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자들
돌아온 자들
레베카는 펄떡펄떡하는 심장에 한 손을 올려놓고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심장 4개가 쌓인 바닥으로 거대한 주술진이 그려졌다.
레베카는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때까지 쉬지 않고 주문을 외었다.
빛은 한층 더 강렬해지고 마침내 마지막 주술진이 이어졌다.
"지금이에요."
프랜시스는 재빨리 허공으로 몸을 뽑아 올렸고 손에 든 포션에 담긴 피를 4개의 심장 위로 흩뿌렸다. 그리고 손바닥을 그어 자기 피 또한 심장 위로 뿌렸다.
하얀 연기가 무럭무럭 피어오르며 연기는 순식간에 심장을 감쌌다.
"휴, 다 됐어요. 이젠 마지막 절차만 남았어요."
연기가 걷히자 정황이 드러났다. 거대한 거인의 심장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프랜시스는 바닥에서 작은 무언가를 주어 올렸다.
거인의 심장이다.
거인의 심장은 자세히 살펴야 보일 정도로 작은 개체로 변해 있었다. 앙증맞은 크기의 심장이 프랜시스의 손바닥에 올려져 있었다.
그는 한번 심장을 힐긋거리더니 망설임 없이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웩."
콜베르를 목을 부여잡고 치를 떨었다.
4개의 심장을 다 삼켜 버린 프랜시스는 만족감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가? 이것이 우리의 답이다. 그 믿음을 수긍할 수 있겠는가?"
"충분히요. 이제 인간을 먹지 말며 함부로 인간을 죽여서도 안 됩니다. 아시겠죠?"
메르데이아스가 한 걸음 걸어 나와 한쪽 무릎을 꿇고 말했다.
"주인의 명이시라면···."
"에리니에스 그를 놓아주시오."
에리니에스는 쥐고 있던 불사왕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사흘 동안 꼼짝도 못 하고 거인의 손아귀에 잡혀 있던 불사왕은 그제야 풀려났다.
불사왕은 다른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은 이미 그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으니 어떻게 하실 거죠?"
"말해 주기 싫소."
"하? 이제 배짱이라는 거죠? 왜? 제국을 점령하고 황제라도 되시려고?"
"귀찮게 황제는 왜 해? 기간테스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않도록 하시오."
콜베르는 심장을 삼킨 프랜시스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말라키의 주술의 힘에 묶인 거다. 거인의 심장을 삼킴으로써 거인의 제어하는 것일 테지···."
레노번의 말을 들었는지 레베카가 말했다.
"흥, 그뿐이 아니죠. 이제 거인이 목숨은 프랜시스가 가지고 있어요. 그가 기간테스의 주인이 된 거죠. 종의 계약을 포함했으니 이를 어기면 기간테스는 심장이 멎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고 프랜시스의 심장이 멎는다면 거인의 심장 또한 멎을 거예요. 이제 프랜시스의 목숨이 기간테스의 목숨이 되는 것이죠. 프랜시스가 죽으면 거인도 죽을 거니 거인이 프랜시스의 말을 무시하고 행패를 부릴 수도 없고 거인을 처리하고 싶으면 거인 대신 프랜시스를 죽이면 끝나는 거죠. 이제 제국은 거인의 위협을 벗어났다고 해도 될 정도긴 해요. 거인은 스스로 불멸자의 운명을 버리고 필멸자가 되었으니 그들은 이제 수명이 다하면 죽음을 맞이할 겁니다."
레베카는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말했다.
-우르르르릉
성이 지진을 만난 듯 흔들렸다.
메르데이아스가 말했다.
"이 차원은 곧 붕괴할 것입니다. 저희의 주인이 정해지면 이 차원은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바깥 테두리부터 이 성까지 차원이 졸아들기 시작합니다."
프랜시스는 재빨리 다크 디멘션 포탈을 그렸다.
"모두 포탈 위에 오르시오. 기회는 한 번밖에 제공하지 않을 셈이오. 올라갈지 말지 선택은 자유요."
"흥, 말하지 않으면 밉지나 않지. 올라서지 않으면 이곳에서 죽으란 말과 무엇이 다르죠? 거인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죠?"
레베카가 그런 말을 하며 포탈 위로 오르자 성군은 눈치 볼 것 없이 포탈에 올랐고 레노번과 콜베르, 베틀 워락도 포탈에 올랐다.
"세렌 넌 네크로맨서 부부를 데리고 와라."
"네."
"무슨 계획···."
레베카의 말은 끊어졌다. 포탈이 빛을 발하며 이들을 다른 차원으로 이동시켜 버렸다.
남은 이는 세렌과 칼멘과 라그 그리고 네크로맨서 부부다.
"자라크 이걸 받으시오. 교주님의 편지 외다."
자라크는 프랜시스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지금 이 자리에서 읽으시오."
자라크는 편지를 펼쳐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교주님의 부탁은 접수했습니다."
"그럼 수고 부탁드리겠소."
"물론입니다. 단 보급품은 확실히 보내 주셔야 할 듯합니다."
"하하, 그리하리다."
성은 더 크게 흔들렸다.
프랜시스는 거대한 포털을 만들었다. 거인 네 명이 동시에 올라타고도 남을 정도였다.
칼멘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이렇게 크게 만들 수 있으면서 왜 진작에 만들지 않았던 거죠?"
프랜시스는 무시하고 말했다.
"기간테스들은 모두 포탈 위로 올라서시오."
거인들은 주변을 한 번 휘둘러 보더니 감격에 겨운 듯 포탈 위로 올랐다. 그 뒤를 따라 자라크와 시소리가 함께 올랐다.
-팟
포털이 빛무리를 뿌리자 그 거대한 거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남은 사람은 네 사람. 성은 더더욱 크게 흔들렸고 머리 위로 돌가루까지 떨어져 내렸다.
"넌, 멍청한 거냐? 믿음이 강한 거냐?"
프랜시스의 말에 세렌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아수라멸천검을 쳐낼 인물은 이 세상에는 단 한 사람뿐이죠."
세렌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칼멘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넌 생각보다 멍청하더구나. 명색이 천무지체란 놈이 무공 느는 속도도 형편없어. 중원이라면 칼 맞고 뒈지기 딱 좋아."
"에? 에? 에?"
칼멘은 이해가 되지 않는 듯이 라그의 어깨의 손을 올려놓고 부들부들 떨었다.
"아니, 스승님 왜? 사람을 속이십니까? 스승님 능력이면 불사왕 정도는 간단히 제압하실 아니지, 불사왕은 덤비지도 못했을 상황이고.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뭐가 이해가 안 돼? 레베카와 불사왕을 완벽하게 속여야 황제를 속일 수 있어."
"황제를 왜 속입니까? 오히려 황태자님이 거인을 제압하셨으면···."
세렌이 한 손을 들어 칼멘의 입을 막았다.
"넌, 아직 끼어들 입장이 못 해. 여긴 얽히고설킨 것이 많아."
"아마도요. 와. 정말 어떻게 모습을 이렇게 바꿀 수 있죠? 프랜시스는 가상의 인물인가요?"
"아냐. 실존하는 인물이지. 그는 지금 다른 곳에 조용히 잘 지내고 있어. 그를 통해 베틀 워락으로 숨어들 필요가 있었어. 특히 라그 문제도 있고 해서. 마족의 실체를 알아야 했거든."
"그럼 혹시 라그에 메모라이즈 마법을 사용하신 것도?"
"그래 나야. 마족의 새로운 변이체가 인간의 인격을 가질 수 있는지 시험해 본 거지. 그녀의 기억을 조금 조작했다."
"네···. 어쩐지 라그의 행동이 인간과 비슷해서 놀라웠었는데···."
진동은 더 심해지고 돌가루가 우수수 떨어졌지만 네 사람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레베카님이 과연 속으셨을까요?"
"속지 않았다고 해도 그녀는 황제 앞에 진실을 말하지 못할 것이다. 확증이 없는 한 말이야. 그녀의 주술을 피하느라 정말 고생했어. 순혈의 마녀가 달리 순혈의 마녀가 아니더군."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레노번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으니 곧 베틀 워락은 철수하겠지. 문제는 마족의 움직임이다. 세렌 넌 마왕과 싸워봤지?"
"네. 부끄럽습니다. 그간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아 칠무신도 상대할 수 있다고 자만했는데도 마왕은 확실히 벅찬 상대였습니다."
"귀찮은 녀석들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수 있어. 녀석들은 이제 케이사르와는 아무런 관계없이 독단으로 움직인다는 거다."
"맞습니다. 마왕과 그의 부하들이 케이사르의 기사와 네크로맨서를 학살한 것을 보면 적대적인 행동은 확실합니다."
"적대인 행동이 무엇 때문인지 알아야 해. 단순히 인간 전체를 적으로 삼는 것인지 아니면 케이사르를 노리는 것인지는 알수 없어. 그리고 불사왕이 이곳에 온 것은 아마 마왕과 의사소통이 되는지 알아보고 싶었을 거야. 아칸 시티에서 마왕은 불사왕을 전혀 공격하지 않았어. 두 사람 사이에 뭔가 알수 없는 비밀이 오간 것 같긴 해. 하지만 지금의 마왕은 제어 불능인 상태야. 그렇지 않았다면 불사왕이 동행할 필요가 없었을지도."
"스승님의 목적은 확실히 달성한 셈이네요. 몰레이그를 척살했고 금서도 되찾았으니."
칼멘의 말에 세렌의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실제로 그 임무를 완성한 것은 교주이지 명 받은 자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쯧쯧. 넌 언제 내 명령을 깔끔하게 처리할 생각인 거냐?"
"죄송합니다. 제가 부족하여···."
"그러게, 언제까지 부족하다는 말을 들어야 하냐고."
칼멘이 돌연 주먹을 쥔다.
"스승님은 왜 언니에게만 그렇게 살벌하게 대하시죠? 저에게 하는 말과 왜 차이를 두는 거죠? 과거에 언니가 무슨 큰 잘못을 했기···. 악!"
프랜시스가 쏘아낸 지풍에 이마를 강타당한 칼멘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팍' 소리가 진동을 뚫을 만큼 크게 들렸다. 그때 라그가 쏜살같이 앞으로 나서며 으르렁거렸다.
"이런 미련한 것들이 아주 쌍으로 노는 구나."
-퍽
"꺅"
프랜시스의 손길은 가차 없다. 라그도 이마를 부여잡고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았다.
"눈에 보이는 것이 세상 전부가 아니다. 네 눈에 보이는 것만 믿지 마라. 세상은 네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변화무쌍하다."
세렌은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거인은 죽음의 사막으로 보내신 겁니까?"
"응, 그곳만큼 사람 이목을 피할 곳이 따로 없지. 거인 4명에 먹을 보급품을 보내는 것 때문에 메흘린이 오래간만에 바빠지겠구나."
"스승님은 벌써 준비해 놓으셨군요."
"그래 들소 만 마리에 양과 벌꿀주 천 통 등 모을 수 있는 것은 다 끌어모으라고 했다."
"아니 스승님은 세상일을 다 알고 계십니까? 어떻게 아시고 미리미리 준비하신단 말입니까?"
"나도 신이 아니다.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고 있을뿐이다. 움직이자. 곧 이곳이 붕괴할 것 같구나."
이들이 이동한 곳은 엠버스피어다.
"음, 따뜻한 밥이 그립구나."
"전 따뜻한 온수로 목욕 좀 하고 싶네요."
"그럼 각자 할 일을 하고 저녁때 모이자."
칼멘은 라그를 번쩍 안아 들었다.
"라그 오랜만에 언니랑 목욕하자."
"응, 좋아."
"전 그럼 수련을···."
"미련한 것아 쉴 때는 쉬어라. 그런다고 네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것도 아니잖느냐?"
저 멀리서 거대한 체구의 오크가 한 명 달려오고 있다.
"스승님 오셨습니까?"
"야 너 또 자랐냐?"
"네, 하하. 반 뼘 정도 더 자랐습니다."
"반응이 좀 느리다."
"포탈을 느끼고 바로 달려왔습니다. 애들 훈련 시키느라 북쪽에 있었습니다."
"알프레드는?"
"특별히 선별된 아이들을 데리고 정찰 나가 있습니다. 요즘 마족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습니다. 한 마리가 계속 주변을 서성이는 것이 이곳을 조사하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경비에 특별히 신경 쓰거라. 내일 날 밝으면 훈련장에서 한번 보자."
그 말에 트리스탄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
칼멘이 당황하는 트리스탄의 얼굴을 보고 배를 잡았다.
"칼칼칼! 오크도 스승님의 수련을 두려워하는 모양입니다."
"칼멘 너도 마찬가지다."
"으엑!"
프랜시스는 탈로스로 모습을 바꾸었다. 프랜시스의 얼굴을 이곳 사람들에게 노출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탈로스는 기이할 정도로 긴 팔을 가진 난쟁이 모습이다.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사람이 꺼리는 모습이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활동하기 편해 자주 이용하고 있다.
처음 칼멘도 이런 탈로스의 외모만 보고 무시했었다. 그러다 그의 무시무시한 능력을 보고 스승으로 모시기로 했지만 말이다.
"어때 잘 돼 가고 있어?"
아울은 들어오는 탈로스를 보자마자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식을 탐독하는 것은 잠을 자는 것보다 더 달콤한 꿈입니다."
"얼씨구 열심히 탐독해서 황제에게 갖다 바치는 재미가 쏠쏠하지?"
"그건 어쩔수 없는 일이잖습니까? 제국의 안녕을 위한 일이고 교주님께서도 승낙한 것인데 자꾸 그러시면···."
"두 연놈이 짜고 하나는 황제에게 하나는 케이사르에게 정보를 빼돌리고 있는데 신이 나나 신이?"
그러면서 탈로스는 품에서 한 권의 책을 아울에 건넸다.
"오! 사자의 서. 이거 진본을 보고 싶어서 꿈속에나 그리던 것인데. 드뎌 손에 넣으셨군요."
아울의 눈에서 서광이 뿜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 넣었다. 이제 사자의 서가 황태자의 손에 들어왔다고 황제에게 일러바쳐야지?"
"아니, 그게 아니고···. 쩝."
- 작가의말
코 시국이 끝나고 회사가 정상화 되면서
그동안 못했던 것에 다시 시작하면서
회사 그만 두라고 했던 사장 놈이
저를 붙잡아 두려고 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뭐 그렇고 그런 분위기 만들어서
술 한잔 먹이고 그래서 좀 늦어서
글 못 올렸습니다.
안 그랬어도 어제 회의가 늦게 끝나서
저녁 먹고 간단히 반주 한잔 하고 들어와도
9시가 넘어가는 시간인 터라...
약속은 꼭 지키고 싶은데
주어진 환경이 자꾸 등을 떠미네요.
사정 상 월요일. 금요일은 간혹 빠질 수가 있으니
이 점 이해 부탁 드립니다.
이왕 이 만큼이나 왔는데 완결은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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