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에서 전직 용사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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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아
작품등록일 :
2024.08.2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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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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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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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물 연구부 (2)

DUMMY

“그럼 이제 우리 마물 연구부가 무슨 동아린지 잘 알겠지?”


레문이 본격적으로 발표를 시작하자, 놀랍게도 그의 목소리가 차분하고 지적으로 바뀌었다.

그 지적인 태도와 마물에 대한 높은 이해도, 손짓할 때마다 시시각각 바뀌는 발표 자료들이 더해지자, 긴가민가하던 프레아와 시온마저도 그의 발표에 빠져들었다.


그의 발표는 그야말로 완벽했다. 이 내용을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안타까울 정도로.


“혹시 질문 있는 사람 있나?”


발표가 끝나고, 레문이 질문자를 받자. 프레아가 잠시 머뭇거리다 손을 들었다.


“무엇이 궁금하지?”


“그... 마물을 연구하는 게 마물과 실전에서 전투하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될까요...? 만약 도움이 된다면 왜 아카데미에서는 자세히 가르치지 않는 겁니까?”


조금 무례할 수도 있는 질문이었기에, 프레아는 살짝 머뭇거리며 질문했다. 그 질문에, 시온도 아닌 척하면서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찌 됐건 둘 다 용사 후보생이다.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마물과의 대적이다.


“그건 어리석은 질문이다. 소녀. 적을 알면 적과 싸울 때 유리한 건 당연하지 않나? 특히 마물은 약점, 공격 방식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저 경향성을 가질 뿐. 그 경향성조차 파악하지 못한다면, 어이없이 당할 위험이 크지.”


“아카데미 교육과정에서도 마물에 대해 일부 가르치긴 해. 2, 3학년 선택 과목에도 있긴 할 거야. 하지만 자세히 들어갈수록 워낙 복잡하고 그 연관성이 확실치는 않아서 필수과목은 안되는 거지. 가성비가 안 나온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만약 네가 이 동아리에서 자세히 배운다면, 마물의 전투에서 분명 도움이 될 거라고 내가 장담할게.”


프레아의 질문에 대답하는 레문과 라엔은 이 동아리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 보였다. 실제로 동아리원이 두 명뿐이긴 해도, 여기서 나온 연구 결과가 가끔 학회에 발표될 때도 있다고 하니, 이들이 얼마나 마물 연구에 진심인지 알 수 있다.


그들의 대답을 들은 프레아는 한참을 고민했다. 아마, 검술을 다루는 동아리와 이곳을 고민 중인 듯했다.

시온과 달리 프레아는 기초도 부족했으니, 인간을 상대로 한 검술 동아리라도 들어가서 기초를 다져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되리라.

여기서는 내가 도움을 주는 게 좋을 것 같다.


“혹시, 검술을 따로 배우고 싶으면 제가 가르쳐 드릴 수 있습니다.”


내가 제안하자, 고민하던 프레아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내 예상이 맞았나 보다.


“바쁠 텐데 그럴 수 있을까요? 사실, 부탁하려다가 너무 염치없는 것 같아서 못 했는데.”


“그다지 바쁜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가르치면서 배우는 게 많으니까.”


내게도 목적이 있는 제안이었으나, 프레아는 그걸 모르니 마냥 내게 고마움을 표하며 입부 신청서를 냈다.


“이 동아리에 들어갈게요. 잘 부탁드려요.”


“잘 생각했다! 마물 연구부에 온 걸 환영한다!!!”


어느새 차분한 목소리에서 돌아온 레문이 소리치며 프레아와 악수했다.


내 추측인데, 아무래도 마물 연구부에 사람이 없는 건, 부의 특성이 아닌 레문이 시끄러워서가 아닐까? 당장 방금 입부한다고 한 프레아가, 레문의 목소리를 듣고 퇴부를 고민하는 모습이 보였다.


“야! 레문! 너 조용히 말하라고 했지!”


그 모습에 라엔이 다가가 레문의 등을 찰싹 때렸다. 레문은 아파하면서도 부원이 들어온 게 좋은지 실실 웃었다.


“그래도 우리는 졸업반이라, 너희에게 연구 자료랑 책만 건네주고 자주 오지는 않을 거야. 거기에 우리의 연구 노하우가 대부분 담겨 있으니, 공부하고 샘플을 살펴보는 게 그리 어렵진 않을걸? 물론 그때마다 뭘 공부했는지 테스트는 봐야겠지만 이해해줘. 그냥 입부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하려는 애들이 부에 너무 많이 들어와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야.”


시온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고민하고 있었다. 항상 생각이 많아서 탈인 녀석이다. 저놈은.


“년 다른 동아리에 가봤자 수준이 안 맞을걸. 그럴 바에는 아예 새로운 걸 배우는 게 좋지 않냐?”


“난 너와 같은 동아리에 있기 싫다.”


그런 이유로 고민하는 거였나. 그렇게 안 생겨 놓고선 진짜 어지간히 쪼잔한 녀석이었다.

사실 나 또한 저 녀석이 나가도 별 상관없었으나, 그래도 옛 제자와의 정을 생각해서 곁에 두고 싶었다. 다른 이들에게 배우는 것보다 내게 배우는 게 훨씬 도움 될 테니. 시온의 경지를 생각하면 더더욱.


“좋다. 너 이 동아리 들어오면, 내가 매일 한 번 대련 상대해준다.”


내 제안에 시온의 눈빛이 바뀌었다. 그는 아버지에게 증명하길 원한다 했으니, 드리컨을 상대하기 위한 대련 상대로서 나보다 좋은 이는 없을 것이다.

그걸 제외 하더라도 학생 중에 그와 수준이 맞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그 약속 지킬 수 있나?”


“못 지킬 게 뭐 있나. 어차피 대련은 10초 안으로 끝날 텐데.”


일부러 시온의 자존심을 박박 긁었다. 원래 이런 타입의 녀석들은 살짝씩 긁어 주는 게 원하는 데로 끌어오기 쉬웠다. 아니나 다를까 시온은 그 말을 후회하게 해주겠다고 말하며, 입부 신청서를 냈다.


“잘 생각했어. 셋 다 마물 연구 동아리에 온 걸 환영해!”


그렇게 나 자신을 미끼 삼아 용사 후보생 두 명을 하나의 동아리에 때려 넣는 것에 성공했다. 이제, 이 녀석들을 가르쳐서 늦어도 6달 안에는 기본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뒤틀려버린, 이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



여관으로 돌아가기 전, 데오니의 연구실에 잠시 들렀다. 물론 방문증은 차고.


“데오니.”


“으앗, 깜짝이야!”


뒤에서 어깨를 두드리자, 동시에 수많은 마법이 캐스팅되며 내게 겨눠졌다.


“아, 용사님이셨구나.”


나인 것을 확인하자, 그녀의 주위에서 웅웅 소리를 내며 살벌하게 회전하던 마법들이 사라졌다.

아무리 나였어도 저건 맞았으면 최소 중상이다.


“인사 한번 살벌하구나.”


“뒤에서 놀라게 한 잘못이죠. 소녀의 방에 노크도 안 하고 들어 오는 게 말이 돼요? 애초에 연구동이 아니었으면 캐스팅이 아니라, 바로 격발했을 거예요.”


데오니는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다. 역시 어릴 때부터 자기 한 몸은 잘 지키라고 꾸준히 교육해서 그런가, 자기 보호 하나는 확실하다.


“그래서, 왜 오라고 한 건데. 그리고 나 부르는 일에 대학원생 좀 써먹지 마라.”


오늘 동아리실에서 교실에 들어오자, 마법학부 대학원생이 한명 있었다. 내게 데오니가 부른다는 말을 전하기 위해서 온 것이다.

이 녀석도 아카데미 교수가 되더니 대학원생을 부려 먹는 일이 잦다.


“그 애가 마침 그쪽으로 연구 자재를 가지러 갈 일이 있어서 시킨 거예요. 저, 이래 봬도 대학원생 사이에서 평이 좋은 편이라고요. 그렇게 막 부려 먹지 않아요.”


과연, 그들에게 직접 물어봐도 그럴까. 궁금했지만, 차마 물어보지는 못했다.

어릴 때부터 지켜봐 온 데오니의 어두운 면모를 보고 싶지 않았다.

오늘은 그냥 볼일만 보고 가자.


“아, 그래서, 왜 불렀냐면....”


데오니가 복잡한 실험 기구들을 뒤적거렸다. 그리자 기괴하게 생긴 검 하나가 드러났다.


“그때 그 마검의 안정화에 성공해서 불렀어요.”


아, 이게 그 검이었나. 너무 많이 변해버려 알아보지 못했다.

단순한 디자인이었던 그 마검은, 검집이 개조 되어 표면에 수많은 회로가 정교하게 새겨져 있었고, 검집과 검을 붙여버려 뽑을 수조차 없게 되어있었다.


“이제 검조차도 아닌 것 같은데?”


“맞아요. 검이 아니라 그냥 강력한 영혼을 봉인해둔 봉인구 같은 거죠. 하지만, 이놈이 완전히 잠들어 버렸어요. 영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려면 영혼이 깨어나야 하는데 저번에 용사님에게 당한 충격이 컸나 봐요.”


마력을 바닥까지 탈탈 털려버린 후유증이 지금까지 온 건가.


“그래서, 나는 왜 부른 건데?”


나는 영혼을 깨우는 법 따위 모른다. 마법적인 이론은 충분하지만 대부분 전투와 관련된 것일 뿐.

내 물음에 데오니가 마검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이걸 용사님이 들고 다니셨으면 좋겠어요.”


“내가?”


“네, 용사님이요.”


“왜?”


“이 영혼은 용사님의 신체를 원하는 것으로 추정돼요. 따라서, 용사님의 신체와 오래 접촉했을 경우 나타나는 변화를 관찰할 거예요. 다른 방식은 다 시도 해봤는데 도저히 반응이 없더라고요.”


확실히, 그때 이 마검이 용사의 재능이라는 말을 했었지. 뭐, 단순히 용사의 강한 근력을 원하는 건지, 마력이 잘 흐르는 회로를 원하는 건지, 축복받은 신체를 원하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용사의 재능은 오랜만이다.’ 같은 말을 내게 했었다.


“사실, 용사님을 실험체로 쓰고 싶지는 않았어요. 솔직히 너무 위험한 물건이기도 하고.”


데오니가 머뭇거리며 설명했다. 아무래도 다른 사정이 있어 보였다. 


“그런데?”


“주임교수 아르테님께서 이 검을 보시더니 꼭 영혼을 깨워 놓으라고 하시더라구요. 자기가 아는 영혼일 수도 있다면서.”


또 그 여자인가. 그 짜증 나는 붉은 머리가 눈앞에 떠오른다.


“뭐,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딱히 미안해할 필요 없어.”


사실 개인적으로도 궁금하긴 하다. 그 여자가 알고 관심을 가지는 영혼은 흔치 않으니까. 그녀가 관심을 가졌다면, 최소한 드래곤 이상의 존재가 이 검이 잠들어 있는 뜻이다.


“최대한 안전하게 봉인해 놨으니까, 별다른 문제는 안 생길 거에요. 그리고 어찌 보면 그 검을 가장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장소가 용사님 곁이기도 하고.”


“내 옆이?”


“일단 검에 문제가 생기려면 외부에서 마력을 공급해줘야 하는데 용사님은 그게 불가능하잖아요? 혹시 마력을 회복해서 봉인을 풀고 장악을 시도한다고 하더라도 저주 때문에 불가능하고.”


맞는 말이다. 내게 처음 장악을 시도했을 때 퍼부은 마력이 최대치일 텐데 그때조차 장악하지 못한 나를 지금에 와서 장악할 수는 없겠지.

애초에 마력으로 날 장악하는 건 아르테 그 여자가 와도 못한다. 이 망할 저주가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럼 이 검을 그냥 옆에 차고 다니면 되나? 조금 화려해서 눈에 띌 것 같은데.”


“아, 그건 지금 회로를 그대로 드러내서 그래요. 위에 커버를 덮으면 평범한 장검처럼 보일 거예요.”


데오니의 말대로 커버를 덮자 꽤 그럴듯한 검처럼 보였다. 검신이 조금 두꺼운 게 눈에 띄긴 하지만, 이 정도면 준수하다.


“그리고 잘 때도 꼭 옆에 두고 자세요.”


데오니가 그 무거운 검을 힘겹게 들고선 내게 건넸다. 검을 받아 드니, 딱히 특별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이 기묘한 검과 얼마나 같이 있게 될까. 그건 모르겠으나, 그때까지 별문제가 없길 바랄 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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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스승의 은혜 (1) 24.08.29 15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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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축제의 히든피스 (2) 24.08.27 18 0 16쪽
15 축제의 히든피스 (1) 24.08.27 20 0 10쪽
14 용사와 변경백 (2) 24.08.26 19 1 18쪽
13 용사와 변경백 (1) 24.08.25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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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입학시험 (4) 24.08.24 25 0 13쪽
10 입학시험 (3) 24.08.24 25 0 12쪽
9 입학시험 (2) 24.08.23 25 0 12쪽
8 입학시험 (1) 24.08.23 27 0 9쪽
7 마검 24.08.22 31 0 10쪽
6 모든 무기의 왕 24.08.22 33 0 13쪽
5 신성도시 가르티나 24.08.21 34 0 11쪽
4 패배 이벤트 (2) 24.08.21 40 0 10쪽
3 패배 이벤트 (1) 24.08.20 54 0 9쪽
2 100년은 늦은 지원생 24.08.20 6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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