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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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문가비
작품등록일 :
2024.07.1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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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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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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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계 3

DUMMY

악마보다 더한 사람. 그 사람의 인생을 목격하고 있는 우리의 운명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유정 스님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꺼냈다.


“제가 본 것들에 대해 말씀을 드리자면.. 권자영은 아들 김유범에게 꾸준히 부적을 써줬습니다. 거의 매해 써주는 모습이었어요. 사술로 보이는 것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도윤 스님의 말씀에 목사님께서 물으셨다.


“사술이라니.. 어떤 사술이지? 사람을 저주하는 그런 것인가..”


물론 그런 사술이 필요했다면 쓰고도 남았을 여자다. 하지만 자신의 아들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기에 연서 또한 어떤 사술인지 궁금했다.



“부적을 신의 능력으로 쓰시는 분들은 그 자리에서 꼭 글이 아니더라도 단숨에 바로 쓰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다른 예로는 판매하는 부적을 쓰는 사람도 있고.. 전통에 맞는 전형적인 부적을 만들어 쓰시는 분도 있죠. 하지만 권자영은 악신의 힘을 이용한 부적을 썼어요.”


악신이라니.. 모두 어리둥절했다.


“바로.. 박수무당이 써준 부적입니다. 지금이 아니라 예전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야 집안의 비밀도 새지 않기도 할 테고.. 예전에 연서가 봤던 권자영이 명품 가방에서 꺼냈다는 부적. 그 부적이 아들 만을 위한 떼어낼 수 없는 인연을 만드는 부적이었어.”


유정 스님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후 꾸준히 기도와 수행에만 집중하셨던 이유가 이런 것이었다. 결계를 준비하기 위함과 연서를 돕기 위한 맑은 영감을 위해서.


“떼어낼 수 없는 인연이라니! 이게 무슨 뜻이야?”

수녀님은 발끈한목소리였다. 하지만 다시 감정을 가라앉히고 이야기를 했다.


“강제로 인연을 아들에게 만들어 줬다는 거잖아? 권자영이. 그 억지로 만든 인연이 누구일 거 같아요 다들? 난 알 거 같은데.. 후.. ”


잠시 모두 말이 없어졌다. 공기의 흐름 마저도 피부에 느껴질 만큼 날카로워진 모습들.


수녀님은 어렵게 입을 뗐다. 

“연서의 엄마. 그렇게 욕심과 권위욕으로 뭉쳐진 여자가 아들을 의대씩이나 보내서 잘나가는 의사로 만들었어요. 그런데 사짜 들어가는 집안도 아닌 평범한 우리 같은.. 그런 연서의 엄마를 1원 한 장 필요 없으니 걱정 말고 결혼하라고 했다는 게.. 앞뒤가 맞나요..”


연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상을 제 뜻대로 모두 지배할 수 있는 양.. 그런 짓들을 반복해서 해왔으니.. 죄책감 같은 것은 사라진지 오래일 것이다.


목적이 있는 결혼을 시키는 게 마음에 걸리는 일이 아니었겠지. 악령보다 더한 게 권자영이다.


“맞아요. 저도.. 수녀님이랑 생각이 같아요.. 엄마도 할아버지도 그냥 열심히 살았던 소시민일 뿐이었어요. 그런 사람과 의사 아들이 결혼을 하겠다는데 권자영의 태도는 마치 돈이고 혼수고 다 필요 없으니 몸만 와라. 너의 몸이 필요하다.. 뭐 이런 태도로 보여요..”


연서의 말이 끝날 무렵 팔찌가 진한 붉은빛이 되었다가 흐려졌다. ‘그래 맞아.’라고 하는 것처럼..


목사님이 무거운 숨을 내쉬며 말씀하셨다.

“악한 것을 옮겨 담을 그릇이 되었던 아이처럼. 권자영의 계획은 연서의 어머니에게 무언가를 행하려고 계획을 했어.. 그것이 뭔지 알아야 해.”



“그리고 한 가지 더. 천왕 이모가 고성에 가면 마산에 박수무당이 있을 거라고 하셨어. 그런데 마산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는 몰라. 산에 올라가기 전에 들러서 물어보라는 곳이 한곳이 있어. 연락처와 상호야.”


어머니는 연서의 노트에 내용을 적어 주셨다.

“작은 식당이래. 천왕 이모 조카라고 하면 되고. 그분이 뭘 알고 있는게 아니라 그분을 통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연결되려나 봐. 연서랑 도윤이는 이제 고성에 가서 박수무당을 찾는 게 가장 우선이야.”


유정 스님도 조심스럽게 연서에게 이야기했다.


“그래. 이젠 더 확실해졌습니다.. 연서야. 이 악령은 봉인이 된 게 맞아. 사람의 몸에 봉인을 한 거지. 그 봉인을 한 사람이 박수무당이야. 엄마의 몸에 봉인했던 것도 박수무당이고. 그 박수무당도 남은 명이 길지 않아. 어차피 계약의 기간도 다가오니 서둘러야겠구나.”


계약 기간 까지는 15일이 남았다. 그래도 너무 서두르지는 않겠다. 어차피 너희들은 도망갈 구멍이 없어 이제는. 


권자영의 설계가 무너지면서 우리의 설계가 시작됐거든. 


유정 스님이 시간을 보시고 말씀하셨다. 


“이제 저희도 마무리할 시간입니다. 연서에게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겠네요. 각자 한 분씩 천천히 결계 밖으로 이동해 주세요. 목사님 먼저, 어머니, 수녀님, 도윤이, 연서 이렇게 움직이면 됩니다.”


아직까지도 붉은 원이 계속 남아 있었다. 유정 스님이 말씀하신 대로 한 명씩 결계를 나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서가 천천히 벗어나자 붉은빛이 사라졌다. 그리고 연서가 휘청거리며 주저앉았다.


<이야~아아아아끄아악~~~아아아~~~끼아아아아아아~~~으아아악~~으아아아아~~>


연서는 주저앉아 두 귀를 막았다. 물리적으로 아무 소용이 없는 줄은 알지만 악령의 소리가 너무 고통스러워서 저도 모르게 귀를 막았다.


도윤은 바로 연서를 안고 괜찮은지 물었다. 모두가 놀라서 목사님, 어머니, 수녀님 모두 연서를 붙잡고 있었다.


스님은 조용히 무언가를 읊조리시고 절을 한 뒤 결계를 나오셨다. 


그때 다시 연서와 도윤의 팔찌가 붉은빛을 뿜어냈다. 이번에는 천천히가 아닌 순간적으로 둘만 확 감싸버렸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지나고 연서는 안정을 찾았다.


“하..아.. 허······ 아..”


“괜찮니? 연서야?”

어머니가 물으셨다. 다들 걱정에 가득한 눈으로 연서의 옆에 모여 있었다.


“이제 괜찮아요. 아후.. 결계를 나오자마자 귀가 아프도록 소리를 질러대서요.. 지금은 멈췄어요. 팔찌가 도와준 것 같아요.”


다들 다행이라며 연서를 달랬다. 도윤도 계속 연서가 걱정이 되었다. 동굴 밖으로 나오니 해가 쨍쨍했다. 그늘진 곳에서 여자들은 짐을 정리했고 남자들은 생수와 빗자루로 결계의 페인트를 지우느라 애를 썼다.


그렇게 한참을 정리하며 사람의 흔적을 없애고 내려왔다. 산을 내려오고 남은 짐들과 쓰레기들을 트렁크에 실었다. 


다시 모두 모여 오늘 고생했노라며 서로를 안아주었다. 마지막까지 연서가 힘을 잃지 않도록 끊임없이 기도할 것이라는 말들에 위로를 받는 시간이었다. 


갈 때는 도윤과 연서, 스님이 한 차에 탔다. 

“운전 조심히 가세요~ 도착하면 연락드릴게요~”

“그래~ 너도 운전 조심하고~ 모두 잘 들어가~”


어머니와 도윤이 마지막 인사를 주고받으며 각자의 길로 출발했다. 우리는 철원에 유정 스님을 모셔다드리고 간다. 


“유정 스님~ 진짜.. 제일 고생 많으셨어요..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큰 스님도, 할아버지도 오늘 지켜보셨겠죠?”

뒷자리에 앉은 연서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그럼.. 큰 스님께서 보시면서 할아버님께 분명히 내 욕을 하셨을 거야. 저거 저거 제대로 못한다고. 하하하하”


도윤과 연서도 상상해 보니 꽤 재밌는 모습일 거 같아 웃음이 나왔다. 


“마음이 뭔가.. 든든하고 후련한 거 같기도 한.. 애매모호한 기분이에요. 그래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거예요.”


유정 스님은 뒷자리에서 들려오는 혼잣말 같기도 한 연서의 다짐에 뿌듯했다. 


‘그럼요~ 우리 연서가 해내고 말 겁니다. 큰 스님~’



*******



그렇게 유정 스님을 모셔다드리고 도윤과 연서가 늦은 시간 집에 도착했다. 이제야 둘은 조금 긴장이 풀렸다. 도착하자마자 도윤은 고생했다며 연서를 안아주었다. 


“아니야.. 내가 뭘 한 게 있다구.. 네가 더 고생이 많았지.. 고마워 도윤아.”


연서는 수줍게 도윤의 볼에 입을 맞췄다. 입술이 닿는 순간 짜릿한 전율에 도윤은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연서는 민망했는지 바로 씻으러 가버렸다. 


내 심장만 터질 듯 뛰게 만들고 가버린 그녀. 장족의 발전이다. 많이 컸다 한연서.


이렇게 배고프고 피곤할 때는 야식이 최고이긴 한데.. 시간이 꽤 걸릴 테니 오늘도 라면이다. 물론 도윤이 끓인 라면.


씻고 나오니 풍기는 라면의 향에 연서는 쪼르르 달려가 젓가락을 들었다.


“으아~ 배 엄청 고팠어. 고마워~ 잘 먹을게~!”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연서의 먹는 모습을 바라보던 도윤은 저도 모르게 연서의 입술로 시선이 향했다.


‘흠. 라면. 라면에 집중하자.’


둘은 허겁지겁 라면을 다 먹었다. 오늘도 3봉이다. 2번 채팅 방의 메시지가 울렸다. 


“다들 잘 들어가셨구나.”

메시지로 인사를 나누고 도윤도 씻고 나니 노곤노곤하게 잠이 쏟아졌다. 오늘은 푹 자고 내일 제대로 다시 계획을 짜야 한다. 


“잘 자~ 도윤~”

“응. 너도. 잘 자~”


연서도 도윤도 침대에 누운지 얼마 되지 않아 잠들어 버렸다. 


연서는 할아버지가 나오는 꿈을 꾸었다. 아무 말씀 없이 환한 빛 속에 서서 웃으며 바라보시는 할아버지.


연서는 할아버지를 잡고 싶어서 다가가 보려 하기도 하고 불러보기도 했지만 서로의 간격은 좁혀지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연서의 목소리에 흐뭇한 미소만 지으셨다. 


‘고마워요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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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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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아빠의 편지 (완결) 24.08.31 9 0 10쪽
58 소멸(消滅) 24.08.31 9 0 10쪽
57 지영아. 신지영. 24.08.31 8 0 9쪽
56 무너진 모래성 24.08.31 8 0 10쪽
55 우리 다시 만나요 꼭 24.08.31 10 0 11쪽
54 악신의 현현(顯現) 24.08.30 10 0 10쪽
53 벌전 (罰錢) 24.08.29 10 0 10쪽
52 거의 다 와간다 24.08.29 11 0 10쪽
51 안녕하세요 박 선생님 24.08.29 9 0 10쪽
50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24.08.29 9 0 12쪽
» 결계 3 24.08.28 10 0 10쪽
48 결계2 24.08.28 12 0 10쪽
47 결계 1 24.08.28 12 0 11쪽
46 세치 혀 24.08.27 12 0 11쪽
45 그래도 악은 악이다 24.08.26 10 0 10쪽
44 하얀 종이 한 장 24.08.26 12 0 10쪽
43 권자영 그리고 최원철 24.08.25 11 0 10쪽
42 화투 패를 손에 쥔 뱀 24.08.25 12 0 10쪽
41 씨가 다른 아이 24.08.24 14 0 9쪽
40 순이네 수퍼마켙 24.08.23 12 0 10쪽
39 박수무당의 이름 24.08.22 12 0 9쪽
38 또 다른 계약자. 나의 엄마. [Four of Cups] 24.08.22 12 0 10쪽
37 찾긴 했다. 김주성을. 24.08.21 15 0 10쪽
36 손거울의 비밀 [The Tower] 24.08.21 13 0 11쪽
35 김주성 찾기 24.08.20 12 0 9쪽
34 그 아이의 이름은 24.08.20 13 0 11쪽
33 아픈 새끼손가락 24.08.19 11 0 11쪽
32 실종 2 [Strength] 24.08.17 14 0 10쪽
31 실종 1 24.08.16 14 0 9쪽
30 천왕 대신 할머니 24.08.16 1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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