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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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문가비
작품등록일 :
2024.07.1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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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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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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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종이 한 장

DUMMY

연서는 도윤의 얼굴의 상처를 보니 속상했다. 하필이면 얼굴에 상처가 나다니..


그 모습을 보고 연서가 불같이 화를 내던 그때에 마침 경찰이 도착했다.

그 남자는 흉기로 접이식 칼까지 들고 있어서 현행범으로 바로 체포가 되었다. 연서와 도윤은 진술을 위해 경찰서에 동행했다.


“얼굴 봐 봐. 괜찮은 거야? 병원에 가야 하는 거 아냐?”


연서는 연신 찡그린 얼굴로 도윤을 살폈다.


“깊게 베인건 아니고 진짜 느낌이 날까 말까 한 정도로 스친 거라서 괜찮아. 피도 안 나.”


​경찰서에서 도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연서의 메시지에 편의점으로 마중을 가는 중이었다. 연서를 멀리서 발견하고 다가가는 중에 그 범인이 이상해서 주시하며 따라붙었던 것이다.


그래서 연서의 전화가 울림에도 일부러 받지 않았다. 위험한 순간이 오면 바로 공격할 생각에 조금 떨어져서 걷고 있었다.


그리고 범인이 연서에게 갑자기 다가가는 발의 움직임의 포착하자마자 범인의 목을 팔에 걸고 손을 잡아끌었다.

당황한 범인이 주머니에서 칼을 꺼냈고 도윤은 상대의 공격을 가볍게 피하면서 거리를 좁혀 어깨로 메쳤다. 도윤은 그때 칼을 피해 움직이다가 살짝 스쳤다고 한다.


아닌 밤중에 복잡한 일에 얽혀 버렸다. 



*******



도윤과 연서는 집으로 돌아왔다. 연서는 도착하자마자 소독약과 연고를 바르고 밴드를 붙여주었다.


​“그나마······ 정면이 아니라 광대 옆쪽이어서 다행이다..”



소파에 앉아 속상해하는 연서를 도윤이 허리를 감아 가까이 끌어안았다. 놀랐을 연서의 마음이 아직 진정되지 않았음을 안다.


​겉으로 화를 내고 태연하게 대처하더라도 속은 그렇지 않은 연서인 걸 잘 알고 있다.



“놀랐지.. 괜찮아 연서야.. 이거 며칠이면 금방 나아. 속상해하지 마. 이제 다치는 일 없게 할게.”


“휴······ 그랬으면 좋겠다. 상처라도 남을까 봐.. 하필이면 얼굴이야...”


​도윤은 연서의 등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일부러 타이밍을 잡으려고 뒤따라 간 거야. 그냥 당신 뭐냐고 하면 피해버리면 그만이니, 의도를 알 수도 없고 또 비슷한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까.”



​범행 의도가 있는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처 넣던 뭐든 할 수 있다. 어설프게 쫓아 버리면 재범 확률은 더 높아진다. 그리고 바로 다른 희생자를 찾을 수도 있다.



“근데 도윤아.. 그 사람 눈빛 봤어?”


“골목에서는 제대로 못 봤고, 경찰서에서 봤어. 안 그래도 좀 이상하더라구.”



역시.. 도윤이도 같은 느낌을 받았구나..


“빙의 같아. 일부러 나를 타깃으로 삼은 건지는 모르겠어. 검은 눈동자가 흐린 기운이었어.”


​도윤은 그렇다면 더욱더 현행범으로 잡은 게 천만다행이라 여겼다. 


그렇게 형사 사건으로 일이 커져버렸지만 악은 법의 심판대에 올라가는 것이 맞는 것이다.




*******



둘이 먹으려고 샀던 아이스크림은 이미 다 녹아 버렸다. 연서의 시무룩한 표정을 본 도윤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말을 걸었다.


“연서야. 있잖아. 내가 며칠 전에 사놨던 아이스크림이 냉동실에 있다~!”


“어머. 그랬어? 다행이다~~ 지금 우리는 아이스크림이 필요하다~~~!”


연서도 도윤의 마음에 동참했다. 아까의 일은 정말 공포의 극한이었지만 일단 지금은 잊자. 법이 해결해 줄 테니. 우리는 아이스크림에 집중하면 될 뿐. 


맛있게 두게더를 먹던 연서는 도윤의 출발 일정이 궁금했다.


“언제 출발하는 거야?”


​“아. 내가 그걸 말해준다는 걸 잊었네. 내일 출발해. 9시까지 내가 철원으로 가야 해서 조금 일찍 나갈 거 같아.”



​아.. 드디어 내일 도윤이 유정 스님과 함께 결계로 향한다. 결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궁금한 게 많았지만 묻지 않았다. 어차피 가게 되면 알게 되는 것이니.



“참. 그리고 네가 출발할 때 목사님이 데리러 오실 거야. 엄마랑 같이. 그때 함께 그쪽으로 오면 돼.”


“아~ 그러면.. 시기는 한 이틀 후 정도 되겠구나.. 그리고 챙길 거는 다 챙긴 거야?”


“대략. 춥지 않게 혹시 몰라서 겨울옷 챙겼어. 침낭을 사두길 잘했지. 이렇게 먼저 쓰게 될 줄이야.. 하핫.”


무사히 다녀와서.. 모두 다 같이 다시 이렇게 있자.. 꼭.. 지금 당장 연서의 작은 바람은 그것이면 되었다. 모두의 안전.

아이스크림 한 통을 둘이 다 비우고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앗. 도윤이 진단서 끊어야 하는데..



*******



도윤은 지금 어느 여자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낡은 사무실 앞. 한 여자가 노크를 한다. 고급스러운 투피스를 입고 또각 거리는 구두를 신은 여자. 


손에는 값비싸 보이는 반지가 있었다.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가니 뿌연 담배연기가 가득한 사무실이었다. 말이 사무실이지 창고에 사무실 집기를 놓은 것 같은 그곳.


껄렁해 보이는 남자가.. 하나..둘.. 총 네 명이 있다. 그중에 사장으로 보이는 나이 든 남자는 방문객과 안면이 있는지 인사를 했다.


나의 시선은 자꾸 이 여자의 뒷모습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여자의 얼굴을 볼 수 없다. 여자는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사장과 한동안 대화를 나눴다. 


무언가를 적은 종이를 테이블 위에 놓고 한 손으로 사장에게 쓱 밀었다. 사장은 그 종이를 열어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소파와 조금 떨어진 뒤 사선으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여자는 가방에서 두꺼운 봉투를 꺼냈다. 그리고 다시 사장에게 건넨다. 딱 봐도 묵직해 보이는 것이 돈 봉투 같았다. 그리고 사장은 그 봉투를 슬쩍 열어보고 활짝 웃는다.



그리고 사장은 여자에게 말했다.


‘사모님. 걱정하지 마십쇼. 곧 찾아 드릴 테니. 허허허.’



사장은 여자를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것에 익숙해 보였다. 사모님이라.. 내가 아는 사모님은 현재 권자영 뿐이다.

그 말을 들은 여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나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봤다. 그 여자의 얼굴을. 내가 아는 그 사모님이 맞았다. 권자영이었다. 



*******



연서는 한옥집의 꼬마 아이의 방에 있었다. 지난번과 같이 방의 모서리에서 아이를 보고 있다. 아이는 작은 손으로 종이를 접고 있었다. 


​한 장뿐인 종이를 상하지 않게 하려는 듯 소중하게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뜻대로 잘 안되는지 아이는 다시 종이를 펴서 손으로 밀어 반듯하게 만들어 작은 서랍에 넣어두었다.



‘오늘은 내가 보이지 않는 걸까?’


​생각을 하자마자 아이는 내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아이는 무릎을 세워 끌어 안고 얼굴을 기대었다. 

내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무료해 보이는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마치 ‘너도 내가 보이니?’라고 묻는 것처럼.


​시험 삼아 나도 아이에게 속으로 물었다. 


​‘꼬마야 내가 보이니?’

설마 하는 마음에 물었던 것에 아이가 반응했다.


‘응.. 보여.. 언니는 왜 여기 있어? 할머니도 또 같이 오셨네.’


​연서는 생각지 못한 아이의 질문에 당혹스러웠다. 진짜 내가 보이는 것인가. 우리가 지금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거라고?


​내가 할머니로 보이나.. 연서는 대화를 이어가 보기로 했다.



‘나는 꿈을 꾸고 있어. 내 꿈이 자꾸 이곳으로 나를 보내주네. 그리고 너를 보게 해. 이상하지?’

연서는 흐릿한 미소를 지으며 아이에게 물었다. 



‘아니. 이상하지 않아. 난 원래 사람들이 못 보는 걸 잘 보거든. ’


연서는 어떤 말을 이어갈지 고민했다. 

‘나는.. 한연서라고 해. 너는.. 이름이 뭐야?’

아이는 잠시 머뭇거렸다. 말을 해도 되는지 고민하는 것 같았다.


‘언니 이름 예쁘다.. 나는 시..’


아이가 이름을 말하려는 찰나. 누군가 예고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회초리 할머니였다. 아이의 얼굴은 잔뜩 겁에 질려 버렸다.


​***


나는 아직 잠에서 깨지 않았다. 내 의식은 잠들어 있지만 나의 영이 깨어있다는 것을 안다. 


그 아이가 자꾸 떠오른다. 친구도 없어 보이는 아이······ 하얀 종이 한 장이 유일한 장난감인 그 아이. 조금이라도 닳을 세라 꼿꼿하게 펴서 작은 서럽 안에 고이 간직하는 그 조심스러운 손길.




아프다. 아프고 아프다. 세상에 내 의지로 태어나지 않았음에도 존재 자체가 죄가 되는 아이.. 

두 눈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베갯잇을 적신다. 



*******



연서는 부은 눈을 어렵게 뜨고 휴대폰으로 시간을 봤다. 벌써 8시였다. 도윤은 9시까지 철원으로 간다고 했었다.

문을 열고 나와보니 집이 휑한 느낌이었다. 도윤은 식탁에 작은 쪽지를 남겼다.


⌜입맛 없어도 꼭 챙겨 먹어. 곧 만나자. 혹시 모르니 밖은 나가지 말고. 조금만 더 힘내줘. 사랑해.⌟


​쪽지 옆에는 샌드위치가 있었다. 도윤이 남긴 메모를 보니 연서는 괜스레 울컥해졌다. 




식탁에 앉아 어제의 꿈을 떠올렸다. 힘이 든다. 마음이. 마음이 어렵다. 잠시 아이에 관한 꿈을 내려놓고 커피를 내렸다.

커피포트에 커피가 채워져가는 것을 멍하니 보았다. 왜······ 그 아이는.. 나를 이렇게 힘겹게 하는 걸까.. 


​다시 떠오르는 잡생각에 연서는 고개를 저었다. 


‘떨어져 버려라. 제발. 오늘은 오늘에 집중하자.’


​안되겠다 싶어서 화장실로 가 찬물로 세수를 했다. 그리고 거울을 보며 억지로 웃어보았다. 


​“잘될 거야 한연서. 다 괜찮을 거야.”

​소리 없는 눈물을 세면대에 흘려보니고 나니 그제야 배가 고팠다.



<뭐가 잘 돼? 누구 마음대로? 킄ㅋ크크킄. 요즘 잔대가리 엄청 굴려 너. 어디서 방해 질이야!>



이 쥐새끼는 아침부터 또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시비 걸지 마라. 너 어제 그 빙의된 놈. 방치했지. 책임감이라고는 병아리 눈곱만큼도 없는 X아.”


​<됐고. 난 모르는 일이니까 꺼내지도 마. 어디서 말을 돌려. 이 ㅆX아. 계속 이딴 병X 짓거리하는 거 니 X이야말로 계약 위반이야.>


​‘뭔 헛소리야 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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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아빠의 편지 (완결) 24.08.31 9 0 10쪽
58 소멸(消滅) 24.08.31 9 0 10쪽
57 지영아. 신지영. 24.08.31 8 0 9쪽
56 무너진 모래성 24.08.31 8 0 10쪽
55 우리 다시 만나요 꼭 24.08.31 10 0 11쪽
54 악신의 현현(顯現) 24.08.30 10 0 10쪽
53 벌전 (罰錢) 24.08.29 9 0 10쪽
52 거의 다 와간다 24.08.29 11 0 10쪽
51 안녕하세요 박 선생님 24.08.29 9 0 10쪽
50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24.08.29 9 0 12쪽
49 결계 3 24.08.28 9 0 10쪽
48 결계2 24.08.28 11 0 10쪽
47 결계 1 24.08.28 12 0 11쪽
46 세치 혀 24.08.27 12 0 11쪽
45 그래도 악은 악이다 24.08.26 10 0 10쪽
» 하얀 종이 한 장 24.08.26 12 0 10쪽
43 권자영 그리고 최원철 24.08.25 11 0 10쪽
42 화투 패를 손에 쥔 뱀 24.08.25 12 0 10쪽
41 씨가 다른 아이 24.08.24 14 0 9쪽
40 순이네 수퍼마켙 24.08.23 11 0 10쪽
39 박수무당의 이름 24.08.22 12 0 9쪽
38 또 다른 계약자. 나의 엄마. [Four of Cups] 24.08.22 12 0 10쪽
37 찾긴 했다. 김주성을. 24.08.21 15 0 10쪽
36 손거울의 비밀 [The Tower] 24.08.21 13 0 11쪽
35 김주성 찾기 24.08.20 12 0 9쪽
34 그 아이의 이름은 24.08.20 13 0 11쪽
33 아픈 새끼손가락 24.08.19 11 0 11쪽
32 실종 2 [Strength] 24.08.17 14 0 10쪽
31 실종 1 24.08.16 14 0 9쪽
30 천왕 대신 할머니 24.08.16 1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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