 눈치였다.

그녀는 계속해서 내게 되물었다.


“정말 필요하거나 궁금한 게 없는가?”


“....”


“정말 물어볼 게 없는가?”


서서히 아르테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어째선지 이 방의 조명도 어두워진 느낌이다.


“없는... 것 같습니다.”


내가 최대한 조심스럽게 대답하자, 갑자기 눈앞에 있던 아르테가 사라졌다.

그녀가 사라진 자리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내 옆에 있던 데오니도 어느 순간부터 사라져 있었다,


“아니, 자네는 궁금한 게 있어야 해.”


섬뜩한 목소리를 내뱉으며, 아르테가 내 앞에 튀어나왔다. 체 한 뼘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그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녀의 동공은 세로로 찢어져, 파충류의 그것으로 변해있었다.


“그 실험이 뭐였는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그 검의 정체가 뭔지, 궁금하지 않나 보군? 심지어 이상권역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도, 자네는 질문을 하지 않았지. 마치, 모든 걸 안다는 듯이 말이야.”


고룡의 황금색 눈이 나를 응시했다. 그녀의 목소리가 이질적으로 갈라지며, 내게 물었다.


“자네는 누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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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레이비니아 노아 (8) 24.09.06 7 0 11쪽
28 레이비니아 노아 (7) 24.09.05 11 0 10쪽
27 레이비니아 노아 (6) 24.09.04 12 0 11쪽
26 레이비니아 노아 (5) 24.09.03 12 0 15쪽
25 레이비니아 노아 (4) 24.09.02 14 0 15쪽
24 레이비니아 노아 (3) 24.09.01 13 0 11쪽
23 레이비니아 노아 (2) 24.08.31 15 0 16쪽
22 레이비니아 노아 (1) 24.08.31 13 0 13쪽
21 스승의 은혜 (2) 24.08.30 15 0 10쪽
20 스승의 은혜 (1) 24.08.29 16 0 15쪽
19 이물질 24.08.28 15 0 14쪽
18 마물 연구부 (2) 24.08.28 16 0 11쪽
17 마물 연구부 (1) 24.08.27 18 0 16쪽
16 축제의 히든피스 (2) 24.08.27 18 0 16쪽
15 축제의 히든피스 (1) 24.08.27 20 0 10쪽
14 용사와 변경백 (2) 24.08.26 19 1 18쪽
13 용사와 변경백 (1) 24.08.25 22 0 11쪽
12 입학시험 (5) 24.08.25 24 0 11쪽
11 입학시험 (4) 24.08.24 25 0 13쪽
10 입학시험 (3) 24.08.24 25 0 12쪽
9 입학시험 (2) 24.08.23 25 0 12쪽
8 입학시험 (1) 24.08.23 27 0 9쪽
7 마검 24.08.22 31 0 10쪽
6 모든 무기의 왕 24.08.22 33 0 13쪽
5 신성도시 가르티나 24.08.21 34 0 11쪽
4 패배 이벤트 (2) 24.08.21 40 0 10쪽
3 패배 이벤트 (1) 24.08.20 54 0 9쪽
2 100년은 늦은 지원생 24.08.20 60 0 10쪽
1 드디어 기어나온 주인공 24.08.20 72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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