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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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문가비
작품등록일 :
2024.07.19 09:49
최근연재일 :
2024.08.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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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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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모래성

DUMMY

<야. 이 딴 것들로 방해하면 내가 쫄 거 같았냐? 야 이개XXX 하지마아악! 음으으윽으어 푸하. 뭐하는 짓거리 으으윽음으아으에으윽~~!>


골치가 아팠다. 병원으로 출발하자마자 바로 악령은 알 수 없는 소리와 욕을 해댔다. 대상이 나인 건지 혼자 성이 난 건지 앞뒤 안 맞는 말을 해가며 또 머리를 울린다.


작은 망치로 머리는 계속 두드리는 느낌이었다. 속은 또 왜 이리 안 좋은지.. 멀미라기보다는 위장이 꼬이듯 아프다고 해야 할까.. 


이것을 표현하자면······ 마치 내 아랫배에 똬리를 틀고 있던 뱀이 나오려고 온몸을 헤집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아프다. 그런데 타격에 의해 아픈 통증과는 달랐다. 이건 분명히 이 쥐새끼가 미쳐 날뛰는 거다.


그나마 이 정도인 걸 보면 팔찌 때문에 버틸 수 있는 정도인 것 같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보다 몇 배는 더한 통증이 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난 이미 쓰러졌을지도 모른다.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그 상태였다. 도윤과 박 선생님은 헉헉거리는 나를 걱정했다. 김유범은 의사로서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체크했지만 의학적 문제가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눈치를 챘다.


김유범이 배 쪽을 눌러보고 아프냐고 물을 때마다 하나도 아프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비한 쥐새끼는 사람 손이 다으며 아프냐 물을 때는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그래. 이제 마지막 전쟁의 시작이다.

‘어르신들.. 끝까지 도와주세요.. 지켜주세요..’


도윤도 연서와 같은 마음으로 이빛 요양병원으로 들어섰다. 


***


김유범은 먼저 간호사 선생님께 11시 예약을 확인했다. 그리고 우리를 가족들이라고 설명했다. 모두가 함께 권자영만 조용히 만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지 않는 방. 그런 방에서 면회를 요청했다.


간호사 선생님은 의사 선생님께 여쭈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덧붙여 김유범 자신이 의사라는 것 또한 밝히며 안전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11시를 2분 앞둔 그때 먼저 김유범이 들어가서 권자영을 좀 편하게 하는 시간을 가졌고 간호사 선생님이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우리가 그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우리끼리 순서를 정했다. 문은 하나고 셋이 동시에 들어갈 순 없으니.. 


게다가 권자영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서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먼저 박 선생님, 그리고 도윤, 연서 이렇게 줄지어 들어갔다. 소파와 테이블이 있는 방에 권자영과 김유범이 함께 앉아 있었다.


드디어 권자영의 실물을 보았다. 화경과 꿈에서 보던 그 권자영은 이제 없다. 초라하고 앙상한 가죽만 남은 노인의 모습이다.


권자영은 김유범에게 누구냐 물었다. 연서가 먼저 나서서 자신을 소개했다. 다만 인사는 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당신의 안녕에 관심이 없다.


무언가 엄청날 것이라는 두려움에 걱정했던 것들은 의미가 없어졌다. 당신도 그저 한낱 나약한 인간이구나..


“저는 한수정 씨의 딸 한연서 입니다. 당신에게 확인할 것이 있어서 수소문해서 여기까지 왔어요. 한때 한수정 씨의 남편이었고 여전히 당신의 아들이 김유범 선생님도 함께요.”


분명히 정신은 멀쩡했다. 날카로운 눈빛이 죽지 않았다. 아마 치매는 아닐 것이다. 미쳐가고 있을 뿐이다. 연서의 말에 권자영은 말없이 연서의 눈을 바라봤다.


<끼아야아아아아~~!으으으읍...으읍..>

악령은 괴상한 소리를 냈다가도 누가 입을 막은 듯 멈추었다가 짧은 소리를 내뱉는 것을 몇 번 반복했다. 그래. 너도 권자영에게 한이 맺혔겠지.


“저희 엄마를 흥신소에서 사람을 풀어 찾아낸 것이 맞나요?”


연서는 주저 없이 필요한 내용만 물었다. 마치 취조하듯이.


“끄으응”


권자영은 바싹 말라버린 입술을 움직여 천천히 대답했다. 낮고 쉬어버린 목소리였다.


“언젠가 올 줄 알았지. 잘 찾아왔네. 그래. 하······”


잠시 긴 한숨을 내뱉은 권자영은 김유범을 바라보며 눈가가 젖어들었다. 하지만 그뿐. 독하게도 눈물 따윈 흘리지 않는다. 아들이 받을 충격이 걱정되어 보는 것일 뿐. 


“유범아. 어디까지.. 알고 있니?”

“어머니. 제가 무엇을 알던 그렇지 않던 중요하지 않아요. 그건 나중 문제예요. 그냥 이분들께 있는 그대로.. 하나도 숨기지 않고 말해주세요.. 저는 괜찮아요.”


잠시 눈을 감고 감정을 추스른 권자영은 연서의 질문에 그제야 대답했다.


“맞다. 내가 그랬다. 연서라고 했지.. 넌 어디까지 알고 있니?”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연서는 한 번씩 몸서리 쳐지는 그 떨림을 참아내며 말했다.


“모두 알아요. 당신이 모르는 것까지 전부. 최원철도 만나고 왔어요. 시간 낭비하지 마시고 그대로 다 말씀해 주세요.”


“아.. 최원철.. 그랬구나. 그래. 들어서 알겠지. 난 내 아들이 평범하게 살길 원했다. 그래서 최원철과 오랜 시간 공을 들였지.. 굿을 해도 유범이에게 오는 것을 완전히 막을 수 없었어. 시간만 늦출 뿐이었지.. ”


권자영은 잠시 고개를 돌려 김유범을 보고 다시 연서와 대화를 이어갔다.


“그래서.. 최원철과 나는 수정이를 찾자마자 유범이하고 연이 이어지도록 우연을 가장한 인연을 만들었어. 흥신소에 도움도 받았지. 그때 수정이는 백화점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 그래서 거기서 둘이 처음 만나게 된 거야.”


김유범은 고개를 숙였다. 시선은 멍하니 바닥만 보고 있다. 그리고 권자영에게 말했다.


“그게.. 저와 수정이의 만남이.. 어머니께서 억지로 만드신 무대라는.. 뜻인가요?”


권자영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내가 그 시기쯤 유범이 지갑에 부적을 넣어줬어. 인연을 맺을 수 있는 부적. 부적만 가지고 쉽게 되겠나.. 운명을 뒤트는 일인데.. 굿도 하고 비방도 하고 그랬어.. 그래서 유범이 네가 수정이를 보고 적극적일 수 있었던 게지..”



하!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왔다. 당신이라는 사람은 그저 내 자식, 내 집안, 내 돈, 결국 ‘나 자신’밖에 모르는 인간이었다.


“그러면 엄마에게 아이도 갖지 말라고 했던 것과 후에 이혼하라고 보낸 문자. 모두 당신이 한 것이 맞는 건가요?”


권자영은 이제 가늘디 가늘고 주름이 가득한 목을 힘없이 끄덕였다.


“그렇게 당신의 덫에 걸려들게 하고 2년 후면 아들과 떼어낼 생각으로요?”


권자영은 연서의 질문에 대답할 용기가 나지 않는 듯 시선을 돌렸다.


“대답하세요. 맞나요?”

“········· 맞아. 그랬어. 내 욕심이었다. 그렇게 이혼하고 좋은 집안에 다시 재가하길 바랐던.. 내 욕심이었어.. 그때 아이를 낳았다면.. 유범이처럼 무당 팔자가 될 거였거든.” 


권자영은 한 호흡을 들이 마신 후 말했다.


“내 핏줄이 강해서.. 유범이의 아이가 태어난다면 그게 누구든 신의 길을 가야 하겠지. 이미 윗대에서 신당을 없앴으니.. 누구한테든 신의 눈이 향했을 거야.”


연서는 목 끝까지 차오른 분노에 목구멍이 뜨거워졌다. 도윤과 박 선생님은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묻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인생이, 당신이 빈틈없이 만들었던 그 삶이 행복하던가요? 그렇게 하나씩 뜻대로 되어가니 살만하던가요?”



권자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도 그러길 바랐어. 하지만.. 거짓으로 쌓은 모래성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법이야. 그 불안감을 안고 평생을 살았지..”


그 이후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권자영은 그렇게 흥신소를 통해 엄마와 김유범을 결혼시켰다. 결혼 전에는 따뜻하고 너그럽기만 했던 시어머니 권자영은 엄마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다.


언제나 수시로 전화를 해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권자영이 계획한 2년이라는 시간의 하루하루 들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악마다. 저것이야말로 악귀다. 일상 보고라니.. 포로처럼 그 집안에 갇혀 자유의지를 박탈당한 엄마는 소극적인 그 성격대로 이내 그 삶을 받아들였다.


“그러면 김유범 씨가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난 것도 당신은 알고 있었게네요. 그 여자와의 인연도 그렇게 묶어주었나요?”


“········· 맞아. 다 나야. 후에 수정이와 이혼을 원했을 때 아이가 생겼다는 말을 듣고 반대를 했지. 내가 생각한 건 그게 아니었는데.. 그때부터 유범이와의 관계에 금이 간 거야.. 나의 통제를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그 후 김유범은 어머니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 여자와 재혼을 했다. 그리고 어제 말했듯 그 아이는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났다. 혹시 그것마저도 이 여자가 공을  들인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김유범이 함께 있어서 차마 그 질문은 하지 못했다.


“당신과 최원철이 저희 집안에 봉인해 놓은 악령. 그 악령이 지금 저와 함께 있어요. 저는 27살입니다. 이 악령도 27년째.. 아니.. 제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함께 있었네요. 혹시 알고 계셨나요? 이 악령이 어릴 적 당신을 대신할 제물로 키워졌다는 것을요.”


“하······ 어릴 때는 몰랐어. 그냥 친척 동생인 줄 알았지. 나이가 조금씩 들어가니.. 그냥 동생이 아니더라.. 오히려 나이는 내가 한 살 적지. 그런데 내가 언니여야 그 아이가 더 따를 테니.. 내 어머니는 나를 언니라고 했었지. 

나도 신기가 넘칠 때라 느낌으로 알았어. 자세히는 아니더라도..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무당을 이 아이로 인해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었어.”


권자영은 어릴 때부터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도, 어떤 사람도 전혀 중요치 않은 그런 인물이었던 것이다.


“당신의 탐욕은 타고난 기질이군요.. 지금 제 몸 안에서 미친 듯 날뛰고 있어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저희 엄마처럼 죽어나가야 할까요?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이 와중에 또 당신은 당신의 것을 지키는 계략을 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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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아빠의 편지 (완결) 24.08.31 9 0 10쪽
58 소멸(消滅) 24.08.31 8 0 10쪽
57 지영아. 신지영. 24.08.31 8 0 9쪽
» 무너진 모래성 24.08.31 8 0 10쪽
55 우리 다시 만나요 꼭 24.08.31 10 0 11쪽
54 악신의 현현(顯現) 24.08.30 9 0 10쪽
53 벌전 (罰錢) 24.08.29 9 0 10쪽
52 거의 다 와간다 24.08.29 10 0 10쪽
51 안녕하세요 박 선생님 24.08.29 9 0 10쪽
50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24.08.29 9 0 12쪽
49 결계 3 24.08.28 9 0 10쪽
48 결계2 24.08.28 11 0 10쪽
47 결계 1 24.08.28 11 0 11쪽
46 세치 혀 24.08.27 11 0 11쪽
45 그래도 악은 악이다 24.08.26 10 0 10쪽
44 하얀 종이 한 장 24.08.26 11 0 10쪽
43 권자영 그리고 최원철 24.08.25 10 0 10쪽
42 화투 패를 손에 쥔 뱀 24.08.25 11 0 10쪽
41 씨가 다른 아이 24.08.24 14 0 9쪽
40 순이네 수퍼마켙 24.08.23 11 0 10쪽
39 박수무당의 이름 24.08.22 12 0 9쪽
38 또 다른 계약자. 나의 엄마. [Four of Cups] 24.08.22 12 0 10쪽
37 찾긴 했다. 김주성을. 24.08.21 14 0 10쪽
36 손거울의 비밀 [The Tower] 24.08.21 12 0 11쪽
35 김주성 찾기 24.08.20 12 0 9쪽
34 그 아이의 이름은 24.08.20 12 0 11쪽
33 아픈 새끼손가락 24.08.19 10 0 11쪽
32 실종 2 [Strength] 24.08.17 14 0 10쪽
31 실종 1 24.08.16 14 0 9쪽
30 천왕 대신 할머니 24.08.16 1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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