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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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문가비
작품등록일 :
2024.07.1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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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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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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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다 와간다

DUMMY

연서는 다시 물었다.


“그러면 권자영씨는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 만나야 합니다. 최대한 빨리.”


“어머니는.. 지금 요양병원에 계십니다. 정신적으로 치매 증상이 보여져서요.. 제가 미리 연락을 하면 만날 수 있습니다.”


도윤은 고민에 빠졌다. 만약 이대로 권자영을 만났을 때 권자영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 김유범이 사연을 알고 있다면 권자영의 반응을 이해하고 그럼에도 서로 만나게 도와줄 수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지금으로써는 만약 권자영이 놀라서 소리만 질러도 우리를 내보낼 것이다.


그렇다면 김유범도 이 내용을 알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얘기하는 것은 김유범 입장에서는 진위여부가 확인이 안된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한수정의 딸이 보복이라도 하려는지 의심할수도 있다. 도윤은 연서를 잠시 놀라지 말라는듯 토닥인 후 직접적으로 말했다.


“권자영씨는 젊은 시절 무당이셨습니다.”

“네? 어머니가요?”

“네. 집안 자체가 세습무 집안입니다.”

“어머니가 부적을 자주 써주시고는 했지만 그런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세습무라면 저희 외할머니도 무당이셨다는 말씀이신가요?”


도윤은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네. 외할머니도 외증조할머니도 무당이셨습니다. 김 선생님께서 알고 계신 외가쪽 분들에 대한건 내용이 다를겁니다.”


그리고 외할머니의 신제자인 최원철에 관한 얘기도 언급했다.


“그래서 저희는 지금 김 선생님과 권자영씨 그리고 박수무당 최원철에 대해 알기 위해 여기에 왔어요. 어머님에 대한 내용이 알고 싶으시다면 저희와 함께 최원철을 만나러 같이 가시는 건 어떠실까요?”


김유범에게는 충격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권자영은 분명 연서를 보고 어떤 반응이던 보이게 될게 분명하다. 그리고 악령이 어떤 짓을 할지 모른다. 


김유범의 입장에서는 예기치 못한 일이 생겼을때 경찰을 부를 수도 있다. 뭐라도 알아야 대비를 한다. 그래서 꼭 최원철을 함께 만날 필요가 있다.


“어려우시면 저희만 가도 됩니다. 하지만 권자영씨는 꼭 만나야해요. 불안하시다면 박 선생님도 동행하셔도 됩니다.”


박 선생님께는 최면 상담을 여쭙느라 연서의 현재 상태에 대한 말씀을 이미 전해드렸다. 그러니 중간 역할을 안전하게 해주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연서는 김유범을 똑바로 마주 보며 차갑게 말했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잠시만.. 박 선생님과 대화를 나눌 시간을 주시겠어요?”


연서와 도윤은 진료실을 나와 박 선생님께 김유범이 최원철에게 함께 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짧은 부탁을 드렸다.


무거운 표정의 박 선생님은 진료실로 들어가셔서 한동안 나오지 않으셨다.


그 사이 도윤은 천왕 할머니가 알려주신 ‘은영이네’식당에 전화를 했다. 천왕 할머니의 조카라며 박수무당 최원철이 어디에 사는지 알 수 있는지 여쭈었다. 


“어~ 천왕 형님 조카구나~ 그 박수무당이 산길 따라 좀 올라가면 있는 집에 혼자 살아. 그런데 거기 한번씩 물건 배달해 주는 삼촌이 있거든~ 그 삼촌이 올때가 됐네. 오면 내가 기다리라고 할테니까 되는대로 이쪽으로 와요. 여기 주소가..”


됐다. 일단 최원철의 집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수확이 크다.


박 선생님과 김유범이 함께 진료실을 나왔다. 


“그 분.. 지금 어디에 계신답니까. 만나뵈러 같이 가시죠.”

박 선생님께서 김유범을 잘 설득하신 모양이다.


모두 박 선생님의 차를 타고 은영이네로 향했다. 박수무당을 먼저 찾지 않고 김유범에게 온 선택이 좋았던 것 같다. 아직까지 크게 얻은 건 없어도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 잘못 온 것은 아니다. 


<씨X것들이 여기까지 왜 쳐와가지고 쌩지X을 하고 난리야!>


무시하자. 오늘은 악령의 모든 말들을 무시하자. 



*******



그렇게 30~40분 정도를 달리니 좁은 길 안쪽에 있는 ‘은영이네’가 보였다.

연서와 도윤만 차에서 내렸다. 다시 도윤은 연서의 손을 꼭 잡고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사람이 별로 없는 시간대라 그런지 손님은 많지 않았다.


사장님은 여자분이셨고 연세는 50대 후반 정도로 보였다. 


“안녕하세요~ 저 아까 전화드렸던 천왕 할머니 조카 입니다.”

"오~ 잘왔네. 저기 삼촌 오셔서 식사하시고 기다리고 계셨어.”


사장님은 연서와 도윤을 삼촌의 테이블로 부르셨다.


“아니 우리 친척 조카들인데 삼촌 배달 가는 그 박수무당집 있잖아. 얘들이 그 박수무당을 만나야 한다는데 데려다 줄 수 있어?”


도윤과 연서는 삼촌에게 인사를 드렸다. 사정이 있어서 서울에서 급하게 왔다며 꼭 그분을 뵈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알지~내가 잘 알지~ 그 집에 가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 물건 배달할 때도 가고 괜히 하릴없이 심심할 때도 가기도 하고.”


사장님은 삼촌에게 오늘 식사는 서비스라고 하시며 데려다주길 부탁하셨다.


연서와 도윤은 사장님이 삼촌의 음식값을 받지 않으시겠다는 말씀을 듣고 죄송한 마음이 앞섰다. 이걸 어찌해야 하나.. 그렇다고 현금을 드리는 건 실례일 것이니..


고민하던 도윤은 연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보답은 나중에 돌아가기 전에 작은 선물이라도 사다 드리자. 일단은 삼촌께 신세 지는게 먼저야.⌟


⌜그래. 그러자.⌟


둘은 삼촌과 함께 식당을 나왔다. 사장님께는 정말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후에 찾아 뵙겠다고 말씀드렸다.


삼촌께는 설명을 위해서 박 선생님과 김유범이 함께 했다. 


“아이고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조사장님~”


“여기 조카분들이랑 다 아시는 사이 이신가보네요~ 같이 올라 가시나요?”


“네네. 저희는 뒤따라 올라가겠습니다. 조카들만 잘 부탁드려요.”


다행히도 삼촌이라는 분과 김유범은 아는 사이셨다. 우리는 삼촌의 트럭에 올랐고 두 사람은 박 선생님의 차로 따라왔다.


드디어 박수무당 최원철이 손안에 들어왔다. 어떤 모습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덜컹이는 트럭에 앉아 구비 진 산길을 올라가니 작고 오래된 집이 보였다. 올라오면서도 한 채 씩 드문드문 집들이 보였다.


연서와 도윤 모두 긴장이 되었다. 연서는 입술이 바짝 마른 것도 모르고 계속 긴장된 침을 꼴깍 삼켰다. 집 앞에 도착한 셋은 트럭에서 내렸다. 연서와 도윤은 주변을 둘러봤다. 


어찌 보면 한가롭기만 한 자연인데 어찌 보면 을씨년스럽기도 한 모습이었다. 저 집도 마찬가지다. 창고인지 집인이 알 수 없을 정도로 너저분했다.


“어이~ 최씨~ 나왔어~”

삼촌이 최원철을 부르는 순간 연서의 속이 울렁거렸다. 귀에서는 악령의 온갖 욕지 거리가 들려왔다. 


불편해 보이는 연서에게 도윤이 괜찮냐며 물었다. 연서는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말을 하다가 잘못하면 게워낼 거 같았다.


차라리 게워내는 게 나으려나.. 연서는 이내 도윤에게 다가오지 말라며 손을 휘젓고는 조금 떨어진 산 쪽에서 울렁거리는 속을 비웠다.


이것이 트럭을 타고 오면서 멀미를 한 것인지 악령이 속이 뒤틀린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악령은 지금 난리가 났다.


이렇게나 빠르게 말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속사포로 욕을 해댔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었다. 중간중간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연서는 아직 최원철을 만나지도 못했는데 곤욕을 치르며 괴로워했다.


도윤이 다가와 연서의 등을 어루만져 주었다. 그리고 그때 팔찌에 잠시 붉은빛이 어리며 그렇게 난리를 치던 악령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그리고 속도 편해졌다.


뒤따라온 박 선생님과 김유범도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삼촌은 최원철과 대화 중이었다. 


두근거렸다. 엄마와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저 인간의 얼굴을 화경과 꿈으로 봤다. 이렇게 현실에 살아서 버티고 있었던 저 악마를 내 눈으로 보기 직전이다.


삼촌이 마주 보고 얘기하던 몸을 열어 우리를 불렀다. 그때 둘은 최원철의 얼굴을 정면에서 볼 수 있었다.


뱀 같은 인간. 한때는 젊은 뱀 같았다면 지금은 늙어빠진 뱀 같았다. 그리고 읽었다. 그 눈에 스친 당혹스러움을. 두려움을 읽었다. 온전히 남아 있는 신력은 거의 없어 보인다.


특유의 가벼운 촉만 남은 것이다. 


우리는 다가가서 인사도 하지 않았다. 그저 마주 보고 서서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는 그 뱀의 눈을 쳐다봤다. 그는 호기롭게 쳐다보는 우리의 눈빛에 잠시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린다.


그는 팔 한쪽이 없었다. 눈도 한쪽은 실명인지 불편해 보이는 모습이다.


최원철은 우리가 누구인지는 구체적으로 모르지만 두려움은 확실히 느껴진다. 때가 왔구나 하는. 그런 두려움 말이다.

박 선생님과 김유범은 뒤에서 당황해 하며 서있었다. 


삼촌은 말없이 서있는 모두를 보며 의아해했다.


“뭐야. 왜 아무 말들이 없어.”


도윤이 나서서 말씀드렸다. 


“저희가 잠시 나눌 얘기가 있습니다. 삼촌..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슨 얘기인데 그래. 여기서 해 여기서~”

삼촌이 약간 경계를 하시는 것 같아 어떻게 말을 돌리지 하는 차에 최원철이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본 사이야. 얘기가 좀 길어질 듯 허니 자네는 돌아가게. 내 후에 수고비 좀 챙겨줄 테니.”


삼촌은 수고비라는 말에 활짝 웃으며 얘기들 잘 나누라며 먼저 가셨다.


그래. 그 수고비. 그거라도 써야지.


“드디어 당신을 만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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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아빠의 편지 (완결) 24.08.31 9 0 10쪽
58 소멸(消滅) 24.08.31 9 0 10쪽
57 지영아. 신지영. 24.08.31 8 0 9쪽
56 무너진 모래성 24.08.31 8 0 10쪽
55 우리 다시 만나요 꼭 24.08.31 10 0 11쪽
54 악신의 현현(顯現) 24.08.30 9 0 10쪽
53 벌전 (罰錢) 24.08.29 9 0 10쪽
» 거의 다 와간다 24.08.29 11 0 10쪽
51 안녕하세요 박 선생님 24.08.29 9 0 10쪽
50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24.08.29 9 0 12쪽
49 결계 3 24.08.28 9 0 10쪽
48 결계2 24.08.28 11 0 10쪽
47 결계 1 24.08.28 12 0 11쪽
46 세치 혀 24.08.27 11 0 11쪽
45 그래도 악은 악이다 24.08.26 10 0 10쪽
44 하얀 종이 한 장 24.08.26 11 0 10쪽
43 권자영 그리고 최원철 24.08.25 11 0 10쪽
42 화투 패를 손에 쥔 뱀 24.08.25 11 0 10쪽
41 씨가 다른 아이 24.08.24 14 0 9쪽
40 순이네 수퍼마켙 24.08.23 11 0 10쪽
39 박수무당의 이름 24.08.22 12 0 9쪽
38 또 다른 계약자. 나의 엄마. [Four of Cups] 24.08.22 12 0 10쪽
37 찾긴 했다. 김주성을. 24.08.21 15 0 10쪽
36 손거울의 비밀 [The Tower] 24.08.21 13 0 11쪽
35 김주성 찾기 24.08.20 12 0 9쪽
34 그 아이의 이름은 24.08.20 13 0 11쪽
33 아픈 새끼손가락 24.08.19 11 0 11쪽
32 실종 2 [Strength] 24.08.17 14 0 10쪽
31 실종 1 24.08.16 14 0 9쪽
30 천왕 대신 할머니 24.08.16 1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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