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에서 전직 용사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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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비아
작품등록일 :
2024.08.2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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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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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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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시험 (1)

DUMMY

타르카의 대장간에서 검을 얻은 이후로는 한동안 입학시험을 대비한 연습으로 시간을 보냈다.

 

하루 종일 하던 짓이 온갖 마물을 썰어 넘기는 일이었기에, 인간 학생과 같이 연약하고 섬세한 상대를 대상으로 칼질하는 것은 익숙지 않았다.

시험장에서 소란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어느 정도 조정이 필요했다.


연습 중인 연무장에는 허허벌판에 오로지 철 인형 하나만이 새워져 있었다. 데오니의 창고에서 가져온 특수 처리된 인형임에도 불구하고 인형은 이리저리 찢기고 뭉개져 있다.


“용사님, 저 왔어요.”


피해를 주지 않을만한 힘의 세기에 서서히 적응하고 있을 때쯤 데오니가 찾아왔다.

아카데미에서 퇴근하자마자 바로 온 것이다.


“마법학부 시험은 잘 끝났나?”


내일은 기사학부, 오늘은 마법학부의 시험이 있는 날이었다. 마법학부의 교수인 그녀는 시험 감독을 해야 했고.


“음.... 다 그저 그랬는데, 한 명 특출난 애가 있더라구요. 레이비니아? 라는 이름이던가.”


데오니가 말한 이름을 듣자마자 한 얼굴이 떠올랐다.

레이비니아 노아. 역천의 마법사.

 

‘아카데미 F반의 잿빛 용사님’ 세계관 내에서도 마법에 관해서는 압도적 천재이자, 후에 용사파티의 현자 포지션을 맡게 되는 인물이었다.

 

그 소녀도 나타난 건가.

 

“그 애는 아마, F반이 아닌 E반으로 갈 것 같아요.”

 

“대단하네. 시험입학으로 E반이라니.”


“그만큼, 압도적인 재능이었으니까요.”


말만 들어서는 E반에 들어간다는 건, 딱히 대단해 보이지 않았으나, 실상은 전혀 달랐다.

시험 입학생은 모두 F반에서 시작하는 것이 규율이니까.

 

그 때문에, F반의 학생들은 대부분이 평민 출신이었으며, 교육 수준이나 여타 지원, 심지어 교육의 위험도마저 나머지 반들과는 차원이 다르게 열악했다.


반면 A, B, C, D, E반은 특별 입학 반. 즉 어느 정도 입지가 있는 귀족이나, 부호의 자식들이 다니는 곳이다.

평민이 그곳에 들어간다는 것은, 단순한 반의 이동 정도가 아니라, 신분의 상승으로 봐야 했다.

레이비니아는 단순히 입학시험을 친 것만으로 그녀의 신분을 상승시킨 것이다.


“그런데 용사님은 어떤 반으로 들어가시고 싶으세요?”


“나야, F반에 들어가야지.”


“그 프레아란 학생 때문인가요? 저는 딱히 다른 용사 후보생보다 특출난 건 못 느끼겠던데.”


“뭐, 용사로서의 감이야. 나는 그 녀석이 용사가 될 것 같거든.”

 

“당연히 용사님이 도와준다면, 그 후보가 유력하겠죠.”


데오니는 불만스러운 듯 투덜거렸다. 그녀에게 프레아의 재능을 온전히 납득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원작 이야기를 꺼낼 수는 없으니, 그저 나의 감을 믿으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



 

다음날 시작된 기사학부의 입학시험은 콜로세움처럼 생긴 경기장에서 진행됐다.

 

어중이떠중이라고 해도 진검을 들고 대련하는 것은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라, 기사학부 입학시험 참관표는 아카데미 입학 축제 전 즐길 거리로 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편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경기장에서 마치 검투사를 시험장에 밀어 넣는 것처럼 시험을 진행하는 것이다.

 

시험 방식도 간단하다. 최초의 지원자 두 명이 대련을 한 다음 승자는 경기장에 남고 패자는 나간다.

다시 도전자를 받아 승자와 대련을 진행하고 똑같이 승자는 남고 패자는 나간다. 그렇게 더 이상 도전자가 남지 않을 때까지 대련을 진행하는 연승전 방식의 시험이다.


사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전혀 공평하지도 않고 힘들기만 한 방식이다.

아무리 대련에서 연승을 많이 하든 뽑는 것은 아카데미 교수진의 재량이기 때문에, 뽑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 때문에 자원자는 최대한 자신을 어필하려 과격한 기술과 언동을 남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마치 진짜 검투사가 된 듯이 말이다.

아카데미의 교수가 직접 시합을 중재하는 시험에서 매년 극심한 부상자가 심심찮게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뭐, 애초에 진검을 들고 하는 대련에서 안전하길 바라는 게 멍청한 생각이겠지.


“또 만났네요.”


대기실은 지원자들이 다들 서로를 파악하느라 바쁜 상황이었다.

나야, 그냥 아무 말도 없이 얌전히 앉아 있었으나, 어느새 옆에 다가온 프레아가 내게 말을 걸었다.


“아, 프레아 씨. 오랜만입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데 바로 만날 수 있을 줄은 몰랐어요.”


바로 만났다는 그녀의 말은 거짓말이다. 그녀는 저 멀리서부터 두리번거리며 한참 동안 찾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이리로 온 것이다.

나 또한 처음에 그녀의 위치를 찾고 있었기에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 사실을 굳이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프레아 씨는 언제쯤 도전하러 나가실 겁니까?”


“저는 아마 중반쯤 나가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그게 무난하니까.”


아마 대부분의 참가자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타이밍을 잘 보다가 강자가 힘이 빠졌을 때 노려 승리하는 방식. 그러나 이번 시험에서는 그 방식은 최악의 수다.

중간에 압도적인 강자 한 명이 튀어나오니까.

 

원작에서는 그가 도전자로 나온 후 도전을 누른다면, 아카데미에 입학하지도 못한 채 낙오되는 배드엔딩으로 직행이었다.


“제 생각에는 초반에 도전하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왜죠?”


“이번 시험에 원래 특별 입학 예정이던 학생이 지원했다 하더군요. 검술 천재라 불리는 녀석인 듯한데, 누군가가 말하길 그 학생이 도전자 절반을 이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검술 천재라 불리는 그놈이 지원자 목록에 있는 건 데오니를 통해 파악하고 있었으니까.

원작에서 그 녀석은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서 내리 30연전을 치르고는 모두 승리한다.

 

프레아가 그 30연전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됐다.


“상당히 자세히 알고 계시네요.”


“하하, 제가 워낙 여기저기서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해서요. 그리 정확한 정보는 아닙니다.”


그녀는 분명 나에 대한 호감이 어느 정도 있었으나, 아직은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구구절절 설명하는 나를 조금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봤다.


“뭐, 어차피 조금 일찍 나간다고 크게 달라질 건 없으니까. 믿어볼게요. 유용한 정보 고마워요.”

 

프레아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더니 내 옆자리에 앉았다.

아카데미 측이 참가자들이 앉을 자리의 푯값까지 팔아치우지는 않았는지, 다른 이들의 시합을 분석하기는 꽤 좋은 자리였다.

옆에는 바로 시험장까지 향하는 문이 있어, 근처 감독관에게 이야기하고 도전하면 되는 구조였다.


“이제 시작하려나 봐요.”


서서히 감독관들이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참관자들 또한 모두 입장했는지, 시험장 입장을 통제하기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웅성거리는 소리가 가득했던 시험장이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기사학부 수석 교수를 중심으로 나머지 교수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원래 이렇게 많은 교수가 입학시험을 참관하는 일은 드물었다. 그러나 이번 년도는 조금 특별했다.

 

변경백의 아들이자, 용사 후보생 중 한 명이 특별 입학을 거절하고 기사학부 시험에 지원했으니까.

다들 그 실력이 궁금한 것이다.


모든 교수가 입장한 후 그들 나른한 표정의 교수 한 명이 수염을 긁으며 대련의 중재자로 내려왔다.

그가 시험장에 입장하자, 감독관들도 첫 번째 지원자를 받기 시작했다.

 

지원자끼리 서로 눈치를 보는 사이 가장 먼저 감독관에게 요청해 시험장으로 나온 도전자는 푸른 머리의 시원하게 생긴 소녀다. 자신의 성과를 과시하듯 은색 용병패를 장식으로 매달고 있다.

 

그녀는 시험장에 들어오자마자 마치 묘기를 부리듯, 기다란 창을 휘두르며 몸을 풀었다.

그다지 실용적인 움직임으로 보이지는 않았으나, 잔상을 남기며 휘둘러지는 창은 꽤 멋있었기에 관객들의 호응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성공하였다.

 

그 묘기만큼 실력도 화려하다면, 아마 무난하게 합격하지 않을까.


“후우.... 조금, 긴장되네요.”

 

첫 번째 지원자의 눈에 띄는 등장에 프레아는 조금 떨고 있었다. 자신이 저곳에 서서 대련해야 한다는 사실을 실감한 것이다.


“마음 편히 먹고 도전하면 됩니다. 긴장하면 되던 것도 안 되니까요.”

 

“그렇겠죠? 우리 꼭 합격.....”


[와아아아아아!]

 

갑작스럽게 울려 퍼지는 관객의 함성이 프레아의 목소리를 집어삼켰다.

갑자기 푸른 머리 소녀가 차력 쇼라도 하나 싶어 돌아본 경기장에는 한 인물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기다랗게 늘어뜨린 검은 꽁지머리. 선이 가는 중성적인 얼굴. 검은색의 얇고 기다란 검을 허리춤에 매달고 천천히 걸어오는 그는.


“시온 베르하츠....”


회색 늑대의 아들, 검술의 천재. 북방의 샛별.

원작에서 지원자 30명을 모두 압도적인 실력 차로 내리 이겨버리며 자신의 존재를 플레이어에게 확실히 각인시키는 존재. 그리고

 

‘가장 용사에 가까운 자.’


네가 왜 지금 튀어나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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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에서 전직 용사로 살아가는 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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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레이비니아 노아 (8) 24.09.06 8 0 11쪽
28 레이비니아 노아 (7) 24.09.05 11 0 10쪽
27 레이비니아 노아 (6) 24.09.04 12 0 11쪽
26 레이비니아 노아 (5) 24.09.03 12 0 15쪽
25 레이비니아 노아 (4) 24.09.02 14 0 15쪽
24 레이비니아 노아 (3) 24.09.01 13 0 11쪽
23 레이비니아 노아 (2) 24.08.31 15 0 16쪽
22 레이비니아 노아 (1) 24.08.31 13 0 13쪽
21 스승의 은혜 (2) 24.08.30 15 0 10쪽
20 스승의 은혜 (1) 24.08.29 16 0 15쪽
19 이물질 24.08.28 15 0 14쪽
18 마물 연구부 (2) 24.08.28 16 0 11쪽
17 마물 연구부 (1) 24.08.27 18 0 16쪽
16 축제의 히든피스 (2) 24.08.27 18 0 16쪽
15 축제의 히든피스 (1) 24.08.27 21 0 10쪽
14 용사와 변경백 (2) 24.08.26 20 1 18쪽
13 용사와 변경백 (1) 24.08.25 22 0 11쪽
12 입학시험 (5) 24.08.25 24 0 11쪽
11 입학시험 (4) 24.08.24 25 0 13쪽
10 입학시험 (3) 24.08.24 25 0 12쪽
9 입학시험 (2) 24.08.23 25 0 12쪽
» 입학시험 (1) 24.08.23 28 0 9쪽
7 마검 24.08.22 31 0 10쪽
6 모든 무기의 왕 24.08.22 33 0 13쪽
5 신성도시 가르티나 24.08.21 34 0 11쪽
4 패배 이벤트 (2) 24.08.21 40 0 10쪽
3 패배 이벤트 (1) 24.08.20 54 0 9쪽
2 100년은 늦은 지원생 24.08.20 60 0 10쪽
1 드디어 기어나온 주인공 24.08.20 74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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