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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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문가비
작품등록일 :
2024.07.1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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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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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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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성 찾기

DUMMY

SS성형외과. 강남에 위치해 있는 병원이다. 세 개의 층을 모두 성형외과와 피부과로 쓰고 있고 밝고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호텔 못지않은 유명한 병원이었다. 그 성형외과에서 근무한지 4년 차인 강예지 실장은 VIP손님인 송민진과 꽤 친근한 사이다.




며칠 전 송민진은 강예지 실장에게 사적인 부탁을 한 가지 했다. 김주성이라는 과거 성형외과 의사에 대해서 알아봐 달라는 것이었다. 어려운 부탁은 아니어서 알겠다고 응했지만 막상 원장 선생님들께 여쭤보기가 쉽지 않았다. 어떤 원장님께 여쭤봐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이호준 원장님에게 지나가는 말처럼 흘려봤다.




“누구요?”




호기심 자극 성공.




“아. 김주성이라는 분이신데 나이는 좀 있으실 거예요. 10년 전에 청담동에 성형외과 건물을 세우신 분이래요~ 엄청 유명했다더라구요.”


​“그래요~? 와 대단하신 분이시네.. 크.. 그 시절에 청담동에 그냥 건물도 아니고 성형외과 건물을...”



강 실장은 이 원장에게 가까이 가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글쎄요.. 횡령, 탈세하고 불법 약 공급하고..어쩌고 그래서 형량이 거의 10년 가까이 나왔다고 하더라구요~ 아마 출소했을 텐데.. 혹시 주변에 이 분 아실 만한 분 있으실까요?”


​“글쎄요.. 오.. 그 정도면 선배님들이 아실 수도 있긴 할 텐데.. 근데 그건 왜 물어보시는 거예요?”



이 원장의 정곡을 찌르는 질문을 예상치 못했던 강 실장은 아차 싶었다. 순간의 기지를 발휘해 어쩔 수 없는 하얀 거짓말을 했다.


“누가 좀 알아봐 달라고.. 소식이 끊겨서 연락이 안 된다고 하더라구요.. 안부도 묻고 싶고 한 9년은 있다 나왔으니 세상이 엄청 변했잖아요. 그래서 잘 적응은 하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걱정이 너~~어무 많이 된다고..”




그럴싸하게 둘러댄 강 실장은 자신의 센스에 별 5개는 너끈히 따낼 만한 잔머리였다고 생각했다. 이 원장은 나중에 기회 되면 주변에 한 번 물어보겠다고 했다. 


음.. 저 말은.. 나중에 밥 한 번 먹자의 뉘앙스인데.. 



*******



송민진은 피해자 모임에 대해 찾고 있었다. 김주성의 형량은 9년이었다. 그리고 수녀님이 보내준 기사는 딱 10년 전의 기사였다. 전과가 있고 나이가 좀 들었을 테니 직접적인 온라인 활동은 어려울 수 있다.



수녀님이 보내 준 그 영상 후에 며칠이 지났지만 건진 게 없었다. 지금은 sns를 뒤져보고 있다. 별 그램, 페이스 노트 등 혹시라도 피해자 중의 한 명이라도 알 수 있을까 해서 찾는 중이다.


“아. 이 호기심 여왕 송민진의 자존심이 상하는 순간이 지금이다. 아우!”



이것마저도 피해자 신상을 모르기 때문에 어찌 보면 의미 없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신상을 안다 해도 누군가의 상처를 다시 뒤집어 꺼낸다는 것은 나 또한 죄송스럽고 불쾌한 일이기도 했다.



온라인에서 모임을 만들자고 마음만 먹으면 휴대폰 앱부터 시작해서 종류가 많다. 그걸 다 뒤지고 있으니 유전 찾기도 아니고··· 어? 밴딩? [김00 성형외과 모임].. 이거 아닐까? 총 멤버는 17명. 가입 신청을 하고 승인이 나야 참여할 수 있는 모임이었다. 게다가 활동하지 않은지도 오래된 듯 했다. 



아우. 됐다. 온라인은 아니다. 그렇다면 강 실장이 1순위다. 망설이다가 강 실장에게 매시지를 보냈다.


⌜실장님 안녕하세요~^^ 저.. 지난번에 여쭤봤던 사람은 아직 다른 정보가 없나 해서 연락 드렸어요~⌟


항상 바쁘셔서 답장이 바로 오지 않을 것은 알고 있다. 조금 더 기다려 보자.



*******



꿈. 연서에게는 이제 지겨운 단어가 되었다. 반면에 중요한 것이기도 했다. 어제의 꿈에서 그 아이의 이름을 제대로 듣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생각을 하며 방문을 열었다. 맛있는 냄새와 함께 도윤은 이미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어. 연서야. 일어났네. 어젯밤은 잘 주무셨어?”



기분이 묘했다. 우리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둘이서만 맞이하는 첫 아침이다. 주방에서는 도윤이 요리를 하고 있고 창밖의 날씨는 아름다운 빛을 모아 거실로 비춰주고 있다. 이건 꿈이 아닌 현실이다. 이 익숙한 현실이 관계의 변화로 낯설고 몽글몽글한 환상처럼 빛나고 있었다.



“잘 잤지~ 꿈도 꿨어~ 언제 일어나서 이렇게 식사 준비를 다했데~ 피곤했을 텐데..”


도윤은 한 손에 프라이팬을 잡고 있었다. 연서의 말에 환하게 웃으며 한 손은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했다. 



“응?”


의아해하던 연서가 다가가니 연서의 허리를 감싸 안은 도윤이 이마에 뽀뽀를 한다. 마치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또 얼굴이 달아오른 연서는 미소를 지으며 화장실로 갔다. 이제 일어났는데 기습 키스라도 당하면 큰일이다. 양치를 먼저 해야 한다. 

양치를 하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는 오늘의 아침이 앞으로의 아침으로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 


​<아. 아침마다 이 꼴을 봐야 하냐? 내가?>


‘아씨.. 방심했다. CCTV 같은 X. 이럴 땐 좀 모른척하지’



“아이 머! 미가 머데 아임 부어 디라리랴!”



<이 년이 뭐라는 거야.. 뱉고 말을 쳐 해! 시X.>


“아으. 퉤퉤. 니가 뭔데 아침부터 지X이냐고. 신경 꺼.”


​< 이 년 안되겠네. 너 두고 봐. 난 약속 이행 하는 거다.>


​이 말을 하자마자 악령은 바로 화경을 보여줬다. 양치 중에. 나가서 로맨스 향을 풍기며 예쁘게 아침 식사를 해야 하는 이 판국에. 한 시간만 있다가 주지. 끝까지 이기적인 년이다 이 악령은.


***


​엄마의 모습이다. 결혼하고 1~2년? 혹은 2~3년 정도는 지난 거 같다. 마지막 엄마의 모습보다 살짝 더 생기 있어 보이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다. 결혼 생활이 악화되고 있는 초반이었을까. 



혼자 있음에도 어둡게 하고 있거나 웅크리고 있지 않았다. 별거 없다고 생각한 순간. 엄마는 갑자기 귀를 잡아 뜯는다. 그래도 안되니 귀를 막고 소리를 지른다. 악령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응? 얼마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악령이 결혼할 때부터 있었던 건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번 도윤의 가족들과 만나서 카드를 봤을 때 박수무당이 엄마한테 악령을 옮긴 것 같다는 결과가 나왔었다. 그렇다면 이 박수무당은 처음부터 엄마를 봉인의 제물로 삼지는 않았다는 것인가. 결혼 후 시간이 좀 나지고 나서야 권자영이 내린 지령이었을까?



“똑똑똑‘

화장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생각 덩어리에서 빠져나왔다.



“연서야 밥 먹자~”


“응응~ 나갈게~”



연서야 밥 먹자는 이제 도윤의 시그니처다. 연서 밥 먹이는 운명을 타고난 자. 183cm의 큰 키에 유도와 복싱으로 다져진 근육들. 비율은 또 어쩔 건데. 쌍커풀 없는 큰 눈이 웃을 때는 눈웃음이 되어버리는 위험한 남자. 이도윤. 내꺼다. 친구로 지낼 때는 누가 데려갈지 복 받은 여자일 거다 했는데. 그게 나라니.


​오늘도 도윤의 정성이 담긴 된장찌개를 맛있게 먹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요즘 집에서의 루틴은 식사 후 설거지를 하고 커피를 마시며 거실의 테이블에 앉아 힌트를 해석하는 것이다. 오늘도 역시 각자 노트와 펜을 들고 앉았다.



“어제 내가 꿈을 꿨는데.. 몇십 년 전 같았어.. 한옥이고.. 머리카락이 하얗게 센 인상이 센 할머니가 아이를... 그랬어.”


​“그래? 독특하네. 무슨 꿈일까? 의미가 있는 걸까 아니면 화경처럼 있었던 일들을 보여주는 꿈일까..”



도윤은 그 꿈에 상징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있었다.



“참! 그런데 그 아이가 꿈에서 내 눈을 마주치고 노려봤어! 어, 그리고 그 아이는 며칠 전 화경에서 본 아이야. 악한 것을 옮기는 그릇으로 삼았던 두 번째 여자아이.”


“뭐? 그게.. 가능해? 네가 무슨 영혼도 아니고.. 그게 뭐야? 시공간이 왜곡된 건가..”


​“푸흡”



시공간이 왜곡되었다는 말에 연서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렇게 웃는 연서를 보며 미소를 짓는 도윤은 웃으면서도 진지하다고 말했다.



“아니, 정말로. 농담이 아니라. 만약에 이게 경험했던 일이라 치자. 실체가 있는 경험인 거지. 그렇다 치면 너는 2024년 서울에 있고 그 아이는 1960년 그 집에 있는데.. 시공간이 겹쳤다 쳐보자고. 그러면 그 아이 입장에선 네가 귀신처럼 보이지 않았을까? 사람으로 인식하고 본 건 아니잖아.”



장난스러운 가설 같기도 했지만 그 아이가 나를 본 것이 확실하다면. 도윤의 말도 일리가 있다. 그러면 내가 귀신이라 치고. 아이는 귀신인 나를 봐도 놀라지 않았다. '오늘도 왔구나?' 이런 느낌이었다.



“어.. 그래. 보통은 귀신이라면 무서워할 만한데.. 그 아이는 익숙하게 봤어. 그것도 살기 어린 눈으로 째려봤어. 그때 마침 누가 불러서 급하게 뛰어나갔지. 그러면 원래 귀신을 보는 아이라는 거잖아.”  



즉 신가물이라는 뜻이다. 그 두 번째 여자아이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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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아빠의 편지 (완결) 24.08.31 9 0 10쪽
58 소멸(消滅) 24.08.31 9 0 10쪽
57 지영아. 신지영. 24.08.31 9 0 9쪽
56 무너진 모래성 24.08.31 8 0 10쪽
55 우리 다시 만나요 꼭 24.08.31 10 0 11쪽
54 악신의 현현(顯現) 24.08.30 10 0 10쪽
53 벌전 (罰錢) 24.08.29 10 0 10쪽
52 거의 다 와간다 24.08.29 11 0 10쪽
51 안녕하세요 박 선생님 24.08.29 10 0 10쪽
50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24.08.29 9 0 12쪽
49 결계 3 24.08.28 10 0 10쪽
48 결계2 24.08.28 12 0 10쪽
47 결계 1 24.08.28 12 0 11쪽
46 세치 혀 24.08.27 12 0 11쪽
45 그래도 악은 악이다 24.08.26 10 0 10쪽
44 하얀 종이 한 장 24.08.26 12 0 10쪽
43 권자영 그리고 최원철 24.08.25 11 0 10쪽
42 화투 패를 손에 쥔 뱀 24.08.25 12 0 10쪽
41 씨가 다른 아이 24.08.24 14 0 9쪽
40 순이네 수퍼마켙 24.08.23 12 0 10쪽
39 박수무당의 이름 24.08.22 12 0 9쪽
38 또 다른 계약자. 나의 엄마. [Four of Cups] 24.08.22 12 0 10쪽
37 찾긴 했다. 김주성을. 24.08.21 15 0 10쪽
36 손거울의 비밀 [The Tower] 24.08.21 13 0 11쪽
» 김주성 찾기 24.08.20 13 0 9쪽
34 그 아이의 이름은 24.08.20 13 0 11쪽
33 아픈 새끼손가락 24.08.19 11 0 11쪽
32 실종 2 [Strength] 24.08.17 15 0 10쪽
31 실종 1 24.08.16 14 0 9쪽
30 천왕 대신 할머니 24.08.16 17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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