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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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문가비
작품등록일 :
2024.07.1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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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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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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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가 다른 아이

DUMMY

강 실장은 다시 고민에 빠졌다. 마지막 딱 한 번만이라고 하는 송민진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사실 이 원장님 입장에서는 좀 귀찮은 일일뿐이지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않는가. 이렇게까지 부탁하는데 한번 만 더 해보자 생각했다. 정말 안되겠다 싶으면 그냥 정공법으로 까놓고 묻자.


그때부터 강 실장의 눈은 이 원장을 따라다녔다. 

‘누가 보면 짝사랑이라도 하는 줄 알겠네. 후..’



                                *******                               



박수무당도 두 번째 여자아이도 우리를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바라보는 시선은 달랐다. 그 아이의 시선은 귀신을 보는 시선이었고 박수무당은 두려움과 경외감이다.


도윤은 이것의 차이가 무엇일지. 그리고 여자 한복을 입었던 자신의 모습은 뭘 의미하는지 그 의문에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두 번째 아이는 연서를 귀신으로 본 게 맞다. 신가물이니 잘 보일 거고. 시공간 왜곡은 상황을 쉽게 이해하기 위해 설명했었던 것뿐이다.


최원철. 그의 눈빛에 어렸던 것. 두려움과 경외심. 그것은 마치 신을 볼 때의 인간의 심리와 같았다. 인간에게 신은 두려운 존재이자 신성한 존재다. 



대표적으로 구약성서의 하나님의 모습이 그렇다. 나약한 인간은 신을 거스르는 죄를 범하고도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은 존재다. 그에 따른 큰 벌을 주기도 하는 것이 신이다.


그래서 많은 신화나 성경에서도 신을 향한 인간의 태도와 감정은 경외감과 함께 두려움이 표현된다. 인간을 돕지만 무섭게 벌을 주기도 하는 신.


박수무당의 눈빛이 그러했다. 그렇다면 나를 그런 존재로 보았다는 얘기다. 여자 한복을 입고 있으니 당연히 여자일 것이고. 


다른 이들은 내가 있는지도 몰랐다. 곧 박수무당은 무당으로써 예민하고 능력이 뛰어난 자 일 수 있다. 그 능력을 허투루 써먹어서 그렇지.


그래서 다른 사람은 보지 못하는 것까지 볼 수 있는 자. 혹은 꿈속의 나의 역할이 박수무당을 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을 수도 있다.


그때의 꿈속의 나는 박수무당에게는 신과 같은 존재로 보였다는 의미다.


그리고 연서의 꿈에서 그 아이는 신가물이지만 어린아이다. 귀신과 신을 정확하게 구분을 하지 못하는 정도일 수도 있다. 


결론은. 그 꿈은 악령이 꾸게 한 것이 아니다. 누군가 다른 영험한 존재가 꿈에 개입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아니. 틀림없다.



                                *******      



강 실장은 이 원장님이 진료실에서 나오기 만을 기다렸다. 예약 손님이 많은지라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는 모양이다. 딱 한 번만 기회가 있으면 된다. 


진료실 밖으로 나와서도 바쁘게 움직이는 이 원장의 오늘의 스케줄에는 틈이 없어 보였다. 때마침 원장실의 환자가 밖으로 나왔다. 


계속 고민했던 강 실장은 에라 모르겠다 하며 진료실로 다가가 노크를 했다.


‘똑똑’

“네~”


강 실장은 조심히 문을 열고 진료실로 들어왔다. 이 원장의 표정은 무슨 일이냐는 듯한 얼굴이었다.


“저.. 원장님.. 그게..”

“네. 말씀하세요. 무슨 일이죠?”


잠시 망설이던 강 실장이 눈 딱 감고 한마디를 했다. 


“송민진님이 마지막 한 번만 더 부탁한다고 연락이 왔어요!”


이 원장의 반응이 어떨지 긴장이 됐다.


“마지막이요? 뭔데요?”


생각보다 이 원장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 그래서 강 실장은 빠르게 설명했다.


“그 김주성이라는 사람 아들이 김유범이라는 사람인데요. 그 사람도 의사래요. 그래서 한번 만 더 소식을 알아봐 달라고 연락이 와서요. 진짜~ 마지막이라고 하시는데 거절하가기 좀 그래서.. 김유범이라는 사람도 알아봐 주실 수 있으실까요?”


다시 이 원장의 표정을 살폈다. 잠시 생각하는 듯한 이 원장이 말을 꺼낸다. 무슨 말을 할지 조마조마한 강 실장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음.. 중요한 일인가 보네요. 그 집안을 자꾸 알아봐 달라고 하는 걸 보니. 알겠습니다. 제가 오늘 내로 알아보고 말씀드릴게요. 아니 메시지로 남겨드릴게요. 병원은 워낙 보는 눈이 많아서..”


이 원장은 별 감흥이 없는 듯 생각보다 건조하게 말했다. 어쨌든 다행이었다.


“휴~ 감사합니다 원장님~ 진짜 마지막이라고 하시네요.. 감사해요~ 메시지 남겨주세요~”


강 실장은 꾸벅 인사를 하고 서둘러 진료실을 나왔다. 아.. 나.. 잘했다! 


말하고 나니 속이 시원했다. 게다가 오늘 안에 알아봐 주신다니!


이제 이 원장님의 메시지만 기다리면 된다. 



                               *******    



연서는 눈이 피로해서 잠시 눈을 감고 소파에 누웠다. 그렇게 시간이 좀 지나고 갑자기 화경이 보였다. 


다시 그 큰 한옥집이 보인다. 누군가가 대문을 열고 들어왔다. 권자영의 모친이다. 그 여자는 익숙한 듯 들어와 밖에 나와 앉아있던 회초리 할머니한테 다가가서 인사를 나눴다.


분명 그 여자가 회초리 할머니한테 ‘할머니’라고 말했다. 할머니. 그렇게 짧은 인사를 나누었을 때 두 번째 아이가 권자영의 모친에게 뛰어와 안겼다.


‘엄마!’ 


분명 그 아이는 권자영의 모친에게 엄마라고 부르며 안겼다. 권자영의 모친은 그 아이를 잠깐 안아주고 다시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는 엄마라는 그 여자의 옆에 딱 붙어서 가만히 앉아 있다. 모친이 가져온 약과 하나를 아이에게 건네니 아이는 약과를 먹으며 기분이 좋은 듯 대청마루에 앉아 발을 흔들었다.


그때 회초리 할머니가 엄한 표정으로 아이를 혼냈다. 조신하게 앉아 있으라며 한 소리를 했다. 다시 아이는 주눅이 든 모습으로 엄마의 뒤로 숨는다.


권자영의 모친은 그 아이를 쳐다보지도 않고 의무적으로 달래 듯 허벅지 위를 두어 번 툭툭 치며 토닥였다. 


그렇게 아이는 서러움이 가득한 눈으로 천천히 조금씩 약과만 보며 먹고 있었다.


권자영의 모친도 그 회초리 할머니도 아이에게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화경은 끝났다. 그럼에도 난 눈을 뜨지 않고 가만히 누워있었다. 약과 하나를 앞니로 조금씩 먹는 아이는 일부러 천천히 먹는 것 같았다. 엄마의 곁에 조금이라도 더 붙어 있으려는 듯이······.



안쓰러웠다. 아무도 아이를 아이로 대해주지 않는다. 아이의 서러움이 나에게도 느껴지는 것만 같아서······ 나는.. 가슴이 아팠다.



                                *******            



연서는 자신이 본 화경에 대해서 도윤에게 말했다. 확실한 건 그 아이는 분명 권자영의 모친에게 ‘엄마’라고 했고 모친은 회초리 할머니한테 ‘할머니’라고 했다.


“그래서 내 생각엔 권자영의 모친은 권자영 말고도 딸이 한 명 있었던 거야. 악신의 그릇으로 삼을 딸. 그런데 그 아이가 회초리 할머니 손에 키워진 거지.”


연서는 한숨을 한 번 내쉬고 말을 이었다.


“결국.. 그 회초리 할머니는 권자영 모친의 할머니였어. 도윤이 네 말대로 외증조 할머니인 거야.”


도윤은 연서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 아이는 엄마와 같이 살지 않는 이유가 뭘까?


“외증조 할머니 손에 키워졌다.. 그리고 찾아온 엄마를 반갑게 맞이했고. 엄마는 아이를 그리 반긴 것은 아니었네?”



연서는 잠시 되짚어 보고 말했다.


“그렇지. 내가 보기에는 그랬어. 아이는 엄마를 계속 기다렸는지 엄마가 오자마자 뛰어와 품에 안겼어. 그런데 엄마는 애를 대충 쓰다 듬고 그 외증조 할머니하고만 대화를 했어. 아이에게 따뜻한 눈길 한 번을 주지 않았지.. 그리고 할머니는 애를 타박하기만 하고..”


연서의 이야기를 쭉 들은 도윤은 노트에 생각나는 대로 끄적거렸다. 그리고 결정적인 한 마디를 했다.


“씨가 다른 아이라면. 그래서 외증조 할머니와 산다면. 그럴 수 있지 않을까? 권자영 모친의 입장에서는 숨겨야 하는 아이..”


하······ 연서는 도윤의 말에 놀랐다. 만약 그런 상황이었다면 오늘 본 장면이 충분히 이해가 됐다. 아이는 엄마의 사랑에 굶주려 있었다. 요즘으로 치자면 외증조 할머니는 정서적 학대를 하고 있는 꼴이 된다. 


“그러네.. 엄마가 있는 앞에서 그 할머니가 애를 혼낼 때도 엄마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 애정이 아예 없어 보이지는 않았지만 크게 있지도 않아 보였어······ ”



그 아이는 후에 굿이 잘못되어서 악령이 된다. 지금 내 안에 있는 악령. 그 악령이 과연 자신의 정체가 밝혀질 수 있는 그런 과거를 나에게 보게 했을까? 


혹시 다른 어떤 존재가, 천왕 할머니의 말씀처럼. 하늘이 나를 돕는 것이 아닐까 했던 그 의문이 확신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래. 이건 악령이 숨기고 싶어 하는 모습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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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아빠의 편지 (완결) 24.08.31 9 0 10쪽
58 소멸(消滅) 24.08.31 8 0 10쪽
57 지영아. 신지영. 24.08.31 8 0 9쪽
56 무너진 모래성 24.08.31 7 0 10쪽
55 우리 다시 만나요 꼭 24.08.31 10 0 11쪽
54 악신의 현현(顯現) 24.08.30 9 0 10쪽
53 벌전 (罰錢) 24.08.29 9 0 10쪽
52 거의 다 와간다 24.08.29 10 0 10쪽
51 안녕하세요 박 선생님 24.08.29 9 0 10쪽
50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24.08.29 9 0 12쪽
49 결계 3 24.08.28 9 0 10쪽
48 결계2 24.08.28 11 0 10쪽
47 결계 1 24.08.28 11 0 11쪽
46 세치 혀 24.08.27 11 0 11쪽
45 그래도 악은 악이다 24.08.26 10 0 10쪽
44 하얀 종이 한 장 24.08.26 11 0 10쪽
43 권자영 그리고 최원철 24.08.25 10 0 10쪽
42 화투 패를 손에 쥔 뱀 24.08.25 11 0 10쪽
» 씨가 다른 아이 24.08.24 14 0 9쪽
40 순이네 수퍼마켙 24.08.23 11 0 10쪽
39 박수무당의 이름 24.08.22 12 0 9쪽
38 또 다른 계약자. 나의 엄마. [Four of Cups] 24.08.22 12 0 10쪽
37 찾긴 했다. 김주성을. 24.08.21 14 0 10쪽
36 손거울의 비밀 [The Tower] 24.08.21 12 0 11쪽
35 김주성 찾기 24.08.20 12 0 9쪽
34 그 아이의 이름은 24.08.20 12 0 11쪽
33 아픈 새끼손가락 24.08.19 10 0 11쪽
32 실종 2 [Strength] 24.08.17 14 0 10쪽
31 실종 1 24.08.16 14 0 9쪽
30 천왕 대신 할머니 24.08.16 1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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