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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토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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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토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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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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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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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어려운 사명

DUMMY


“앤더슨 대령이 죽었어요.”

에리카의 한마디에, 낮에 만났던 앤더슨 대령의 말이 쓰나미처럼 떠올랐다.


반나절 사이 잊고 있었던 말들이, 마치 망령처럼 주르륵 해수의 기억 속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각성이라도 한 듯, 에리카의 말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슬픔이 몰려온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뭔가 알 수 없는 공허함이 몰려왔다.


마지막 앤더슨 대령의 말처럼···.

어쩌면 델릭스 도시는 혼란에 휩싸이고, 인류는 스스로 파멸로 빠져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해수에게는 앤더슨 대령의 말들이 충격적이기는 했지만, 그다지 현실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해수는 이곳에 온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다.

이 세계에서는 이방인에 가까운 해수였다.

‘도대체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나랑 무슨 상관이람!’ 하는 생각도 얼핏 스쳐 가기도 했다.


하지만 앤더슨 대령의 간절한 눈빛만큼은 잊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혼란은 이제부터 시작되겠죠.”

“앤더슨 대령이 당신이 나를 도울 거라고 했어요.”


해수의 말에 에리카는 잡은 해수의 손을 꽉 쥐며 말했다.

“그 말은 믿어도 돼요.”

“솔직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해수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에리카에게 말했다.


“이해해요. 그 감정.”

에리카는 조금 마음이 진정됐는지 냉정한 말투로 말했다.


“그래서 당신이 할 일을 알려주려고 내가 온 거에요.”

에리카는 말을 이었다.


“....”

“내일 앤더슨 대령의 장례식이 열릴 거예요.

당신은 일주일 더, 여기에 머물게 될 거구요.

앤더슨 대령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모든 비행선의 운항은 금지됐으니까요.”


“아!”

해수는 마후를 생각하며 탄식했다.


“당신은 일주일 동안 일어날 일들을 보게 될 겁니다.”

“무슨 일을요?”

“앤더슨 대령이 없는 델릭스 도시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당신은 어떻게 그 일들을 알 수가 있죠?”

“내일 자신이 앤더슨의 후계자라고 말하는 사람이 나타날 겁니다.

잔인한 사람이죠. 피도 눈물도 없는.”

“그 사람이 누구죠?”

“오카 페르쵸”


“오카···. 페르쵸?”

“당신은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이겠죠?”

해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은 하지 마세요.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는 많은 계획을 세워 두었죠.

당신을 도울 많은 비밀 요원 또한 있어요.

문제는 당신이 그 사명을 맡을 의사가 있는 거죠.”


“만약 내가 거절한다면?”

“그렇다면 다른 플랜을 가동하겠죠.

많은 플랜은, 실은 당신 아버지 로건의 계획이에요.

그때 불의의 사고만 아니었다면, 훨씬 당신의 짐이 가벼워졌겠지만요.”


해수는 담담히 말했다.

“저는 이미 정했어요.”


단호한 해수의 말에 에리카의 눈은 반짝였다.

정적이 한순간 흐르고 있었다.

정적 속에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앤더슨 대령과 로건의 길을 선택할 겁니다.”

해수는 낮은 목소리로 확고하게 말했다.


“좋아요! 잘 됐군요.”

에리카는 진심으로 기뻐했다.


“로건의 양자컴퓨터로, 모든 자료는 암호화해서 보냈어요.

이 일은 비밀리에 진행될 겁니다.

일주일 후, 이동 금지 조치가 풀릴 거예요.

그러면 당신은 다시 886 행성으로 돌아가게 될 겁니다.

그곳에서 우리와 연락하면서, 당신이 해야 할 일들을 알려주겠어요.”


“좋아요.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자신 없는 소리는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우리는 반드시 델릭스 행성을 지켜내야 하니까요.

어떤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말이죠.”

에리카는 특유의 날카로우면서도,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주일간은 여기서 머물러요.

천천히 당신이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알려줄게요.”

해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리카는 안심이 되었는지, 일어나더니 방문을 열고 나갔다.

그리고 그녀가 있던 곳에는 태블릿 하나가 놓여 있었다.


해수가 태블릿을 켜자, 그곳에는 극비사항의 많은 자료들이 들어있었다.

해수는 조용히 누워 그것들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그 자료의 첫 줄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인간은 선한가? 악한가?

이 자료를 읽기 전에 당신은 그것을 이해해야만 한다.

결국 역사에 기록된 인간의 모든 행위는, 동전의 양면처럼 인간의 두 본성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로건이 작성한 것이었다.


***


햇살이 넓은 호텔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삐이! 삐이!”

격렬히 울리는 벨소리에 해수는 일어나 문을 열었다.

연서였다.


“일어나봐! 대 사건이야!”

연서는 방안으로 급히 들어와, 벽면 가득한 디스플레이를 켰다.


거대한 디스플레이에는, 앤더슨 대령의 죽음에 대한 속보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어젯밤.

애석하게도 델릭스 행성의 창시자였자, 유일한 군주로 지지받던 앤더슨 대령께서 사망하셨습니다.”


온통 슬픔에 가득 찬 사람들의 행렬이, 온 도시에 가득한 모습이 방영되고 있었다.


“슬픔에 잠긴 시민들은, 모두 앤더슨 대령의 집무실이었던 헤셈 별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도보를 제외한 모든 이동 수단의 운행이 중지되어 있습니다.

아울러, 7일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델릭스 시민들의 많은 양해 부탁드리며, 장례식은 장례위원회의 주관에 따라 오늘부터 진행될 예정입니다.”


연서 역시 멍한 눈으로 디스플레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앤더슨 대령이 죽었어.”

연서 역시, 침통한 목소리로 혼잣말했다.


해수는 미리 알고 있어서 놀라지는 않았다.

하지만 연서의 곁에 와서 위로해 주었다.

연서는 머리를 해수 쪽으로 기대더니, 주르륵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속보입니다!

장례위원회의 최고위원인 오카 페르쵸 님의 대국민 담화 발표가 있겠습니다. “


오카 페르쵸?

해수는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이름을 듣고, 시선을 디스플레이 쪽으로 고정했다.

광장의 연단에 선 한 남자의 모습이 잡혔다.

다부진 몸매에 건장한 검은 상복을 입은 한 남성.

그는 성큼성큼 연단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가 연단에 서자, 그 뒤로 에리카의 모습도 화면에 잡혔다.


“에리카다!”

연서는 화면에 비친 에리카를 발견한 듯이 소리쳤다.

에리카는 초췌한 얼굴로 비통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 주변에는 검은 정장의 남녀가, 여러 명 줄지어 서 있었다.


“친애하는 델릭스 시민 여러분!

저 또한, 갑작스러운 비보에 슬픔을 감출 수 없습니다.

앤더슨 대령은 우리 삶의 일부였습니다.

그가 보인 가치와 헌신이 지금의 델릭스 시티를 만들었다는 것은 그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오카 페르쵸의 목소리가 또박또박 울려 퍼졌다.


“지금 그는 죽음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되었습니다.

그는···. 우리가 슬픔에 머물기를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나아가야만 합니다.

우리가 더욱 그의 이름을 빛내야만 합니다.

그래서 인류의 유일한 희망인 델릭스 시티가 더욱 번성해야만 할 것입니다. “


그의 연설에 시민들은 환호하며 지지했다.

앤더슨 장례위원회의 최고위원.

장례식이 끝나면, 오카 페르쵸가 제2 군주국 시대를 연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는 우주 자원국, 행정국, 우주국, 무기국, 방어국 등 주요 기관의 요직을 거쳤다.

그렇게 그 자리에 올랐다는 것을, 해수는 어제 에리카의 자료를 통해 알고 있었다.

이제 델릭스 도시의 모든 권력은 그가 장악하고 있다는 것도 말이다.


이미 그는 델릭스 시티의 모든 권력을 장악했음에도, 앤더슨 대령이 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굳이 그 늙은이를 제거해서,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지.”

오카 페르쵸의 녹취록에서 들은 내용이었다.


에리카가 그에 대해 그렇게도 잘 알고 있었던 이유는, 오카 페르쵸의 여동생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방대한 자료임에도 인물의 관계도를 잘 정리해 둔 덕에, 해수는 이제 델릭스 도시 행성의 흐름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룻밤 사이에, 해수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도 알고 있었다.


아마도 긴 싸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도 아니었다.


호텔의 창밖에는, 여전히 많은 시민의 애통한 곡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것은 그들의 미래를 예언하는 소리처럼 들려왔다.


델릭스의 밤이 되자, 장례식은 더 화려해졌다.

높은 도시 건물 사이로 앤더슨 대령의 시신을 실은 비행선이 홀로그램의 고래 형상 속에 떠다니고 있었다.

그 주변으로는 보안국의 비행선들이 호위하고 있었다.


고래 형상은 평소 앤더슨 대령의 상징이었다.

지구에서 그는 해군으로 복무했었다.

젊은 시절 바다에서 본 고래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 모습이 앤더슨 대령에게는 인상깊었던 모양이었다.



델릭스 도시 어디에서든, 앤더슨 대령의 시신을 실은 비행선을 볼 수 있었다.

마치 영웅처럼 추앙받는 장면이었다.


도시의 전광판과 디스플레이에서는 매시간, 앤더슨 대령의 업적과 오카 페르쵸의 연설이 반복되어 방송되고 있었다.

“오카 페르쵸에 대해 알아?”

해수는 하루 종일 자신의 방에 머무는 연서를 보며 말했다.


“오카 페르쵸?

음··· 이름은 들어 본 거 같은데···.

난 워낙 정치에는 관심이 없어서.”


“저 사람이 차기 군주 자리에 오를 거라고 하던데?”

“그래? 넌 정치에 관심이 많은 거야?

어떻게 그럴 걸 알지?”


“이제 관심이 생겨서 말이야.

앞으로 델릭스 행성에서 살아가려면, 기본 상식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어?”

“호호호. 온 지 며칠이나 됐다고.

그래도 적응이 빨라서 좋네.”


모든 플랜은 해수의 머릿속에 있었다.

다만 오카 페르쵸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실행 여부가 가려질 것이다.


“이제 우리도 슬슬 출발할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어?”

연서는 해맑게 해수에게 말했다.


“출발? 어디로?”

“886 행성으로 오늘 출발해야 하는 거 아냐?”

“아!”


해수는 다른 생각들로 깜빡한 것이었다.

아니면 연서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아! 그게··· 우리 비행은 금지됐어.”

“뭐라구?”

“앤더슨 대령의 장례 기간에는 모든 비행이 금지야.”

“아···. 그렇구나. 마후에게도 알려야 되지 않을까?

아마 우리가 돌아오길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텐데.”


“우리는 지금 외부로 연락할 수 없어.

에리카가 오면 연락하도록 하자.”

“마후가 괜찮을까?”

연서는 혼자 있는 마후가 걱정되는 듯 말했다.


“신경 안 써도 될 거야.

그 녀석은 푹 쉬고 있을 테니까.”

“하긴 워낙 뭔가 신경 쓰지 않는 스타일이니.

이렇든 저렇든 쉴 수만 있다면 상관없어하겠지.”


“근데 마후가 너를 좋아하는 거 같은데?”

해수는 넌지시 물었다.


“응응. 사실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뭐 진짜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는걸.

마후가 말했어?”

연서는 궁금한 듯 물었다.


“아니. 그냥 눈치로 보자면 말이지.”

“솔직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뭐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잖아?”

“하긴 당장 그렇게 물어본다면 마후가 당황해하겠지.”

“근데 너가 보기에도 그랬어?”


연서는 궁금한 듯이 물었다.

“응! 그래 보이던데?”

“그럼 니 기분은 어땠어?”

갑작스런 연서의 질문에 해수는 곰곰이 생각해 봤다.


“글쎄. 아직까지 적응하기도 버거워서 다른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는데.”

“바보! 그럼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데?”


연서의 질문에, 해수는 빤히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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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비밀 기지 24.09.09 26 1 12쪽
52 반란 24.09.08 30 1 11쪽
51 복귀 24.09.07 31 1 11쪽
50 재건_5 24.09.06 31 1 12쪽
49 재건_4 24.09.05 32 1 11쪽
48 재건_3 24.09.04 30 1 12쪽
47 재건_2 24.09.03 33 2 12쪽
46 재건_1 24.09.02 4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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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스콜 24.08.28 42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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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추격 24.08.26 35 1 11쪽
38 출발 24.08.25 3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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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두번째 전투_2 24.08.23 40 1 11쪽
35 두번째 전투_1 24.08.22 43 1 11쪽
34 첫 전투 24.08.21 47 1 11쪽
33 새로운 팀원 24.08.20 52 1 12쪽
32 관계의 복잡성 24.08.19 50 1 12쪽
» 어려운 사명 24.08.18 5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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