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에서 전직 용사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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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아
작품등록일 :
2024.08.2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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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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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히든피스 (1)

DUMMY

오랜 제자와의 만남 이후, 그다지 특별한 일은 없었다. 원작에서도 입학식까지는 대충 지나가는 파트라서, 딱히 신경 쓸 일도 없다.

굳이 꼽자면, 여관에 사는 레이비니아와 말문을 텄다는 정도. 여전히 낯을 많이 가렸지만, 오며 가며 몇번씩 보다 보니 간단한 대화 정도는 하게 됐다.


“오늘이 입학식이지?”


“네, 맞습니다.”


"그러면 많이 먹어야겠네!"


여관주인은 입학식 날은 잘 먹어야 한다며, 꽤 큼지막한 고기를 내오고 있었다. 그녀도 아들과 딸이 있어서 그런지 아카데미에 들어가는 레비와 나에게 꽤 잘해주는 편이었다. 여관에 머무는 다른 이들이 본다면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우리 천재 마법사는 키도 작고 비실비실해서 많이 먹어야겠다. 이것도 먹으렴.”


“읏... 천재 아... 아니에요···."


레비는 E반에 합격한 이후로 종종 ‘천재 마법사’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었다. 본인은 극도로 싫어했지만 부끄러워하는 반응이 재밌었기에, 나도 몇 번 불러본 적 있었다.


“다 먹었으면 갑시다. 천재 마법사.”


“그... 그렇게 부르지 마···."


먹은 식기 정리를 도와주고는, 레비와 함께 여관을 나왔다. 오늘은 입학식, 즉 축제 당일날답게 밖이 사람들로 가득 들어차 있었다. 이곳은 거주 구역임에도 그랬다.


그래도, 사람들이 향하는 곳이 대부분 가르티나의 중심인 아카데미 방향이었기에 우리는 별다른 문제 없이 입학식이 시작되는 아카데미 건물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건물 이름이 루스관이었나.


“와···. 크다아···."


레비는 이런 건물을 처음 본 듯, 입을 헤에 벌리고서 감탄했다.

그녀의 말대로 아주 큰 건물이다. 황성 연회장에 비견될 정도. 물론 이곳도 입학식 관계자들로 꽉꽉 들어차 발 디딜 틈도 없어 보였다.

다행히도 학생을 위한 구역은 따로 나뉘어 있었기에, 우리는 압사 당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학생 대기 구역에서 10분 정도 기다리자, 드디어 입장을 시작했다. 가장 앞의 A 반부터 B반, C반, D반, E반, 그리고 F반까지. 줄을 맞춰서 입장했다.

아주 오래전에 경험했던, 지구에서의 그 입학식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바로 뒤의 F반에 있는 프레아가 조그맣게 손을 흔드는 게 보였다. 대충 따라서 손을 흔들어 주니, 근처에 있던 시온이 날 빤히 쳐다봤다.


“대련에서 그렇게 농락하고도 친하게 지낼 배짱이 있는가 보군.”


“농락이 아니라 ‘교육’이다. 머리에 검집 한 번 더 내리쳐 줄까?”


“다음에는 절대 그렇게 안 당한다.”


저 녀석은 내가 드리컨과 만난 이후로 한층 더 내게 적의를 표했다. 자신의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질투라도 하는 걸까.

아버지의 인정을 받고 싶다고 했으니, 뜬금없이 나타나 아버지와 오랜 친구처럼 얘기를 나누는 내 모습이 아니꼽게 보일 수도 있겠지.

정작 그 드리컨은 온통 이놈 생각뿐이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네가 그걸 지금까지 마음에 담아둘 정도로 쪼잔하니까 아직 그 실력인 거지.”


시온은 내 말에 반박하려 했지만, 곧바로 입학식이 시작되었기에 정자세로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모범생 유전자는 그가 행사 도중에 떠드는 걸 용납하지 않았다.


아카데미 입학식이라고 다른 행사와 별다를 건 없었다. 대충 아카데미 중역들이 나와서 떠들다가, 귀빈 몇몇이 나와서 축사를 한 다음, 교수진 소개를 했다.


처음 알았는데, 데오니는 가르티나에서 꽤 유명 인사인 듯 했다. 데오니가 나왔을 때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어보니, 마탑의 탑주 자리를 거절했다느니, 연구 실적이 어마어마하다느니 같은 말이 오갔다. 마경에만 처박혀 있던 나로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들이다.

그 와중에 데오니를 가지고 추잡한 소리를 내뱉는 이들도 있었기에 얼굴을 기억해 놓았다.


축제 기간 중 보이면 손을 꺾어 놓을 이들을 찬찬히 둘러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학생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옆에 앉아 있던 레비가 놀라 움찔거리는 게 느껴진다.


무슨 일인가 싶어 앞을 바라보니 화려한 금발의 소녀가 올라오고 있었다.

누구지? 원작에서는 보지 못한 얼굴이다.


“이번에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된 신입생. 나타나엘 제국의 제 3황녀, 사리아 나타나엘이라고 합니다.”


아, 나타나엘이라는 성을 듣자마자 생각났다. 수십 년 전에 르데마 제국의 황제를 죽였을 때, 그 자리를 차지한 가문이 나타니엘이었지.

원작에서는 르데마 제국의 황자가 입학했으나, 바뀐 흐름에서는 나타나엘 제국의 황녀가 입학하게 된 것이다.


“아카데미는 인류의 화합과 평화를 상징하는···.”


연설 자체는 딱히 특별한 것 없는 내용이었으나, 아무래도 황녀라는 신분이 주는 아우라와 빼어난 외모 때문인지 학생들 사이의 반응이 좋았다. 이전에는 죄다 졸았던 학생들도 깨어나서 황녀의 연설을 보고 있었다.


“마왕이 태어나더라도 언제나 이겨낼 수 있도록 대비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저건 다분히 의도적인 멘트였다. 황족이라면 용사 후보생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걸 알고 있겠지. 시온과 프레아가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연설을 듣고 있는 게 느껴졌다. 점점 실감이 나기 시작한 것이리라.


신입생 대표자인 황녀의 연설을 마지막으로 입학식은 끝이 났다. 몇몇 귀빈들은, 후에 있을 연회에 참가하려 다른 건물로 빠져나갔고, 나머지는 아카데미 밖으로 우르르 몰려 나갔다.


레비는 따로 살 것이 있다고 했고, 나 또한 오늘은 볼일이 있었기에, 우리는 중간에 나뉘어 따로 걸어갔다.


거리에는 축제 특유의 들뜬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먹거리, 신기한 물건들, 마법 체험. 등등 많은 것들이 있었지만, 나는 그중에서 경품 게임장이 몰린 곳을 찾아갔다.


축제에 등장하는 수많은 미니게임. 그리고 미니게임 내의 다양한 히든피스들. 그것을 얻으러 갈 시간이었다.


오랜만에 게임빙의물다운 일을 할 때가 되었다.



#



나의 존재로 인해 흐름이 원작과 아무리 달라져도, 웬만해선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히든피스의 위치다.

언젠가 이것에 대해 현자 비스무리한 놈에게 물어보니, 그런 특수한 물건에는 자체적으로 강한 인과가 부여되어 있다고 했다.

그 외에도 세상 모든 것들은 크든 작든 자체적인 인과가 부여되어 있다고 말했다. 뭔가 더 복잡했는데, 대충 설명하자면 그랬다.


내가 이세계에 와서 던진 돌멩이 하나가 나비효과를 일으켜 10년 뒤 인류를 멸망시키는 일 따위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도 그런 크고 작은 인과들이 모여, 거대한 하나의 흐름을 이루기 때문이란다.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지금 시점에서 얻을 수 있는 히든피스가 그렇게 엄청난 물건들은 아니었다.

초반 시점에서 종결템을 쥐여줬다간 게임 벨런스가 박살 나니 그런 것도 있고, 애초에 축제 상인들이 게임 경품으로 걸어 놓은 물건들이 엄청난 성능을 낼 리도 없었다. 기껏해야 숨겨진 소소한 효과 한두 개가 있는 정도.


20분 정도 사람에 치여가며, 걸어서 도착한 축제의 게임장은 하나의 거대한 구획으로 나뉘어 있었다. 이곳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방식이다.

가격은 부자 동네답게 은화 1개라는 살인적인 가격이었다.


돈을 내고 입장하니 양쪽 손목에 각각 흰색과 푸른색 띠를 하나씩 묶어 주었다. 설명하기를, 자체적으로 마력이나 검기를 운용하면 색이 바뀌는, 부정행위 방지 장치라고 한다.


대충 이용설명을 듣고 안으로 들어간 순간, 나는 다른 세계로 온 것 같은 착각을 느꼈다.

하늘에서는 온갖 불빛과 홀로그램, 마법사들이 떠다니며 화려한 서커스를 펼치고 있었고, 지상에는 지구에서도 보지 못한 기상천외한 놀이기구들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가동되고 있었다.

독점적이고, 불평등한 마도공학 발전의 총체가 뭔지 눈앞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느낌이다.

그야말로 별세계였다.


“입장 이벤트로 룰렛 이용권 드리고 있습니다! 한번 돌려 보실래요?”


멍하니 서 있는 내게로 안내원 한명이 다가왔다. 아, 맞다 이런 것도 있었지. 입장권을 보여주면 딱 한 번 돌릴 수 있는 원판 룰렛 장치였다.


거대한 원판에 빼곡히 채워져 있는 물품들을 하나하나씩 살펴봤다. 별다를 건 없었지만 하나 눈에 띄는 게 있었다.


‘수수께끼의 포션 3개’


수백까지 효과 중 하나의 효과가 랜덤으로 튀어나오는 포션이다. 원래 재미용으로 일반 상점에서도 종종 판매되는 물건이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여러 제약이 걸린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이 룰렛에서 얻을 수 있는 수수께끼의 포션은 그 모든 제약이 풀린 물건. 진정 ‘수수께끼’라는 단어에 걸맞은 포션이다. 뭐, 쓸데는 없지만 이곳 말고는 달리 구할 수도 없으니 얻어 놓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자, 이 원판을 직접 돌리신 후, 멈추는 구간에 적힌 물건을 드립니다!”


생글생글 영업용 미소로 웃고 있는 안내원은 커다란 원판을 가리키며 친절하게 설명했다.

짬처리 용인지 커다란 원판에 오만가지 물건이 다 적혀 있어, 수수께끼 포션이 차지하는 범위는 불과 5° 정도였다.

대충 계산하면 약 1.4% 확률로 당첨된다는 뜻이겠지만, 운에 맡길 필요는 없었다.


원판을 앞뒤로 움직이며, 어느 정도 힘을 줘야 어느 정도 움직이는지 가늠해 본다. 오래된 물건인지 다소 삐걱거려, 그리 부드럽게 움직이지는 않았다.

한참을 그렇게 가늠해 보다가, 옆에 있는 안내원이 돌리라고 눈치를 줄 때쯤, 눈금이 포션의 정 반대에 위치한 ‘개구리 사탕’에 위치할 때 정확한 감각으로 원판을 돌렸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좀 힘을 줘서 돌렸더니, 원판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세차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정확히 17번 하고 반바퀴. 마침내 룰렛이 멈췄을 때 눈금은 수수께끼 포션을 가리키고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수수께끼 포션에 당첨되셨네요!”


안내원은 눈금을 확인하더니 능숙한 솜씨로 뒤에 쌓여있던 물품 중 수수께끼 포션을 골라 내게 건네주었다.


“운이 좋군...”


나는 대충 아공간 주머니에 포션을 던져 넣고는 다음 히든피스를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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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레이비니아 노아 (3) 24.09.01 13 0 11쪽
23 레이비니아 노아 (2) 24.08.31 15 0 16쪽
22 레이비니아 노아 (1) 24.08.31 13 0 13쪽
21 스승의 은혜 (2) 24.08.30 15 0 10쪽
20 스승의 은혜 (1) 24.08.29 16 0 15쪽
19 이물질 24.08.28 15 0 14쪽
18 마물 연구부 (2) 24.08.28 16 0 11쪽
17 마물 연구부 (1) 24.08.27 18 0 16쪽
16 축제의 히든피스 (2) 24.08.27 18 0 16쪽
» 축제의 히든피스 (1) 24.08.27 21 0 10쪽
14 용사와 변경백 (2) 24.08.26 19 1 18쪽
13 용사와 변경백 (1) 24.08.25 22 0 11쪽
12 입학시험 (5) 24.08.25 24 0 11쪽
11 입학시험 (4) 24.08.24 25 0 13쪽
10 입학시험 (3) 24.08.24 25 0 12쪽
9 입학시험 (2) 24.08.23 25 0 12쪽
8 입학시험 (1) 24.08.23 27 0 9쪽
7 마검 24.08.22 31 0 10쪽
6 모든 무기의 왕 24.08.22 33 0 13쪽
5 신성도시 가르티나 24.08.21 34 0 11쪽
4 패배 이벤트 (2) 24.08.21 40 0 10쪽
3 패배 이벤트 (1) 24.08.20 5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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