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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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문가비
작품등록일 :
2024.07.19 09:49
최근연재일 :
2024.08.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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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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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계 1

DUMMY

‘왜.. 나도 그렇지만.. 모두가.. 신났을까······ 왜지?’


연서는 어머니가 챙겨주신 샌드위치도 먹고 커 피도 마셨다. 배도 든든하겠다, 날씨도 좋고 흥이 났다. 그래도 오늘은 조심해야 하니 차분하게 있자 하며 스스로 컨트롤 중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연서 혼자만의 생각일 뿐. 가족들은 신이 났다. 수다에 수다에 수다가 이어지고 연서도 같이 배꼽을 잡고 웃다 보니 정말 휴가라도 가는 기분이었다.


목사님도 운전을 하시며 가는 내내 웃음꽃이 만발했다. 그러다 문득 연서는 나 때문에 일부러 다들 고생해 주시는데 너무 눈치가 없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차분하게’라고 반복을 하고 있다.


어머니가 연서를 부르셨다.

“연서야.”

“네?”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말씀하셨다.

“괜찮아~ 긴장 풀어도 돼~ 이왕 가는 거 좀 즐기면 어떠니? 부정한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닌데. 어차피 거기 가면 다 심각해질 거야~ 호호호.”


어머니의 말씀이 끝나자마자 수녀님도 한껏 신난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맞아~ 나도 연서 아니면 이 시간에 이 날씨를 못 즐겨~ 하늘 봐~ 구름이 그림 같아~ "



이 정 많고 속 깊은 분들께 어떻게 보답을 할 수 있을까.. 어제 꿈에서 김유범이 엄마에게 말했었다. 우리가 잘 살면 그게 보답이라는 말. 


넌 그렇게 보답 따위 개나 줘버리고 살았지만, 나는 안 그럴 거다. 꼭 매일을 보답하는 마음으로 감사하며 살아 낼 거야.



*******



수다도 하며 즐겁게 가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모두의 표정에 긴장감이 묻어났다. 차에 있을 때는 미처 몰랐는데 내려서 보니 세 분 모두 등산복에 등산화 차림이셨다. 연서도 나름대로 편한 트레이닝 복에 운동화를 신고 오긴 했다. 


“목사님~ 참 트렁크에 그거.. 꺼내야 해요~ 잊을 뻔했네~”


“아이코~ 그러네요. 자 여기!”


목사님은 트렁크에서 등산화를 꺼내셨다. 그러곤 연서에게 운동화는 미끄러질 수 있으니 등산화로 갈아 신으라고 권했다.


새것 같아서 그래도 되려나 싶었는데 수녀님이 연서를 툭툭 치며 말했다.


“이거 연서 네 거야. 도윤이가 발 사이즈를 알더라구. 후후훗. 어서 갈아 신자~”


“제 거요?”


“응~ 셋이 맞췄어. 봐봐. 예쁘지. 연서랑 수녀님이랑 나랑.”

어머니는 자랑스럽게 한 발을 쭉 내미셨다.


“세상에! 감사합니다~! 예뻐요~”

연서가 등산화로 갈아 신는 사이 멀리서 도윤과 유정 스님이 내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


<이 씨XX놈들이! 감히 나를 약 올려? 늬들이 모여서 대가X 맞댄다고 뭐가 달라질 줄 알아? 저 개X놈에 땡중X끼! 저 새X가 뒤에서 조종하는 구만! 야! 한연서! 너 계약 제대로 지키는 거야? 내가 오늘 니 X 목을 X주리? 어? 이 X같은 X . 아~~! 씨X!>


안 들린다. 안 들린다. 개소리는 안 들린다 생각하자.


***


가족들 모두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연서와 도윤도 눈을 맞추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유정 스님을 따라서 줄지어 올라갔다. 맨 뒤는 도윤이 지키고 있다.


유정 스님이 이끄는 대로 향했더니 동굴이 보였다. 안의 바닥에는 도윤과 유정 스님이 만들어 놓은 결계가 깔끔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다양한 색과 원을 기준으로 여러 겹의 도형이 바닥에 수놓아져 있었다. 



“와···둘이 고생 많이 했겠다.. 너무 수고했네 아들들~”


어머님이 유정 스님께 아들이라고 하시니 어색했다. 스님은 그냥 태어날 때부터 스님이셨을 거 같은데.. 어머니는 스님과 도윤의 엉덩이를 잘했다며 통통 치셨다. 그 모습에 다들 웃음이 터질 뻔했지만 꾹 참았다.


그리고 모두 도윤과 유정 스님의 수고로움에 각자 나름의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게 결계라는 거구나..’


유정 스님이 먼저 혼자 들어가셨다. 스님이 진언을 외우는 동안 각자 동굴 밖에서 마음을 비우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유정 스님의 진언이 끝났을 때 모두가 노트와 펜을 하나씩 챙겨 도형 안에 동그랗게 모여 앉았다.


그와 동시에 연서와 도윤의 팔찌가 붉은빛을 내기 시작했다. 신기한 일이었다. 그러나 도윤과 연서를 제외한 가족들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이 결계 안으로 악령은 못 들어온다고 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하며 아무 영향도 줄 수 없는 공간.


지금껏 살면서 이렇게 몸이 가벼운 느낌이 처음이다. 혈액 순환도 잘 되는 것 같고 늘 물먹은 솜 같던 몸이 숨쉬기도 더 편해졌다. 마치 수중 속에서 살다가 육지로 나온 그런 느낌이었다.


“와.. 제 몸이 엄청 편해졌어요! 가벼운 느낌도 들고 시원하달까요..”


이 악령 새끼가 있는 것이랑 없는 것이 이렇게 확연하게 차이가 나다니.. 야. 이제는 죽어도 널 내보내야겠다. 그동안 몸에 피로감이 얼마나 심했는 줄 아냐!


먼저 목사님께서 유정 스님께 얼마 동안 결계에 머물 수 있는지 물으셨다.


“지금부터 최대 3시간으로 잡고 있습니다. 더 길어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그렇다면 서둘러 각자 이야기를 해야 했다. 먼저 도윤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중요한 인물이 권자영, 박수무당, 악령, 김주성, 김유범. 각자 시간 순 상관없으니 서로 아는 것들을 먼저 공유하도록 하죠.“


연서가 먼저 설명을 했다.

“박수무당은 어쨌든 권자영네 집안이랑 상당히 가까웠고 거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리고 권자영은 소규모 도박장을 운영했어요. 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본건 하나예요.”


박수무당은 그 도박장의 단골손님으로 보였다. 그리고 권자영은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준다. 박수무당도 돈을 빌린다. 권자영이 박수무당을 대하는 태도는 집안의 머슴 대하 듯 하대한다.


권자영은 박수무당을 싫어하는 것을 대놓고 티 낸다. 박수무당도 그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붙어먹는다. 살기 위해. 또 돈이 되니까.


“제가 또 느낀 것은.. 권자영은 박수무당을 완전히 무너트리려고 했어요.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이유는 하나요. 권자영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요. 간사한 사람이라 언제 배신할지 모르기도 하구요.”


이때 수녀님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러면 없애버리려는.. 뭐 그런 시도를 했다는 거야?”


“그것까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현재 제가 알게 된 것은 그 도박판은 모두 권자영이 짠 판이었어요. 그리고 같이 도박을 했던 사람들은 권자영이 심은 타짜였구요. 일부러 돈을 빌리는 역할을 하기도 했어요. 박수무당의 재산을 탕진시키되 곧 권자영의 재산으로 흡수되어 버리는 거죠.”


그랬다. 그 도박판에 모인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계속 권자영과 눈빛을 주고받았다는 걸 마지막 화경에서야 눈치챘다.


세상에.. 연서의 말을 들은 모두는 지독하다며 혼잣말들을 했다. 어어서 어머니의 말씀으로는.


“나는 천왕 이모가 몇 가지를 알려주신 게 있어. 권자영이 결혼 전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져서 몰래 낳고 바로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한 거라고 하시더라고. 권자영의 결혼 전 화경도 보셨고 신령님이 알려주셨다고 하셨어.”


그렇다면 연서가 본 악령의 어린 시절의 모습이 연결이 된다. 


“그러면 제가 본 화경이랑 연결이 돼요. 권자영의 집안 순서가 외증조 할머니, 권자영의 할머니, 권자영의 모친, 권자영, 그리고 악령. 이렇게 이어지고.”


요즘 꿈에서 보여주는 악령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 큰 한옥집에서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갇혀 있었던 그 아이. 그리고 이 꿈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이유까지도.


“그런데 이게 굉장히 중요해 보여요. 이 아이도 신가물이예요. 권자영 못지않아요. 외증조 할머니도 만만치 않구요. 그리고 꿈임에도 불구하고 저와 대화를 했어요.”


“꿈인데 대화를 했다고?”

어머니와 모두가 놀란 모습이었다.


연서는 꿈의 내용과 대화에 관해 말했다. 그리고 꼭 그 아이의 이름이 들릴만하면 거기서 꿈이 멈춘 것도 함께.


두 번째 꿈에서 외증조 할머니가 들어온 것은 아마도 그 할머니가 뭔가 낌새가 이상해서 서둘러 방문을 열고 들어온 것 같았다. 분명히 아이의 이름을 말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요. 저와 대화할 때 할머니도 또 같이 오셨다고 했어요. 처음에는 제가 할머니로 보이나 했는데···후에 생각해 보니 아이의 말은 ‘오늘도 언니랑 할머니랑 같이 왔네’라는 의미였어요.”


그 할머니가 누구일까. 이때 도윤이 생각난 것이 있었다. 악을 옮기는 굿. 그 꿈이다. 


“그 꿈에서 박수무당이 절 봤는데········· 그런데 제가 여자 한복을 입고 있었어요. 연서도 할머니랑 같이 왔다고 하고.. 이게 뭘까요..”


최근에는 악령에게 불리한 화경을 보기도 하고 중요한 과거의 일들을 꿈으로 보고 있다. 악령에게 떠보면 전혀 모르는 듯했다. 그리고 악령은 뭔지 모르지만 자꾸 방해하지 말라고 화를 냈었다. 


이야기를 들으신 어머니와 목사님은 서로의 얼굴을 잠시 마주 보았다. 역시.. 라는 그 눈빛이다. 그리고 목사님이 대화를 이어가셨다.


“기도하면서 최근 들어 많이 느껴지는 것이 있어. 무속에서는 화경이라고도 하지. 종교인들은 모두 다 같아. 자신이 섬기는 신이 어떤 장면을 보여주기도 하고 성경 말씀으로 표적을 주시기도 하시지. 예언을 해주시기도 하고. 엄마와 아빠도 그랬다.”


목사님은 감격스러워하시는 표정이셨다. 

“지금 너희들을 돕는 손길이 있어. 나에게는 그것이 또렷이 보이지는 않았지. 다만 하나님께서 도와주시는구나.. 그렇게 여기고 있는 것일 뿐이었지.”



목사님은 따뜻한 표정으로 어머니를 바라보셨다. 그렇게 어머니의 설명이 이어졌다.


“지금.. 너희들에게.. 외할머니와 친할머니께서.. 도와주시고 계시단다.. 엄마도 느끼긴 했지만 어젯밤에 천왕 할머니께서 전화가 왔는데.. 우시더라고.. 형님이 아이들 지키신다고 하시면서.. 외할머니만 지켜주시는 게 아니었어.. 친할머니도 함께 하시네..”


목사님도 어머님도, 우리 모두의 눈가가 슬며시 젖어들었다. 그렇다면 최근에 우리의 퍼즐 조각이 맞춰지고 있는 것은 할머니들께서 도와주셔서 가능했던 것이다.


그래서 결계에 앉자마자 팔찌가 빛났던 것에 다들 놀라지 않은 것이다. 할머니들께서 함께 하시는 것이 당연하므로.


도윤도 연서도 느꼈듯이. 악령이 아닌 영험한 존재의 개입이 화경을 비롯한 꿈에서도 이어졌다. 그러니.. 박수무당이 큰 신을 보듯 놀란 눈을 할 수밖에..


영험한 대만신이셨던 분을 눈앞에서 직접 목도했는데.. 뒤로 나자빠지지 않은 게 다행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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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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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아빠의 편지 (완결) 24.08.31 9 0 10쪽
58 소멸(消滅) 24.08.31 9 0 10쪽
57 지영아. 신지영. 24.08.31 8 0 9쪽
56 무너진 모래성 24.08.31 8 0 10쪽
55 우리 다시 만나요 꼭 24.08.31 10 0 11쪽
54 악신의 현현(顯現) 24.08.30 9 0 10쪽
53 벌전 (罰錢) 24.08.29 9 0 10쪽
52 거의 다 와간다 24.08.29 10 0 10쪽
51 안녕하세요 박 선생님 24.08.29 9 0 10쪽
50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24.08.29 9 0 12쪽
49 결계 3 24.08.28 9 0 10쪽
48 결계2 24.08.28 11 0 10쪽
» 결계 1 24.08.28 12 0 11쪽
46 세치 혀 24.08.27 11 0 11쪽
45 그래도 악은 악이다 24.08.26 10 0 10쪽
44 하얀 종이 한 장 24.08.26 11 0 10쪽
43 권자영 그리고 최원철 24.08.25 11 0 10쪽
42 화투 패를 손에 쥔 뱀 24.08.25 11 0 10쪽
41 씨가 다른 아이 24.08.24 14 0 9쪽
40 순이네 수퍼마켙 24.08.23 11 0 10쪽
39 박수무당의 이름 24.08.22 12 0 9쪽
38 또 다른 계약자. 나의 엄마. [Four of Cups] 24.08.22 12 0 10쪽
37 찾긴 했다. 김주성을. 24.08.21 14 0 10쪽
36 손거울의 비밀 [The Tower] 24.08.21 13 0 11쪽
35 김주성 찾기 24.08.20 12 0 9쪽
34 그 아이의 이름은 24.08.20 13 0 11쪽
33 아픈 새끼손가락 24.08.19 11 0 11쪽
32 실종 2 [Strength] 24.08.17 14 0 10쪽
31 실종 1 24.08.16 14 0 9쪽
30 천왕 대신 할머니 24.08.16 1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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