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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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문가비
작품등록일 :
2024.07.1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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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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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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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계약자. 나의 엄마. [Four of Cups]

DUMMY

연서는 화경을 보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이게 무슨 뜻일까..


“도윤아. 지금 본 화경에서 좀 의아한 게 있어.”


“의아한 거? 뭔데?”


연서는 도윤에게 화경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다. 그리고 엄마가 했던 말들을 적어 놓은 것을 보여줬다.


[왜 약속을 안 지키냐, 네 말만 믿었는데, 어떡할 거냐, 약속한 세 달이 지났는데, 도대체 언제 약속을 지킬 거냐]


“이게 무슨 뜻일까?”


“흠······”


⌜약속, 세 달, 믿었다.⌟


악령과의 대화 내용이라..... 무언가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을 믿었고 기대했을 것이다. 그리고 세 달이라는 시간은 이미 지났다. 연서의 어머니는 혹시.. 연서처럼 악령과 무언가를 계약했던 것은 아닐까.


도윤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지금 이 말들에서 키워드만 보면 악령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걸로 보이고. 그 약속의 기간이 이미 지났다는 거잖아? 그 기간은 세 달 일 거고. 그렇다면.. 연서 너처럼..” 


도윤은 연서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너희 어머니도 악령과 거래를 하신 게 아닐까? 화를 내실만큼 중요한 약속. 거기에 더해서 어긋난 약속을 책임지라는 식의 말 같아. 어쨌든 악령 네가 한 약속을 언제 지킬 거냐는 것처럼.”


연서는 노트에 적은 내용을 보며 도윤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곱씹어 봤다. 아무리 다양한 각도로 생각을 해봐도 도윤의 말이 가장 합리적으로 보였다.


“네 말이 맞는 것 같아. 나 말고도 계약자가 또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적도 있고. 혹시 엄마도 그런 게 있었을까 추측해 보기도 했었어.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 같아······ 카드를 한 번 보자.”


[4 of Cups, Ace of Pentacles, 7 of Wands]


[4 컵스, 에이스 펜타클, 7 완즈]


“악령이 엄마에게 그럴싸한 제안을 한거 같아. 엄마의 삶에서 만족되지 않는 어떤 부분. 상황이 바뀐 것은 아닌 걸로 보이니······ 아마도 기간이 지나고 말이 달라진 거 같아.”


연서는 잠깐 눈을 감았다. 그리고 감정을 참아내 듯 삼켰다.


“엄마는.. 아무래도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악령이 해준다는 약속을 하늘에서 준 기회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어.”


쉽게 말하면. 사람의 간절함을 이용해 관심을 끌고 갖고 논거다. 그 세 달이라는 시간 동안 엄마를 얼마나 애타게 했을까.. 제 손안에 사람을 붙잡고 휘두르며 얼마나 우월감을 느꼈을까..


마음이 아팠다. 엄마라서가 아니라 유약한 한 인간의 아픔이 귀신에게 이용당했다는 것이 비통했다. 


도대체 악의 끝은 어디일까. 끝이 있긴 한 걸까.


도윤은 연서를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해줄 수 없었다. 되지도 않는 위로 따윈 지금 연서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 때이다. 나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에 잠겼다.


*******


목사님은 배용재 선교사님과 오랜만에 인사를 나눴다. 종종 연락을 이어오고 있는 관계여서 어려운 사이는 아니었다. 안부도 묻고 현지 선교 상황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그렇게 얼마간의 대화를 하다가 김주성에 대한 내용을 꺼냈다. 구체적인 내용을 다 말하기에는 너무 길어서 악령의 핵심적인 부분만 간추려서 설명을 했다.


선교사님은 깜짝 놀라셨다. 그런 일이 목사님 가까이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도 놀랄 일이고 모두가 함께 합심하여 사람을 살리고자 하는 마음에 감동하셨다.


선교사님은 자신뿐만 아니라 필리핀에 거주 중이신 다른 분들께도 직접 전달하시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김주성을 찾게 되면 소식을 전해주기로 했다. 그리하여 김주성에 관한 이야기까지 마무리가 되었다.


어머니는 목사님의 이야기를 들으시고 안도했다. 


“그래도 이렇게 적극적으로 도와주신다니.. 정말 감사하네요.. 선교사님도 고생 많으실 텐데..”


“사람을 살리고 악을 멸하는 일이니 선교사님도 모든 것이 평온하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실 거예요. 워낙 따뜻하신 분이시니까요.”


두 분은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각자 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


 


 


목사님에게 메시지가 왔다. 필리핀에 계신 선교사님께 알아봐 달라고 부탁드렸다는 내용이었다. 도윤은 연서에게 작은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소식을 들려주었다.


“다행이다~ 김주성을 찾으면 나머지 해답을 얻을 수 있을까?”


“나머지를 모두 얻지 못하더라도 작은 성과라도 있겠지.”


도윤은 안심하라는 듯 밝은 미소를 지었다.


연서는 좀 전에 노트에 적어 놓은 것을 보다가 한 가지 오류를 발견했다. 마침 그 부분을 도윤에게 얘기하려던 차에 목사님께서 소식을 전해주신 것이다. 김주성에 대한 거의 막바지 추적이 될 것 같아서 기대가 되기도 했다.


이제 도윤에게 자신이 놓쳤던 것에 대해 나누기 시작했다.


“도윤아 내가 하나 놓친 게 있더라구. 권자영에 관한 거야.”


“웅? 이 퍼즐이 완벽할 순 없지. 나중에 보면 구멍이 숭숭 나있는 게 많이 보일 걸. 어떤 내용이야?”


연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흐린 미소를 지었다. 내심 불안해지고 있는 걸까.. 아니면 아까 엄마의 화경 때문일까.. 기분이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무거운 마음이 가벼워지진 않는다.


“우리 천왕 할머니한테 갈 때 내가 차안에서 본 굿하는 화경 있잖아. 그때 보이기로는 이랬어.”


*굿을 하는 무당 - 권자영의 할머니


*바로 옆에서 돕는 역할을 한 20대의 여자 - 권자영의 모친


*첫 번째 의식을 치른 아이 - 권자영


*두 번째 의식을 치른 아이 - 악령


그런데 마지막 꿈에 나왔던 두 번째 아이의 종아리를 회초리로 때리던 하얗게 머리카락이 센 연세가 꽤 있어 보이는 한복을 입은 할머니. 그 사람을 별생각 없이 권자영의 할머니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앞선 굿을 했던 무당은 그 할머니처럼 나이가 있지 않았다. 그 무당은 대략 50대 정도로 보였다. 권자영의 모친이 20대. 조금 더 나이를 높게 잡아도 30대 초중반 정도이다. 그리고 권자영으로 보이는 아이가 10대 였다.


이것만 보자면 얼추 연령대가 손녀, 엄마, 할머니 이렇게 삼대로 맞아떨어진다. 그런데 그 회초리 할머니는 머리카락이 하얗게 세어버릴 정도의 연령대다.


“그 꿈에서는 별생각 없이 할머니가 나와서 당연히 할머니로 생각해버린 거야 내가. 그런데 처음 보는 할머니였거든. 그 회초리 할머니는 확실히 권자영의 할머니는 아니야. 그렇다면 누구일까?”


도윤은 진지하게 추리를 해보고 있었다. 연서의 말대로 회초리 할머니는 연세가 너무 많다. 그렇다면.. 외증조 할머니일까? 아니면 악령의 할머니 일 수도 있다.


“증조할머니 아니면 그냥 두 번째 아이인 악령의 할머니는 아닐까? 만약 악령이 늦둥이라면 그럴 수도 있긴 할 텐데.. 아니면 악령의 부모가 늦둥이 일 수도 있고.. 좀 찝찝하다 이건. 권자영과 관계가 있는 사람은 맞을 거 같은데..”


지금 당장 밝힐 수 없는 문제다. 그렇다면 다음으로 넘기고 잊지 않게 머릿속에 꼭 넣어두어야 한다.


“이 회초리 할머니는 킵 해놓자 도윤아. 지금은 확인이 안되니까 일단 쉬운 거에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래. 나도 같은 생각이야. 그리고 우리 좀 쉬자. 와. 내가..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나도 스카이 의대에 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아~”


연서는 도윤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났다. 


“뭐야. 왜 웃어 한연서. 약간 비웃음에 가까웠어. 어허~”


“아냐~ 그냥 웃겨서 웃은 거야.”


‘넌 체대가 딱이야.’


*******


도윤은 잠시 소파에 누워 있다가 방으로 들어가더니 카메라를 가지고 나왔다. 일본에서 카메라를 3대나 가져왔는데 한 번도 꺼낸 적이 없었다. 


천왕 할머니 댁에 갔을 때도 엄마와 할머니의 사진을 찍지 못했다는 것이 아쉬웠다. 워낙 악령에만 몰두한 탓에 사진은 생각도 못 했다. 심지어 휴대폰 셀카도 찍은 적이 없다. 그래서 가벼운 미러리스 카메라를 꺼내왔다. 


‘연서 사진 좀 찍어야지.’


“어? 카메라네? 오. 가져왔었어?”


“어. DSLR까지 3대나 가져왔는데 한 번도 안 꺼냈네. 완전히 잊고 있었어. 그때 천왕 할머니 댁에 갔을 때도 휴대폰으로라도 엄마랑 사진 좀 찍어 드릴 걸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우리 모습도 많이 찍어야지. 하하. 너는 내 평생 모델이니까. 작품전 해야겠다. [연서전] 어때?”


“그걸 누가 사가~ 하하하하하.”


“내가 사면되지!”.


“네가 찍고 네가 산다고? 그러면 집에 온통 내 사진이면······ 아 좀! 스토커 같잖아!”


도윤은 말없이 웃기만 했다. 그것도 좋은 생각 같아서.


테스트로 연서가 자연스럽게 웃는 모습과 쉬는 모습 몇 컷을 찍었다. 잘 나왔네. 그리고 또 찍었다. 카메라에 익숙지가 않은 연서는 어색하게 웃었다. 


“카메라를 보지 마~ 그냥 하던 거 해.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담고 싶어.”


좋아. 일분일초마다 예쁜 척을 해보겠어. 


그렇게 도윤은 몇 장을 더 찍고 나서 연서에게 보여줬다. 


“잘 나왔지?”


“오.. 이도윤 작가님.. 좀 하시는데요? 어? 뭐야?”


“왜? 맘에 안 들어?”


“아니······ 그게 아니라······”


도윤이 카메라를 받아들고 찍힌 사진을 확인했다. 뭐가 이상한 거지? 컷마다 자세히 들여다봐도 뭐가 이상한 건지 모르겠···지 않다. 연서의 뒷배경에 검은 연기 같은 것들이 찍힌 컷이 있었다. 한 사진은 거실의 구석에 어두운 형체가 있었고 다른 사진들도 군데군데 검은 형태가 찍혔다.


“뭐야 이게? 심령사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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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아빠의 편지 (완결) 24.08.31 9 0 10쪽
58 소멸(消滅) 24.08.31 8 0 10쪽
57 지영아. 신지영. 24.08.31 8 0 9쪽
56 무너진 모래성 24.08.31 7 0 10쪽
55 우리 다시 만나요 꼭 24.08.31 9 0 11쪽
54 악신의 현현(顯現) 24.08.30 9 0 10쪽
53 벌전 (罰錢) 24.08.29 9 0 10쪽
52 거의 다 와간다 24.08.29 10 0 10쪽
51 안녕하세요 박 선생님 24.08.29 9 0 10쪽
50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24.08.29 9 0 12쪽
49 결계 3 24.08.28 9 0 10쪽
48 결계2 24.08.28 11 0 10쪽
47 결계 1 24.08.28 11 0 11쪽
46 세치 혀 24.08.27 11 0 11쪽
45 그래도 악은 악이다 24.08.26 10 0 10쪽
44 하얀 종이 한 장 24.08.26 11 0 10쪽
43 권자영 그리고 최원철 24.08.25 10 0 10쪽
42 화투 패를 손에 쥔 뱀 24.08.25 11 0 10쪽
41 씨가 다른 아이 24.08.24 13 0 9쪽
40 순이네 수퍼마켙 24.08.23 11 0 10쪽
39 박수무당의 이름 24.08.22 12 0 9쪽
» 또 다른 계약자. 나의 엄마. [Four of Cups] 24.08.22 12 0 10쪽
37 찾긴 했다. 김주성을. 24.08.21 14 0 10쪽
36 손거울의 비밀 [The Tower] 24.08.21 12 0 11쪽
35 김주성 찾기 24.08.20 12 0 9쪽
34 그 아이의 이름은 24.08.20 12 0 11쪽
33 아픈 새끼손가락 24.08.19 10 0 11쪽
32 실종 2 [Strength] 24.08.17 14 0 10쪽
31 실종 1 24.08.16 14 0 9쪽
30 천왕 대신 할머니 24.08.16 1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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