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에서 전직 용사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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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아
작품등록일 :
2024.08.2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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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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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도시 가르티나

DUMMY

“....”

 

프레아 하이안. 17세. 변방의 마을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살아가던 소녀는 선택을 받았다.

‘용사 후보생’이라니. 용사는 어릴 적 동화 속에나 나오는 존재인 줄 알았는데.

내가 그런 대단한 존재가 될 운명이라는 말은 쉽게 믿기 어려웠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비싼 옷을 입은 높으신 분이 우리 집으로 왔기에, 그제야 실감할 수 있었다.

비록 가족들, 그리고 고향 마을과 헤어지는 것은 안타까웠지만, 높으신 분의 말을 거역할 수는 없었기에, 나는 결국 그들의 말씀에 따라 아카데미 입학시험을 치러 기차에 탔다.

 

거기서 로벤토라는 조금 이상하고 의심스러운 소년을 만났다가.....

 

‘어떻게 됐더라?’

 

기억이 흐릿하다.

 

무언가 큰 소리가 들리고, 어딘가로 끌려가 어둡고 탁한 존재가 나에게 다가왔다.

그 형상은 마치 악마와 같았다.

 

용사가 되기 위해서는 저런 악마도 해치워야 한다는 것을 머릿속으로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얼마 전까지 검이라곤 과도밖에 잡지 못했던 나는 차마 그에게 대적하지 못했다.

그러다 결국 기절해 버렸지.

 

그럼, 지금 나는 죽은 건가? 그 악마에게?

 

“일어났습니까?”

 

흐릿한 의식 속으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어딘가 익숙했지만, 누구의 목소린지는 떠오르지 않는다.

 

“누.... 누구세요?”

 

“로벤토입니다. 기억하시나요?”

 

로벤토? 로벤토라면 그 기차에서 만났던 이상한 소년.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데 묘하게 어른스럽고, 이상한 질문을 하던 그 소년이다.

 

그 소년도 같이 죽은 걸까?

 

“일어나셔서 다행입니다. 한참 동안 주무시길래, 어디 잘못된 건가 했거든요.”

 

비로소 눈을 뜨자 눈앞에는 조그만 모닥불과 소년이 앉아 있었다.

 

검은색 머리에 반반한 얼굴이지만, 애늙은이 같은 표정. 기차 안에서 자신을 로벤토라 소개했던 그 소년이 맞았다.

 

그리고 다행히도, 이곳은 저승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자신이 살던 세상과 비슷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죠? 분명 큰 소리가 들리고 어딘가로 붙잡혀 갔었는데....”

 

“아무래도 도적단의 습격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프레아 씨가 보이지 않길래 밖을 둘러봤더니 누군가가 사람들을 납치해 가더라고요. 열차를 수습하러 온 경비대가 도적들을 쫓는 와중에 프레아 씨가 보여서 제가 구해낼 수 있었습니다.”

 

로벤토는 자연스럽게 상황을 설명했지만, 그의 말을 그대로 믿기는 어려웠다.

애초에 도시와 도시를 잇는 열차를 습격할 만한 거대한 도적단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의심스럽다.

 

그리고 어렴풋한 기억 속에서도, 나를 납치한 존재는 아주 이질적이고 강한 힘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마치 동화 속의 악마처럼.

 

그러나 로벤토가 나를 구한 것은 사실로 보이기에, 그에게 대놓고 추궁하지는 못했다. 그가 나를 해칠 목적이었다면, 내가 기절한 사이에 그러고도 남았을 것이다.

특히나 그의 전신에 가득한 상처와 옆구리의 커다란 자상은 그가 격렬한 전투를 겪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 처음 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저런 상처를 입으면서까지 싸운 걸까.

 

“그 상처는 괜찮아요?”

 

겉보기에는 심각해 보였다. 그러나 소년의 얼굴은 평온하기 그지없다.

 

“괜찮습니다. 어차피 도시에 도착하게 되면 치료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미안해요. 저 때문에....”

 

아카데미 입학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 또한 기사학부에 지원한다 했는데, 기사학부의 입학시험은 대련으로 이뤄진다.

과연 저런 상처를 입고도 정상적으로 시험을 치를 수 있을까?

 

“죄송하실 필요 없습니다. 미안해해야 하는 건 인원 체크도 제대로 안 하고 먼저 사라져 버린 역무원들이 저희한테 미안해해야죠. 프레아 씨는 무사하신 것만으로도 다행입니다.”

 

그는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위로했다. 그 모습에 조금은 불안한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럼 아직 늦은 시간이니 조금만 더 주무시죠. 자고 일어난 후 가르티나 까지, 반나절 정도만 걸으면 도착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뒤척임에 떨어졌던 두꺼운 모포를 다시금 나에게 덮어주었다.

온몸에 상처를 입고도 태연하게 남을 위로하는 그 모습은, 마치 어릴 적 읽었던 동화 속 용사님 같았지만, 그와 동시에 어딘가 뒤틀린 느낌을 주었다.

 

“그럼 안녕히 주무십시오.”

 

사라져가는 의식 사이로 로벤토의 목소리가 들린다. 분명 수상한 소년이지만, 그 목소리가 어쩐지 안심되어, 금방 잠이 들었다.

 

 

#

 

 

‘잠들었나.’

 

곤히 잠든 프레아의 은발에 모닥불의 불빛이 비쳐 반짝였다.

 

그녀는 분명 독특하고 고귀해 보이는 외모를 가졌다.

하나, 이렇게 무방비하게 잠든 모습을 보니, 그냥 평범한 시골 소녀의 모습이다. 나는 그 모습을 그저 쳐다보기만 했다.

 

사실 ‘아카데미 F반의 잿빛 용사님’을 수도 없이 많이 플레이하긴 해도, 정작 그녀의 성격이 어떤지는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플레이어니까. 그녀의 성향은 플레이어의 성향에 따라 달라지며, 그녀의 행동도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달라진다.

 

플레이어가 배제된 프레아 하이안은 어떤 사람일까. 오랜만에 흥미가 생겼다.

마치 게임을 플레이하던 시절로 돌아가듯, 순수하게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현재로서는 그냥 특별한 것 없이, 그저 조금 무뚝뚝한 소녀의 모습이지만, 앞으로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갈지는 아무도 몰랐다.

 

애초에 마왕에게 도달한다는 것은 신격에 한 발짝 다가간다는 것.

평범한 소녀가 감당할 수 있을 만한 무게가 아니다.

 

뭐, 설사 그녀가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더라도 할 수 있게 만들어야겠지.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

그 과정은 그녀에게 다소 가혹할지도 몰랐다.

 

어쩌면 그녀가 나를 원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가 어찌 되든지, 그녀가 마왕에게 도달한다는 결말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 것이니까.

 

 

#

 

 

다음날은 예상보다 편하게 가르티나로 갈 수 있었다.

도시로 가는 상단의 마차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열차 사고가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꽤 큰일이었겠소”

 

덥수룩한 수염의 중년이 내 상처들을 흘깃거리더니 말했다. 대장장이나 용병이 어울릴 것 같은 이 남자의 이름은 파르한, 자신을 상단의 주인이라 소개했다.

 

“큰일이라면 큰일이죠. 그래도 상단주님을 만나서 다행입니다. 하마터면, 이 상태로 도시까지 걸어서 갈뻔했군요.”

 

“허허, 그 상처로 도시까지 걸어가다간 상처 다 터져서 죽겠구먼, 정말 여기서 치료받지 않아도 되겠소? 내 아무리 돈을 좋아한다지만, 부상자에게까지 약을 아낄 만큼 인색한 사람은 아니오.”

 

“괜찮습니다. 보기와 달리 튼튼한 편이라서요.”

 

그가 친절한 건 알고 있었다.

통수치는 인간들이 넘쳐나는 짭중세 이세계 판타지에서 외부인을 상단에 무상으로 태워준 다는 것만 봐도 이세계 인성 상위 1%에 가까웠다.

부상자인 나를 배려해서 열 대가 넘는 마차중 가장 좋은 자신의 마차에 우리를 태웠다는 사실도, 그것을 대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와 별개로 나의 몸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특히나 눈썰미가 좋은 치료사라면, 내 상처가 평범한 상처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두 사람은 남매인가? 아니면 연인? 여행 중인가?”

 

연인이라는 말에 프레아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바로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었을 테지만, 일련의 사건으로 위축된 상태에다 파르한의 거친 외모 때문에 다소 겁을 먹고 있는 것 같았다.

 

소리치는 대신 그저 붉어진 얼굴을 감추려 내게서 고개를 돌릴 뿐이다.

 

“그냥,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입니다. 둘 다 아카데미 시험을 보러 가는 중이라서요.”

 

“아, 아카데미! 예비 아카데미 학생들이시구먼.”

 

시험으로 입학하는 우리들은, 아마 그가 생각하는 아카데미 학생들과는 여러모로 다르겠으나, 아무튼 예비 학생은 맞았다.

 

“사실 우리 딸이 이번에 아카데미에 들어간다네. 혹시나 플럼이라는 이름을 가진 연보라 머리 소녀를 만난다면 잘 대해주게. 날 닮아서 돈은 좀 밝히네만, 얼굴도 이쁘고 심성도 착한 아이니.”

 

“만약 만난다면 그리하겠습니다.”

 

이만한 상단을 가진 자의 자녀가 입학시험을 칠 리는 없으니, 그의 딸과 우리가 친하게 지낼 일은 없을 것이다.

특별입학자와 시험을 치고 들어가는 학생 사이의 장벽은 하늘과 땅 차이니까.

물론 지금 상황에서 이를 지적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 상단은 보통 마도구들을 취급하지. 가르티나는 최대의 마도구 소비처니까. 특히나 아카데미 입학 시즌이 되면 양산품의 가격이 2~3할 정도는 뛸 정도로 수요가 엄청나다네.”

 

이후로는 파르한이 일방적으로 떠드는 이야기를 들으며 도시를 향해 나아갔다.

말하는 걸 들어보니 파르한의 상단은 생각보다 커다란 규모인 것 같았다.

비록 신분은 평민이지만, 실질적인 위치는 하늘과 땅 차이, 그의 털털한 성격이 그 차이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아, 벌써 도착했군.”


상단의 마차는 꽤나 빨라서,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아 도시 검문소에 도착하였다.


“상단은 전용 검문소가 따로 있어서, 여기에서 헤어져야 할걸세.”

 

“태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인연이 된다면 꼭 보답하도록 하죠.”

 

나는 마차에서 내려 그에게 인사를 했다. 프레아도 고개를 숙이며 파르한에게 감사를 표했다.

 

“조심히 들어가도록 하시오. 가르티나는 너무 넓기에, 그만큼 이상한 장소도, 이상한 사람들도 많으니.”

 

인사를 나눈 후 상단의 마차는 전용 검문소를 향해 갔다.

 

프레아와 나는 일반 검문소를 통과해야 했으나, 기차표 자체가 일종의 출입증이나 다름없기에 그리 복잡한 절차는 필요하지 않았다.


기차표를 제시한 우리는 무사히 검문소를 통과하고 도시에 들어왔다. 나는 도시의 중심부, 아카데미 근처로 가 데오니에게 치료받을 예정이었기에, 그녀와는 이제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부터는 따로 가야겠군요. 만나기로 한 사람이 있어서.”


“아, 그렇군요. 그럼, 그, 저... 저기.”

 

프레아는 머리카락을 꼬며 내게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망설이고 있었다.


“고마웠어요. 이것저것, 모두다. 꼭 같이 합격해서 아카데미에서 다시 만나면 좋겠네요.”


그녀는 고개를 앞으로 숙이며 쏟아내듯 내게 말했다. 그 모습이 참 순수해 보여, 조그만 웃음이 나왔다.


“그래요. 꼭 그럽시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녀는 내게 뭔가 할 말이 더 있어 보였지만,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었다.

 

응급 처치를 해 괜찮은 줄 알았던 옆구리의 상처가 슬슬 벌어지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상처가 터져 도시 길가에서 피를 왈칵왈칵 흘리며 돌아다니는 대참사가 일어나기 전에 데오니에게 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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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모든 무기의 왕 24.08.22 32 0 13쪽
» 신성도시 가르티나 24.08.21 34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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