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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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문가비
작품등록일 :
2024.07.19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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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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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2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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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무당의 이름

DUMMY

연서와 도윤은 동시에 눈을 마주쳤다. 심령사진. 아무리 봐도 심령사진이다. 총 찍은 컷이 13컷. 각각 화각이 달라서 배경도 살짝 다르다.


인물만 클로즈업한 사진도 있지만 배경이 나온 사진도 있었다. 그중에 4장에 검은 형체가 찍혔다.


“이 4장이 화각이 넓어서 배경이 많이 나온 컷인데.. 구석구석 있네. 지금 이 순간에도 있다는 거잖아?”

도윤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나도 한 번 다시 볼게.”

연서는 다시 카메라를 들여다봤다. 이 4장의 사진들의 공통점은 검은 형체가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으려고 하는 모습이었다. 마치 눈을 가리고 사람을 찾는 눈 가리기 게임을 하듯 최대한 자신을 응축시켜서 닿지 않게 하려는 것 같았다.


무엇을 피하는 건가. 악령을 피하려 하나? 악령을 피하는 것이라면 이 공간에 있어도 된다는 승낙을 악령에게 받았다는 것이다. 대신 내 눈에 거슬리지 마라 이런 건가. 


이 집이 니꺼냐?


그런데 이 이기적인 악령이 이렇게 너그러울까? 갈 곳 없는 귀신들을 쉬고 가라 할 만큼 인정머리가 있나?


“잠깐. 연서야. 나를 찍어 봐. 어떤가 보게.”

“그래. 그래보자. 이거 너무 이상해..”


도윤의 주변에도 이 형체들이 찍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다시 찍었다. 몇 장을 찍은 연서는 액정을 확인했다. 도윤의 배경에는 없다. 


“어때? 뭐 있어?”

도윤이 옆으로 다가와 함께 사진을 다시 봤다. 아무리 봐도 도윤의 배경에는 없는 귀신들.


“내 뒤에는 없네.. 네가 앉았던 자리에 내가 앉아 볼게. 다시 찍어 줘.”


각도와 위치를 바꿔가며 서로 사진을 찍었다. 전부 도윤의 뒤에는 검은 형체가 없다. 그러면 그 형체는 연서를 따라다니는 걸까? 


혹시.. 천왕 할머니께서 주신 부적 때문에 귀신들이 내 주변은 오지 못하는 건가..


“연서야. 그 부적. 부적 때문인 거 같아. 그때 천왕 할머니께서 카드 지갑 안에 넣어주신 부적이 있었잖아. 잡귀 접근 못하게 하는 거. 그거 지금 내 주머니에 있어.”


아! 그거구나. 그것 때문에 연서 뒤로 숨기만 하는 것이었다. 

“맞네. 푸하하하. 그거 때문이네. 최대한 멀리 떨어지려면 구석이 적당하지. 푸하핫.”


여.. 연서야.. 이게 웃을 일일까..? 넌 왜.. 이럴 때 해맑은 거니..


“안되겠다. 내가 이 부적 들고 집을 훑을게. 약 좀 쳐야지. 이것들이.”


도윤은 심각하게 집 구석구석을 훑고 소금과 팥도 놓았다. 연서는 그 모습을 보면서 깔깔거리며 웃는다.


이제 귀신도 무섭지 않을 만큼 내공이 쌓인 것인가. 나의 여인이.. 센 언니가 되어간다..


*******


그렇게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같은 루틴으로 다시 거실에 앉았다. 그때에 연서는 의구심이 들었다.


“김주성이 필리핀으로 갔을 때 권자영도 함께 갔을까? 권자영은 도대체 어디로 숨은 거지? 그리고 김유범도.”


적절한 의문이었다. 겨우 김주성의 현재 위치를 파악했다. 나머지 권자영과 김유범이 함께일까.. 재산을 은닉한 걸 보면 타인 명의이거나 다른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을 것이다.


“흠.. 그러게. 같이 갔을까.. 만약 권자영의 명의로 돌려놓은 재산이라면 과연 권자영의 탐욕이 김주성의 재산을 지금까지 고이 모셔두고 출소할 남편을 기다렸을까.. 아니면 아들인 김유범의 명의도 가능성은 있지. 그리고 한 명 더 우리가 신경 쓰지 못한 인물이 있어.”


“응? 누구?”


“박수무당. 김주성 파느라 박수무당을 제대로 못 팠어. 내 생각에는 지금까지 추려보면 권자영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게 박수무당이야. 김유범에게 자신의 가증스러운 민낯을 보여줄 여자가 아니잖아.”


그렇다. 모두가 아는 권자영은 그런 사람이다. 의사 집안의 사모님의 역할을 잘 수행해 왔을 것이다. 아들에게도 그런 고위층 사모님의 모습만 보였을 사람이다.


도윤은 무언가 생각난 듯 노트를 뒤적였다. 


기록해 놓은 것 중에 찾을 게 있다. 초반에 내가 봤던 굿하는 장면들. 그중에 박수무당이 나왔었다. 난 그 얼굴을 안다. 하지만 얼굴을 연서에게 보여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방법이 없을까······ 아! 


“연서야. 우리 팔찌 교환해 보자.”

“으응? 팔찌”


효과가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 내가 보았던 것과 연서가 보는 것이 명확하게 나뉜다. 겹치는 화경이 없다. 혹시라도 팔찌를 바꿔서 착용한다면 연서의 화경이 나에게 보이지는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나는 박수무당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다. 연서가 보았던 악령을 옮기는 굿에서 나왔던 무당을 돕던 젊은 남자. 연서는 그 남자가 이상하게 떠올랐다고 했었다. 분명히 이유가 있으니 떠올랐을 것이다. 


도윤은 자신의 생각을 연서에게 말했다. 그리고 팔찌를 교환했다. .


권자영과 김유범은 내일 생각하기로 했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골치가 아팠다. 내부 사정을 알고 있다면 거미줄처럼 연결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미 두 사람은 정보의 한계가 느껴지고 있었다.



*******



도윤은 정신없는 굿판의 모습이 보이는 모퉁이에 서있었다. 굿은 이미 진행 중이었다. 50대 정도로 보이는 무당이 굿을 하는 동안 옆에서 한 여자는 필요한 무구들을 챙겨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옆의 남자가 보인다. 


상당히 어려 보이는 모습이다. 십 대 후반으로 보였다. 그 사람은 오며 가며 사람들에게 준비할 것들을 그때그때 지시했다. 그리고 무구를 챙겨주던 그 여자와 함께 무당을 돕고 있었다.


자꾸 움직이고 있어서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내가 있는 각도에서는 그 사람의 얼굴을 정확히 볼 수 없다. 하지만 움직여 보려 해도 발이 땅에 묶인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고개를 숙여 내 발을 봤을 때 나는 여자 한복을 입고 있었다. 


누구의 몸을 하고 있는 것일까. 다시 집중해서 그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했다. 굿을 진행하는 무당이 목이 타는지 남자가 물을 가지러 갈 때였다.


쭉 째진 눈매에 얇은 입술. 진한 눈썹을 가진 남자다. 체구는 크지 않았다. 나는 시끄러운 와중에도 박수무당의 얼굴을 떠올렸다. 많이 닮은 얼굴이었다. 특히 눈썹. 그 진한 눈썹과 째진 눈매. 얇은 입술이 얄밉게도 닮았다.


그때 누군가 그 남자를 불렀다. 

⌜원철아~ 항아리 저짝으로 옮겨라.⌟


남자는 서둘러 가서 항아리를 치웠다. 굿이라는 것에 상당히 익숙해 보였다. 그리고 시선을 돌렸을 때 나와 눈이 마주쳤다고 느낀 것은 나의 착각일까.


남자는 금세 고개를 돌렸다. 그냥 이쪽을 쳐다본 것인지 아니면 나와 눈이 마주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다시 무당을 돕기 위해 자리를 옮기면서 남자는 다시 한번 힐끗 이쪽을 쳐다봤다.


아니다. 나를. 봤다.

그 눈빛에는 두려움과 경외감이 서려 있었다.



*******



수녀님은 한참 고민을 하고 있었다. 송민진은 김주성에 대한 정보를 친한 성형외과 상담 실장에게 부탁을 해서 알게 됐다고 한다. 김주성의 아들 김유범도 의사다. 딱. 김유범 까지만. 한 번만 더 부탁을 해볼까 망설이고 있었다. 


괜히 송민진에게 난처한 상황이 될까 봐 또 그 실장님이라는 분도 곤란하게 될까 봐 말을 하지 못하고 있다. 배려심이 워낙 많다 보니 남한테 피해가 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성격이다.


하지만! 나 하나가 눈 한번 딱 감고 부탁하면 연서가 그 악한 것을 물리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나의 철판 한 번이 사람을 살린다. 친구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부탁하지 않는 것과 잠깐의 민폐와 사람을 살리는 것. 당연히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맞다.


그래. 눈 딱 감고. 다시 송민진에게 전화를 해보자.



*******



송민진은 잠들기 전에 너튜브의 관심 있는 콘텐츠를 보며 잠든다. 오늘도 외계인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있는 중이다. 외계인이 피라미드를 만들었다면? 


이때 휴대폰의 화면에 수녀님이 떴다. 반가운 친구의 전화를 바로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수녀님~ 관세음보살~”

“야. 그거 안 질리니? 푸하하. 웃기긴 한데. 질릴 때도 됐는데.”

“어. 안 질려. 전혀. 흐흐흐흣. 자. 이 시간에 우리 수녀님이 전화를 하셨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수녀님은 김유범에 대한 얘기를 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번만 더 알아봐 달라는 부탁도 함께. 연신 미안하다는 수녀님에게 송민진은 괜찮다고 미안해하지 말라며 다독였다. 그리고 더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김유범. 김주성의 아들이라 이거지.. 오호라.. 생각보다 재밌는데.. 분명히 뭔가 있다. 우리 레지나 수녀님이 이 정도로 부탁을 한다는 건 진짜 뭔가 있는 거다. 


수녀님이 속 사정은 나중에 일이 다 정리가 되면 들려주겠다고 했다. 지금은 말할 수 없다고. 중요한 일인 것은 확실했다.


송민진은 내일 강 실장님에게 연락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외계인의 진실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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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아빠의 편지 (완결) 24.08.31 10 0 10쪽
58 소멸(消滅) 24.08.31 9 0 10쪽
57 지영아. 신지영. 24.08.31 9 0 9쪽
56 무너진 모래성 24.08.31 8 0 10쪽
55 우리 다시 만나요 꼭 24.08.31 10 0 11쪽
54 악신의 현현(顯現) 24.08.30 10 0 10쪽
53 벌전 (罰錢) 24.08.29 10 0 10쪽
52 거의 다 와간다 24.08.29 11 0 10쪽
51 안녕하세요 박 선생님 24.08.29 10 0 10쪽
50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24.08.29 9 0 12쪽
49 결계 3 24.08.28 10 0 10쪽
48 결계2 24.08.28 12 0 10쪽
47 결계 1 24.08.28 12 0 11쪽
46 세치 혀 24.08.27 12 0 11쪽
45 그래도 악은 악이다 24.08.26 10 0 10쪽
44 하얀 종이 한 장 24.08.26 12 0 10쪽
43 권자영 그리고 최원철 24.08.25 11 0 10쪽
42 화투 패를 손에 쥔 뱀 24.08.25 12 0 10쪽
41 씨가 다른 아이 24.08.24 14 0 9쪽
40 순이네 수퍼마켙 24.08.23 12 0 10쪽
» 박수무당의 이름 24.08.22 13 0 9쪽
38 또 다른 계약자. 나의 엄마. [Four of Cups] 24.08.22 12 0 10쪽
37 찾긴 했다. 김주성을. 24.08.21 15 0 10쪽
36 손거울의 비밀 [The Tower] 24.08.21 13 0 11쪽
35 김주성 찾기 24.08.20 13 0 9쪽
34 그 아이의 이름은 24.08.20 13 0 11쪽
33 아픈 새끼손가락 24.08.19 11 0 11쪽
32 실종 2 [Strength] 24.08.17 15 0 10쪽
31 실종 1 24.08.16 14 0 9쪽
30 천왕 대신 할머니 24.08.16 17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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