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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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문가비
작품등록일 :
2024.07.1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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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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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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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계2

DUMMY

“그리고 필리핀으로 간 김주성은 이런 내막을 전혀 몰라. 그 사람은 본인 욕심에 취해 살아가고 타인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야. 기도하면서 알려주신 것은······ 김주성의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이지.. 워낙 위험한 일에 손대고 있어서 끝이 좋지를 않네.. 그러니 김주성은 이 이야기에서 제외되어도 관계없는 인물인 셈이야.”


목사님은 기도 중에 김주성의 마지막을 보신 것 같다. 목사님의 표정이 씁쓸해 보였다. 아무리 악인이라도 좋지 않은 끝을 알고 있다면 신을 섬기는 사람으로서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한동안 듣고만 있던 수녀님은 김유범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채팅방에 올렸던 거 다들 보셨었죠? 고성에서 노약자 분들께 무료로 의료 봉사를 한지 몇 년 되었다고 했고. 김유범은 엄마인 권자영에 대해서 어떤 소식이든 알고 있을 거야. 이건 확실해. 그리고 나도 기도 중에 눈부신 빛을 봤어. 분명히 고성에 무언가 더 있어. 꼭 직접 가봐야 해. 김유범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숨겨져 있어.”


고성. 연서, 도윤, 수녀님의 정보까지. 확실히 꼭 가봐야 하는 중요한 장소임이 확인되었다.


연서는 이쯤에서 엄마의 상황을 되짚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엄마의 과거의 내용이 많이 밝혀졌어요. 그게······”



***


*엄마는 김유범과 짧은 연애 후 프러포즈를 받았다. 그때의 김유범은 엄마한테 푹 빠져 있었다. 

*집안 차이가 워낙 많이 나니 결혼 준비에 대해서는 권자영이 김유범을 통해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엄마에게 전했다. 

*권자영은 좋은 시어머니 연기를 한 것일 뿐. 엄마를 탐탁지 않아 했다.


***


*결혼 전부터 엄마에게 악령이 옮겨붙은 건 아니다.

*결혼 생활 중 서로는 아이를 가지기 위해 노력했다. 김유범이 아이를 원했다. 시간이 지나도 임신이 되지 않다 보니 서로 멀어졌다. 그때쯤 악령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그 소리에 괴로워했다.


*김유범은 이때 내연녀가 생겼다 후에 내연녀가 임신을 하게 된다.

*즉 결혼 생활 후 시간이 좀 지나고 악령이 엄마에게 등장한 것.

*악령의 존재를 믿지 않는 엄마에게 손거울을 통해 자신을 보게 했다.


***


*그리고 엄마도 무언가 악령과 계약을 했다. 타로 카드로 봐서는 간절히 원하고 큰 약점이 될만한 것을 악령이 세 달안에 해결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 세 달의 약속은 ‘임신’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대화에서 엄마는 ‘24시간은 안돼’라고 했다. 아마도 빙의를 제안한 걸로 보인다.

*엄마가 원하는 임신을 하게 해줄 테니 하루 중 일정 시간은 엄마의 몸을 내어주는 것. 


*이때 카드를 봤을 때 약속을 지킬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때그때마다 변명으로 일관하며 날짜를 지연시켰고 그로 인해 엄마가 체념한 듯 보였다.


*결국 악령은 엄마에게 빙의해 사람 노릇 하는 것이 즐거웠을 것. 그러면서 엄마의 몸을 차지하기 위해 노력한 것.

*엄마의 결혼 생활이 총 4년. 위의 상황에 권자영이 어떤 방향으로 언제 개입한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엄마와 김유범의 결혼이 파탄 나길 원했던 건 확실하다.

*그리고 연서의 생물학적 아버지는 옆집 청년 ‘성민’이라는 사람이다.


***


“대략 이 정도예요. 이 사이에도 뭔가가 있기는 하지만 그건 엄마의 시선에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어요.”



도윤은 연서의 이야기에 더해서 자신이 겪은 것들에 관해 말했다.


“예전에 연서가 짧게 봤던 화경중에 권자영이 낡은 사무실 문을 열었던 장면. 그 장면은 권자영이 흥신소에 찾아간 장면이었어요.”


아~ 흥신소! 권자영과 흥신소라.. 너무 잘 어울린다. 다들 서로를 바라보며 그럴 수 있겠다는 말들을 나눴다.


이어서 도윤은 흥신소에서 봤던 내용들을 설명했다.

처음은 아닌 듯했고. 요구사항을 적은 종이와 두꺼운 돈 봉투, 걱정하지 말라고 곧 찾아준다고 했던 말. 사모님이라는 것을 보면 한참 결혼생활을 하고 있을 때 같았던 것이다.


걱정하지 말라. 곧 찾아주겠다. 이게 무슨 뜻일까? 권자영이 흥신소를 찾았을 정도면 꽤 중요한 일이었을텐데..


이때 연서와 도윤의 팔찌의 빛이 더욱더 강해졌다. 그 빛이 점점 커져서 처음에 봤었던 큰 원형의 구를 형성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모두를 감쌌다.


다들 놀랐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 연서가 직감적으로 눈을 감으니 연서를 따라 모두가 눈을 감았다.


***


갑자기 병실에 누워있는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엄마의 배 쪽에는 희미한 검은 연기 같은 것들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익숙한 악령의 기운이다.


다시 장면이 바뀌고 어린 나와 할아버지만 보인다. 아마도 내 나이가 2~3살 정도로 보인다. 할아버지는 아이를 겨우 재우고 잠드신 것 같았다.


그때 연서의 머릿속으로 들려오는 음성이 있다. 아마 어렸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을 것이다. 너무 어릴 때는 기억나지 않으니, 그저 악령의 혼잣말이 될 뿐. 


이제야  저 목소리가 들린다. 악령은 자고 있는 나에게 말했다.


<언니.. 한연서. 이름 예쁜 언니. 킄크크크크. 할머니랑 같이 왔던 언니를 기억하고 있어. 키킼키키. 난 그래서 네가 태어날 걸 알고 있었지.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수십 년을. 마지막 목표인 몸이야 언니는. 건강하게 자라다오 언니~? 끼이하하하흐흫크킄.>


***


“흐으억! 하.. 하..”


연서는 눈을 뜨고 심호흡을 했다. 긴장을 했던 것인지 놀란 것인지, 호흡이 고르지 못했다. 그런 연서의 등을 수녀님이 진정을 위해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아직도 붉은 원형은 그대로였다. 마치 양가 할머니께서 기운을 불어 넣어주시는 것 같았다.


연서가 조금 안정이 되니 가족들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당황스럽고 놀라고 악하고 지독하고.. 그리고 분노했다. 그런 감정들을 모두가 인내하고 있음이 느껴졌다.


연서가 먼저 어렵게 입을 뗀다.


“제가 꿈에서 아이와 대화를 나눴던 것이.. 이 악령의 실제 과거인 거고.. 악령이 죽은 후에 귀신이 되어서도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는 거 같아요. 그 꿈에서 접촉했던 것을 통해 성인이 된 제 모습을 본 거니까요···”


잠시 호흡을 고른 연서가 천천히 말을 했다.


“악령 입장에서는 생전에 이미 미래를 본 거예요. 한연서라는 사람이 태어날 거라는 미래를······ 엄마와 저의 존재 모두요.”


유정 스님의 착잡한 목소리가 동굴 내의 바람에 묻어 흘러갔다.

“그러네요. 이 악령은 일찍이 연서의 영을 보았고 자신이 죽고도 집안을 맴돌게 되니 앞으로 누가 태어날지 그 집안의 기본적인 역사를 알고 있는 거였군요.”



“그러면 연서의 어머니한테 했던 계약. 그거 자체가 연서가 태어날 걸 알고 쥐락펴락한 게 돼요!”


도윤의 말에 연서는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거다! 악령의 사악한 짓 중에 하나가. 악령은 어릴 적 본 나를 기억한다. 그렇게 미래를 보았으니 내가 엄마의 자손으로 태어날 것도 안다. 


그래서 호언장담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이를 갖게 해주겠다고.


“다만 언제쯤 어떻게 태어나는지를 몰랐던 거죠. 그러니 거짓으로 계약하고 계속 미룬 거예요.. 분명히 악령이 알기로는 연서가 존재하게 될 거니까요. 시간을 끌다 보면 언젠가는 연서가 태어나겠지 싶지 않았을까요?”


도윤의 말에 모두가 공감했다. 미래와 과거의 연결. 모든 게 엉망진창이었다. 권자영 하나 때문에.



*******



이때에 유정 스님이 궁금증을 이야기했다. 


“권자영이 내켜하지 않는 여자를 며느리로 들이는 것에는 왜 반대하지 않았을까? 아들 김유범이 좋아해서? 결혼하고 싶다고 하니까? 권자영은 그럴 인간이 절대 아니죠. 아들에 대한 집작, 소유욕은 분명 가스라이팅으로 움직일 수 있었을 겁니다. 왜 연서의 어머니와의 결혼을 말리지 않았을까..”


이건 연서도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그리고 연서 또한 유정 스님과 같은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다시 유정 스님이 말씀하셨다.


“그 답은. 김유범도 정확히는 모를 거예요. 혹시 해서 하는 말인데.. 아까 도윤이가 말했던 흥신소 말이야.. 이미 악령은 죽어 없어진 사람이니 죽은 귀신을 찾는 건 아닐 거고. 혹시 사람을 찾아 달라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흠.. 하긴. 보통 흥신소에 물건을 찾아 달라거나 그러기보다는 사람과 관련된 의뢰를 많이 받지 않나?”


어머니도 유정 스님과 같은 생각을 하셨나 보다. 그러다 갑자기 무릎을 탁! 치며 깜짝 놀란 눈으로 말씀하셨다.


“아들과 결혼 시킬만한 여자! 원하는 요구사항을 적은 종이를 사장에게 줬고. 걱정하지말라, 찾아드리겠다.. 는.. 아닐까?”


다들 똑같이 놀란 표정이었지만 이것은 거의 90퍼센트의 추정이다. 우리만의 뇌피셜.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이긴 했으나 그것에 대한 흔적은 아직 찾지 못했다.


만약 그게 맞는다면······ 엄마와 김유범의 결혼은 권자영의 인생에 짜여진 일부분에 속한다.


권자영은 정말 자신과 관련된 티끌하나마저도 촘촘하게 채워 넣은 대단한 설계자다. 틈이 없는 계획과 끈질긴 실행력. 탐욕의 여왕이자 감정이 결여된 인간. 


묻고 싶다. 그렇게 살아온 인생이.. 그래서 행복하냐고. 죽도록 설계하느라 모든 에너지와 지략을 다 쏟은 당신의 인생이 그래서 행복했냐고!


왜! 죄 없는 사람들을 당신의 설계에 말려들어가게 했는지! 


나는 끝까지 당신을 쫓을 거야. 얼마 남지 않았어. 곧 잡히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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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아빠의 편지 (완결) 24.08.31 9 0 10쪽
58 소멸(消滅) 24.08.31 9 0 10쪽
57 지영아. 신지영. 24.08.31 8 0 9쪽
56 무너진 모래성 24.08.31 8 0 10쪽
55 우리 다시 만나요 꼭 24.08.31 10 0 11쪽
54 악신의 현현(顯現) 24.08.30 10 0 10쪽
53 벌전 (罰錢) 24.08.29 9 0 10쪽
52 거의 다 와간다 24.08.29 11 0 10쪽
51 안녕하세요 박 선생님 24.08.29 9 0 10쪽
50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24.08.29 9 0 12쪽
49 결계 3 24.08.28 9 0 10쪽
» 결계2 24.08.28 12 0 10쪽
47 결계 1 24.08.28 12 0 11쪽
46 세치 혀 24.08.27 12 0 11쪽
45 그래도 악은 악이다 24.08.26 10 0 10쪽
44 하얀 종이 한 장 24.08.26 12 0 10쪽
43 권자영 그리고 최원철 24.08.25 11 0 10쪽
42 화투 패를 손에 쥔 뱀 24.08.25 12 0 10쪽
41 씨가 다른 아이 24.08.24 14 0 9쪽
40 순이네 수퍼마켙 24.08.23 12 0 10쪽
39 박수무당의 이름 24.08.22 12 0 9쪽
38 또 다른 계약자. 나의 엄마. [Four of Cups] 24.08.22 12 0 10쪽
37 찾긴 했다. 김주성을. 24.08.21 15 0 10쪽
36 손거울의 비밀 [The Tower] 24.08.21 13 0 11쪽
35 김주성 찾기 24.08.20 12 0 9쪽
34 그 아이의 이름은 24.08.20 13 0 11쪽
33 아픈 새끼손가락 24.08.19 11 0 11쪽
32 실종 2 [Strength] 24.08.17 14 0 10쪽
31 실종 1 24.08.16 14 0 9쪽
30 천왕 대신 할머니 24.08.16 1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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