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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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문가비
작품등록일 :
2024.07.19 09:49
최근연재일 :
2024.08.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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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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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실종 2 [Strength]

DUMMY

도윤은 단잠을 자며 꿈을 꾸었다.


꿈속의 연서는 어디로 가는지 계속 걷고 있다. 보이는 모습은 걷는 두 발의 뒷모습 뿐이다.

어딜 가는 걸까. 흙 내음이 가득한 안갯속에서 연서는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


“도윤아! 도윤아!”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에 도윤이 눈을 떴다. 어머니였다. 꿈인지 생시인지 잠결이라 구분이 가지 않는다.


“도윤아 일어나 봐!”

몸이 흔들린다. 꿈이 아니다. 


“어? 엄마 왜요? 무슨 일 있어요?”

도윤의 어머니는 옆에 앉아 도윤을 깨우고 있었고 방 문 앞에는 천왕 할머니께서 서 계셨다.



“도윤아 인나 봐라. 연서가 방에 없다! 찾아야 한다!”

천왕 할머니의 목소리에 도윤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연서가요? 어디로요? 갑자기? 언제요??”


“어디로 갔는지 모르니까 그러지! 언제 나간 건지도 모르겠어. 휴대폰도 방에 그대로 있고. 찾으러 가자. 어서.”


벌떡 일어난 도윤은 천왕 할머니께서 주신 손전등을 건네받았다.

“엄마, 할머니 두 분은 여기 계세요. 괜히 길 잃으면 더 큰일이야. 연서는 제가 찾아볼게요.”


도윤은 서둘러 신발을 구겨 신고 나왔다.


“도윤아! 위로 올라가라! 위로! 키 큰 나무가 빽빽하니 보일 때까지!”

연서를 찾으러 뛰어가는 도윤의 뒤로 천왕 할머니는 위쪽으로 올라가라고 소리치셨다. 무언가 느끼신 것이다.


“연서 찾으면 바로 연락드릴게요! 들어가 계세요!”


도윤은 마음이 급해졌다. 길도 제대로 없는 시골의 산속에서 연서가 헤매고 있을 생각을 하니 걱정과 두려움이 도윤을 짓눌렀다.

급하게 나무 사이를 헤쳐서 뛰듯이 산을 올랐다. 새벽의 안개가 자욱해서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혹시라도 몸이 다치지는 않았을까? 아니면 악령이 또 연서를 힘들게 하는 것일까?


그렇게 애타는 마음으로 연서를 부르며 찾아다녔다.


“연서야~~! 한연서~! 연서야~!”


괴로웠다. 이렇게 연서가 사라질까 봐 겁이 났다. 그때 누군가 도윤의 왼쪽 손목을 살짝 당겼다 놓았다. 고개를 돌려 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앞을 보며 몇 걸음을 딛자 또 무언가 잡아당겼다 놓은 듯이 왼손이 제멋대로 올라갔다 내려왔다. 무섭지는 않았다. 사람의 손길보다는 마치 공기가 손목을 감싸고 부드럽게 당겼다 놓은 것 같았다. 잠깐 동안 이게 뭐지 싶었다. 그때 도윤의 시선을 끈 것은 팔찌였다.


팔찌다! 도윤의 왼쪽 손목에 채워진 팔찌! 


도윤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 번 더 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다시 손목을 슬쩍 당겼다 놓는다. 


도윤은 확신을 가졌다. 이 팔찌가 나를 인도한다는 확신이다. 팔찌의 이끌림에 따라 산을 올랐다. 그리고 또 한 가지를 더 알게 됐다. 지난번 산에서 연서를 찾아 헤맸던 그때의 예지몽! 지금 이곳이 그 꿈의 장소다. 


정신 차리자 이도윤. 꿈에서는 밤새 연서를 찾아 헤맸지만 찾지 못했다. 지금은 절대로 그럴 일은 없다. 무조건 찾아낸다. 나의 소중한 사람을 이렇게 어이없게 잃지 않겠다. 너희 같은 악한 것들에게 연서의 맑은 영혼은 과분한 사치다. 


도윤은 팔찌의 느낌대로 더 빠르게 산을 올랐다.



*****



“아휴~ 이모 별일 없겠지요? 애들 괜찮겠지?”


“걱정 마라~ 둘이 알아서 만난다. 형님이 귀한 자손 무슨 일 나게 가만두실 분인 줄 아나? 난리 난다. 내 새끼 다치게 하는 놈 있으면 저승까지 따라가서 옥황상제님 앞에서 다리를 분질러 버리고도 남을 사람이다.”


“그치.. 맞지. 우리 엄마 못 말리지.. 아휴~ 정말 저 잡것들은 왜 우리 연서를 못 잡아먹어서 이 난리를 친데! 정말!”



천왕 대신 할머니는 하늘을 보시며 눈에 선하다는 듯 어머니에게 한 마디를 하신다.


“참나~ 니는 신 안 받아서 다행이다. 니가 신 받았으면 조선 팔도를 돌아다니면서 귀신들 두드려 패고 다녔을거다. 신랑한테 화나도 가서 두드려 패고~ 지 뜻대로 뭐 안돼도 가서 두드려 패고~”


“그건 그래 이모.”



*****



악령이 연서에게 말을 건다.


<그때 여기 꿈 기억나? 같잖은 X아?>


아! 지난번에 꾼 꿈과 같은 배경과 같은 상황이다! 지금은 꿈이 아니다. 악령의 말에 이제야 생각이 났다.


하.. 맞았다. 그 예지몽이 지금 실현된 거다. 그 꿈에서는 도윤이 연서를 찾아서 밤새 헤매 다녔다는 것뿐 어떤 결말도 보이지 않았었다. 그럼 지금 이 상황의 결말은 뭘까. 주머니를 만져보니 휴대폰도 없다. 



<다시 잘 봐. 그 꿈을 꿨을 때처럼.>


그래. 그때 꿈속에서 악령은 나무들을 잘 살펴보라고 했었다. 하지만 연서는 그때의 꿈을 재현하고 싶지 않았다. 보고 싶지 않았던 끔찍한 것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머리털이 쭈뼜서는 그 광경을.


그러나 잠깐 눈을 뜬 사이에 보고 말았다. 어둠에 잠식되어 있어야 할 산속이 연한 달빛으로 물들어 있는 이 환영 같은 현실이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연서의 눈앞에 펼쳐진 현실이 그랬다.


수십 년, 아니 수백 년 동안 나무마다 매달렸을 목숨들이다. 지금 연서의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셀 수가 없다. 지독한 공포감이 연서를 짓누르며 목을 조여왔다.


나무들마다 늘어져 있는 검은 실루엣이 조금씩 움직인다. 눈에 담을 수 있는 모든 검은 형체들이 연서의 방향으로 고개를 천천히 돌린다. 순간 늘어져 있는 몸과 완전히 분리된 듯 고개가 몸의 반대로 꺾이며 연서를 바라봤다.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얼굴들의 웃는 모습이 점점 선명해진다.


피부 가죽은 말라 비틀어진 것처럼 해골과 같은 모습이다.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다. 입꼬리는 얼굴이 찢겨버린 듯 한도 끝도 없이 입이 쫙 찢어졌다. 긴 혓바닥이 축 늘어진 채 나와 있었다.


그들은 나무에 매달린 채 기이한 표정으로 웃기 시작했다. 연서 혼자뿐인 이 산에 수많은 귀신들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마치 귓가에 바짝 붙어서 있는 것처럼 어떤 귀신들은 연신 말을 했다.



'우리랑..놀자.... 여기서 놀자...... 가지..마... 친구야... 끼이이히히히히히'

연서는 고막이 터질 듯 골이 울리고 덜덜 떨렸다. 소름 끼치는 이 느낌은 온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만 같이 징그럽고 기이했다.


연서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주머니를 뒤졌다. 어떻게 돌아가야 할지 카드를 보려 했는데.. 타로 카드조차도 없었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여기까지 왔을 것이다. 그러니 휴대폰도 타로 카드도 없을 수밖에.. 그런데 한 장의 카드가 손에 잡혔다. 단 한 장 뿐이었다.


[8번 Strength]

[8번 힘 카드]


인내와 용기, 정신적인 통제력. 지금 내 안의 두려움. 폭풍우가 몰아치듯 요동치는 나의 감정과 무의식을 다스려야 한다. 견디고 이겨내야 한다. 그래야 나의 의식도 명료해질 것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그것 뿐이다. 


연서는 무릎을 끌어안고 고개를 파 묻었다.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생각하던 연서는 도윤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만약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연서 너는 최대한 같은 자리에 있어. 그래야 서로 엇갈리는 걸 최소화할 수 있으니까.⌟


“그래. 도윤이가 올 거야. 그럴 거야.. 오고 말 거야.. 흐흐흑흑.”

연서는 결국 울고 말았다. 무서웠다. 그래도 이렇게 기다리면 도윤이 꼭 올 거라는 말을 반복하면서 진정하려고 노력했다.  그때 연서의 팔찌에 희미한 붉은빛이 감돌았다. 



‘어.. 뭐지.. 또 빛나고 있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연서는 팔찌를 보며 놀라고 있었다. 팔찌의 빛이 점점 진해진다. 


‘어.. 어..?’


팔찌의 붉은빛이 연서를 감싸듯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 순간 멀리서 연서를 부르는 도윤의 목소리가 들렸다.


“연서야~! 한연서! 어디있어! 연서야! 한연서!”


‘도윤이다!’


도윤의 목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연서의 팔찌의 빛이 다시 작아지고 진한 붉은빛만이 손목에 맴돌고 있다. 그리고 안갯속에서 다른 붉은빛이 점점 다가온다. 도윤이었다!



“연서야!”


“흑..흑..흐흑.. 도..윤아..“


도윤은 연서를 발견하자마자 달려가 끌어안았다. 찾았다! 내 연서를 찾았다. 도윤에게 안긴 연서는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어디 다친 데는 없어? 괜찮은 거야?”

도윤은 연서가 다쳤을까 걱정스러운 얼굴로 살폈다. 조금씩 긁힌 상처가 있기는 했지만 심하지 않았다. 그제야 도윤도 긴장이 풀리고 있었다.



"이제 괜찮아 연서야.. 괜찮아.."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괜찮다고 달래주는 도윤은 연서를 찾아 헤매면서 얼마나 가슴을 졸였는지 모른다. 그 꿈처럼 찾지 못할까 봐. 혹시라도 잃게 될까 봐......



도윤은 이제는 조금 진정이 된 연서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바라보며 읊조렸다.


“연서야.. 네가.. 이대로 사라질까 봐.. 나는.. 미칠 거 같았어..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심장이 조여왔어.. 제발 아무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너를 찾았어.. 너무 소중한 네가 내 눈앞에서 사라지면 이제 난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나는.. 네가 없다면 그것이야말로 나에겐 공포이자 불행이야..”



그렇게 두 손으로 연서의 얼굴을 감싸고 있던 도윤이 천천히 연서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가볍게 입술을 스치고 다시 연서를 바라봤다. 연서는 입술을 움찔거리며 머뭇거렸다. 그리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나도.. 나도 그래.. 너만 기다렸어.. 꼭 나에게 올 거라고 믿었어.. 넌 언제나 그랬으니까..”

연서도 도윤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그런 연서를 바라보던 도윤은 늘 하고 싶었던 말을 이제야 꺼냈다.



“사랑해 한연서..”


이제야 몰래 숨겨 두었던 마음이 서로에게 닿았다. 그렇게 둘은 뜨거운 키스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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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아빠의 편지 (완결) 24.08.31 9 0 10쪽
58 소멸(消滅) 24.08.31 9 0 10쪽
57 지영아. 신지영. 24.08.31 9 0 9쪽
56 무너진 모래성 24.08.31 8 0 10쪽
55 우리 다시 만나요 꼭 24.08.31 10 0 11쪽
54 악신의 현현(顯現) 24.08.30 10 0 10쪽
53 벌전 (罰錢) 24.08.29 10 0 10쪽
52 거의 다 와간다 24.08.29 11 0 10쪽
51 안녕하세요 박 선생님 24.08.29 9 0 10쪽
50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24.08.29 9 0 12쪽
49 결계 3 24.08.28 10 0 10쪽
48 결계2 24.08.28 12 0 10쪽
47 결계 1 24.08.28 12 0 11쪽
46 세치 혀 24.08.27 12 0 11쪽
45 그래도 악은 악이다 24.08.26 10 0 10쪽
44 하얀 종이 한 장 24.08.26 12 0 10쪽
43 권자영 그리고 최원철 24.08.25 11 0 10쪽
42 화투 패를 손에 쥔 뱀 24.08.25 12 0 10쪽
41 씨가 다른 아이 24.08.24 14 0 9쪽
40 순이네 수퍼마켙 24.08.23 12 0 10쪽
39 박수무당의 이름 24.08.22 12 0 9쪽
38 또 다른 계약자. 나의 엄마. [Four of Cups] 24.08.22 12 0 10쪽
37 찾긴 했다. 김주성을. 24.08.21 15 0 10쪽
36 손거울의 비밀 [The Tower] 24.08.21 13 0 11쪽
35 김주성 찾기 24.08.20 12 0 9쪽
34 그 아이의 이름은 24.08.20 13 0 11쪽
33 아픈 새끼손가락 24.08.19 11 0 11쪽
» 실종 2 [Strength] 24.08.17 15 0 10쪽
31 실종 1 24.08.16 14 0 9쪽
30 천왕 대신 할머니 24.08.16 1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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