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에서 전직 용사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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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아
작품등록일 :
2024.08.2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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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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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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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검

DUMMY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용사의 재능이구나.’


머릿속에 노이즈가 잔뜩 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력을 소멸시키는 저주가 검을 붙잡은 팔에 작동하고 있음에도, 검에서부터 마력이 흘러나와 나에게 전음이 전달되고 있었다.

 

그 사실은 지금 검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강력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 모든 마력이 지금 내 몸의 지배권을 빼앗기 위해 사용되고 있었다.


“로벤토!”


나에게 다가오려 하는 데오니를 저지했다. 그녀가 나를 돕다가 저주에 휘말리게 되면,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었다.


[삐-삐-삐-]


폭발적인 마력에 반응하여, 주위에서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 경보에 따라 철컹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나의 주위로 차단벽이 올라갔다. 아마, 이 창고의 도난 방지 시스템처럼 보였다.


‘발악하지 말고 내게 몸을 넘겨라. 내가 더 귀중히 사용해 줄 것이니.’


“닥쳐라.”


계속해서 머릿속을 울려대는 검의 목소리에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다.

이런 검을 다루는 법은 그냥 막무가내로 검을 휘두르며 마력를 분산시켜야 했는데, 밀폐되고 좁은 공간에서 그러다가는 무너질 위험이 너무 컸다.


그 순간 머리에 한가지 생각이 스친다.

그 생각을 시도하기 위해 한 손으로 붙잡고 있던 검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그러고는 몸에서 억지로 마력을 끌어낸다.


‘하하. 포기한 것이냐.’

 

“.....”


내가 자포자기했다 생각한 건지 검의 목소리는 웃음기를 머금고 있었다.

그러나 저주의 글귀가 전신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그 목소리는 당황으로 바뀐다.


‘무슨 짓을!’


팔에서만 활성화되었던 저주가 이제는 전신으로 확대되어, 검의 마력을 소멸시키기 시작했다.

저주와 마력이 온몸에서 충돌하며 살이 타는 소리가 났다.

 

심장에서부터 핏줄 하나하나까지, 마력이 이동하는 모든 곳이 타오르며 그것을 흡수해 갔다.

끔찍한 고통이 전해져 오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끝이 없을 것 같았던 검의 마력이 서서히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말라 죽을 것이라 생각했는지, 검이 마지막 발악으로 미친 듯이 마력을 퍼붓기 시작했다.

 

저주가 새겨진 뒤로 이 정도로 격렬하게 마력을 몸에 들이부은 경험은 드물었기에, 살과 핏줄이 타들어 가는 고통에 의식을 잃지 않도록 최대한 집중해야 했다.


“큭.”


강렬한 마력과 가증스러운 저주가 뒤섞여 몸속에서 사투를 벌였다. 그 사투는 1초를 영겁처럼 늘어뜨려, 시간 감각을 상실하게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실낱같은 의식을 부여잡고 있는 것뿐.

 

‘도대체 이건 뭐란 말이냐!’


고통에 파묻혀 사라져가던 의식을 깨운 것은 검에서 들려온 말소리다.

그 외침을 끝으로 온몸을 간섭하던 마력이 서서히 사라지며, 글귀들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검의 마력이 바닥난 것이다.

 

마력을 상실한 검은 더 이상 아무런 기능도 하지 못한 채 잠잠해졌다.

아마, 과도한 마력 소모로 의식이 꺼져버린 것 같았다.


검이 진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를 가두고 있던 차단벽이 서서히 내려갔다. 차단벽 앞에는 고개를 숙이고 있는 드워프, 타르카가 보였다.


“괜찮으십니.....”


그는 정중히 사과하려 했지만, 나는 그의 사과를 기다려 줄 만큼 인내심이 강하지 않았다.

한순간에 땅을 박차고 뛰어나가 그의 목을 움켜쥐었다. 그러고는 그대로 문을 뚫고 반대편 벽에다가 드워프를 처박아 버렸다.

 

복도에 전달된 충격에 지하의 벽이 죄다 울리며 웅웅거렸다.

 

아직 작열통이 가시지 않았지만, 늙은 드워프 한 명을 제압하는 건 그리 큰 힘이 드는 일이 아니었다.

 

“딱, 10초 주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설명할 수 있나?”


분명 에고 소드라는 설명은 적혀 있지 않았다.

 

그것도 집자마자 주인의 몸을 집어삼키려 드는 이 검은 그야말로 마검에 가까웠다.

팔에 존재하는 일부라고 해도 한순간 저주마저 압도하는 마력을 퍼부어 신체를 장악하려 했다.

만약 나 대신 데오니가 저 검을 먼저 잡았다고 한다면....


“설명하지 못하면 넌 여기서 죽는다.”


순간적으로 동공이 수축하고, 드워프의 목을 움켜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여기서 조금만 더 힘을 준다면 바로 부러질 것이다.


10


9


8


7


“그만!”


데오니의 외침과 동시에 타르카를 중심으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나는 그것을 피하고자 그의 목에서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 마법은, 분명 데오니의 것.

나는 자신의 키만 한 지팡이를 소환하여 들고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 주위에는 수많은 마법진이 시전 준비를 마친 채 떠다니고 있었다.

 

내가 그 정도 마법으로는 죽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기에, 아마 진심으로 타르카를 죽이려 한다면 그녀는 망설임 없이 모든 마법을 퍼부으리라.

 

“당장 그만둬.”


“....”


의연하게 서 있음에도, 조금씩 떨리는 그녀의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

데오니는 내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내 앞을 막아섰다는 사실이 나를 순식간에 진정시켰다.

 

그녀에게 추태를 보였다는 생각에 자기 혐오가 밀려온다.

 

사실, 그녀의 말이 정론이다.

실제로 타르카가 우릴 노릴 동기도 없고, 무엇보다 겉으로 봤을 때 이 검에 아무 이상도 못 느낀 것은 나와 데오니도 마찬가지였다.

 

한순간 그녀가 위험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내가 필요 이상으로 흥분해 버린 것이다.


“저는 괜찮습니다. 데오니님. 이는 분명 대장장이로서도, 무기상으로서도 해서는 안 되는 실수니까요.”

 

‘모든 무기의 왕’이라는 별칭이 허명은 아닌지, 이 상황 속에서도 타르카는 침착함을 유지하며, 신사다운 모습을 보였다.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


그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은 자세로 다시금 우리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런 상황에서 그를 더 질책해 봐야 추해질 뿐이겠지.


“믿어주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제품 번호 A-008번이 사용자를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정보는 저희도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것입니다. 이에 대한 증거로 1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품질 감정서 사본이 있습니다. 분명 강도는 비정상적으로 단단하나, 그 외 별다른 특징은 없는 것으로 전문가의 소견이 적혀 있습니다. 제가 이 물건을 입수하기 전 주인의 기록을 찾아봐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러면 왜 저에게는 이런 격렬한 반응을 보인 겁니까?”


나는 조금 진정된 목소리로 의문을 표했다.


“그건 아마 검에 담긴 영혼의 수준이 비정상적으로 높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생각합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보시죠.”


“말 그대로입니다. 검에 담긴 영혼이 웬만한 감정사들의 눈에 발각되지 않을 정도의 마법적 능력을 갖추어 평범한 검으로 위장한 다음, 목표물을 노린 것이지요. 특히나 일정 수치 이상의 마력을 보유한 에고 소드는 무조건적으로 마검에 분류되니, 먹잇감을 노리기 위해 은닉하는 것은 필수 조건이었을 것입니다. 그 와중 손님분께서 해당 영혼이 노리던 신체 조건에 딱 들어맞았기에 자신을 드러낸 것이 아닐까 합니다.”


나름대로 일리 있는 설명이었다.

 

검을 붙잡았을 때 처음 들린 전음에서 ‘용사의 재능’ 운운했던 것을 보면, 이 검에 담긴 영혼은 용사의 신체를 원했던 것일 가능성이 높았다.


“대충 납득은 갑니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합당한 보상을 바라신다면 드리겠습니다.”


그는 분명 억울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계속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저자세로 나왔다.

‘모든 무기의 왕’이라는 다소 거창한 별칭을 가진 이 치고는 아주 겸손한 태도였다.


“그럼. 지금 문제를 일으킨 저 검은 그대로 사겠습니다. 그 대신 임시로 쓸만한 다른 검 한 자루를 실수의 대가로 받도록 하지요.”

 

물론 그가 겸손한 것은 겸손한 것이고, 굳이 주겠다는 걸 거절하는 성격은 아니었기에, 당당히 요구하기로 했다.


“당연히 둘 다 드릴 수 있습니다만, 저 위험한 검은 괜찮으시겠습니까? 다른 검을 고르시는 게 어떠신지.”


“저 검은 연구용으로 가져갈 겁니다. 그리고 저의 누이인 데오니는 아카데미에서도 손꼽히는 마법사. 설마 그녀를 믿지 못하겠다는 건 아니겠죠?”


계속해서 저자세던 타르카의 눈빛이 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잠시 바뀌었다가 돌아온 듯했다.

그도 저 검이 내뿜었던 심상치 않은 마력 수준에 한순간 물욕이 발동한 것이리라.

그럼에도 그는 문제의 검을 순순히 건네는 것을 택하였다.


“두 분께서 괜찮으시다면, 당연히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럼, 최대한 안전히 보관하여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임시로 사용하실 검은 이게 어떠신지?”


그가 건넨 검은 가죽으로 감긴 손잡이에 코등이가 없는 롱소드였다. 다소 독특한 디자인이기에 카탈로그에서 봤던 기억이 났다.

아마, 강도 수치가 800이 넘는 검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른 조건까지 합치면 명검을 모아둔 이곳에서도 최상위권에 속하는 검이었다. 단순 가격만으로 금화 수천 개를 호가할 것이다.


“임시치고는 너무 비싼 검인 것 같은데.”


“일종의 투자 비용이라 생각하지요.”


나는 조금의 표정 변화도 없이 그리 말하는 타르카를 보고 피식 웃었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잘 받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주변을 정리해야 해서 이만.”


타르카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따라 데오니와 나 또한 대장간 밖으로 나왔다.

대장간 밖의 풍경은 들어갔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대장간에 있었던 시간이 실질적으로 30분도 되지 않았기에 당연하리라.

물론 체감상 반나절은 흐른 것 같았다.


“이상하게 용사님이랑 있으면, 평화로운 날이 없는 것 같아요.”


데오니가 질렸다는 듯 대장간에서 나오자마자 한숨을 푹 쉬며 조그맣게 푸념했다.

이번 일은 어디까지나 사고였기에, 내 입장에서는 억울한 감이 있었으나, 굳이 입 밖으로 그 말을 꺼내지는 않았다.


“뭐, 좋은 검을 공짜로 얻었으니, 결론적으로는 이득이겠지.”


덤으로 주인 잡아먹는 검까지 얻었으니 두 배로 이득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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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레이비니아 노아 (1) 24.08.31 13 0 13쪽
21 스승의 은혜 (2) 24.08.30 15 0 10쪽
20 스승의 은혜 (1) 24.08.29 15 0 15쪽
19 이물질 24.08.28 15 0 14쪽
18 마물 연구부 (2) 24.08.28 15 0 11쪽
17 마물 연구부 (1) 24.08.27 18 0 16쪽
16 축제의 히든피스 (2) 24.08.27 18 0 16쪽
15 축제의 히든피스 (1) 24.08.27 20 0 10쪽
14 용사와 변경백 (2) 24.08.26 19 1 18쪽
13 용사와 변경백 (1) 24.08.25 22 0 11쪽
12 입학시험 (5) 24.08.25 24 0 11쪽
11 입학시험 (4) 24.08.24 25 0 13쪽
10 입학시험 (3) 24.08.24 25 0 12쪽
9 입학시험 (2) 24.08.23 25 0 12쪽
8 입학시험 (1) 24.08.23 27 0 9쪽
» 마검 24.08.22 31 0 10쪽
6 모든 무기의 왕 24.08.22 33 0 13쪽
5 신성도시 가르티나 24.08.21 34 0 11쪽
4 패배 이벤트 (2) 24.08.21 39 0 10쪽
3 패배 이벤트 (1) 24.08.20 54 0 9쪽
2 100년은 늦은 지원생 24.08.20 60 0 10쪽
1 드디어 기어나온 주인공 24.08.20 72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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