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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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문가비
작품등록일 :
2024.07.19 09:49
최근연재일 :
2024.08.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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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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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새끼손가락

DUMMY

연서와 도윤은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지금보다 더 최선을 다할 거야. 널 잃지 않도록......”


​연서는 그런 도윤의 따뜻한 품에 안겨 눈을 감았다. 조금의 시간이 흐르고 둘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산을 내려갔다. 말없이 잡은 두 손이 어찌나 든든하던지 연서도 이 손을 절대 놓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돌아가던 중 연서는 도윤이 자신을 어떻게 찾아낸 것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나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도윤은 어머니가 깨우신 상황부터 팔찌의 인도까지 말해주었다. 연서는 팔찌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나 도윤의 팔찌도 반응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정말? 와··· 나도 팔찌가 붉게 빛나서... 지난번에 너 운전 중에 빙의 됐을 때도 팔찌의 힘이 발휘됐다고 했었던 거 기억나?”


“응응. 기억나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때처럼 팔찌가 빛났어. 처음에는 아무 반응이 없었는데 시간이 좀 지나니까 갑자기 팔찌가 빛나고 그 빛이 나를 감쌌어. 그때 도윤이 네 목소리가 멀리서 들리더라고.. 그때 붉은빛 봤어?”


​“어. 봤어. 나도 팔찌 느낌대로 계속 올라가다가 안갯속에서 붉은빛이 있길래 네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물론 내 팔찌에서도 빛이 났어. 팔찌가 우리를 만나게 해준 거야..”



‘감사합니다..’


도윤은 외할머니와 친할머니 두 분께 마음 깊이 감사를 올렸다. 어렵게 몇 년 동안 한 올 한 올에 정성을 들여 만들어 주신 팔찌다. 이렇게 나와 연서의 상황을 예상하시고 지켜주시기 위해서 만들어 두신 것 같았다. 이 팔찌가 없었다면 오늘 연서를 찾을 수 있었을까?


정말 연서와 내가 운명이라면 두 분이 그 운명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도록.. 밤 하늘에 놓인 수많은 별들을 세고 또 세어도 부족할 만큼의 정성으로 만드셨을 것이다..



“참! 엄마랑 할머니께서 걱정하실 텐데 전화 드려야겠다.”


도윤은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서 무사히 연서를 만났고 무탈하다고 전했다. 자세한 얘기는 할머니 댁에서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


“나 때문에 두 분 다 잠도 못 주무시고 걱정 많이 하셨겠다..”


도윤은 풀이 죽어있는 연서의 어깨를 감싸며 달래주었다.


“괜찮아..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다 네 탓이 아니야. 악령 때문이지. 그래도 난 굳게 믿어. 분명히 우리가 그 악령을 없앨 거야. 처음보다 더 강하게 느껴져.”


“항상······ 고마워 도윤아.. ”


연서는 도윤과 함께 있으니 마치 새벽의 일들이 꿈처럼 느껴졌다. 그만큼 안정을 되찾게 된 것이다.



“잠깐만 연서야.”

도윤은 가던 길을 멈춰 세웠다. 그리고 연서와 마주 보고 섰다.



“아직 실감이 안 나서······ ”

도윤은 이 말 한마디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그대로 연서의 얼굴을 잡고 천천히 입술을 겹쳤다. 그리고 부드럽고 뜨겁게 다시 키스를 나눴다. 연서는 부끄러워 발그레해진 얼굴을 들지 못하고 도윤에게 물었다.



“이제.. 실감.. 나···?”


“아니. 전혀.”


아. 괜히 물어 봤.. 그렇게 몇 번을 더 하고 서야 다시 할머니 댁으로 향할 수 있었다. 도윤은 계속 실감이 안 난다는 것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실감 날 때까지 앞으로도 멈추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팔찌는 여전히 빛나고 있다. 그 빛의 방향에 따라 총 한 시간 여를 걸었고 천왕 할머니 댁에 도착했을 때는 손목의 빛이 사라져 있었다.


어머니는 연서를 보자마자 뛰어나오셨다. 그러곤 한동안 꼭 안아주셨다. 눈물이 나오는 것을 참고 있던 어머니는 결국 연서의 얼굴을 보고 참았던 감정이 터져 나왔다.


​“죄송해요 어머니..”


또르르 떨어지는 연서의 눈물을 닦아주시며 오히려 연서를 위로하는 어머니. 그것은 부모의 마음이었다.


“아니야 연서야.. 아니야.. 죄송할 일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지 마~ 그냥 아무 일 없이 잘 돌아와 줘서 고맙다.. 너도 많이 놀랐지..”



천왕 할머니께서도 대청마루에 나와 계셨다. 연서는 할머니께 다가갔다.


“할머니..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합니다..”


​천왕 할머니는 고개를 숙인 연서를 보며 한 말씀하셨다.


“연서야..”

“네?


“니가 죄송할 게 아니다. 괜찮다. 괜찮아. 니도 당한 게야.. 풀 죽어 있지 말고. 나중에 할미가 아주 혼구녕을 내줄 테니까 걱정도 말고 죄송할 필요도 없다. 니가 어디 안 다치고 온 게 제일 다행이다.”


연서는 할머니의 말씀에 가슴이 뭉클했다. 아무도 나를 탓하지 않고 아무도 나의 다름을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연서는 그저 아픈 새끼손가락 같은 가족이었다.


천왕 할머니는 연서에게 다가가 안아주시며 아가야 괜찮다. 괜찮다 아가. 하시며 달래주셨다.


***


연서는 흙 묻은 옷들을 갈아입고 모두와 평상에 앉았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각자 겪은 일들을 말했다.

​우선 천왕 할머니께서 연서가 사라진 것을 어떻게 알게 되셨는지 궁금했다.



“새벽 꿈자리가 영 이상한 게야. 요 산 위에. 연서 니도 봤던 그 키 큰 나무가 빽빽한 거기. 거가 보이더라. 바로 눈이 번쩍 뜨였는데 연서 니가 딱 생각이 나는 게 이상하더라고. 그래서 니 방에 갔더니 없더라. 이 귀신들이 장난을 치는구나 했지.”


​어머니도 천왕 할머니가 깨우셔서 연서가 사라진 걸 알게 되셨다고 한다.


​“연서가 없어졌다고 하셔서 깜짝 놀랐지 뭐야.. 그래서 도윤이 깨우고 막 그랬지. 나도 같이 찾으러 가려고 했는데 서로 떨어지면 또 길 잃을까 봐 도윤이만 간 거야. 얘가 체력은 기가 막히게 좋잖니. 운동 덩어리라.”


​천왕 할머니께서는 그 이후에 둘이 만나서 내려오겠구나 싶은 확신이 드셨다고 하셨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팔찌의 빛이 사라졌기 때문에 두 분은 보지 못했다. 그래서 도윤은 팔찌가 길을 알려준 것과 연서의 팔찌에 대한 것도 알려드렸다.


그러자 천왕 할머니는 무릎을 탁 치면서 말씀하셨다.


​“희숙아. 내 말 했지. 내 새끼 무슨 일 생기면 형님이 가만 안 있는다고. 거 봐라. 진작에 이럴 거 다 내다보시고 가시기 전에 마지막으로 공들여 만드신 거다.”


“우리 엄마도 그렇고 시엄마도 그렇고 두 분 다 대단하셔······  참, 연서는 어떻게 가게 된 거야?”



연서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작은방에서 잠들었었고 눈을 뜨니 산속이었던 것. 정신을 차렸을 때는 마치 그 자리에 원래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을 정도로 필름이 끊긴 듯 아무 기억도 없었다. 다만 며칠 전에 꿨던 예지몽이라는 것만 알았다.



“아! 도윤이도 같은 날 같은 꿈을 꿨었어요. 그리고 저는 그 꿈에서 나무마다 매달린 귀신을 봤었어요. 그리고 오늘 직접 목격하게 되었구요......”


​간단하게 설명만 드리는데도 연서는 소름이 끼쳤다. 귀신들 목이 반대로 꺾인 채 다 찢어진 입으로 웃으며 기괴한 소리를 냈던 기억은 다시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


어떻게 여기서 산속으로 올라가게 됐을까. 악령의 빙의였을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악령은 그저 옆에서 방관하고 있었을 뿐. 올라 가게 된 과정을 기억해 내려고 생각에 잠긴 연서에게 천왕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다.



“산이 니를 홀린 게야.”


“산이 홀려요?”


​연서는 의아했다. 산이 홀린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연서 니가 정신을 차렸던 거기가 자살 귀가 몰려있는 곳이다. 자살 귀 말고도 한이 많아 머무는 영가도 많고. 그 귀신들이 거기로 오라고 사람을 홀리기도 하는데 다 잠든 새에 이것들이 니를 홀린 게야.”


​아. 그 산에 있는 귀신들을 말씀하셨던 거구나.

“그러면...··· 제가 빙의가 됐던 건가요?”


​천왕 할머니는 고개를 끄덕이시며 그럴 것이라고 하셨다. 기척을 느끼기엔 모두 잠이 들었었고 게다가 악령의 기운 때문에 가려졌을 수 있다는 말씀이셨다.


그렇게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도윤도 잠을 푹 자지 못해서 운전하기에 위험할 수 있으니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고 출발하기로 했다.



*****



몇 시간을 자고 일어나니 점심때였다. 천왕 할머니는 언제 일어나셨는지 어제 못지않은 한상을 차려 놓으셨다.

연서는 애정 넘치는 천왕 할머니표 상차림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보기만 해도 정이 듬뿍 넘치는 갖가지 반찬들로 풍요로운 점심 식사를 했다.



이제 다시 서울로 갈 시간이다. 천왕 할머니는 한동안 잡것들이 꼬이지 않게 해줄 거라며 도윤의 지갑에 부적을 넣어주셨다. 연서는 이런 부적은 크게 의미가 없을 거라고 하시며 몸 상하지 않게 조심하라는 당부를 하셨다.



“연서 니 어디 다치기라도 하면 내한테 혼날 줄 알아라~”


연서는 그런 할머니의 마음이 감사하고 행복해서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어머니와 천왕 할머니는 부둥켜안고 눈물의 인사를 나누셨다.


“우리 희숙이 언제 또 보나 모르겄다.. 또 볼 날 있겠지..”


​아쉬워하시는 천왕 할머니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계속 쓰다듬으셨다. 연세가 있으시다 보니 이번이 마지막일까 싶은 불안한 마음이지 않으실까······ 어머니는 할머니의 눈물을 닦아 드리며 인사를 드린다.



“이모 그동안도 못 찾아뵈어서 미안해요.. 우리 또 올게요.. 이모 아프지 마세요. 그리고 서울로도 한 번 모실께······ 우리 꼭 또 볼 거야 이모··· ··· 건강하게 잘 계셔요. 이모 조카 희숙이가 우리 이모 너무 너무 사랑해요....”


천왕 할머니는 떠나는 셋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보셨다. 뒷모습마저도 놓치지 않고 가슴에 새기시려는 듯이······.



*****



서울로 출발하고도 어머니는 한동안 창밖을 바라보며 우셨다. 연서도 도윤도 조용히 어머니의 마음을 함께 나누었다. 우리가 모르는 천왕 할머니와 어머니의 추억이 몇십 년일 것이므로··· 그 마음을 다 헤아릴 순 없겠지만 그래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른의 시간은 누구나 그렇듯 속절없이 흐른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어머니의 눈물은 더 이상 흐르지 않았다. 도윤은 어머니가 괜찮으신지 걱정이 되어 물었다.


“엄마 좀 괜찮으세요?”


“어~ 괜찮아. 위험한 일도 있었지만 그래도 연서 덕분에 이모도 만나고 우리만의 추억도 만들었네. 엄마는 그것 만으로도 행복해. 다음에 또 와야지.”​


연서는 자신이 더 감사한 마음이었다. 어머니의 말씀대로 나쁜 것보다는 즐거운 추억이 더 깊이 남았다.


“아녜요 어머니.. 오히려 제가 그런 마음이에요..”

연서의 말을 들은 어머니는 연서의 손을 잡고 다독이셨다. 마치... 고맙다는 듯이...


​연서는 어머님께 죄송한 마음도 컸다. 후에 모든 일들이 잘 마무리되고 나면 천왕 할머니와 모두 함께 걱정 없는 행복한 시간을 꼭 만들겠다고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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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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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아빠의 편지 (완결) 24.08.31 9 0 10쪽
58 소멸(消滅) 24.08.31 9 0 10쪽
57 지영아. 신지영. 24.08.31 8 0 9쪽
56 무너진 모래성 24.08.31 8 0 10쪽
55 우리 다시 만나요 꼭 24.08.31 10 0 11쪽
54 악신의 현현(顯現) 24.08.30 9 0 10쪽
53 벌전 (罰錢) 24.08.29 9 0 10쪽
52 거의 다 와간다 24.08.29 10 0 10쪽
51 안녕하세요 박 선생님 24.08.29 9 0 10쪽
50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24.08.29 9 0 12쪽
49 결계 3 24.08.28 9 0 10쪽
48 결계2 24.08.28 11 0 10쪽
47 결계 1 24.08.28 11 0 11쪽
46 세치 혀 24.08.27 11 0 11쪽
45 그래도 악은 악이다 24.08.26 10 0 10쪽
44 하얀 종이 한 장 24.08.26 11 0 10쪽
43 권자영 그리고 최원철 24.08.25 11 0 10쪽
42 화투 패를 손에 쥔 뱀 24.08.25 11 0 10쪽
41 씨가 다른 아이 24.08.24 14 0 9쪽
40 순이네 수퍼마켙 24.08.23 11 0 10쪽
39 박수무당의 이름 24.08.22 12 0 9쪽
38 또 다른 계약자. 나의 엄마. [Four of Cups] 24.08.22 12 0 10쪽
37 찾긴 했다. 김주성을. 24.08.21 14 0 10쪽
36 손거울의 비밀 [The Tower] 24.08.21 13 0 11쪽
35 김주성 찾기 24.08.20 12 0 9쪽
34 그 아이의 이름은 24.08.20 12 0 11쪽
» 아픈 새끼손가락 24.08.19 11 0 11쪽
32 실종 2 [Strength] 24.08.17 14 0 10쪽
31 실종 1 24.08.16 14 0 9쪽
30 천왕 대신 할머니 24.08.16 1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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