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는 누구?
타아아아아앙
한 발의 총성과 함께 트레일러 뒤에 엄폐해 있던 암살범 중 1명이 고꾸라졌다. 남은 1명이 김 팀장을 발견하고 AK47을 겨누었지만, 한 발 빠른 쪽은 김 팀장이었다. 김 팀장이 급히 몸을 숙여 암살범의 사선(射線)에서 벗어난 다음 암살범의 팔에 탄환을 박아 넣었다.
총을 맞은 암살범은 AK47을 바닥에 떨어뜨리고는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뭐 하는 놈들이냐? 대체, 그건 천천히 묻기로 하지, 조금 바빠서.”
김 팀장은 암살범에 대한 심문을 하지 않았다. 아군을 지원하는 것이 더 급했기 때문이었다.
김 팀장은 경호 팀장에게, 암살범을 제압했다는 신호를 보내었다. 확보된 퇴로를 통해 유 시장을 안전한 곳으로 탈출시키기 위해서였다.
김 팀장이 경호 차량의 전방에 있는 트레일러의 암살범 4명 중 2명을 제압했기 때문에, 전방에서 경호 차량으로 가해지는 화력은 현저하게 줄었다. 김 팀장은 땅에 떨어져 있던 AK47을 주워 들었다.
“뭐야 이게, 탄창이 10개? 너희들 여기서 전쟁이라도 벌이려고 한거야?”
김 팀장은 암살범의 조끼에서 AK47용 탄창을 꺼내며, 어이없다는 투로 말했다.
한국군이 전시에 지급받는 탄환의 양이, 탄창 6개에 140발인 것을 감안한다면 탄창 10개, 300발이 넘는 탄환을 가지고 있었던 암살범들의 탄환 보유는 일반적인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트럭 2대에 SUV 1대, AK47 소총을 8정 이상 동원한 한국 역사상 그 유례를 찾기 힘들만큼 대단한 화력을 동원한 암살 기도였지만, 김 팀장은 왠지 이것이 끝이 아닐 것 같은 불안감을 숨길 수가 없었다.
“후후, 애쓴다만, 놀아주는 것도 이것으로 끝이다.”
사로잡힌 암살범은 히든 카드가 있다는 듯이 웃어대었다.
“뭐라는 거야? 형이 조금 바쁘니까 나중에 씨부려라. 지금은 너 상대해 줄 시간 없다.”
김 팀장은 생포한 암살범이 비아냥거리자, 기분이 조금 나빴지만 무시하고 전방의 암살범들을 향해 대응 사격을 계속하였다.
“기어를 중립으로 놓고 앞 차를 치워!!!, 그래야 리무진이 빠져나가지!!!”
경호 팀장은 방탄 리무진의 진로를 막고 있는 경호 차량을 앞으로 뺄 것을 지시하였다.
김 팀장의 활약으로 암살범들이 쏘아대는 화력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었지만, 팀원을 방탄도 되지 않는 차량에 태워 운전시킬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경호 차량을 조금만 앞으로 빼면 방탄 리무진이 움직이는데 큰 방해를 받지 않을 것이므로, 사격을 뚫고 운전을 하는 대신 기어를 중립으로 놓고 뒤에서 차를 밀기로 하였던 것이었다.
경호 팀원들이 경호 차량의 운전석으로 접근하려고 하자, 암살범들도 경호 팀의 탈출 시도를 눈치 채었는지, 경호 차량으로 그들의 화력을 집중하고 있었다.
“이런 제길, 눈치 깐 거 같은데. 무전기 좀 줘봐, 김 팀장 콜사인이 뭐야?”
경호 팀장은 거세어지는 사격을 줄이기 위해서 김 팀장을 호출하기로 하였다. 김 팀장이 자리를 이탈하여 전방의 암살범들에게 사격을 한다면 일시적으로 주의를 분산시킬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콜사인을 묻는 경호 팀장의 질문에 팀원들은 눈만 멀뚱거릴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뭐하는 거야? 바쁘다고, 저 쪽 콜사인이 뭐냐니까?”
“그게 특전사 작전이고, 국정원은 옵저버로 참가하는 거라, 무전기를 주지 않았습니다.”
“뭐야? 그런 지시를 누가 내린 거야?”
“그러니까, 그게........ 부 팀장이.......”
경호 팀장은 할 말을 잃었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부처 간의 갈등은 특전사와 국정원이라고 해서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주 업무 부서로서 특전사 요원들이 국정원 요원들에게 무전기를 주지 않은 것은 오히려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보안의 유지, 지휘체계의 통일 등등 쓸 만한 변명은 얼마든지 붙일 수 있지만, 문제는 협력이 필요한 이 시점에서 그런 텃세는 안 좋은 결과로 돌아온다는 것이었다.
“전화번호 아나? 김 팀장 전화번호 알면 곧바로 연결해.”
“알겠습니다.”
김 팀장에게 무전기가 있었다면,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했겠지만, 무전기가 없다고 해도 IT 강국인 한국에서 의사소통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군 훈련 때에도 편법이긴 하지만 간부들끼리 의사소통을 위해 휴대 전화를 사용하는 것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연결되었습니다.”
“선배님, 앞에서 저희 쪽을 보고 쏘는 놈들한테 조금 프레셔(Pressure)를 가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저희가 리무진 앞에 있는 경호 차량을 빼려고 하는데, 사격이 심해서 차량을 뺄 수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조금만 시간을 벌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 현재 위치에서 적들에게 프레셔를 주는 건 좀 어려운데, 위치를 조금 이동해서 한번 사격을 해볼게. 좋은 위치를 잡는 대로 연락을 할 테니까 조금 기다려.”
“네, 선배님 부탁드립니다.”
김 팀장은 암살범들의 주의를 끌어달라는 경호 팀장의 요청에, 조건을 달아 승낙하였다. 현재 위치에서는 암살범들에게 제압 사격을 가해도 효과가 크다고 볼 수 없었기에 좀 더 사선(射線)이 확보되는 곳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얌전히 있어라. 형아가 조금 이동을 해야 할 것 같아서.”
김 팀장은 생포했던 암살범의 목 뒷덜미를 내리쳐서 기절을 시켰다. 목 뒷덜미에는 연수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 부분은 인간의 균형감각을 관장하는 중요 기관으로서 강하게 충격을 받으면 이와 같이 기절에 이르게 된다.
생포한 암살범이 기절을 하자 김 팀장은 자세를 최대한 낮추고는, 사선(射線)을 확보할 수 있는 위치를 찾았다. 트레일러가 도로를 완저히 막고 있는 형태였기 때문에 사선을 확보할 수 있는 위치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김 팀장은 하는 수 없이 트레일러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위치를 잡고는 말했다.
“이제부터 프레셔를 가할테니까 경호 차량에 진입하는 거 시도해봐.”
“알았습니다.”
김 팀장은 경호 팀장에게 사격 준비가 끝났다고 알린 후에 AK47로 암살범들을 향해 사격을 개시하였다. 과연 목재 개머리판에서 전해져 오는 7.62mm 특유의 둔중한 반동은 김 팀장의 몸에 상당한 충격을 줄 정도로 묵직했다.
김 팀장의 제압 사격이 실시되자 암살범들은 경호팀에 대한 사격을 멈추고 김 팀장에 대한 견제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후방 7시 방향에서 김 팀장이 쏘아대는 AK47은 충분히 위협적이었기 때문이었다.
“OK. 차에 올라타서 중립 기어 넣고, 바로 내려. 알겠지?”
김 팀장의 사격에 의해 암살범들의 사격이 약화되자, 경호 팀장은 김 팀장이 만들어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경호 팀장은 즉시 팀원을 경호 차량으로 진입시켰다.그리고 진입한 팀원은 차량의 기어를 중립으로 놓는데 성공하였다. 이렇게 되면 굳이 운전을 하지 않더라도 뒤에서 차량을 밀기만 하면 방탄 리무진의 진로를 확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성공했습니다. 중립으로 놓았습니다.”
“OK, 서서히 차를 밀어서 한 50cm만 전진시키자, 나머지는 엄호 사격에 집중하고.”
경호 팀장은 팀원과 함께 기어 중립에 들어간, 경호 차량을 밀기 시작했다. 도로의 경사도가 조금은 있는 편이었지만, 남자 3명이서 밀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기어 중립에 들어간 경호 차량은 서서히 밀려서 방탄 리무진의 주행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까지 밀리게 되었다.
“됐어, 이제부터는 후방에 있는 애들 신경 쓰지 말고, 전방에 화력을 집중시킨다. 리무진이 빠져나갈 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경호 팀장은 지친 기색이 역력히 보이는 경호 팀원들을 독려하였다.
애초부터 말도 안 되는 화력 차이를 무릅쓰고 여기까지 버텨온 것이었기에, 조금만 더 버티면 경호 대상을 현장에서부터 탈출시킬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자 경호팀 요원들에게 생기가 다시 돌았다.
어떤 불리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특전사 대원들이긴 했지만, 성공 가능성이 없는 일에 매달리는 것은 어느 누구에게나 기운 빠지는 일이다. 그러나 유 시장이 탑승한 차량을 위험지역으로부터 이탈시킬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자, 경호팀의 사기는 올라갔다.
경호 팀장과 팀원들은 전방을 향해 경호 팀이 가지고 있는 화력을 일시에 쏟아부었다.
경호 팀의 전력을 다한 화력에, 전방에 있던 암살범들은 일시적으로 위축되었다.
암살범들은 트레일러 뒤에 몸을 엄폐한 채로, 팔만 들어올려 조준하지도 않고 AK47을 쏘아댈 뿐이었다. 몸에 제대로 견착하지도 않고 조준도 하지 않은 채로 쏜 사격이 위협적일리는 만무하였다. 암살범들이 쏜 총탄은 방탄 리무진 뿐 아니라 경호 팀원들에게도 전혀 위협을 주지 못하고 엉뚱한 곳에서 도탄 될 뿐이었다.
하지만 그 때였다.
“피해!!!, 전부 리무진에서 떨어져!!!!”
켜놓은 전화기를 통해, 김 팀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선배님, 무슨 일입니까? 왜 그러세요?”
“메티스 M 대전차 미사일이야. 지금 막 발사 준비를 마쳤어.”
메티스 M, 러시아 KBP 산업 개발국이 만든 대전차 무기로, TOW 대전차 미사일과 같이 유선으로 유도하는 반능동 유선 유도 대전차 미사일이다. 사수가 미사일을 유선으로 유도를 하기 때문에 그냥 로켓보다 명중률은 높은 편이지만, 사수가 미사일 유도를 하는 동안 위치 변경을 할 수 없으므로 생존율에 있어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 미사일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메티스 M은 대전차 미사일이었다.
메티스 M 미사일은 실험에서 압연 강판 850mm를 휴지 조각처럼 관통할 정도로 화력이 강했다. 아무리 에쿠스 방탄 리무진이 방폭 능력을 갖추었다고 해도 메티스 M 미사일을 직격으로 맞는다면 생존을 보장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였다.
암살범들은 애초부터 소총 정도의 화력으로는 방탄 능력이 있는 에쿠스 리무진을 파괴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메티스 M 미사일이라는 히든 카드를 오픈하지 않은 채, 리무진이 움직이기만을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즉 암살범들은 현장에서 유 시장의 차량을 빼내려고 하는 의도를 그대로 역이용하였던 것이었다.
암살범들은 리무진의 사선(射線)을 가리고 있던 경호 차량이 빠져나가자, 주저하지 않고 미사일을 발사하였다. 미사일 발사 후폭풍을 본 김 팀장이 특전사에게 경고를 했지만 때늦은 감이 있었다.
“전원, 리무진에서 떨어져!!!!!”
김 팀장의 경고에 경호 팀장은 리무진 뒤에서 엄폐를 하고 있던 팀원들에게 서둘러 산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팀원들은 경호 팀장의 지시에 반사적인 동작으로 리무진에서 떨어져 도로 위에 납작 엎드렸다.
5...., 4...., 3...., 2....., 1...... 콰아아아아앙
메티스 M 미사일을 정통으로 맞은, 방탄 리무진은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에쿠스 리무진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방호력을 자랑하는 차량 중의 하나였지만, 장갑이 좋은 자동차일 뿐이었다.
그러나 전차를 잡기 위해 만들어진 대전차 미사일을 정통으로 맞고 살아 있을 수 있는 자동차는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미사일의 폭발력이 얼마나 강했던지, 방탄 리무진은 하늘 높이 솟아오른 뒤 수초가 지나서야 땅에 내동댕이쳐졌다. 그래도 에쿠스 리무진은 방폭 처리가 되어서인지, 대전차 미사일을 맞고도 차량의 프레임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경호 팀원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넋을 잃고 쳐다보는 수밖에 없었다.
헛수고! 단 한마디로 정리되는 순간이었다.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까지 리무진의 퇴로확보에 총력을 다 했는데, 미사일 1발로 그 모든 노력을 수포로 돌아가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경호 대상 유 호창의 사망은 확실하다. 이 시점에서 경호 팀원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은 딱 한 가지 밖에 없다. 암살범들의 전원 검거!!!!!!
“현 시간부로 경호 작전은 체포 작전으로 변경한다.”
경호 팀장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경호 팀이 체포 작전을 할 필요도 없었다.
목적을 달성한 암살범들은, 지하드 즉 성전의 주인공처럼 자신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간헐적인 발포음이 끝나고 주변은 완전한 정적에 빠져들었다.
“지독한 놈들, 광신도들인가?”
경호 팀장은 질려버렸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경호 팀장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었다. 암살범들이 전부 순교에 성공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김 팀장에게 목 뒷덜미를 맞고 기절한 단 한 놈의 암살범은 살아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내 살아 있다는 것을 후회하게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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