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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토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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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토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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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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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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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복잡성

DUMMY


연서에 대해, 해수는 많은 생각을 할 틈은 없었다.

그저 좋은 선배였고 따뜻하고 친절한 동료라고 생각했다.


이상한 기분이 들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긴 시간 우주선에서 자라온 해수는 인간의 감정에 대해 모든 것이 낯설었다.


우주선의 비행에서도 인간의 감정을 교육받기는 했다.

하지만 그 부분이 해수에게는 가장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기도 했다.


연서는 빤히 해수의 눈을 쳐다보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대답을 원하는 거지?”

해수는 연서의 이마를 툭 치며 말했다.


“무슨 대답이라도 재밌을 거 같아서 말이야.”

“글쎄.

우주선에서 깨어난 지 오래되지 않아서···.

내 감정에 대해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


“쳇! 그럼, 나한테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말해봐.

내가 듣고 알려줄게.”

“뭐···. 좋기도 하고, 가슴이 뛸 때도 있었고, 서운할 때도 있었고, 귀여울 때도 있었지.”

“오호. 나를 보고 그렇게 많은 감정을 느꼈다는 거야?”


“내가 다쳤을 때, 눈물 흘리는 모습이 기억에 남고···.

로건을 생각할 때 애틋한 감정도 느꼈고···.

에이! 잘 모르겠어. 어려운 일이야.”


“그때 내가 운 걸 알았어?”

“헬멧에 습기가 잔뜩 끼어서 그런가 싶었지.

정확하게는 못 봤어.”

“그럼 울지 않은 걸로 해.

여자들은 보기보다 감정이 복잡하거든.”


감정이 복잡하다···?

해수는 회로의 복잡한 연결을 상상하고 있었다.

가끔 과부하로 스파크가 튀고, 합선되는 그런 이미지였다.


“선은 단순할수록 좋지. 명확하니까.”

해수는 그런 복잡한 회로를 단순하게 수정하는 상상 하며 말했다.


그때, 해수의 호텔 창가로 앤더슨 대령의 시신이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앤더슨 대령의 시신을 실은 비행선 주변.

형형색색의 드론이 고래 형상을 홀로그램으로 띄우며, 화려한 조명을 만들고 있었다.


“아름답네.”

연서는 창가에 기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애도 기간이었기 때문에, 모든 건물의 불빛은 꺼져 있었다.

캄캄한 어둠 속을, 마치 한 마리의 고래만이 나풀대는 것 같다.

환상적인 광경이었다.


“왜 고래일까?”

“평소에 앤더슨 대령이 고래를 좋아했대.

거대하면서 관대한 성품이 좋았다고 하더군.”


앤더슨 대령이 초기 해군에 입대했을 때.

지구를 항해하며 본 고래의 모습에서 감명받았다고 했다.

무엇을 좋아하든, 죽어서 이렇게 사람들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해수는 생각했다.


“로건의 죽음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던 건가?”

문득 생각난 해수가 물었다.

연서는 말없이 창밖의 광경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로건은 어떤 동물을 좋아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갔다.


“그거 알아?”

연서가 물었다.


“뭐를?”

“고래는 지구 동물이라, 여기 델릭스 행성에는 존재하지 않아.

지구 동물들은, 델릭스 사람들에게는 마치 상상 속의 동물이랄까?”

“나도 지구에서 태어났지만, 지구 동물들을 본 적은 없어.”


해수 역시, 많은 지구 동물에 대해서는 영상으로만 보았을 뿐이다.

“근데 많은 델릭스 사람들은 지구의 생명체를 그리워하지.

멸종되어 사라져 버린 모든 것을···”

“왜?”


“글쎄. 향수랄까?

지구에서 온 것이라면, 뭔가 다르고 고급스럽다고 생각하니까.

찬란한 인류의 문명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고···.

아니면 새로 건설해야 하는 도시의 모델이라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어.”


“어쨌든 역사는 반복될 가능성도 있는 거니까.”

“그럴 수도···.

델릭스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지구 문명을 하나의 신화처럼 생각해.

결국 인간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들은, 세상에서 반복될 뿐이니까.”


“비슷할지는 모르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겠지.

환경이 다르니까.

델릭스에서는 델릭스만의 문화가 발전하지 않겠어?”

“.....”

“하긴 우리가 비교할 수 있겠어?

그저 델릭스의 삶이 현실이니, 여기에 적응할 뿐이지.

앤더슨 대령이 없는 델릭스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네.”

해수의 말에 연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서 태어났지만, 이곳에서 버려진 연서는 지구에서 온 로건의 손에 자랐다.

아마도 델릭스를 바라보는 그 감정의 복잡성을, 해수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 순간 방안에 벨이 울렸다.

“누구지?”

연서는 놀라 문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에리카 아닐까?

여기 올 사람이 에리카 밖에는 없잖아.”

해수가 문을 열자, 에리카와 한 소녀가 서 있었다.


에리카는 무척이나 초췌해진 모습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소파로 걸어와 털썩 주저앉았다.


에리카 곁에 있는 소녀는 시선을 에리카에게만 고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와 에리카의 곁에 섰다.


두 손을 모으고 공손히···.

어리게 보였지만, 전혀 행동은 어리지 않았다.


“휴! 힘든 하루였어요.

아직도 일이 다 끝난 건 아니지만.”

에리카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


에리카가 땀을 닦은 티슈가 땅에 떨어지자, 소녀는 재빨리 주워 쓰레기통에 버렸다.

마치 몸종 같은 느낌이었다.


“마침 연서 씨도 같이 있었군요.

잘 됐어요.

그렇지 않아도 부르려고 했는데···.”


“호호호. 넓은 방에 혼자 있기는 심심해서요.”

연서는 멋쩍은 듯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의 특별비행이 허가 났어요.

비밀리에 서류를 꾸미기는 했지만···.

오늘 밤 아무도 모르게 다시 886 행성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단, 특별허가된 다른 기종의 비행선으로 갈 겁니다.”

“네? 정말요?”

연서는 기쁜 듯, 아닌 듯한 감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빨리 돌아갈 필요는 없는데···.”

해수도 갑작스런 복귀에 당황했다.

막 델릭스 도시 행성에 적응하는 참이었는데 말이다.


“우주 비행국과는 얘기가 다 되었어요.

몰래 빠져나가도, 보고가 올라와도 제가 중간에서 누락시킬 거니까 상관없어요.”


“.....”

“그리고 이 아이가 866 행성 우주정거장에 새롭게 합류할 겁니다.”

에리카는 특유의 사무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에? 이 꼬마애랑요”

연서의 말에, 소녀는 날카롭게 연서를 노려봤다.

어린 소녀 같았지만, 눈매에서는 살기가 넘쳐흘렀다.


연서도 소녀의 눈빛을 보고 움찔한 표정이었다.

불도 켜지 않은 어두운 방이었지만, 앤더슨의 비행선의 행렬이 아직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방안은 표정이 보일 정도로 밝기는 했다.


“이 아이의 이름은···.”

에리카가 말하려 하자, 소녀는 재빠르게 말했다.


“제 이름은 아이나스입니다!”

소녀는 제법 우렁차게 말했다.

딱 보아도 아주 당차 보였다.


“아이나스? 바··· 반가워.

나는 연서라고 해. 연서 언니라고 불러.”

연서는 친절하게 말했지만, 소녀는 연서를 쫙 째려보았다.


‘휴!

이거 골칫덩어리가 되겠는데?

델릭스 도시에서는 왜 이렇게 일이 꼬이는 거지?’

해수는 복잡한 맘으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얼굴에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나스에게 말했다.


“반가워. 귀여운 아가씨.

나는 해수라고 해. 해수 오빠라고 부르면 돼.”

해수도 최대한 친절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아이나스는 해수 역시 쫙 째려봤다.


“귀엽다는 말, 아가씨란 말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에요.”

아이나스는 정확하게 꼭 집어 말했다.


“그···. 그럼 뭐라고 불러주면 좋아할까? 하하하”

해수는 머리를 긁으며 물었다.


“그냥 아이나스, 이름만으로 충분해요.”

아이나스는 기분이 풀렸는지 해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거 데이터 팩을 달라는 건가? 악수를 하자는 건가?’

순간 해수는 헷갈렸다.

하지만 아이나스의 손이 하늘을 향하지 않고, 반듯한 걸 보고 손을 잡으며 악수했다.

해수의 손이 커서, 세 손가락만 잡았다.


아이나스의 손은 아픈가 싶을 정도로 뜨거웠다.

작은 손으로 해수의 손을 잡고 악수를 했지만, 작은 소녀의 악력은 대단했다.

자신의 힘을 보여 주고 싶어 한다는 느낌이랄까?


“뭐야? 너 힘이 엄청 세구나?”

그 말에 아이나스는 다시 어린아이처럼 방긋 웃었다.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소녀였다.

“흠.”

에리카는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헛기침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아이나스는 어리기는 해도 매우 용맹한 아이예요.

아리온 행성에서 전사로 활약했던 아이죠.”


에리카의 설명에 만족한다는 듯이, 아이나스는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야기를 해줘도 될까?”

에리카 역시 조심스러운지, 아이나스의 얼굴을 쳐다보며 물었다.

아이나스는 절도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온 행성의 유일한 생존자로 알려져 있죠.“

“아이온 행성의 유일한 생존자?”


아리온 행성이라면···.

해수도 로건의 자료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델릭스 행성과 같이 인류가 탐사를 떠난 행성 중의 하나였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잘 정착되고 있다고 기록되어 있었는데 말이다.

유일한 생존자라니···.


“그럼 저는 바빠서 이제 가봐야 해요.

비행선은 준비되어 있어요.

하시모토가 밖에서 대기하고 있으니, 준비되면 우주 공항으로 데려다줄 거예요.”

해수와 연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아이를 잘 부탁해요.”

에리카는 정중히 머리를 숙이며 해수와 연서에게 말했다.


“아! 걱정마세요.

당찬 성격이니 잘 적응할 거 같은데요.”

연서는 에리카의 정중한 인사가 부담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에리카는 나가면서 해수에게 눈짓했다.

잘해보라는 눈빛?

“아하! 그럼요. 잘 돌볼게요. 하하하”


별로 준비할 것이 없는 해수와 연서는, 곧바로 떠나기로 했다.


***


하시모토의 차량은 우주 공항에 도착했다.

차 안.

어두운 도시만큼 무거운 침묵만 감돌았다.


“도착했습니다.”

하시모토의 말에 해수는 잠들어 있던 아이나스를 깨워 차에서 내렸다.

엘리베이터를 통해 올라가 문이 열리자, 처음 도착했을 때와같이 긴 유리관의 통로가 보였다.


“그럼 안전한 여정 되시고 다음에 뵙겠습니다.”

하시모토는 떠나는 해수 일행이 사라질 때까지 고개를 숙이고 인사했다.


“휴! 하시모토랑 있으면 왠지 불편해.”

연서는 유리관의 통로를 지나면서 해수에게 말했다.

“하하하. 뭐 원래 성격이 진중한 사람 같으니 이해해야지.”


하지만 뒤에도 방안으로부터 한마디도 하지 않고 따라오는 아이나스의 눈빛이 느껴졌다.

불편한 사람 하나 추가.


새로운 기종의 비행선.

최신식인 듯 넓고 안락했다.

“와! 이 비행선 너무 맘에 들어.”

새로운 가죽 냄새가 밴 비행선에 들어서며 연서가 말했다.

“이 비행선은 엄청 고급스럽네.”


탑승석도, 전의 비행선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안락했다.

“아이나스 덕에 좋은 비행선을 줬나 보다.”

긴장한 듯 경직되어 있는 아이나스를 보며 해수는 말했다.


“이제 한 팀이니 편하게 있어도 좋아.”

아이나스의 매서운 눈매를 보며 연서가 말했다.


좌석에 앉자, 자동으로 인체에 맞게 편안한 각도로 변형되었다.

“와! 이건 정말 다르네.”

해수도 감탄하며 말했다.


모든 게 새롭게 꾸며진 비행선이었다.

아이나스는 피곤한 듯, 뒤에 설치된 수면 캡슐로 들어가 잠들어 버렸다.


“저 아이 어떤 거 같아?”

“쉽지는 않겠어.”

해수는 난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마후랑 싸우지는 않을까?”

“마후가 양아치는 아니니 애랑 싸우지는 않겠지.”

“왠지 폭탄을 싣고 가는 기분이야.”

연서는 조종간의 스위치를 작동시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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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선물 24.09.10 24 1 11쪽
53 비밀 기지 24.09.09 25 1 12쪽
52 반란 24.09.08 29 1 11쪽
51 복귀 24.09.07 3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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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재건_1 24.09.02 4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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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스콜 24.08.28 4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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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추격 24.08.26 34 1 11쪽
38 출발 24.08.25 39 2 12쪽
37 변화 24.08.24 39 1 11쪽
36 두번째 전투_2 24.08.23 39 1 11쪽
35 두번째 전투_1 24.08.22 42 1 11쪽
34 첫 전투 24.08.21 46 1 11쪽
33 새로운 팀원 24.08.20 51 1 12쪽
» 관계의 복잡성 24.08.19 50 1 12쪽
31 어려운 사명 24.08.18 52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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