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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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문가비
작품등록일 :
2024.07.1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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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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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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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네 수퍼마켙

DUMMY

날씨가 좋은 오늘. 어머니와 목사님은 새벽 기도를 다녀오신 후 잠시 쉬고 있었다. 체력이 달리지 않게 쪽잠이라도 자둬야 또 기도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잠깐 숨을 돌리는 사이 어머니의 전화가 울린다. 천왕 할머니였다. 어머니는 무슨 일인가 싶어서 급하게 전화를 받았다.


“어머! 이모~ 잘 지내고 계세요?”

“아이고 이쁜 내 새끼. 전화 목소리 들으니 더 좋다야~ 밥은 묵었나?”


“묵었지용~ 우리 이모는 건강 좀 어떠세요? 아픈 데는 없고?”

“나야 팔팔 허다. 한 20년은 더 살 거 같다야.”


“그럼 그럼~ 우리 이모 오래오래 같이 해야지~ 근데 무슨 일 있어요?”

“아니 다른게 아니고. 도윤이한테 요거 하나 전해줘라. 최가 라고.”


“최가? 뭐가요?”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고 신령님이 최가 라고만 전하라 하신다. 그거 도윤이한테 일러주면 그 다음에 나한테 물어보던 해결을 하던 할 거야. 어서 알려줘라. 신령님께서 빨리 알려주라 카신다.”



어머니는 천왕 할머니와 통화를 끝내고 바로 1번 채팅방에 글을 올렸다.



*******



도윤은 일어나 커피를 내리고 있었다. 그때 채팅방 알림이 울렸다.


‘최가? 최가라.. 할머니께서 직접 빨리 전달하라고 하셨다니.. 뭐지.. 최가..’


연서는 도윤의 표정을 보고 무슨 일이 있냐며 물었다.

도윤은 일어나서 가볍게 식사하고 커피를 준비하고 있어서 연서에게 어제의 꿈에 대한 얘기는 하지 못했다. 


“어? 아니. 천왕 할머니가 엄마한테 전화를 하셨데. 나한테 전할 말이 있으시다고.”


“으응? 무슨 말?”


“일단 앉자. 설명해 줄게.”


둘은 거실에 앉았다. 도윤은 연서에게 어제 꿨던 꿈에 관한 얘기를 해줬다. 그리고 박수무당의 이름도 함께다. 천왕 할머니께서 ‘최가’라고 하신 건 혹시 박수무당의 성이 아닐까?


도윤의 생각에 연서도 동의했다. 그렇다면 박수무당의 이름은 ‘최원철’이다. 


“최원철.. 이 이름으로 알아볼 수 있는 게 어떤 게 있을까..”

연서는 박수무당의 이름을 알게 된 것만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했다. 그 뒤의 추적이 문제이지만. 


가만히 있던 도윤은 갑자기 휴대폰으로 메시지를 보냈다. 아마도 1번 채팅방인 것 같다. 

저주 굿을 하는 무당이 많지는 않을 것이고 관련된 분들께 물어물어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도윤은 어머니를 통해 천왕 할머니께 연락을 부탁드렸다.


박수무당 최원철. 그리고 그와 관련된 권자영. 세습무 집안이었으니 분명 아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 뭔가 희망이 다시 보이는 것 같았다. 아직 연서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연서는 도윤이 가족들과 메시지를 나눈다는 것을 눈치채고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지금 연서가 알아야 할 내용이라면 알려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흐름에 따라가면 된다.


휴대폰을 내려놓은 도윤이 연서에게 물었다.


“연서야. 우리가 어제 팔찌를 바꿔껴서 이런 꿈을 꾸게 된 걸까? 넌 어제 꿈 안 꿨어?”

연서는 어제 꿈을 꾸기는 했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별다른 건 없었어. 그래도 팔찌의 힘이 맞다고 생각해 난. 다른 것도 아니고 내가 꿨던 꿈을 도윤이 네가 다시 꾼 거잖아. 다른 시선으로.. 팔찌가 아니면 설명이 불가능해.”

“그렇지. 일단은 지금처럼 계속 가보자. 팔찌를 교환하니까 크로스 체크가 되네. 신기한 일이다. 정말..”



그리고 도윤은 자신의 모습이 여자의 한복을 입은 모습이었다고 했다. 발이 움직이지 않길래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니 여자의 한복 치마가 보였었다고.


굿을 돕는 여자도 아니었다. 그냥 말뚝처럼 그렇게 바라보고만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최원철이 나와 눈이 마주쳤던 순간의 눈빛. 확실히 나를 봤다.


“그러면.. 네가 어떤 여자의 몸에서 본 장면인 거고.. 박수무당의 놀라는 눈빛이라.. 주변에는 아무도 널 눈치챈 사람이 없는 거지?”

“응. 아무도 내 쪽을 보지 않았어. 게다가 다들 자신의 역할을 해내느라 바빴고.”


그럼.. 뭘까. 박수무당의 놀란 눈은 뭘 의미할까. 마치 내가 두 번째 아이의 방에서 눈이 마주친 것과 같은 것일까? 그 여자아이는 눈에 살기가 보였다. 그러나 박수무당은 두려움과 경외감이다. 


둘 다 우리를 사람으로 보지 않은 것은 동일하다. 이 수수께끼는 얼마나 더 꼬여있는 걸까.


***


<진절머리 나는 것들. 지독한 X놈들. 어디서 개수작을 부려서 나를 속이려고 해! 개X은X. 니가 지금 목숨 부지하는 게 내 덕이라고! 씨X 것들아!>


“어째 조용하다 했다. 너야말로 지금 방해하려고 조용히 수 쓰는 거 아니고? 뭐? 개X은X? 너는 개만도 못한 X이다. 네 역할이나 제대로 해라.”


연서의 말이 끝나니 갑자기 도윤에게 무언가 떠올랐다. 화경의 느낌이다. 도윤은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대며 연서에게 조용히 집중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


바닷가가 있는 한적한 시골 마을. 주변을 둘러보니 띄엄 띄엄 집들이 보였다. 도윤은 지금 약간 지대가 높은 곳에 있었다. 마을을 어느 정도 볼 수 있는 위치다. 사람도 없고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 그 풍경을 둘러보며 기억할 만한 무언가가 있을지 봤다. 


도윤은 무언가 아련한 느낌과 동시에 기시감이 들었다. 낯설지 않은 곳. 집들 사이에 작은 시골 슈퍼가 보였다. 불이 들어오지 않는 낡은 간판은 꽤 오래되어 보인다.


⌜순이네 수퍼마켙⌟


간판의 상호는 여기저기 떨어져 나갔다. 남겨있는 자국들을 집중해서 보고 상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순이네.. 바닷가.. 해수욕장 같은 곳이 아닌 해안가에 위치한 작은 마을.. 여기서 화경이 멈췄다.


눈을 뜬 도윤은 노트에 ⌜순이네 수퍼마켙⌟ 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소질은 없지만 대략적인 풍경을 그렸다. 


연서는 도윤이 뭘 그리는 걸까 궁금했다. 도윤은 다 그린 노트를 연서에게 넘겼다. 


놀랄 노 자로다······ 예전에 연서가 본 화경과 비슷했다. 보이는 각도까지.. 그때는 슈퍼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그냥 휑하게 바다가 보이고 민가 몇 개가 있는 정도로만 기억했었다. 


“도윤아.. 이거.. 내가 봤던 화경과 같아.”


도윤은 침묵했다. 화경을 봤을 때 느꼈던 기시감이 무엇인지 이제 조금씩 생각이 났다. 도윤의 친할머니가 한때 머무르셨던 곳이다. 


순이네에서 구경을 하던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데 왜 그 장면이 나온 거지? 도윤의 할머니는 권자영과 관계가 없다. 뭘까? 


설마.. 이 화경이.. 악령이 주는 화경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보여주는 화경인 것일까?



*******



“이모~ 도윤이한테 말했어요. 박수무당 성씨 같다고 하네. 이름은 원철이래요. 최원철. 그리고 권자영이라는 여자가······”


어머니는 우선 중요한 것들만 천왕 할머니께 전해드렸다. 그리고 천왕 할머니는 주변 무업을 하시는 분들께 바로 여기저기 연락을 드렸다.


그리고 바로 기도에 들어가셨다. 신령님이 도와주시기를 바라며. 



*******



유정 스님은 한동안 채팅방에 글을 올리지 않았다. 올라오는 소식들만 읽고 체크하실 뿐. 기도와 수행에 집중하며 결계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으셨다.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났다. 연서가 계약한 한 달 하고도 일주일이 지나버린 시점이었다. 이미 5일이 차감된 상태에서 시작을 했고 벌써 한 여름인 7월의 중순을 향하고 있다.


유정 스님은 이제 결계를 살피러 출발할 때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준비를 할 때다. 그때가 왔음을 느낀 유정 스님은 1번 채팅방에 들어갔다.


⌜도윤아. 7월 20일. 출발한다. 구비할 물품은 다시 남겨줄게. 여기선 구하지 못하니 네가 준비를 해줘야 해. 최대한 중간에서 만나자. 내가 이동할 테니.⌟


그리고 필요한 물품 몇 가지를 추려보고 채팅방에 남겼다. 



*******



송민진은 다시 강 실장님한테 연락을 해야 했다. 메시지로 보내기에는 부탁하는 입장에서 예의가 아닌 듯하여 통화 가능한 시간을 물었다.


⌜강 실장님~ 안녕하세요~^^ 혹시 잠깐 통화 가능하신 시간 되시면 연락 한 번 부탁드려요~⌟


강 실장님은 늘 바쁜 분이시다 보니 오늘도 연락이 늦어질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민진님~ 마침 시간 여유가 있어서 바로 전화드렸어요~ 이때 놓치면 또 몇 시간 걸릴 거 같아서요.”


“어머~ 실장님 바쁘실 텐데 이렇게 신경 써 주시고~ 감동이에요~ 저기.. 다른게 아니고.. 진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부탁드릴 게 있어서요..”


송민진은 김주성의 아들 김유범에 대한 얘기를 전했다. 김유범도 의사였으니 한 번만 더 부탁드린다며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강조했다.


강 실장은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 사실 이 원장님의 눈치를 좀 살펴서 물어봐야 하다 보니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마지막이라며 간절하게 부탁을 하니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강 실장도 궁금해졌다. 


‘뭐지 도대체? 뭘까.. 그냥 걱정돼서 알아보시는 건 아닌 거 같은데.. 그래도 뭐. 어쨌든 사정이 있으시겠지. 일단 원장님께 물어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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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아빠의 편지 (완결) 24.08.31 9 0 10쪽
58 소멸(消滅) 24.08.31 9 0 10쪽
57 지영아. 신지영. 24.08.31 8 0 9쪽
56 무너진 모래성 24.08.31 8 0 10쪽
55 우리 다시 만나요 꼭 24.08.31 10 0 11쪽
54 악신의 현현(顯現) 24.08.30 10 0 10쪽
53 벌전 (罰錢) 24.08.29 9 0 10쪽
52 거의 다 와간다 24.08.29 11 0 10쪽
51 안녕하세요 박 선생님 24.08.29 9 0 10쪽
50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24.08.29 9 0 12쪽
49 결계 3 24.08.28 9 0 10쪽
48 결계2 24.08.28 11 0 10쪽
47 결계 1 24.08.28 12 0 11쪽
46 세치 혀 24.08.27 12 0 11쪽
45 그래도 악은 악이다 24.08.26 10 0 10쪽
44 하얀 종이 한 장 24.08.26 12 0 10쪽
43 권자영 그리고 최원철 24.08.25 11 0 10쪽
42 화투 패를 손에 쥔 뱀 24.08.25 12 0 10쪽
41 씨가 다른 아이 24.08.24 14 0 9쪽
» 순이네 수퍼마켙 24.08.23 12 0 10쪽
39 박수무당의 이름 24.08.22 12 0 9쪽
38 또 다른 계약자. 나의 엄마. [Four of Cups] 24.08.22 12 0 10쪽
37 찾긴 했다. 김주성을. 24.08.21 15 0 10쪽
36 손거울의 비밀 [The Tower] 24.08.21 13 0 11쪽
35 김주성 찾기 24.08.20 12 0 9쪽
34 그 아이의 이름은 24.08.20 13 0 11쪽
33 아픈 새끼손가락 24.08.19 11 0 11쪽
32 실종 2 [Strength] 24.08.17 14 0 10쪽
31 실종 1 24.08.16 14 0 9쪽
30 천왕 대신 할머니 24.08.16 1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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