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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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문가비
작품등록일 :
2024.07.19 09:49
최근연재일 :
2024.08.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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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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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시 만나요 꼭

DUMMY

박 선생님은 연서와 도윤에게 자신의 집에서 1박을 하고 가도 되니 편하게 있다가는 건 어떠냐고 물으셨다. 괜히 폐를 끼치는 것 같아 연서는 망설여졌다. 그럼에도 박 선생님은 수차례 권하셨다. 계속 거절을 하는 것도 실례일듯하여 연서와 도윤은 그렇게 하기로 했다.


박 선생님이 김유범을 데려다주고 돌아오기로 하고 연서와 도윤은 박 선생님 댁으로 출발했다.


차에 탄 연서는 몸도 마음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연서가 편하게 쉴 수 있도록 그냥 숙소를 잡을 걸 그랬나 싶은 생각에 연서의 뜻을 물었다.


“연서야. 박 선생님댁에 가는 거.. 괜찮겠어?”

“흠.. 불편하려나 싶기는 해.. 그런데 오늘 김유범도 만나게 도와주시고.. 또 최원철도 그렇고.. 박 선생님이 계셔서 김유범이 덜 불안해하고 움직일 수 있었던 거 같아. 거절하기가 좀.. 그러네..”


도윤도 그 부분은 같은 생각이긴 했지만 그래도 연서가 우선이었다.


“너무 신경 쓰지 말고. 후에 따로 인사드려도 되니까. 지금이라도 거절할까?”


“아냐.. 몇 번을 권하셔서.. 오늘 밤 하루니까. 오늘만 그렇게 해도 될 거 같아. 너는 괜찮아?”


“나야. 너랑 단둘이 있는 게 좋지!”


“꼭. 박 선생님댁에서 자자.”


연서의 말에 도윤은 웃음이 터졌다. 어떤 의미인지 알기에. 연서도 몇 시간 만에 웃었다. 내일 하루만 잘 보내면 뭐든 어떻게든 해결이 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조금씩 커져가고 있는 둘이었다.



*******



연서와 도윤은 먼저 박 선생님댁 앞에 도착해 있었다. 십여 분이 흐르니 박 선생님이 도착하셨다.


“아이고~ 기다렸지. 들어가자. 좋은 집은 아니야~ 그래도 편하게들 있어~”


박 선생님을 따라 집으로 들어가니 아늑하게 정리가 잘되어 있는 실내가 포근한 느낌을 주었다.


거실은 일부러 통창을 여닫을 수 있게 제작했고 좀 널찍한 느낌이 들도록 만드셨다고 한다. 우드와 화이트가 적절하게 섞여있는 따뜻한 집. 박 선생님의 성향이 그대로 느껴지는 집 같아 처음임에도 편안했다.


“와.. 집이 너무 예뻐요. 깔끔하고..”

연서의 감탄에 박 선생님은 쑥스러워 하시며 손을 내저으셨다. 그러곤 편하게 있으라며 바로 주방으로 들어가셨다. 


연서와 도윤도 같이 나서서 준비를 도와드렸다. 박 선생님은 괜찮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함께 돕는 시간이 꽤 즐거운 시간이었다. 그 덕에 박 선생님과의 분위기도 조금 더 친근해졌다.


“자~ 이제 먹읍시다~”


박 선생님이 뚝딱 만드신 닭볶음탕과 갖가지 반찬들로 풍성한 한 상이 차려졌다. 


“이야~ 선생님! 잘 먹겠습니다!”

감탄사를 내뱉는 도윤을 따라 연서도 활짝 웃으며 말했다.


“맛있게 많이 먹겠습니다~!”


“하하하하. 많이들 먹어~ ”


사실 모두 배가 많이 고팠다. 몇 시간을 최원철과 김유범의 이야기에 매달려 있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랬던 세 사람이 닭볶음탕의 냄새에 위장이 배고프다며 난리가 났다.


“와~~~ 진짜 맛있어요 선생님!”

한 입 가득 먹은 연서가 박 선생님에게 최고라는 손짓을 했다. 잘 먹는 모습이 보기 좋으셨는지 선생님은 연신 구운 생선과 맛있는 반찬들을 연서와 도윤에게 챙겨주셨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금세 밥 한 공기씩이 뚝딱이다. 이도윤 한 공기 추가.



*******



식사를 마친 후 설거지와 정리는 연서와 도윤이 담당했다. 박 선생님은 나란히 서서 장난을 치며 설거지를 하는 둘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셨다.


뒷정리가 끝난 후 거실에 모여 앉았다. 박 선생님은 정성스럽게 차를 우려내어 주셨다.


연서는 김유범이 걱정스러웠다. 그만큼 듣기 힘든 이야기였을 거고 마주하기 두려운 어머니의 뒷모습이었을 것임을 알기에 계속 신경이 쓰였다.


“김 선생님은.. 좀 어떠셨어요? 괜찮으신가요?”


“음.. 모셔다드리면서 조금 얘기를 나눴는데.. 말씀을 많이 하시지는 않았어. 아무래도 지금은 이게 무슨 상황일까 할 거야. 한참은 지나야겠지..”


도윤은 박 선생님께 간단하게 고성까지 찾아오게 된 경위를 설명드렸다. 


“그랬구나.. 만신 어르신도 참 대단하신 분이셨는데. 지인분들도 보통이 아니시네. 허허허.”


“제가 여기까지 오는 시간 동안 도윤이네 가족분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어요.. 같이 우시고.. 같이 웃어주시고.. 밀어주시고.. 딸처럼 예뻐해 주셔서 저는 그저 감사할 뿐이에요.. 도윤이도 고맙고..”


연서는 도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고생이 많았다. 연서도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뎠는지.. 대견하네.. 많이 힘들었을 텐데..”

박 선생님은 연서의 그 시간들이 얼마나 고되었을지 생각을 하시는 듯 말끝을 흐리셨다.


“저 어릴 때 할머니 댁에 오면 박 선생님이 꼭 사탕을 주셨었던 기억이 있어요. 박하사탕. 그때는 그게 엄청나게 맛있었어요.”


도윤의 말에 박 선생님은 다정한 미소를 지으시며 말씀하셨다.


“도윤이 어릴 때 참 똘망똘망하니 귀여웠지. 방학 때면 종종 왔었던 거 같네. 그러고 나서 몇 년 후에 봤을 때는 애가 남자가 되어가더라고. 그때가 고등학생 때였나 그랬을 거야. 하하하. 이제는 진짜 어른이네~ 그러면 둘은 사귀는 거야?”


“네!”


연서와 도윤은 누가 먼저랄 세라 동시에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본 박 선생님은 또 한 번 크게 웃으셨다. 서로 정말 좋아하는구나.. 싶은 마음과 함께..


차를 마시며 잠깐의 여유를 즐겼다. 박 선생님은 연서와 도윤에게 2층 방으로 안내해 주셨다. 2층도 화장실이 있어서 둘이 쓰기에 편리하게 되어있었다. 가끔 찾아오시는 손님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 두셨다고 한다.


“숙소 안 잡길 잘한 거 같다 연서야.”

“그러게. 생각보다 아늑하고 편안해서 좋다~ 집도 예뻐.”


씻고 나니 피로가 몰려왔다. 각자의 밤이 찾아온 시간이다. 연서는 방에 누워 내일이면 이 여정이 끝나게 될 거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이 씨XXX아. 꺼지라고. 아~ 악. XXX. 이런 할망구들이 XX.>


“뭐라는 거야.”


<아. 씨XX아. 너야 말로 계약 위반이야. 이게 어디서 잔대가리를 굴리고 지XXX야.>


“뭐?”


<아니 댁들 있을 자리가 아니라고! 내 자리라고! 아 이 씨XXX아! XX이거XX 씨X!>


이상했다. 악령이 누구한테 말하는지도 모를 말들을 쏟아냈다. 전부 욕이다. 대화를 하는 게 아니라 화를 내고 있었다. 나에게 화를 내기도 하고 혼자 화를 내기도 했다. 평소와 다른 점은 느낌. 분위기다. 살기가 넘쳐흘렀다. 그 살기는 나에게 꽂힌다. 피곤해서 잠이 들만하면 욕지거리가 들려온다.


그런데 평소의 느낌이 아니다. 마치 예리한 칼날처럼 내가 잠들만하면 나를 스친다. 온통 소름 끼치는 살기가 방을 메웠다. 그래도 계속 눈이 감긴다. 그때에 붉은빛이 점점 따뜻하게 커지는 것을 보며 겨우 잠이 들었다.



*******



검은 안개가 가득한 공간. 나는 그 공간에 서있었다. 빛 한점 없는 그 공간에 사람이 보였다. 김유범이다. 김유범은 뭘 바라보는지 그 어두움 속에서도 한쪽을 보고 있었다. 김유범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한 여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알 수 있었다. 그 여자가 누구인지. 엄마다. 제대로 보이지 않아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김유범은 울고 있었다.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참을 울었다. 혼잣말을 하며 얼굴에 찡그림 하나 없이 수도꼭지 마냥 흐르는 눈물이 방울방울이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김유범은 계속 작은 소리로 읊조렸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아무것도 몰랐어서.. 미안해..’


엄마의 뒷모습은 그렇게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한번은 뒤돌아 볼 만도 한데 그냥 그렇게 멀어졌다. 김유범은 고개를 떨궜다. 



*******



아침의 새소리가 연서의 잠을 깨웠다. 새소리가 아름답게 울려 퍼지는 것을 들으며 고개를 돌려 방을 살폈다.


‘아. 박 선생님댁이었지.’


낯선 천장이 익숙하지 않아서 일까, 아니면 아직 정신이 맑게 깨지 않아서 일까. 잠깐 집과 착각을 했다. 


‘똑똑’


“네~”

“연서야. 나야. 들어가도 돼?”

“응. 들어와. 나 일어났어.”


문을 열고 들어오는 도윤의 표정이 해맑은 아이 같았다. 말하지 않아도 이미 눈으로 잘 잤냐며 묻는다.


“나 잘 잤어. 괜찮아.”


미소를 짓는 연서에게 다가가 도윤은 꼬옥 안아주었다. 그리고 귓가에 속삭였다.


“보고 싶었어.”

“푸훕. 하하하. 누가 보면 몇 달 만에 만난 줄 알겠어.”

“하하하. 사실인데 뭐. 씻고 내려와. 박 선생님이 일찍 아침 준비를 하셨어.”

“알았어. 곧 내려갈게.”


***


온 집안에 맛있는 냄새가 가득했다. 내려가 보니 선생님은 된장찌개와 함께 호박잎을 준비하셨다.


“와~~ 선생님 이거.. 이렇게 신세 져도 되는 거예요? 으아 호박잎 쌈이다~!”

연서는 신이 난 모습으로 식탁에 앉았다. 


“그럼~ 이게 뭐 어려운 거라고. 나중에 또 와. 더 맛있는 거 해줄게.”

박 선생님의 다정한 미소가 참 따뜻하다 느끼는 연서였다.


“아침부터 진수성찬이에요 선생님~ 잘 먹겠습니다~”

잘 먹는 연서와 도윤의 모습에 박 선생님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셨다. 식사 중에도 틈틈이 두 사람을 보며 흐뭇해 하신다.


식사 후 선생님을 도와 설거지를 하고 둘은 출발할 준비를 했다. 그때 박 선생님도 함께 가시겠다며 나서셨다. 연서와 도윤은 이렇게까지 신세를 질 수 없다며 괜찮다고 했지만 박 선생님은 김유범과 권자영을 함께 보는 자리라 걱정스럽다고 같이 가자고 하셨다. 생각해 보니 선생님 말씀을 듣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박 선생님이라도 함께해 주시면 좀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박 선생님의 차로 김유범의 의료원으로 향했다. 



*******


의료원 앞으로 가니 김유범은 벌써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밤새 잠을 못 잔 건지 초췌한 모습에 피로감이 상당해 보였다.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고 김유범이 보조석에 탔다. 그렇게 네 명은 이빛 요양병원으로 가고 있다. 아무도 아무 말도 없이. 어색하지는 않았다. 불편하지도 않았다. 그저 아무 생각이 없었다.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일 뿐. 그리고 그다음 챕터가 그에 맞게 흘러가겠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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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9 아빠의 편지 (완결) 24.08.31 9 0 10쪽
58 소멸(消滅) 24.08.31 8 0 10쪽
57 지영아. 신지영. 24.08.31 8 0 9쪽
56 무너진 모래성 24.08.31 7 0 10쪽
» 우리 다시 만나요 꼭 24.08.31 10 0 11쪽
54 악신의 현현(顯現) 24.08.30 9 0 10쪽
53 벌전 (罰錢) 24.08.29 9 0 10쪽
52 거의 다 와간다 24.08.29 10 0 10쪽
51 안녕하세요 박 선생님 24.08.29 9 0 10쪽
50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24.08.29 9 0 12쪽
49 결계 3 24.08.28 9 0 10쪽
48 결계2 24.08.28 11 0 10쪽
47 결계 1 24.08.28 11 0 11쪽
46 세치 혀 24.08.27 11 0 11쪽
45 그래도 악은 악이다 24.08.26 10 0 10쪽
44 하얀 종이 한 장 24.08.26 11 0 10쪽
43 권자영 그리고 최원철 24.08.25 10 0 10쪽
42 화투 패를 손에 쥔 뱀 24.08.25 11 0 10쪽
41 씨가 다른 아이 24.08.24 13 0 9쪽
40 순이네 수퍼마켙 24.08.23 11 0 10쪽
39 박수무당의 이름 24.08.22 12 0 9쪽
38 또 다른 계약자. 나의 엄마. [Four of Cups] 24.08.22 12 0 10쪽
37 찾긴 했다. 김주성을. 24.08.21 14 0 10쪽
36 손거울의 비밀 [The Tower] 24.08.21 12 0 11쪽
35 김주성 찾기 24.08.20 12 0 9쪽
34 그 아이의 이름은 24.08.20 12 0 11쪽
33 아픈 새끼손가락 24.08.19 10 0 11쪽
32 실종 2 [Strength] 24.08.17 14 0 10쪽
31 실종 1 24.08.16 14 0 9쪽
30 천왕 대신 할머니 24.08.16 1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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