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요원의 더블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공모전참가작 새글

제러에이리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6
최근연재일 :
2024.09.16 12:00
연재수 :
98 회
조회수 :
7,251
추천수 :
90
글자수 :
490,910

작성
24.07.31 12:00
조회
69
추천
1
글자
11쪽

개막(15)

DUMMY

“이 씨, 아저씨는 언제 오시기로 했지?”

“조금 있으면 도착할 거예요.”

“드디어 본부에서도 집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인가?”

“강 씨, 아주머니가 음식솜씨가 좋은가 봐요.”

“그렇겠지. 식당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셨으니까.”


마침 기다리던 이 씨 아저씨 가족이 도착해서 저택의 입구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있다.


삘리리 삘리리 삘리리


“네, 아저씨 문 열려 있으니까, 안으로 들어오세요.”

“예, 알겠습니다.”


인터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처음 만났을 때 보다 훨씬 생동감이 넘쳤다.

그리고 들어온 그들의 가족들 또한 얼굴이 밝아 보여서 다행이었다.


“주빈아! 인사, 드려라, 여기 사장님이시고 가족분들이시다.”

“안녕하세요, 이주빈입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저희를 거두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무슨 말씀 이십니까?!, 오히려 저희가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이 씨 아저씨는 마흔다섯 살로 건축이나 조경에 기술을 가지고 일용직으로 이십여 년을 살아오신 분으로 헌터 본부의 관리를 맡아 주시기로 했다.


강 씨 아주머니는 마흔의 나이로 식당 주방에서 십 년이 넘는 경력을 가진 분으로 우리의 식사를 책임져 주실 거다.


두 분의 딸인 이 주빈은 열세 살의 나이에 걸맞은 귀여운 아이였고 내일 이곳에, 위치한 초등학교에 전학하게 될 거다.


“주빈아, 예쁘네, 여긴 이제 주빈이 집이니까, 마음대로 사용하면 된다. 알겠니?”

“네, 사장님.”

“호칭은 나중에 바꾸도록 하고 일단 ‘아라’가 주빈이 방으로 안내해 주고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저 따라오세요.”

“예? 주빈이, 방을 따로 주신다고요?”

“그럼요, 여기 방이 많습니다. 그리고 주빈이 방과 두 분이 쓰실 방이 붙어 있으니까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그럼, 왜? 따로......”

“두 분께 따로 말씀드릴 것도 있고 방을 ‘아라’가 꾸민 곳이거든요.”

“아! 예, 근데 하실 말씀이란 것이?”

“먼저 저희를 어렵게 대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가족같이 대해주시면 됩니다.”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집을 저희가 있던, 없던 저희가 쓰는 곳 이외에는 마음대로 사용하시면 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눈물을 보이는 두 분에게 생활할 방을 안내하고 우리는 거실에 다시 모여 이제부터 바뀔 집안 분위기를 상상하며 헤실거렸다.


“‘아라’, 공주방을 빼앗겨서 어떡하냐?”

“나하고 별로 안 맞았는데 잘됐어요.”

“그래, 넌 샌드백 두 개만 있으면 됐지, 무슨 전신거울에 대형 화장대가 필요하냐?”

“그래도 대형 화장대는 주빈이 책상으로 사용하면 되잖아요. 전신거울은 내방으로 옮기기로 했어요.”

“그건 옮기는 게 맞다, 격투도 폼이 좋아야지.”

“‘브로’는 입주 선물 안 줘요?”

“나? 내가 왜?”

“같은 식구가 되었는데 조카가 생겼으면 선물 정도는 줄 수 있잖아요.”

“그럼, ‘안동’은?”

“저분들을 이곳으로 이끈 게 ‘안동’이에요.”

“삼단봉이 작은 게 하나 있는데 그걸로 해야겠다.”

“그럼, ‘아라’가 호신술도 가르쳐, 우리 조카가 어디 가서 맞으면 안 되잖아?”

“알았어요, ‘브로’, 가요.”

“왜?”

“‘브로’는 선물하고, 나도 주빈이랑 시간 정해야죠.”

“당장 하게?”

“그럼요, 말 나온 김에 해야지.”

“알았어, 밴에 갔다 올 게, 기다려.”


식구가 늘어나니 덩달아 ‘브로’와 ‘아라’가 분주해졌다.

이 큰 저택이 이제야 조금은 사람이 사는 집으로 변하는 것 같다.




분노에 영혼이 날아가 버릴 것, 같은 나날을 보내던 박중기 의원은 집에 감금 아닌 감금당한 상태에서 전에 보았던 거구의 청년을 찢어 죽이고 싶은 마음만이 하루 종일 정신을 지배하고 있었다.


거실을 서성이던 박 의원이 갑자기 생각이 났는지 폰을 들고 연락처를 찾더니 통화버튼을 누른다.


“여보세요, 나 박중기요.”

“오랜만입니다, 의원님.”

“내가 요즘 사정이 좀 안 좋아서 그런데 도움을 조금 줄 수 있겠나?.”

“저희도 사실 여력이 없습니다.”

“진 사장 나 이렇게 쓰러질 그런, 사람 아니야! 알잖아?”

“당연히 박 의원께서는 금방 일어서실 겁니다.”

“그럼, 이번에 사람 좀 빌려줘 응!, 진 사장.”

“이번에 저희도 이 차장 때문에 상당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알지, 나도 그놈의 이 차장 때문에 곤욕이 말이 아니야.”

“아무튼 우리도 여건이 안 되니 조금 기다리신다면 인원이 보충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솜씨 좋은 친구 한 명이라도 부탁하지.”

“음... 그럼, 한 명 보내겠습니다.”

“고맙네, 위험한 일도 아니야 한 놈만 손 봐주면 돼.”

“알겠습니다. 내일 댁으로 보내겠습니다.”

“다음에 꼭 보답하지. 고맙네.”


통화를 마친 박 의원의 얼굴엔 비릿한 살기가 느껴지고 입에서는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욕지기를 뱉어내며 의미 모를 저주를 퍼붓는다.

그 저주는 누군지 모를 잘생긴 청년으로 향하고 있었다.



금요일 오후 요즘 정해진 일정이 되어버린 주말 부부가 되어 본가에서 할머니의 이쁨을 받고 할머니의 기쁨이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해방케 함으로써 가정의 평화와 효도를 함께 이행한다.


이번 주도 토요일 아침이 되자,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는 라운딩을 가장한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셨고 엠마와 난 집안에 갇힌 인형이 되어 할머니와 엄마의 손에 머리와 엉덩이가 허전할 틈도 없이 이뻐해 주셨다.


토요일 오후가 되자, 본가 여성 거주 연합회 회원분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사랑의 단짝 ‘엠마’와 일 층으로 내려오니 바로 일감을 받았다.


나는 할머니가 지휘하고 아줌마와 엄마가 돌진하는 작전지역에 투입되어, 빨간 김장용 양념 속을 담고 있는 통을 들고 어제부터 짠물의 고문에 축 늘어진 배추를 한 손에 쥐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아줌마와 엄마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렇다 오늘은 김치를 담그는 날이다.

김장 김치는 조금 더 있어야, 하지만 우리 집은 김치를 수시로 담는다.

묵은 지와 새 김치를 둘 다 많이 소모하는 집이기 때문이다.


“예지는 여기 김치통에 치대진 배추를 담으면 된다.”

“네, 할머니.”

“훈아, 넌 부지런히 배추고 김치통이고 지켜보다 필요하면 날라라.”

“넹, 할매, 수육을 내가 보면 안 될까요?”

“수육은 할미가 볼 테니 넌 재료만 안 떨어지게 공급하거라.”


작전 사령관께 보직 이직 신청을 건의했지만, 기각당하고 꿀 보직인 새 김치와 함께 저녁 식사를 책임질 돼지 수육을 삶고 있는 찜통의 지키미를 다시 도전할 수 없었다.


“훈아! 뭐 하니? 여기 배추 더 가져와.”

“도련님, 여기도 가져다주세요.”


엄마와 아줌마의 배추 처리 속도는 내 휴식은 물론 조금의 틈도 허용치 아니했다.

그러니 ‘엠마’가 속에 꽉 찬 배추를 담고 있는 배추 김치통도 순식간에 다 차버리고 나의 노동은 쉴 새 없이 이어졌다.


한바탕 전투를 끝내고 구수한 육 향이 식당을 점령하고 있을 때 기대하고 기다리던 결과물인 배추김치 몇 포기와 돼지 수육이 식탁에 올라왔다.


두 시간을 푹 삶은 돼지 수육은 질기지 않고 사르륵 잎에서 녹아드는 듯한 부드러운 식감으로 새로 담은 김치의 아삭한 식감과 어울렸다.


배추의 달고 짭쪼롬한 맛과 수육의 담백 고소하고 육 향이 가득한 맛 그리고 양념의 달콤 매콤 짭짤한 감칠맛이 혀를 즐겁게 한다.


“고생했다. 많이 먹어라. 예지야. 훈아.”

“넹 할매.”

“네, 할머니, 할머니, 어머니도 많이 드세요.”

“예지가 일도 잘하네, 이쁘면서도 일 잘하기는 힘든데.”

“아니에요, 어머니께서 잘 가르쳐 주셔서 그래요.”

“밥 먹는데 자기 얼굴에 금칠 그만하고 드세요.”

“너는 이제 결혼도 얼마 안 남았는데 바뀌질 않니?”

“제가요? 저 많이 바뀌었습니다. 벌써 대표이삽니다.”

“그래요, 대표이사님, 등짝은 얼마나 튼튼한지 볼까요?”

“항복!, 소자 잠시 건방을 떨었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나에게 있어서 집안의 훈육 담당이시고 유일한 폭력행사 라이선스를 보유하신 엄마께 납작 엎드리고 이층으로 테레포트 이동은 안 되어도 재빨리 ‘엠마’의 손을 잡고 올라갔다.


가정식 보쌈의 참맛을 느끼며 오늘의 노동을 보상받고 한껏 올라왔던 피로가 달아난다.


“‘엠마’, 오늘 힘들었죠?”

“아니에요, 재미있었어요, 김치 처음 담아봐요.”

“조금 있으면 정말 하루 종일 김치 담는 김장 김치의 날이 다가옵니다.”

“그래요?, 엄청 많이 담는가 봐요?”

“그땐 아마 전 출장이 있을 것 같거든요. ‘엠마’도 일이 바빴으면 하네요.”

“호호호, 어머니 말씀처럼 바뀌질 않네요, ‘안동’은.”

“사람은 바뀌지 않습니다. 좋은 쪽이나 나쁜 쪽이나.”

“안동은 피곤하세요?”

“아뇨, 구수한 수육과 상큼한 김치의 희생이 나의 지친 몸을 회복시켜 줘서 다시 팔팔해졌어요.”

“어머나, 오늘도 어제처럼 노오오오력을 많이 하겠네요.”

“네? 그건 너무 앞서 나간 추측이 아닐까요?”

“그럼, 먼저 씻고 올게요.”

“‘엠마’, 섣부른 판단은 경영자가 자제하여야 하는 덕목입니다.”

“알았어요, 그럼, 같이 씻어요, 빨리 와요.”


내가 언어 선택을 잘못하는 것인가? 엠마의 해석 능력이 다른 것인가? 알지 못하겠지만

떨어졌다, 올라갔다, 하는 내 체력은 주말이 되면 롤러코스터를 탄다.




월요일 아침 출근길 조수석에 앉아 있는 안 실장님이 일정을 브리핑하는 것을 들으며 창문으로 북적이는 시내를 감상하고 있었다.


차가 붐비고 신호등을 앞에 두고 한참이 지나서도 통과 하지, 못 할 때 오토바이 한 대가 내 옆에서 멈춰 섰다.


선팅이, 되어서 바깥에서는 보기 힘들 텐데도 오토바이 사나이는 헬멧의 고글을 올리고는 유심히 내가 앉아 있는 뒷자리를 바라본다.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검은 가죽바지와 재킷을 착용한 그를 보니 졸라 맨이 생각났다.

둥근 머리에 선으로 이루어진 몸통과 팔다리가 비쩍 마른 체형이 딱 졸라 맨과 어울렸다.


돈을 무척 많이 줘야 살 수 있는 고급 차종이라 호기심에서 바라본 것이었을까?.

그건 아니었다.

오토바이 선 위치가 용건이 없으면 설 필요가 없는 위치였다.

결정적으로 졸라 맨의 눈에 살기가 차올라있고 암살 전문가의 포스를 내뿜고 있었다.


그 오토바이 졸라 맨의 오른손이 재킷 안쪽으로 향하자, 내 감각은 최고의 위험 단계를 인지하고 경고를 보내고 있다.


“안 실장님, 기사님, 엎드려요.”


퓨슝 퍼석 퓨슝 퓨슝 퍼벅 바아아앙


내가 외치는 소리에 기사님과 안 실장님이 엎드리고 첫발의 총탄이 차창을 부수며 날아왔고 연이어 두 번째, 세 번째 총탄이, 날아왔다.


둔탁한 부딪치는 소리와 오토바이가 급발진하며 나아가는 소리까지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프리랜서요원의 더블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주기 +1 24.05.09 70 0 -
98 개막(48) NEW 22시간 전 6 0 11쪽
97 개막(47) 24.09.13 11 0 11쪽
96 개막(46) +2 24.09.12 15 1 11쪽
95 개막(45) 24.09.11 14 1 11쪽
94 개막(44) 24.09.10 16 1 11쪽
93 개막(43) 24.09.09 16 1 11쪽
92 개막(42) 24.09.06 21 0 11쪽
91 개막(41) 24.09.05 20 1 11쪽
90 개막(40) 24.09.04 26 1 11쪽
89 개막(39) 24.09.03 23 0 11쪽
88 개막(38) 24.09.02 19 0 11쪽
87 개막(37) 24.08.30 25 0 11쪽
86 개막(36) 24.08.29 23 0 11쪽
85 개막(35) 24.08.28 23 0 11쪽
84 개막(34) 24.08.27 22 0 11쪽
83 개막(33) 24.08.26 29 0 11쪽
82 개막(32) 24.08.23 26 0 11쪽
81 개막(31) 24.08.22 26 1 11쪽
80 개막(30) 24.08.21 29 1 11쪽
79 개막(29) 24.08.20 28 1 11쪽
78 개막(28) 24.08.19 26 1 11쪽
77 개막(27) 24.08.16 33 1 11쪽
76 개막(26) 24.08.15 29 1 11쪽
75 개막(25) 24.08.14 30 1 11쪽
74 개막(24) 24.08.13 30 1 11쪽
73 개막(23) 24.08.12 33 2 11쪽
72 개막(22) 24.08.09 33 1 11쪽
71 개막(21) 24.08.08 35 1 11쪽
70 개막(20) 24.08.07 40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